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의 말을 들은 디자인 부서 직원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변했다.‘바로 시작된 건가?’유영진 부대표님은 매우 체면을 중시하고 상당히 횡포한 사람이었다. 진한수보다 훨씬 지위가 높고 실력이 대단했는데 예천우는 이렇게 바로 그와 맞섰다.아니나 다를까 유영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정말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한수마저 상대할 수 없는 놈이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하지만 유영진은 그래도 가슴속의 불만을 가까스로 참아가며 말했다.“제가 늦게 온건 이유가 있었어요. 방금 한 고위직의 권력자 친구가 저한테 전화가 와서 가장 먼저 오지 못했어요. 다른 사람의 전화라면 당연히 바로 끊겠지만 아까 전화는 정말 끊으면 안 되는 전화였어요. 그를 건드렸다간 우리 그룹은 즉시 파산할 수도 있어요.”유영진은 분명히 예천우를 협박하고 있었다.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일이 있었어? 그러면 정말 안 되지.”“그러게 말이에요.”유영진은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이 분명히 나한테 겁을 먹은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내가 이따가 널 어떻게 혼내주면 좋을까?’“예 대표님, 이쪽으로 가시죠. 대표님께서 우리를 이곳으로 집합시킨 건 직원 총회를 개최하시려는 거예요?”유영진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하지만 이곳은 좀 불편하지 않아요? 너무 멀리 서 있으면 대표님의 말씀을 듣지 못할 것 같네요. 마이크도 없고 스피커도 없으니 말이에요.”유영진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준비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유영진은 자지가 이 회사의 실권자라는 것을 예천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괜찮아. 내 목소리가 꽤 큰 편이니 모두 들을 수 있을 거야.”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됐어요.”유영진은 속으로 예천우를 비웃었다.‘네가 아무리 목소리가 크다고 해도 이렇게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멍해져서 놀란 어조로 말했다.“그 병신 새끼가 아직도 천해시를 떠나지 않은 거야?”“뭐? 뭐라고?”임완유는 깜짝 놀랐다.“아니야. 몇 시에 밥 먹는 거야?”“11시 반, 사계루 레스토랑이야.”“그렇게 일찍 밥을 먹는 거야? 일단 알았어. 넌 시름 놓고 약속 장소로 가.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따가 널 찾으러 갈게.”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임완유는 살짝 멍해졌다.‘천우의 말은 무슨 뜻이지? 설마 소란을 피우러 오겠다는 건 아니겠지? 미친 거 아니야. 그러면 분명히 여정수를 건드릴 텐데.’하지만 예천우가 나서지 않는다면 임완유도 혼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임국종과 유은수는 이번에 임완유가 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정말 완전히 사이가 틀어질 것이고 심지어 임씨 가문 전체를 해칠 것이라고 협박했다.‘됐어. 나도 몰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 어쩌면 천우가 그만의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야.’예천우는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시간을 보았다. 지금 벌써 10시였다. 이곳에서 사계루 레스토랑까지 꽤 먼 거리였기에 서둘러야 했다.예천우는 직접 가서 의자 몇 개를 가져와서 먼저 의자 두 개를 탁자 위에 마주하게 올려놓고, 이어서 의자를 하나 더 올려놓고 바로 의자 위에 올라섰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뜻밖으로 새로 온 대표님은 심지어 잡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의자 위에 그렇게 쉽게 올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유영진 등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은근히 예천우를 비웃었다.‘이 새끼는 도대체 정체가 뭐야. 여긴 서커스단이 아니라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표야. 정말 웃겨 죽겠네.’예천우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홀스 그룹의 새로운 대표 예천우라고 합니다. 다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도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이따가 바로 가야 해요. 그래서 이 자리
이 임명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예천우의 목소리는 투과력이 강했기 때문에 크게 들리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다.사람들은 모두 예천우가 뭐라고 했는지 똑똑히 들렸다.왕경수는 영업부에서 차장이었지만 바로 부대표의 자리에 올랐다.게다가 예천우는 왕경수가 그를 대신해 그룹의 업무를 관리한다고 하니 거의 대표나 다름없었다.정말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안고은도 살짝 멍해졌다.방금 일을 겪으면서 그녀는 예천우가 다른 결정을 내리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천우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예천우는 지금 회사의 모든 고위층 사람에게 도발하는 것이었다.주미원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주미원은 사실 예천우가 단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예천우는 어쩌면 회사에서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이 순순히 예천우의 말을 들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장슬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왕경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멍해졌다.주위 사람들이 의아한 시선으로 왕경수를 바라보자 왕경수도 어리둥절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옮길지 말지 고민했어. 가장 좋기는 송씨 가문의 회사에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대표님은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걸까? 대표님은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굳이 날 선택한 걸까?’그 순간 유영진은 얼굴이 굳어졌고 심지어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예천우를 노려보다가 다시 옆에 서 있던 다른 고위직 사람들에게 눈짓했다.그들은 이미 연합하여 새로운 대표와 맞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진한수도 멍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예천우를 쳐다보았다.‘이 새끼가 미쳤어?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하지만 예천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직접 말했다.“왕경수 씨가 어디 계세요? 이쪽으로 오세요.”왕경수는 원래 좀 뒤에
“좋아요.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런 자신감이죠. 그러면 왕경수 씨의 직위는 이렇게 결정합시다. 오늘부터 왕경수 씨는 회사의 새로운 부대표로 취임하세요.”예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잠시만요!”그때 유영진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예 대표님은 방금 회사에 왔을 뿐인데 아무런 상황도 모르면서 바로 새로운 부대표를 임명하는 건 너무 경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다 같이 앉아서 투표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에요?”“그럴 필요 없어. 나에게는 절대적인 결정권이 있지.”예천우는 기세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유영진은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어두워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예 대표님이 이렇게 독단적으로 나오면 회사 전체에 해를 끼치는 거예요. 이러시면 누가 감히 대표님 밑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일하기 싫다고? 좋아. 일하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모든 사람의 안색이 전부 변했다. 특히 예천우의 냉담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자 그는 누구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제가요!”그때 진한수가 앞으로 나서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방금 나한테 쩔쩔매던 녀석이 감히 큰소리를 쳐? 이제 내가 널 혼내줄 차례야. 아까도 나보고 회사에서 꺼지라며? 결국 나한테 겁먹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잖아.’그렇게 생각한 진한수는 득의만면한 표정으로 나섰다.예천우는 그가 나오는 것을 보자 빙긋 웃었다. 그러자 진한수는 또 예천우가 자기한테 겁먹은 줄 알았다. 그때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네가 일하기 싫다면 네 자리는 디자인 부서의 주미원 씨가 맡으면 되겠네.”“주미원 씨, 여기로 오세요.”예천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네!”주미원이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예 대표님.”“오늘부터 주미원 씨가 진 부장님의 자리를 이어받으면 돼요. 문제없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문제없어요.”주미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큰 그룹의 디자인 부서를 책임지게 될 것
“그래?”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담담하게 말했다.“진한수, 내가 알기로는 넌 재작년부터 여러 번 회사의 디자인을 다른 경쟁사에 팔아서 큰돈을 챙겼지. 사실이야?”“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건 루머예요. 어느 새끼가 그래요? 죽여버리겠어요.”진한수는 안색이 크게 변했고 즉시 언성을 높였다.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는 건 진한수도 깜짝 놀랐음을 알 수 있었다.“루머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재작년 6월 8일... 작년... 그리고 최근에도 있지. 지난 6일, 넌 주미원 씨가 디자인한 반지와 다른 디자인을 다른 경쟁사에 팔아 2억 원을 챙겼지.”예천우가 말한 날짜와 심지어 금액까지 모두 상세했다.진한수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졌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얼른 부인했다.“그건 다 루머예요. 다른 사람들이 한 헛소리일 뿐이라고요. 사실이 아닙니다.”진한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졌다.주로 예천우가 한 말이 너무 상세했고 비록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들이었다.디자인 부서의 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 하나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내 그들은 진한수가 거절했던 디자인 기획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게 되었다.분명히 어떤 디자인들은 아주 좋은데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알고 보니 진한수가 그걸 다른 회사에 팔았다.유영진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진한수에 관한 일을 그들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예천우가 이렇게 상세히 조사할 줄은 몰랐다.‘진한수를 이 정도로 조사했다면 어쩌면 우리도...’“사실이 아니야? 좋아.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서 하나하나 사실대로 조사하라면 되겠네. 너도 누명을 씻을 수 있고.”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안 돼요. 안 된다고요!”진한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사실 예천우가 그렇게 자세히 말할 때부터 그는 이미 다리에 힘이 빠졌다.지금은 아예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진한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예
하지만 어쩌면 예천우는 디자인 부서의 일만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오늘 예천우가 오자마자 바로 디자인 부서로 간 걸 봐서는 아마 디자인 부서에서 누군가 예천우에게 몰래 일러바친 것 같았다.‘그래. 분명히 그럴 거야.’그렇게 생각하니 진한수는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진한수가 불쌍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회사의 이런 작은 일 때문이라면 난 정말 너무 따지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넌 이것보다 더 구역질 나게 하는 일을 저질렀지.”“뭐라고요? 전 예전에 예 대표님을 알지도 못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진한수는 급해 죽을 것만 같았다.“여자 문제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넌 디자인 부서 부장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여러 명의 여성 직원을 협박해서 그녀들과 잠자리를 가졌지. 그녀들에게 상처를 준 건 둘째 치고 그녀들은 심지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이건 정말 너무 큰 죄야.”그 말을 듣자 진한수는 안색이 창백하여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예천우는 더 이상 진한수를 상관하지 않고 직접 말했다.“유영진, 너도 날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랑 한번 해볼래?”유영진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조금 변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천우에게는 자기의 비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자신을 직접 공격했을 것이다.유영진을 해결하면 모든 사람을 전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천우가 직접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보면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유영진은 즉시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인정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단지 대표님의 독단적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죠. 대표님께서 이렇게...”“작년 7월, 넌 대성 그룹의 왕 대표님과 합의하여 우리 회사의 입찰서를 상대방에게 미리 누설하여 회사가 나중에 입찰에 실패하여 막대한 손실을 보았지.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넌 또 같은 수법으로...”예천우가 아무렇게나 몇 가
한도연은 감히 섣불리 예천우를 반박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회사에서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부대표 유영진과 진한수도 모두 망했다.한도연의 일은 예천우가 왕경수에게 대충 물어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어쩌면 왕경수가 날 짓밟고 올라가기 위해 대표님한테 일러바쳤을 수도 있어.’이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다.방금까지만 해도 예천우는 절대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일은 이렇게 되었으니 새로운 대표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안고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예천우는 정말 그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주미원과 다른 사람들도 멍해졌다. 그녀들의 생각에 원래 그렇게 불가능했던 일이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부대표 유영진, 디자인 부서 부장 진한수, 영업부 부장 한도연, 이 사람들은 회사를 갉아먹는 3대 우두머리였다.물론 구매 부서와 다른 부서에도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하지만 이 3명이 무너지면 다른 사람들도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었다.예천우는 한도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진작이 이렇게 나와야지. 이따가 스스로 왕경수를 찾아서 모든 걸 자백해. 그리고 회사가 입은 손실만큼 돈으로 배상해.”“네!”한도연은 고개를 숙이고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감히 한마디 대꾸도 하지 못했다.“명심해. 전부 자백해야 해. 알겠지? 조금이라도 숨긴다면 난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말했다.“명심하겠습니다.”한도연은 다급하게 말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김 대표님이 회사를 그만둘 때 함께 그만두어야 했어.’지금에 와서 회사의 손실을 배상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자백하라고 하니 한도연은 도대체 어느 것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전부 말하면 대가가 너무 컸고 일부분만 자백해서 예천우가 경찰에 신고하면 모든 게 끝장이 날 것이다.예천우는 왕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왕경수 씨,
원래 예천우는 기억력이 뛰어났기에 직원들의 이름 한명 한명씩 대면서 각자 맡은 업무를 잘 정해주었다.임명은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제 회사에 갓 온 예천우는 모든 사람의 이름과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이름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부 알고 있었고 심지어 모든 게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이건 결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새로운 대표님은 아주 실력이 막강했고 정말로 그룹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은 모두 즉시 솔직하게 자기 문제를 고백하려고 마음먹었다.“오늘 구체적인 임명은 현재로서 여기까지예요. 하지만 앞으로 누가 아주 훌륭하고 일을 잘하면 누구에게도 평등한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제 눈에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당연히 승진할 수 있어요. 물론 인성도 매우 중요하죠. 적어도 비도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법을 위반해서도 더욱 안 돼요.”“자, 이제 여러분의 활약을 기대할게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예천우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왕경수에게 말했다.“왕경수 씨, 저를 따라오세요.”“네!”왕경수는 재빨리 예천우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떠나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회사가 이렇게 급변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사람들은 특히 왕경수를 매우 부러워했다. 왕경수가 능력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는 부서의 차장으로부터 바로 회사의 부대표가 되었다.예천우 외에 모든 사람이 그의 부하가 되었다.유영진 등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몸에 힘이 풀려서 축 늘어져 있었다.예천우가 이미 떠났어도 그들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두려웠고 하나같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예천우가 분명히 진한수를 놓아주지 않고 그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진한수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사무실로 돌아온 예천우는 왕경수에게 직접 말했다.“유영진과 몇몇 사람들의 상황은 계속하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