“그래? 그럼 네가 한번 해보라고!”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매서운 냉기와 살기가 온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그의 두 눈에는 말할 수 없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주위의 공간마저 무겁게 짓눌리는 듯했다.이 변화를 눈앞에서 목격한 예관희와 예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극도로 긴장한 채 예천우를 바라봤다.‘천우의 힘이 정말 저 정도였던가?’분명 대단하긴 하지만 저기 있는 용진성 일행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멸정 사태의 표정은 더욱 얼음처럼 굳어졌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흥. 애초에 그때 널 살려둔 게 실수였지. 오늘은 내가 직접 네 놈을 끝장내주마.”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번개처럼 움직여 예천우 앞으로 다가섰다.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려 내리치듯 휘두르자 평범해 보였던 그 동작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순식간에 일어난 그 한 방에 주변의 모든 공기가 짓눌리고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엄청난 압박에 휩싸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은 두려움에 얼굴이 새파래진 채 그 장면을 바라봤다.이 순간만큼은 양박군조차 나서지 못했다.평소라면 강한 상대와의 대결에 기꺼이 뛰어들었겠지만 오늘만큼은 감히 예천우의 싸움을 뺏을 수 없었다.주인이 진짜로 화가 난 순간이니만큼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자리였다.예관희를 비롯한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이 장면을 지켜봤다.‘천우가... 저 공격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정말로 희망이 있을지도 몰라...’그런 간절한 바람을 품은 채 모두의 시선이 예천우의 손끝에 모였다.다음 순간 예천우는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아무런 주저도 없이 멸정 사태의 공격을 정면에서 맞받아쳤다.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꺼져. 다시는 덤비지 마.”“쾅!”두 사람의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예천우는 용진성의 말을 듣고 슬며시 웃으며 되물었다.“그래? 네가 말하는 사람이 혹시 독고살을 두고 하는 말 아니야?”용진성은 이를 인정하는 듯 대꾸했다.“맞아. 그래서 뭐? 이제 와서 네가 알아챘다 한들 독고살이 전달한 정보는 틀림없어.”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맞받아쳤다.“정말 그럴까? 혹시 내가 일부러 너희 쪽에 엉뚱한 정보를 흘리게 했다면?”이 한마디에 용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차가운 말투로 예천우를 협박했다.“됐고... 너랑 말장난할 시간 없어. 오늘은 무슨 수를 쓰든 옥패와 사용법을 내놔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예씨 가문 전부가 모조리 너 때문에 죽게 될 거야! 네 어머니도, 네 여자도... 모두 참혹한 최후를 맞게 될 거야. 네 목숨이야 버린다 쳐도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버릴 셈이냐?”이 말을 들은 예천우의 얼굴은 일순 싸늘하게 굳었고 서릿발 같은 살기가 번졌다.그는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용진성, 네가 비록 비룡위의 창립자이자 초대 전신이라지만 마땅히 정의를 지키고 본보기가 되어야 할 네가 이런 비열하고 더러운 짓을 하다니... 스스로가 부끄럽지도 않냐?”그러자 용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쏘아붙였다.“이런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옥패와 사용법을 내놓지 않으면...”그는 차갑게 예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선언했다.“여기 있는 놈들은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할 줄 알아!”그 말이 떨어지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짙어질수록 그들 마음에는 오히려 강한 결의가 싹트기 시작했다.마침내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가주님, 우린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어떻게 하시든 우린 끝까지 가주님을 믿고 따르겠습니다!”“맞아요. 우리도 가주님과 함께 맞서 싸우겠습니다.”“죽는 게 뭐 대수야. 죽어도 떳떳하게 죽는게 그게 남자지.”“우린 모두 가주님을 지지합니다!”“우리 모두 가주님 편입니다!”“...”순식간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두려움을 딛고 일제히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힘이 너무나 막강하기에 세상 모든 생명을 그저 발밑의 벌레처럼 여길 정도로 건방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예관희를 비롯한 예씨 가문의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사실 그들 모두 역시 속으론 예천우가 옥패만 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결국 생명보다 귀한 건 없으니 그깟 외물 하나쯤이야...’하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꼬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때 예관희가 나직하게 물었다.“그럼... 혹시 넌 옥패의 비밀을 풀었니?”예관희는 말을 꺼내고 나서야 자신의 질문이 너무 경솔했음을 깨닫고 급히 덧붙였다.“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굳이 대답 안 해도 돼.”예천우는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굳이 숨길 것도 없어요.”그는 미소 섞인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사실 불에 태워보기도 하고 물에 삶아도 보고 피를 떨어뜨려 보기도 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아직도 옥패의 비밀은 전혀 알 수가 없어요.”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멍해졌다.예천우조차 옥패의 비밀을 모른다니 모두의 기대는 맥없이 무너져버렸다.하지만 용진성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허튼소리! 예천우, 네가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라고 네가 이미 육지 신선 경지에 올랐다는 걸 모를 줄 아느냐?”“뭐라고?”순간 장내는 숨이 멎을 듯 조용해졌다.진실을 아는 몇몇을 제외한 예씨 가문의 사람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가주님이... 육지 신선 경지라고?’‘말도 안 돼. 아직 스물아홉밖에 안 됐는데... 저 나이에 어떻게?’양박군의 경우 사람들이 그를 실제 나이대로 보지 않고 무슨 보양술이라도 쓴 줄로만 여겼기에 그런 생각조차 못 했다.그런데 용진성 같은 인물이 단언하듯 말한다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놀라움이 번졌다.모두의 시선이 예천우에게 쏠리자 예천우는 그 모든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덤덤히 말했다.“그래서 어쩔 건데?”‘육지 신선 경지에 올랐다고 한들 나한텐 아무 의미 없어. 이 자
예천우는 옛 용왕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장내의 여러 복잡한 분위기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부님께 꼭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요. 솔직하게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옛 용왕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뭐든 묻거라.”예천우는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팠다.“과거에 옥패를 두고 아버지를 노린 일에... 사부님도 연관돼 있었습니까?”순간 예천우의 가슴엔 그 대답을 듣기 두려운 마음이 스쳤다.그는 옛 용왕이 차라리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예천우는 사부님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사실 옛 용왕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어릴 때 세상을 등졌을 것이고 수많은 깨달음과 무공도 배우지 못했으니 옛 용왕은 예천우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그러자 옛 용왕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야. 네가 믿든 말든 상관없어. 너를 길렀던 건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난 절대 너와 네 가족을 해친 적은 한 번도 없어.”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사부님의 인품을 믿습니다. 그것 만큼은 변함없어요.”이번엔 남궁은서까지도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과거 예정환을 몰아붙이고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그 일련의 일 중 어디에도 옛 용왕의 그림자는 없었다.만약 그가 정말로 예씨 가문을 원수로 삼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벌써 세상에 없을 터였다.사실 이후에 가문의 재기를 이끈 것도 바로 옛 용왕이었다.옛 용왕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날 믿어주다니... 뜻밖이구나.”그는 고개를 숙이고 낮게 중얼거렸다.“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하지만 네가 가진 옥패만큼은... 정말 온 세상의 운명이 달려 있을 만큼 중요한 물건이야.”예천우는 물었다.“왜요? 대체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옆에 서 있던 용진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냉랭하게 끼어들었다.“저놈하고 쓸데없는 말 섞지 마. 예천우,
그때 멸정 사태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겨우 목숨 하나 건진 주제에 조용히 숨어 지내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이렇게 설치다니.”계획이란 언제나 변수가 있는 법이었다.원래 멸정 사태는 박민정을 시켜 예천우한테 미인계를 써서 옥패를 빼앗으려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이미 용진성이 직접 예천우를 눈여겨 보고 있으니 이젠 대놓고 적대하는 상황으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어쩔 수 없이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이런 편이 더 낫다고 여겼다.괜히 세상 물정 모르는 박민정이 예천우에게 혹해 마음을 뺏기는 일이 생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궁은서는 속이 뒤집힐 듯 분노로 치를 떨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어머니의 손을 살며시 잡아끌며 미소를 지었다.“엄마,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개는 짖으라고 있는 거니까요. 그냥 짖게 내버려둬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반드시 되찾아올 테니까요.”그러자 남궁은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자기 아들이 이미 육지 신선 경지의 절정에 오르지 못했다면 아마 두려움에 벌벌 떨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만큼은 담담한 예천우의 표정이 엄청 믿음직했다.그 순간 멸정 사태는 싸늘하게 소리쳤다.“죽고 싶어!”그녀는 손에 든 무기를 높이 휘두르자 엄청나게 강렬한 내력이 예천우를 향해 날아들었다.그 내공은 오로지 예천우만을 겨냥해 있었기에 한층 더 날카롭고 공간마저 뒤틀릴 듯 무시무시했다.손끝에서 내지른 한 방의 위력은 보는 이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예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그 파괴력에 아연실색했다.‘고작 한 번의 공격이 이 정도라니...’하지만 예천우의 곁에는 양박군이 있었다.상대가 용진성이 아닌 이 늙은 비구니라도 맞붙어보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던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서며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그에게는 어떤 강한 공격이 오든 주먹으로 받아내는 게 전부였다.“쾅!”그 순간 두 사람의 힘이 정면으로 맞부딪혔고 양박군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멸정
예천우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절세 고수들의 존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세상에... 정말 전설이나 소문만 믿고 살아서는 안 되겠네.’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늘 청룡이 이 세상 최강의 고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니 청룡 전신이라는 존재조차 아무것도 아니었다.이 세상에 숨어 있는 강자들은 정말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두려운 존재들이었다.지금처럼 힘을 끝까지 끌어올려 놓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비참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함을 감추지 못했다.결연하게 입을 굳게 다문 예천우의 표정을 바라보며 예관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이젠 정말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때였다.장내에 천둥 같은 굉음이 울리더니 용진성의 몸이 다시 땅 위로 떨어졌고 얼굴에는 분노와 초조함이 가득했다.잠시뿐이었지만 분명 상처를 입은 게 틀림없었다.양박군 역시 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옷도 너덜너덜해지고 숨결도 조금 거칠었지만 어딘가 오히려 들떠 보였다.그의 두 눈에는 전투의 쾌감이 번뜩였다.“나랑 한 번 더 싸워!”그러나 용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싫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건 예천우를 손봐주기 위해서지 너랑 겨룰 생각은 없으니까.”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의 시선에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 경계와 불안이 어른거렸다.예천우의 수하가 이 정도라면 예천우의 실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스며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여전히 자신의 곁엔 옛 용왕과 독룡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게다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두 명의 절세 고수들 역시 과거의 사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들이었다.양박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듯 오히려 당당하게 웃으며 비아냥댔다.“뭐야 혹시 겁나서 도망치는 거야?”“겁? 네가? 나한테 겁을 줄 자격은 없어!”용진성은 더 이상 말로 시간을 끌지 않았고 곧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이제 이쯤 됐으면 더 숨지 말고 다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