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소문하랑 아는 사이야?”예천우는 살짝 놀랐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을 들은 조혜선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소문하마저 예천우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사실 그녀는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어쩐지 방금 예천우는 양대복도 안중에 두지 않았고 양회장도 흑룡회 사람들을 보고 예천우를 건드려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문하마저 예천우에게 이토록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자 이 모든 게 어쩌면 전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조혜선은 마침내 예천우가 왜 계속 두려운 게 없이 여유가 넘쳤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오히려 잘난체했고 쉽게 예천우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망상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겁에 질려서 몸을 떨고 있는 조혜선의 모습을 본 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진나비와 장미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들도 예천우가 전화를 한 후에 넋이 나간 조혜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천우 씨가 통화한 내용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 소문하라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그녀들은 소문하라는 사람을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예... 예천우 씨, 죄송해요. 제가...”그 순간 조혜선은 예천우를 부르는 호칭마저 바뀌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예천우는 고개를 내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넌 이미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 걸 알아차렸네.”“네. 네. 죄송해요. 다 제 잘못...”“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어. 나한테는 크게 미안할 게 없지만 넌 그녀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입혔어.”예천우는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비 씨, 조혜선은 나비 씨와 나미 씨께 맡길게요. 원하는 대로 처리하세요.”그 말이 나오자 조혜선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예전에 진나비에게 미친 짓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진나비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은 죽임을 당할 것만 같았다.진나비와 장미나는 완전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들은 지금 일어난 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들은 조혜선의 배후에 큰 인물이 있을까
장미나는 지금이 바로 복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진나비는 비록 때리지 않았지만 평소에 자기 얼굴을 가장 신경 쓰던 조혜선이 맞아서 퉁퉁 부은 것을 보자 마음이 조금 풀렸다.바로 그때 장미나가 갑자기 말했다.“조혜선, 묻고 싶은 게 있어. 사실대로 말해 줘.”그녀는 말하고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예천우 씨, 절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어리둥절한 예천우가 대답했다.“물론이죠. 안심하세요. 미나 씨가 어떤 질문을 하든 제가 진실한 답만 말하도록 할게요.”“좋아요. 천우 씨, 고마워요.”장미나는 예천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조혜선, 그때 나비 언니의 얼굴을 망가뜨린 화재는... 네가 한 짓이야?”그 말을 듣자 조혜선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이건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비밀이었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장미나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진나비도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급변했다. 진나비는 여태까지 그것이 단지 사고일뿐 누군가가 수작을 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급하게 물었다.“미나야, 그게 무슨 뜻이야? 왜 그런 질문을 해?”그녀는 원래 장미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급한 어조로 물었다.왜냐하면 그 당시 뜻밖의 화재로 그녀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었다.장미나는 여태까지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이 일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단서를 보면 그건 분명히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고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었다.그 당시에는 정말 전혀 조혜선을 의심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조혜선이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진정을 되찾은 조혜선은 즉시 말했다.“아니에요. 전 그런 적이 없어요!”‘조혜선이 아니었구나!’진나비는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누군가가 한 짓이라면 그녀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이 미울 것이다.그 당시 화재 때문에 최고의
이 장면을 본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조혜선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자신을 봐봐.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지금 그 순간 사악하고 모질던 조혜선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진나비의 요구하에 조혜선은 그 당시의 경과를 말했다.“내가 그 재벌들과 술 마시러 가기 싫다고 한 게 그리 큰 죄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조혜선, 난 너한테 잘해줬잖아.”화재의 이유를 들은 진나비는 다시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았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때는 제가 화가 났어요. 나비 씨가 저를 거절한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저도 곤란한 처지였어요. 심지어 이 일 때문에 나비 씨가 저를 욕했어요.”조혜선도 억울한 표정이었다.“오히려 네가 지금 도리를 따져?”장나미는 화가 나서 또 심하게 욕을 한바탕 퍼부은 후에야 다시 돌아가서 진나비를 위로했다. 어찌 됐든 지금은 예천우가 그녀를 치료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진나비는 진정을 되찾았다.그때 예천우가 물었다.“나비 씨, 이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일단 조혜선한테 뜯겼던 돈을 다 돌려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됐어요. 경찰에 신고해서 법으로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합시다.”이미 예천우의 도움을 충분히 많이 받았기에 진나비는 더 이상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조혜선은 아까 이미 자기에게 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이 일은 제가 처리해 줄게요.”예천우는 즉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혜선은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죄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그녀는 진나비에게 끝까지 달라붙어서 괴롭힌 게 가장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이곳에서 예천우를 만나지도 않았을 거고 이런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경찰이 조혜선을 데리고 가자 진나비는 다시 예천우를 향해 말했다.“천우 씨, 정말 고마워요. 천우 씨 덕분에 과거의 진실도 알 수
“맞아요. 그때 교토의 한 피부과 명의도 그렇게 말했어요. 이 모든 게 다 조혜선 탓이에요.”진나비는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조혜선의 말을 듣지 않고 제대로 된 의사를 찾았더라면 진작 치료했을 수도 있었다.예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었다.“치료하는 건 문제가 아닐 거야. 하지만 나를 정말 도와준다면 다시 대중의 시선에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가요계에 복귀할 생각이 있어?”“복귀?”진나비는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제가 정말로 복귀할 수 있을까요?”“물론이지. 게다가 실력만 있으면 예전보다 훨씬 강한 모습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어.”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진나비는 멍해졌다. 원래 그녀의 마음속에는 얼굴 흉터만 고칠 수 있으면 충분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의 원래 생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그녀도 사실 복귀할 수 있다면 기쁘겠지만 예전의 시끄러운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천우 씨,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무슨 질문?”“혹시 연예계에 회사가 있어요?”예천우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연예계의 암묵적 관행들이 두려워서 내 회사에 입사해서 널 지켜달라는 거지?”“네!”진나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만약에 천우 씨께 회사가 없으면 넌 감히 연예계에 다시 복귀할 용기가 안 나요.”그녀는 예전의 무서운 암묵적 관행들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권력과 세력이 없으면 대처할 방법이라곤 전혀 없었다.“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없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널 지키려면 아무도 널 건드릴 수 없어.”예천우가 말하자 진나비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천우 씨가 있어서 많이 안심돼요. 그러면 전적으로 천우 씨의 지시에 따르겠어요.”“좋아. 그러면 내가 사람을 보내 네 얼굴을 치료해 준다는 뉴스를 준비해서 내보낼게. 이제 네가 회복되면 바로 큰 이슈가 될 거야. 임연 그룹의 화장품도 대박 날 거고 너도 수많은 팬을 확보해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어.”예천우가 말하자 진나비가
“그냥 이것저것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어.”“말 안 해도 다 알아. 인터넷에서 나한테 했던 악플 때문이지?”임완유가 말했다.“네가 다 보았어?”“응.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그리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지금 무슨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한테 알려줘도 돼?”“사실 별거 아니야. 조사를 해보니 려성한이 회사 시가가 올라가는 걸 질투해서 다른 두 주주와 결탁해서 이번 일을 저지른 거야.”“그 려성한이라는 자식은 정말 사람도 아니네.”임완유는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당연히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하지만 지금 난 다른 일을 먼저 해야 해.”예천우가 대답했다.“무슨 일?”“우리 회사 화장품의 이미지를 바꿔 놓아야 해.”“좋은 방법이 있어?”“음... 진나비라고 들어본 적이 있어?”“진나비? 어느 진나비를 그러는 거야? 설마 예전에 예쁘게 생긴 가수 진나비?”“바로 그 사람이야. 그녀가 우리와 협력하기로 해서 우리 화장품을 홍보해 주겠대.”“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네가 진나비 씨 얼굴의 흉터를 지울 방법이라도 찾은 거야?”임완유는 진나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그래서 예천우는 멍해 있다가 말했다.“너도 진나비에 대해 아는 것이 많네?”“당연하지. 내가 예전에 진나비의 노래를 엄청나게 좋아했어. 너 혹시 지금 진나비 씨와 함께 있어?”심지어 임완유는 진나비의 팬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임완유에게 즉시 자신이 진나비와 맺은 협력 관계와 어떻게 회사의 이미지를 되찾을 방법을 알려주었다.“내일 오전 발표회에 명의 전문가를 불러서 증명한다고? 그러면 얼굴이 망가진 진나비 씨가 대중 앞에 서야 할 텐데. 진나비 씨가 허락했어?”“응. 이 제안은 심지어 나비 씨가 직접 제출했어.”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그렇게 하자. 이 일은 나한테 맡겨.”임완유는 재빨리 말했다. 다른 복잡한 일은 그녀가 처리 하기 힘들었지만 이런 일은 손쉽게 처
역시 예천우가 움직인 것 같았다.이제 려성한은 아마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임완유가 휴대전화를 보니 이제 겨우 밤 10시였다. 많은 사람이 아직 자지 않았을 것이다.임완유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댓글들을 보았다. 여전히 부정적인 댓글이 많았고 대다수 사람이 아직 인터넷에서 임연 그룹이 아직 대응이 없다는 건 뭔가 찔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임연 그룹의 이미지를 지키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다.임완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예천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건 몰라도 이런 음모와 계략에 대해 예천우는 정말 자유자재로 잘 대처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은 예천우가 정말 어릴 때부터 산에서 자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임연 그룹이 공고를 냈어.”“정말 냈네!”“공고를 내봤자 뭐해. 또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 짓일 거야.”많은 사람은 공고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공고인지 궁금해서 보았다.대략 보면 회사가 조사한 결과 인터넷에서 임연 그룹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첫째, 이번 사건에 대해 임연 그룹은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모든 증거자료를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나중에 경찰이 사건의 구체적인 진상을 발표할 것입니다. 둘째, 피해자가 본 회사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흑반이 나타났다는 뉴스는 사실무근이며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만약에 정말 본 화장품 때문에 흑반이 나타난다면 이미 많은 피해자가 진작에 속출했을 텐데 아직은 대규모로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본 회사는 항상 완벽함을 추구해 왔기에 지금까지 새로운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본 회사의 전문가가 개발한 제품이 실제로 이런 신기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수였던 진나비 씨를 초대할 예정입니다.”이 공고의
화가 난 려성한은 임완유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임완유 씨, 무슨 뜻이에요? 지난 번에 저랑 협의를 보셨잖아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경찰을 불렀어요?”임완유는 그의 말을 듣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려성한 씨, 파렴치한 소인배 주제에 감히 저에게 소리쳐요?”그녀는 방금 예천우로 부터 녹음 파일을 받았다.바로 려성한이 왕건과 다른 주주와 만나서 이번에 어떻게 임연 그룹을 모함할 것인지 토론하는 내용이었다.그 녹음을 들은 임완유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파렴치 하다고? 임완유 씨, 미쳤어요? 혹시 지금 인터넷의 상황이 저랑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런거 아닌가요?”임완유는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당연히 저랑 상관 없는 일이에요. 만약 정말 제가 그랬다면 저는 합의를 어기는 데다가 그것도 모함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어요.”“려성한 씨 말대로라면 이 일은 성한 씨와 전혀 무관하겠네요?”“물론이죠. 그러니까 빨리 경찰보고 조사를 취소하라 하세요.”“허허. 이미 늦었어요. 제가 공고를 올리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요.”임완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그러면 당장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경찰에 빨리 해명해요. 임완유 씨도 계약을 어기는 그런 소인배가 될래요? 지금 이렇게 행동하시면 어떻게 오랫동안 회사에서 일해 온 사람들과 우리 아버지와 당신 할아버지 앞에서 떳떳하게 설 수 있겠어요?”“려성한 씨, 정말 부끄럽네요.”임완유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됐어요. 시간 낭비하기 싫어요. 내가 보낸 것을 좀 봐요.”그녀는 바로 예천우가 보낸 녹음 파일을 그에게도 보내줬다.려성한은 멈칫 놀랐다. 이어서 그는 파일을 보았고 듣는 순간 안색이 크게 변하면서 속으로 욕했다.‘멍청이 같은 새끼들. 정말 내 일을 망치고 있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 당시 상황에 그 두 사람을 빼고는 녹음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그는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냥 모든 돈은 내가 냈던 걸 그랬
임완유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예천우가 보내준 녹음 파일을 할아버지께 바로 보내줬다.할아버지는 녹음을 듣자마자 즉시 화를 내면서 임완유보고 자신의 계획대로 하라고 했다.경찰이 이 사건에 개입하자 임연 그룹의 일부 경영진 사람들은 밤에 바로 경찰서에 소환되었다.장연희도 당연히 그중 한 명이었기에 그녀는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사실 임완유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볼 때부터 그녀는 깜짝 놀라서 이미 유사라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그 후에 그녀는 또 예천우에게 다시 전화했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녀에게 아무 약속도 해주지 않았다. 그녀보고 그냥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고 가서 경찰에게 전달한 내용이 지난번에 자신과 했던 내용과 같고 그 외에 다른 새로운 문제가 없다면 분명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해줬다.이 말을 들은 장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지난번에 예천우게게 숨기지 않고 전부 말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방금 예천우 씨에게 전화하길 잘했네.’예천우가 이렇게 빨리 움직인 걸 생각해 보니 분명 지금에 와서 려성한의 수작을 발견한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분명히 진작에 모든 것을 알고 려성한이 함정에 걸려들기를 기다렸을 것이다.장연희를 돕기 위해서 유사라는 이른 아침에 예천우에게 전화했다. 예천우는 그녀가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멈칫거리다가 받았다.“무슨 일이 있으세요?”뜻밖에도 예천우의 냉담한 태도를 긴장해진 유사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게... 사실은... 장연희에 관해 묻고 싶었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에 장연희 씨는 회사를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았기에 별일 없을 겁니다.”예천우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시간 낭비 하기 싫어서 그녀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네. 알겠어요.”유사라는 예천우와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뜻밖에도 그가 이렇게 냉담할 줄은 몰랐다.“다른 일이 더 있으세요?”“없... 없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