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양호석, 오영 두 사람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재차 머리를 땅에 탕탕 박았다. “진 아가씨, 저희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제발요, 당신은 중생을 고통과 어려움에서 구제해 주는 관세음보살이십니다.”“진 아가씨, 한때 동기였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저 깊이 반성하고 있어요. 앞으로 꼭 예의 갖출게요.”오영은 겁을 먹은 나머지 스커트가 다 젖었다. 사실 진가인도 당황했다. ‘천우 오빠는 참, 매번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가지고는... 간다 떨어지겠네.’“그만해. 너네도 벌을 받았으니 이 일은 그만하자. ”두 사람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긴장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방금 전만 해도 그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끔찍했다. 손 매니저도 한시름 놓았다. 자신이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오늘 끝장이다.“예 신의님,괜찮으면 앉아서 얘기 좀 할까요?”일이 해결된 것 같으니 소문휘가 말했다. “별로 안 괜찮은데요? 귀하신 도련님은 따로 드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죠.”소문휘는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고분고분 다른 곳으로 갔다.다만 예천우 바로 뒷자리에 앉았을 뿐이다.다들 어이가 없었다. 동시에 예천우에 신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 도련님?천해시에 언제부터 이렇게 굉장한 예 도련님이 있었지?임선호는 놀라서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예전에 양 회장과 채 의원은 예천우의 의술 때문에 예의를 갖췄다고 치자. 그런데 소문휘는 어떻게 된 일이지?설마 그도 예천우의 의술 때문인가?아무리 의술 덕이라고 해도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건 그가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는 거다.이 순간, 임선호은 자신이 예천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선호 오빠,저 남자 진짜 대단하지 않아?”옆에 앉은 어리고 예쁜 박세리가 눈을 반짝이며 칭찬했다. 그녀의 눈에는 임선호도 충분히 잘 생겼지만 예천우가 더 잘 생기고 패기가 넘쳐 보였다.
“하하하......”뚜껑이 열린 양윤철이 미친듯이 웃으며 말했다. “와,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양 씨 가문 장남인 내가, 오늘 별 볼 것 없는 놈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다니...”“자식, 네가 뭐가 됐든, 오늘 끝장이다.”이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잠깐만, 방금 뭐하고 했지? 양 씨 가문 장남?천해시에서 대놓고 양씨 가문 장남이라고 자처하다니, 천해시 갑부인 그 양씨 가문 사람 말고는 감히 이렇게 자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천해시 갑부에게는 아들이 하나뿐이다. 임선호는 안색마저 변했다. 그동안 그의 집안과 양 씨 가문은 적잖은 왕래가 있었지만 그는 종래로 양윤철을 본 적이 없었다.주위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방금 팝콘각이었는데 또 하나의 팝콘각이다....오늘 이 식당에 무슨 일이지? 처음엔 소문휘, 그 다음엔 예 도련님인가 뭔가가 등장하고, 이번엔 더 대단한 양 씨 가문 장남이다. 박세리는 멍해졌다. 양 씨 가문 장남?그녀는 양 씨 가문과 접촉이 없었어도 갑부 양 씨 가문은 들어봤기에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고 물었다. “너, 네가 천해시 갑부 양대복의 아들이라고?”“그래.”“왜, 후회되니?”양윤철은 얼굴색이 새파래졌다. 진정한 사랑을 찾은 줄 알았는데 된장녀였다니.“아, 아니.”박세리는 믿지 않았다. “맞아, 정말이야. 저 사람이 양 씨 가문 장남 양윤철이야. 이 기사 봐봐. ”누군가 굳이 검색해보다가 마침 사진 한 장을 찾았다. 그것은 양대복이 행사장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두 사람은 무대 가장자리에 나란히 서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따라서 찾아보았다. 임선호도 봤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다리 힘이 빠져 철퍼덕 꿇어앉아버리고 말았다.그는 진심 두려웠다. “양, 양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꺼져!”양윤철은 임선호을 한쪽으로 차버리고는 싸늘한 눈길로 박세리를 노려보았다.박세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속으로 두렵기
그래, 그래, 예천우!방금 그렇게 위풍당당하던데 날 구해줄지도 몰라.이 생각이 들자, 임선호은 눈길을 예천우에게로 향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매형, 도와줘, 나 좀 살려줘!”매형이라는 말에 다들 또다시 멍해졌다.여기에 이 자식의 매형도 있었어?하자만 다들 이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상대가 어떤 인물인지나 보고 사람을 불러야지. 상대는 무려 천해시 갑부 양대복의 유일한 아들이란다.이런 신분을 상대하는데 누가 구할수 있겠니?얘야, 너의 ‘매형’ 그 한마디가 널 구하는 게 아니라 네 매형을 죽이는 거란다.“매형?”“하하하, 여기에 네 매형도 있었어? 그래, 나오라 그래.”“나도 좀 보자. 어떤 매형이 감히 나와서 너의 편이 되어줄지.”양윤철은 두려움에 떠는 뭇사람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흘겨보았다.그는 자신이 신분을 밝혔으니 정말 그의 매형이 여기에 있더라도 구석에 숨어 찍소리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동감하며 머리를 저었다. 이 자식이 죽음이 코앞인데 매형을 찾고있어.박세리는 울망울망한 표정으로 마음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양윤철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양윤철과 결혼하면 자신도 상류층에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또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남편이 갑부 도련님이니 말이다.그런데 지금 이 모든 것을 그녀 자신이 망쳐버렸다.박세리는 양윤철이 자신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시늉이라도 해서 잘 보이기로 했다. 혹시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이런 상황에서, 또 양윤철의 엄포를 들으니 임선호는 예천우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있어도 절망이 주체할 수 없이 머리속을 채워갔다.그도 그럴 것이, 천해시 갑부, 흑룡회, 용등상회, 양대복의 수많은 수식어 중 어느 하나를 내세워도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런데 양윤철은 그의 유일한 아들로서,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예천우가 정말 대단한 능력자라고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흥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아직 식당을 빠져나가지 못한 양호석와 오영이다. 비록 그들도 속으로 자신이 예천우와 같은 급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다.하지만 만약 예천우가 져서 굴욕을 당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속이 시원할 것이다.한창 다들 예천우가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양윤철이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그는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사랑하는 박세리와 그녀 옆에 있는 임선호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게다가 손 매니저를 포함한 구경꾼들이 그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어서 옆에 앉아있는 예천우를 보지 못했다. 양윤철 표정의 변화를 본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다. ‘끝장이다!’‘이 신비스러운 예 도련님이 큰 코 닥치겠구나. 양 도련님 이런 표정 처음 봐.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야.’‘감히 사람들 앞에서 양 도련님한테 대들다니, 그건 자기 목숨을 자기 손으로 내놓는 게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양 도련님이 빠르게 예 도련님에게로 걸어갔다. 이건 바로 맞장 뜰 건가 보다.하지만 그 다음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모두가 두려워하는 양 도련님이 예천우 앞에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예 신의님, 여긴 어쩐 일로...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그래? 난 양 도련님이 하늘을 찌르는 실력이 생겨 내가 안중에도 없는 줄 알았지.”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예 신의님,농담도 참... 제가 간이 붓지 않고서야 어찌 감히 신의님을....”예천우가 여동생 양체은을 살린 후, 그는 아버지의 경고로 이미 충분히 예천우에 대해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 후에 양대복이 사씨 가문의 일까지 말해 줬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양대복은 예천우가 어떻게 식은 죽 먹기로 사 씨 가문 대종사 사태수를 죽였는지 자기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이것만으로도 양윤철은 설령 예천우가 그에게 지금 당장 무릎 꿇으라고 할지라도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꿇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사람들을 또다시 충격에 빠
놀라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그리고 안색이 안 좋은 사람도 있었다.‘매형?매형이라고 부르면... 그럼 천우 오빠 아내가 있다는 말... 그것도 이 사람의 누나란 말이지.’예천우게 아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진가인은 계속 추측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내심 기대를 해보았다.하지만 오늘 알게 된 사실이 그녀 마음속의 기대를 깨버리고 말았다.이때 양윤철이 잔뜩 긴장해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지어 자신의 여자 박세리에게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예 신의님, 저분의 매형이 되십니까?”“응.”예천우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가 인정하자 진가인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그러시군요. 제가 상황을 잘 몰라서 실례를 했습니다. 예 신의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양윤철은 해명을 하고 바로 사죄했다.“응, 그럼 이 일은?”예천우가 물었다. “신의님께서 입을 여셨으니 이 일은 당연히 없던 걸로 해야지요. 신의님께서 저의 결례에 불쾌하진 않으실까 걱정일 따름입니다.”양윤철 조마조마해서 말했다.“그럴 리가.”“네가 날 도와줬으니 나도 널 도와야지. 이 여자, 꽤 맘에 드는군. 내가 가져도 되지?”예천우가 물었다. 양윤철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멍해 있었다. 이건 적나라한 모욕이다.다른 사람들은 또다시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 예 도련님이 생각 밖으로 지독한데? 이건 분명 복수하는 거잖아.양 도련님이 어떤 신분인데, 이걸 그냥 참지는 않겠지.임선호도 멍해졌다. 매형, 아니지? 뭐 하자는 거야? 이건 내가 갖고 놀던 여자란 말이야. 게다가 예천우는 자신의 매형이었다. 하지만 예천우의 끔찍한 실력을 생각하면 이런 건 다 중요하지 않았다.진가인도 멍해졌다. 천우 오빠가 이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다니.양윤철은 결국에는 참아냈다.“신의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좋아!”곧이어 예천우는 박세리를 향해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너는? 나랑 같이 있을래?”“네, 좋아요! 전 예 도련님을
다들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 왜 다들 아무리 예뻐도 머리가 텅 빈 여자는 만나면 안 된다 하나 했더니 그녀에게서 확실히 증명되었다. 양윤철은 예천우가 귀띔해 준 덕에 한바탕 화풀이하고 나니 속이 한결 후련해졌다. 박세리의 본색을 알고 나니 더는 미련이 없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예 신의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뭘 이걸 가지고. 사실 나 혼자 널 도운 게 아니야.”예천우는 임선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차분하게 말했다.“임선호 말이야, 이번 일은 좀 지나치긴 했어. 뻔뻔하기도 하고. 근데 각도를 바꿔서생각해봐. 걔가 어쩌다가 널 도운 거잖아.”“걔가 너한테 이 여자 본색을 알게 해준 거야. 걔가 아니었으면 넌 언제까지 속고 있을지 몰라. 정말 양씨 가문에 들이기라도 하면 큰일이야.”양윤철은 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의의 말이 맞다. 임선호가 아니였으면 자신은 정말 이 여자와 결혼했을지도 모른다.이제서야 박세리는 예천우가 방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그녀는 귀까지 빨개져서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분명 현명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었건만 자신이 놓아버린 것이다. 만약 끝까지 양 도련님만 좋아한다고 했더라면 완연히 다른 결과였을 것이다.임선호도 얼른 말했다.“네, 맞습니다. 전 사실...”“넌 닥쳐!”예천우가 호통쳤다.만약 예전이라면 임선호는 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찍소리 못하고 숨소리마저 죽였다. “어찌 됐든 간에, 네가 양윤철의 여자를 빼앗은 건 네 잘못이야. 지금 당장 양윤철에게 사과해.”예천우가 냉정하게 말했다.양윤철은 멈칫했다가 이내 가슴이 뭉클해났다.박세리가 한 짓이든, 그 뒤에 예천우가 한 말이든, 그는 오늘 체면이 많이 상했다.하지만 예천우 덕분에 지금 다들 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임선호더러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해서 체면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임선호는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임선호는 거리낌이 없었다. 아예 예천우의 옆에 앉아며 말했다.“매형, 매형 오늘 짱 멋있었어.”“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매형에게 이런 대단한 능력이 있다니.”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가 너더러 앉으래?”임선호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서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매형, 나도 내가 예전에 몹쓸 짓을 많이 했다는 거 알아. 내가 잘못했어.”“근데 이젠 걱정 마. 내가 꼭 고칠게.”“그리고 우리 누나도 잘 설득해서 절대 이혼 못하게 할게!”“이혼?”이 말을 듣는 진가인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 찼다. ‘천우 오빠가 진짜 결혼했구나. 아내분은 어떤 사람일까.’“됐어. 네 도움 필요 없어.”예천우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그래. 매형이 이렇게 위풍 넘치고 호기로운데... 우리 누나 마음 돌리는 건 말 한마디 일이 아니겠어?”“우리 누난 아직 매형의 실력을 몰라. 알고 나면 좋아 죽을 거야.”임선호는 말을 참 잘했다. 그래서 그한테는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됐다. 나한테 이런 거 말해봤자 소용없어. 오늘 널 도와준 건 네 누나 체면을 봐서야. 이젠 너 여기 있을 필요 없으니 가 봐.”예천우가 말했다. “매형, 혹시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나있는 거야? 내가 진짜 미안해.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됐거든. 내가 너한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다고. 오늘 일은 아버님, 어머님께는 알리지 마. 알겠지?”예천우는 권력에 눈이 먼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면 또 어떤 꿍꿍이를 꾸밀지 모른다.임선호는 그의 생각을 알아챘다. 곧이곧대로 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입으로는 승낙했다. “응. 절대 말 안해.”“약속 꼭 지켜라. 아니면 가만 안 둬.”“됐어. 다른 일 없으면 가봐.”“알았어.”매형의 대단한 능력을 알았으니 앞으로 기회는 많다. 임선호는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그는 마음속의 생각들을 빨리 집에 가서 어머니와 공유하고 싶었다. 임선
“그래, 넌 가인이가 좋아?”“좋아요.”“그럼 결혼할 생각은 있고?”진민이 바로 물었다. 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전 결혼했어요.”“너 정말 유부남이었구나...”진민은 화를 내는 듯 말했다. “유부남인데 왜 우리 가인이를 꼬셔? 그리고 뭐? 좋아해?”“아주머니, 오해 마세요. 저 진심으로 가인이를 좋아해요. 오빠로서 동생을 좋아하는 감정이에요.”예천우가 서둘러 설명했다.“그런 감정으로 400억짜리 별장을 떡하니 내준다고?”진민은 하도 기가 막혀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가인의 뜻이 아니면 그녀는 절대 이 별장으로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다.“네!”“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널 믿어야 할지. 근데 솔직히 이 별장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구나.”진민을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천우야, 이 별장은 정말 우리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손에도 14억 정도 있어. 괜찮은 집 찾을 수 있을 거야.”예천우는 한참 머뭇거렸다. 자신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았다.그 당시에는 두 모녀에게 보상해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왕년에 자신이 보육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보육원이 불에 다 타버릴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때의 방화범을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맞아요, 천우 오빠, 우린 오빠와 친인척 관계도 아닌데 함부로 오빠 돈을 쓰는 건 아니죠.”이때 진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에서 나와 막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던 그녀는 둘의 대화를 낱낱이 들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아팠나 보다.“천우 오빠, 정말 한 번이라도 날 여자로서 좋아한 적 없어요?”말을 꺼내고 나니 진가인은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 이에 예천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인아. 넌 충분히 사랑스럽고 예뻐. 남자라면 널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어. 하지만 난 이미 결혼했어.”진가인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럼 만약 결혼 안 했다면 날 좋아했을 거란 말이죠?”진민은 속으로 얘가 정말 예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