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얌전하게 있으면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하면 회사에서 나가게 만들어야죠."1팀 사원들은 하나같이 영업실적이 아주 높았다. 그래서 회사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고 1팀보다도 훨씬 강한 팀이다.이신향 혼자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하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2팀은 지금쯤 1팀의 뒤꽁무니도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장연희가 의기양양했던 이유는 김선이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결코 팀장직을 굳건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합심해서 이번 달 매출이 마이너스가 나오게 하면 예천우를 혼내줄 수 있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얼마 안 가, 예천우가 유현을 데리고 1팀 사무실로 들어왔다.그의 곁에는 또 한 명의 미모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하문의 비서다.직접 그들을 1팀에 데려와 소개할 생각이었으나, 예천우가 그녀를 귀찮게 바라본 탓에 기분이 나빠진 하문은 비서에게 이 일을 맡겼다. 비서를 그에게 배치한 것만으로도 이미 의리는 지킨 셈이다.하문의 비서와 예천우, 유현이 함께 들어오자, 예천우의 발령이 내려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들에게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몰두했다.비서가 살짝 당황하더니 황급히 소리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전부 멈추고 여기 봐주세요. 1팀에 새로 온 팀장님을 소개할게요."그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불쾌한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들은 예천우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문이 직접 소개를 하는데 무시할 수 없었다."예 팀장님이 앞으로 1팀을 책임질 겁니다, 알겠습니까?""네!"사람들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답했다. 그리고 몇 명의 여사원들은 예천우의 잘생긴 얼굴에 반해버렸다.어쩌면 예천우가 외모를 팔아 승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입사하자마자 승진을 할 리 없었다.예천우의 증서에 관해 김선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1팀 사람들은 당연히 예천우를 오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인원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기에 조금 붐비는 것만 제외하면 모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부 다 모였죠?" 예천우가 물었다.애석하게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 예천우는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 걸 보니 전부 모였나 보네요. 자, 지금부터 한 명씩 자기소개해주세요. 여러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그쪽부터 자기소개하세요."예천우는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유사라를 가리켰다.살짝 당황하던 유사라는 얼굴을 잔뜩 구기더니 대뜸 소리를 질렀다. "유사라라고 합니다!""끝났습니까?""네!" 유사라가 싸늘하게 답했다."다음!" 예천우는 꼬투리를 잡지 않고 빠르게 넘어갔다.앞에서 스타트를 자기 이름만 밝히는 자기소개를 하자, 뒷사람들도 자연스레 이름만 밝혔다. 군더더기 없이 이름만 깔끔하게 밝혔다.일부러 예천우를 난감하게 만들려는 모양새였다.유현은 사람들이 예천우를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마땅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래요. 다들 아는 사이니까. 그럼 이제 내가 자기소개를 할 차례네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장연희는 이 광경이 웃겼다. '저 바보 같은 놈은 할 줄 아는 게 자기소개밖에 없는가?'"반가워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번에 새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예천우입니다.""우선,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난 영업에 소질이 없어요.""그리고 경영 관리에 관해서도 잘 모릅니다."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의 발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당황했다.'미친, 누가 자기소개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냐? 농담하는 건가?'전휘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 팀장직을 맡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창피하지 않으세요?"예천우가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전휘성의 고개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그는 사실 방금 자기가 내뱉은 말을 벌써 후회
"하하!""당신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 내가 매달 이 회사에 가져다주는 매출이 얼마인데!"전휘성이 대폭소를 하며 예천우를 비아냥거렸다.만약 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회사 측에서 그를 해고할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의 말에 반박을 했다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뒷배가 있는 그를 예천우가 무슨 자격으로 쫓아낼 수 있을까. 설령 아무런 뒷배가 없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는 없다.대표가 직접 그를 해고하겠다고 해도 그는 기꺼이 대적할 것이다.예천우가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딴 건 궁금하지 않습니다. 내 말 얌전히 따를 생각 없으면 지금 당장 나가세요.""내가 안 나가고 버티면 어찌할 건데?"전휘성은 꿈적도 하지 않으려 했다."그래요, 어쩔 수 없이 전휘성 씨의 공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작년 10월 15일, 전휘성 씨는 회사 물건을 최저가로 순성에 팔아넘긴 다음 중간에서 6천만 원을 횡령했습니다.""12월 10일에는... 3월 5일에는 H 호텔을 김선 씨와 갔네요..." "닥쳐! 어디서 헛소리야! 내가 했다는 증거 있어?"전휘성이 소리를 질렀다.김선과 호텔에 가 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만 알고 있어야 할 일을 예천우까지 알고 있자 그는 당혹스러웠다."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직접 확인해보면 되잖아요!""이딴 건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요!""철저히 조사하면 전휘성 씨가 엄중한 처벌을 받는 건 당연지사고 감방에도 갈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호텔 사건은 호텔 CCTV만 확인해도 끝나는 일이에요.""남녀가 호텔에 간 게 중범죄도 아니고, 소문만 안 좋아지는 거니 이건 걱정하지 마요." 예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동안 예천우는 사람을 시켜 임유그룹과 연관된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예천우는 상대의 치부까지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의 기분에 따라 그 자료를 공개할 수도 있고,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려성한에 관한 치부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
유사라는 겁에 질렸는지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인정한다니 다행입니다. 자, 지금부터 규칙을 발표하겠습니다.""첫째, 난 여러분들의 팀장이지만 여러분을 일일이 관리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유현 씨가 나 대신 여러분을 관리할 겁니다.""유현 씨가 하는 말은 곧 내 말이니 다들 유현 씨한테 협조해주세요. 알겠죠?"예천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이 말을 한쪽에서 듣고 있던 유현은 입을 떡 벌렸다.유현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예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현 씨가 업무에 관해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맡은 바를 충실히 홰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요.""예, 팀장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유현이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답했다. 유현은 명문대를 졸업한 수재다. 다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성격이 내성적이라 줄곧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다른 의견 없죠?""없습니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예천우의 말에 동의했다.1팀 사원들은 유현을 알고 있다. 판매 실적이 자신들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애송이가 그들을 관리한다는 게 어이없었다.예천우가 인맥을 마구잡이로 꽂아넣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임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예천우만 곤란해진다. 그들은 우연하게 잡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제대로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둘째, 앞으로 내가 맡긴 일은 최선을 다해서 완성해야 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여러분의 근무 태도가 어떻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온종일 외근을 나가든, 딴짓하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난 판매 실적만 볼 겁니다.""저... 팀장님, 영업은...""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난 오직 결과로 판단합니다. 여러분 중, 판매 실적이 하락하는 분이 나온다면 그분은 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겁니다. 괜히 남아서 월급만 축내지 마세요."예천우가 단호하게 말했다.사람들은 포악하게 구는 예천우의 행동에 할 말을 일었다.장연희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 자신이
예천우의 파격적인 발언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팀장님,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장연희가 황급히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팀장은 자기가 맡은 팀의 판매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 평가에 따라 팀장의 인세티브가 올라가는 셈이다. 팀을 2개로 나눈 이유도 서로 경쟁을 하기 위해서다.예천우는 엄청난 인세티브를 그대로 사원에게 돌려주고 자신은 월급만 받겠다고 했다."거짓말 같아요?""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팀장님은 월급만 받으시겠다는 거예요?""비록 금액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금은 평등하게 지급받을 겁니다.""평등하게요?"장연희이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모두가 균등 분배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위를 나눠야 모두 열심히 일할 것이다."네.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팀이고 서로 도우면서 함께 실적을 올리도록 해요.""여러분의 성과금은 여러분의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받게 될 보너스의 금액은 반드시 균등할 겁니다.""여러분만 열심히 일하면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지위가 달라지면서 예천우가 풍기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아주 좋은 사람 같았다.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확실히 예천우에게 압도당했다."내 규칙은 여기까지입니다. 회의를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각자 위치로 돌아가 일하세요."예천우는 할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들을 내쫓았다.얼이 빠진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예전에 김선이 팀장으로 있을 때에는 회의를 할 때마다 욕설이 난무했고 잔소리도 끝없이 늘어놓았다.심지어 같이 서로 비난하게 했다.그러나 새로 온 예천우는 간단명료했다. 사원들은 새 팀장이 마음에 들었다.유현은 옆에서 예천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천우는 능력과 실력이 있는 사람 같았다, 그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사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 술렁거
아무도 생각지 못한 규칙을 제시했고 전휘성에 관한 조사도 미리 끝내둔 예천우가 감탄스러웠다. 자신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하문이 사무실로 임완유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임완유가 전휘성에 관해 조사한 뒤, 예천우가 대신 처리를 해줬다고 여겼다.그러나 하문의 보고에 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어쩔 줄 몰랐다. 그녀는 전휘성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세운 규칙들을 듣고 감탄했다.단순한 회의로 예천우는 팀을 완전히 장악했다.앞으로 그의 표현이 기대되었다.하문은 이 모든 게 예천우의 생각인 것을 알아차리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우 씨, 보통내기가 아니네.' 하문이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대표님, 천우 씨가 대표님의 숨겨진 칼인가요?"하문의 질문에 임완유가 살짝 놀라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이혼한 뒤, 자기 밥벌이라도 하고 살라고 취직을 시켜줬을 뿐이다.예천우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했고 이번 기회에 예천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한편, 유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근데 정말로 인세티브를 저희 보너스로 주실 거예요?""네, 얼마 되지도 않는 돈... 상관없어요." 예천우가 말했다."얼마 되지 않다고요?"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간 예천우가 보여줬던 행동들을 돌이켜 보았다. 생각해보면 예천우는 영업 판매에서 남다른 내력이 있었다."앞으로 1팀 잘 부탁해요!"예천우가 말했다."아닙니다. 저한테 이런 기회 줘서 고맙습니다." 유현이 황급히 말했다."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나 먼저 갈게요, 여긴 유현 씨가 맡아줘요.""네? 퇴근 시간 아직 남았어요.""유현 씨가 나 대신 있잖아요."예천우는 이 말을 남기고 곧장 나가버렸다.유현은 멍하게 멀어지는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주차장에 도착한 예천우가 차에 막 오르려던 순간, 임완유가 그를 발견했다.임완유는 급한 일이 생겨 집에 다녀와야 했다. 그런데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바람에 출발하지 못했다. "예천우!""아직 퇴근 시
예천우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내가 이 회사 직원 모두를 조사했다면, 믿을래?""당신 생각은 어떤데?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임완유가 예천우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대답해. 나 진지해.""그래.""마침내 친구 중에 전휘성을 아는 친구가 있더라고." "그래서 승진 한 번 해보려고 얻은 정보를 이용했지."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거짓 이유를 꾸몄다."그랬구나. 정말 운 좋은 것 같네. 어쩜 이렇게 귀인들의 도움만 받는지.""그러니까. 하지만 나한테 제일 중요한 귀인은 당신이야. 당신 덕분에 이렇게 취직하고 편안하게 사는 거잖아." 예천우가 장난스레 말했다.임완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면 됐어. 회사 일 제대로 해, 사고 치지 말고.""그럴게.""할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나 집까지 데려다 줘." 임완유가 말했다."운전하고 가도 되잖아." 예천우는 사실 진가인을 만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데려다 주기 싫어?" 임완유는 살짝 화가 나 있었다."아니야!""차가 고장 났어." 임완유는 말을 하면서 예천우의 차에 올라탔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유은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완유야, 무슨 일 생겼어? 왜 아직도 안 오는 거니?""무슨 일인데 이렇게 다급해?" 임완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급한 일이니 얼른 와." 유은수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공손 가문의 공손진이 와있었다. 소정이 몰래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우수한 남자가 있다는 걸 모를뻔했다.임완유가 전화를 끊자, 예천우가 물었다."집에 무슨 일 있어?""몰라!"임완유가 고개를 저었다.예천우는 속도를 올렸고 두 사람은 곧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가봐 예천우도 같이 내렸다.유은수는 공손진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노심초사해서 임완유가 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수시로 문을 확인하며 딸을 기다렸다.때마침 임완유가 집안에 들어서자, 유은수가 기
"몰라서 묻니? 당연히 너한테 공손진 도련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소개해주려고 불렀지. 예천우 같은 녀석과 살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유은수가 노발대발했다.'어쩐지, 이 사람 내쫓으려고 하더니...'임완유가 유은수를 나무랐다. "엄마, 내가 언제 해달라고 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아직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야.""네 나이가 몇인데, 곧 있으면 서른이야."유은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늘 도련님 진심으로 대해, 안 그럼 여기서 혀 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너도 도련님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곧 알게 될 거야."임완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유은수는 예천우를 자기 뜻대로 할 수 없게 되자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넌 이따가 완유 경호원이라고 소개해. 안 그럼 가만히 안 있을 거야."예천우가 싱긋 웃더니 말했다. "언제는 저한테 예의를 갖췄었나요?"그는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유은수는 예천우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딱히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황급히 따라갔다."공손 도련님?"임완유가 남자에게 다가가 입을 열자,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허공에서 부딪친 두 사람은 단번에 서로 알아봤다."대표님이세요?"공송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품 넘치는 우아한 기색은 그가 얼마나 점잖은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줬다.유은수는 이 광경에 희색을 띠며 황급히 말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응!"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날 크게 도와주신 분이야.""정말? 이런 인연이 다 있고... 두 사람을 하늘이 이어주나 봐." 유은수가 희색을 띠었다.임완유는 오바를 하는 유은수에게 그만하라는 눈총을 줬다. "엄마, 진정해! 도련님 앞에서 창피하게 왜 이래.""내 말이 틀렸니? 도련님이 워낙 출중한 분이고, 내 딸은 어디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잖아. 천해시에서 가장 유명한 미녀 대표를 쫓아다니는 남자만 해도 한 트럭이야." 유은수가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