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진은 정말 두려움에 휩싸였다. 특히 공손 가문은 지금 비룡위한테 쫓기고 있고 심지어 할아버지마저 죽었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예천우는 무서운 실력이었고 자기가 심지어 그를 심하게 건드렸다.공손진은 정말 후회스러웠다. 만약 예천우가 이렇게 무서운 실력인 줄 알았더라면 그는 절대 임완유와 예천우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이 세상에 후회약은 없었다.지금 이 순간 공손진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것 외에는 정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왜 벌써 무릎 꿇고 있어요? 아까 뭐라고 했어요? 제가 무릎 꿇고 당신에게 절하면서 용서를 빌게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어요?”예천우는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천우 씨는 신분이 고귀한데 제가 천우 씨께 무릎을 꿇어야죠.”“이제 와서 제가 신분이 고귀해진 거예요? 시골 촌놈이 아닌가 봐요?”“죄송해요. 그동안 제가 무식하고 미련했어요.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천우 씨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절 용서해 주세요. 천우 씨가 절 놓아준다면 전 뭐든지 하겠어요.”공손진은 너무 놀라서 말하면서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게다가 공손진은 매번 정말 심하게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손진의 머리는 온통 피투성이였다.예천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이제 와서 용서를 빌다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공손진은 안색이 창백했고 두렵고 절망적이었기에 줄곧 용서를 빌었다.바로 그때 예천우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그러자 예천우는 전화를 꺼내 보니 임완유였다. 전화를 받자 예천우의 차가운 표정을 사라졌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완유야!”“천우야, 지금 어디야? 공손 가문 사람들이 널 찾으러 가지 않았지?”임완유는 즉시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임완유는 공손 가문, 특히 공손진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예천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만약에 예천우를 찾으면 예천우는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예천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아니면 됐
임완유는 공손진이 불쌍하게 여겨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 잠시 어리둥절했다.‘공손진이 이렇게 비굴하게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고? 정말 완전히 예상 밖이네.’그런데 문제는 확실히 공손진의 목소리였다.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정말 공손진 씨 맞아? 천우야, 네가 미리 녹음하고 날 속이는 게 아니고?”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완유는 참 상상력도 풍부하네.’예천우가 말하기도 전에 공손진은 이미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녹음이 아니에요. 녹음이라면 지금 저는 완유 씨랑 대화할 수 없잖아요. 예천우 씨는 정말 실력이 너무 강해요. 우리는 전혀 천우 씨의 적수가 되지 못해요. 임 대표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저를 한 번만 살려주세요.”이 말을 듣자 임완유는 마침내 예천우가 정말 공손진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공손진은 이렇게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예천우는 임씨 가문이 피해를 볼까 봐 정말 홀로 공손 가문 사람들을 찾으러 갔다. 임씨 가문을 위해 예천우는 모든 것을 바쳤지만 임완유의 가족들은 전혀 그를 몰라주고 있었다.“네... 네가 정말 그 사람들을 이긴 거야?”“그래. 하지만 이 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돼. 너도 날 위해 비밀로 지켜줘야 해.”예천우는 예훈도 공손 가문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예훈한테 찍히면 자신에게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임완유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설마 천우가 그들을 죽이려고 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왜 비밀을 지켜달라는 거지? 게다가 공손진이 저렇게 두려워하는 걸 보니...’임완유는 예천우에게 물었다.“알았어. 비밀을 지킬 거야. 근데 넌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할 예산이야?”예천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공손진이 재빨리 말했다.“임 대표님, 천우 씨가 절 죽이려고 해요. 제발 부탁드리는데 저를 살려주세요. 임 대표님, 부탁드려요. 제발요!”공손진은 말하면서 쿵쿵거리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그는 너무 가볍게 머리를 조아
예천우는 임완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전화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공손진 씨, 저는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이렇게 착한 완유마저도 공손진 씨를 살려주라는 말을 하지 않네요. 이렇게 된 이상 제 탓을 하지 말고 다음 생에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세요.”“싫어요. 안 돼요... 제발, 제발요. 뭐든지 다 드리겠어요. 저를 놓아만 주신다면 공손 가문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공손진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완전히 당황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오른손을 살짝 누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비룡위가 나타난 순간부터 공손 가문은 멸망될 운명인데... 더 이상 뭘 저한테 준다는 거죠?”“하지 마세요. 으악!”공손진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엄청난 힘이 자기 오장육부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 공손진은 입을 크게 벌렸다가 쿵 하고 쓰러졌다.목숨을 잃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손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으니 그가 얼마나 살기를 갈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주위에 이 광경을 지켜보던 공손 가문의 고수들은 안색이 변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다음 차례는 자기겠다고 생각했다.공손 가문의 가주님과 도련님이 전부 죽임을 당했는데 예천우는 그들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그러나 예천우는 뜻밖으로 그들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주로 공손진이 저한테 매달려서 귀찮게 했기 때문이죠. 여러분은 죽고 싶지 않다면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할 게요. 여러분이 원하시는지 모르겠어요.”네 사람은 어리둥절했고 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무슨 제안이죠?”“여러분께서 앞으로 제 일을 도와주세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우리가 나중에 배신하면 어떡하려고요?”“배신? 여러분은 자기 실력이 그렇게 훌륭한지 알아요? 저는 단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고 싶지 않을 뿐이죠. 여러분들이 살고 싶지 않다면 언제든지 한 번 배신해 봐요.”예천우는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네 사람이 곰곰이 생각해
예훈은 공손욱의 위치를 알아내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공손진과 공손욱은 모두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자세히 검사해 보았지만 조금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시체의 부상을 보면 그들을 죽인 사람의 실력은 엄청나게 강했고 아마도 종사에 가까운 고수일 것이다.‘작은 천해시에 종사에 가까운 고수가 있을 줄이야.’비록 두 사람은 모두 죽었지만, 어찌 됐든 시신이 여기에 있으니 돌아가면 임무를 완수했다고 할 수 있었다. 예훈은 자기가 직접 그들을 잡아서 죽여버렸다고 하기로 마음먹었다.예훈과 함께 온 사람들은 모두 그의 측근들이었기에 전부 예훈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같은 시각 예천우는 네 사람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가서 그들을 내려놓고 바로 떠났다.예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어쩐지 예천우가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건 전부 이유가 있었다. 예천우처럼 실력이 막강한 사람이라면 그들이 배신하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았다. 예천우는 단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기 싫었고 그들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줬을 뿐이었다.그들은 예천우가 주고 간 전화번호에 따라 연락해서 곧 양박군을 찾았다.양박군은 이미 사전에 예천우의 전화를 받았다. 예천우가 그에게 실력이 강한 고수 네 명을 부하로 배치해 주겠다고 하니 양박군은 마침 그들과 겨룰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매우 기뻤다.양박군은 맨날 독고살과 겨루었고 심지어 독고살은 요즘은 피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양박군은 이미 흥미를 잃었다.네 사람이 도착하자 양박군의 모습을 보고 모두 멍해졌다. 이렇게 젊은 양박군을 본 그들은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다.그들 네 명은 모두 화경의 고수였고 그 중 두 사람은 심지어 화경 후급의 고수였다.비록 예천우가 젊고 실력이 대단하지만 그와 같은 천재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일 것이다. 예천우가 아닌 다른 젊은 사람은 아무리 대단해도 한계가 있겠다고
“뭐라고? 완유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 예천우 따위로 공손 가주님을 상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공손 가주님은 말할 것도 없고 공손 가문 고수들의 공격을 한방이라도 받아낼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이렇게 천우를 얕보지는 않았을 거야.”임국종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손녀가 정말 예천우 때문에 눈이 먼 거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다니.’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임완유는 무술의 세계를 전혀 몰랐기에 공손욱 같은 고수가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 알 리 없었다.하지만 임완유는 할아버지의 말을 동의할 수 없었다.“제가 한 말은 사실이에요. 조금 전에 천우랑 통화했는데 그가 공손욱 일행을 전부 처리했다고 했어요.”“처리했다고?”임국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게다가 천우가 말하기를 공손 가문 사람들은 실력이 너무 약하다고 했어요. 전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했죠. 그러니 할아버지도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예천우가 분명히 널 속이는 것일 거야.”임국종은 고개를 연신 내저으며 말했다.“어찌 됐든 우리 먼저 숨어야 해. 천우가 정말 해결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어.”“숨으려면 할아버지께서 가서 숨으세요. 전 천우를 믿을 거예요.”임완유는 가지 않으려 했다.“그러면 할아버지를 탓하지 마. 여봐라. 완유 팔다리를 묶어!”임국종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임완유가 그 말을 듣자 마지못해 말했다.“할아버지,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어차피 하루 이틀만 숨어 있으면 되었으니, 할아버지의 뜻을 따르려고 했다.“진작에 이래야지.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야. 내 판단은 절대 틀리지 않을 거야. 예천우 그놈은 분명히 우리를 해치려고 허풍을 떨고 있었던 거야.”임완유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짐을 싸고 가족들과 함께 집을 떠났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막 떠나려고 할 때 예훈이 갑자기 임씨 저택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예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전부 자신이 예천우를 오해했었다. 그래서 임완유는 이번에 저도 모르게 예천우를 더 믿고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입을 열었다.“예훈 도련님, 도련님께서 그들을 직접 죽이신 거예요?”그러자 예훈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재빨리 대답했다.“물론이죠? 임완유 씨는 절 못 믿는 거예요?”“그런 건 아니에요. 전 단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죠. 공손 가문 사람들은 너무 위험하니까요.”“임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제 앞에서 그들은 별거 아닌 벌레 같은 존재요.”예훈은 예씨 가문의 실력을 실컷 자랑하면서 말했다.“임완유 씨는 혹시 용도에 갈 계획이 있나요? 그곳에 있으면 제가 완유 씨를 많이 도와드릴 수 있죠.”임완유는 그의 말뜻을 이내 알아차렸다.“예훈 도련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문의 회사가 실력이 약하기에 아직 그럴 계획은 없어요.”“알겠어요. 그러면 이만 가볼게요.”예훈은 자신이 그 정도까지 자세를 낮춰가며 말했는데 임완유가 또다시 거절하자 일분일초도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아서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하지만 임완유가 이렇게 그를 거절할수록 그는 임완유에게 관심이 갔다.‘이렇게 나온다고? 그래, 임완유 같은 여자만이 나의 여자가 될 수 있어. 물론 내 장난감처럼 놀고 버리는 그런 여자일 뿐이지.’임씨 가문은 지위가 너무 낮았기에 예씨 가문에 시집을 간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예훈 일행이 떠나자 유은수는 벌컥 화를 내며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친 임완유를 눈치가 없다고 욕했다.‘아까 예훈 도련님은 분명히 완유를 좋아하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을 거고, 게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다만 예훈의 실력이 하도 너무 대단했기에 유은수는 방금 아무 소리도 못 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았더라면 그는 임완유를 바로 예훈의 품으로 밀쳐 넣고 싶었다.오히려 임국종이 이번에는 고개를 내저었다.“됐어. 완유가 거절한 게 오히려
“용서를 빌었다고? 네가 직접 눈으로 봤어?”“그건 아니에요.”“그러면 됐잖아. 분명히 예천우가 미리 녹음한 목소리로 널 속인 게 틀림없어. 네가 그렇게 예천우를 믿었다면 왜 아까 예훈 도련님이 있을 때 예천우에게 물어보지 않은 거야? 두 사람의 말을 대조해 보면 바로 사실을 알 수 있잖아.”“저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하지만 예훈 도련님은 분명히 거짓말을 했을 텐데 제가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거잖아요.”사실 임완유에게는 다른 걱정이 있었다. 예천우가 그녀에게 이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가족들에게 이미 알려줬다.예훈에게 다시 말해버리면 예천우에게 불리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게다가 예훈은 거짓말이 들통나면 화가 나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몰랐다.임국종은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손녀가 예천우에게 속아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예천우가 무술 실력이 대단해서 사람을 찾아 그를 혼내 줄 수도 없었다.보아하니 임완유가 직접 예천우의 행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할 방법밖에 없었다.공손 가문 사람들이 이미 죽었으니 임씨 가족들도 피해 다닐 필요가 없었다. 임완유는 방으로 돌아와서 즉시 예천우에게 전화했다.“천우야, 지금 어디야?”“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야. 걱정하지 마. 공손 가문은 이미 끝장났으니 더 이상 임씨 가문에 피해를 주지 못할 거야.”예천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고 있어. 방금 예훈 도련님이 와서 그가 공손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고 했어.”“그 말을 믿었어?”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임완유는 자기 신분을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몇 번이고 줄곧 자신을 믿지 않자 예천우도 실망했다.“아니. 난 널 믿어. 네가 나보고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으니 난 그와 말하지 않았어.”“잘했어.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야.”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진지하게 너와 말하고 있다고.”“나도 진지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나를 믿은 게
정말 상당히 매력적인 여자였다.“그쪽이 예천우예요?”여자는 비록 예천우를 실물로 보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고 오늘 일부러 찾아왔다.예천우는 눈앞의 여자가 누군지 몰랐기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그래요. 누구세요?”“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 가문을 도울 수 있다고 허풍을 떨면서 심지어 송씨 가문의 고급 별장 한 채를 사기 쳤어요?”여자는 화를 내며 예천우에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예천우는 바로 누군가 알아차렸다. 이렇게 기세가 등등하고 기질이 뛰어난 걸 봐서는 아마도 송미령일 것이다.“왜요? 할 말이 없죠?”옆에 있던 남자도 입을 열었다.“당신은 정말 배짱이 대단하군요. 감히 송씨네 별장을 사기 치다니. 죽고 싶어요?”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그쪽은 또 누구세요?”“제가 누군지 말하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저는 홀스 그룹의 후계자인 김서준이죠. 홀스 그룹이라고 들어 봤어요? 자산만 해도 수천억 원이에요.”“수천억 원이 그렇게 많은 돈이에요?”“많은 편이죠. 수천억 원이 무슨 개념인지 아세요?”김서준은 화가 났다.“간단히 말하면 당신 같은 놈은 수백 번 죽게 해도 절대 무사하게 만들 수 있는 돈이죠.”“그렇게 대단해요?”“당연하죠. 미령이가 저를 말려서 다행인 줄 알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기에 나타날 필요도 없었겠죠. 당신은 이미 죽었을 거예요.”“그렇게 대단하다는 사람이 왜 저를 찾은 거죠? 려정수를 당신들이 직접 상대하면 되겠네요.”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김서준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가 송미령에게 물었다.“려정수가 누구야?”송미령은 단지 송씨 가문의 별장을 사기 친 사기꾼을 찾으러 간다고 했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려정수가 누군지 묻고도 김서준은 송미령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서 바로 말했다.“려정수인지 뭔지 하는 자식은 신경 쓰지 마. 나 김서준이 나서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사기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