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은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서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연아, 일찍 올 거였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어? 이분은 누구야?”여자의 시선이 옆에 있는 한지훈에게 닿았다.“지훈 씨야. 전에 얘기했었던 내 남편. 오늘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할 거야.”강우연은 간단히 소개를 하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이쪽은 한이연이에요. 이 코디샵 사장이죠. 정말 예쁘지 않나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이연이가 더 예쁜 것 같아요.”“당신 말처럼 미인이네. 하지만 내 눈에는 당신이 더 예뻐.”한지훈은 한이연이라는 여자에게 힐끗 시선을 주고는 다시 웃는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흘겼다.“말이나 못하면….”“반가워요, 한이연이에요.”미인이 인사하며 하얀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우리가 같은 한씨일 줄은 몰랐네요. 우연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남이신데요?”“당신 같은 미인과 같은 성씨라니 제 영광이죠.”한지훈은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그 말을 들은 한이연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웃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이제 안으로 들어가죠.”한이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정원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와 우리에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공작새와 호랑이를 보고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동물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호랑이와 공작새를 애왕용으로 키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정말 대단해요.”강우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한지훈은 못본척 행동했다.유명 코디샵 주인으로써 한이연의 연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녀를 찾는 손님 중에는 잘나가는 기업 대표들도 많았고 한이연에게 돈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기에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한이연은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답했다.“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재
다른 남자였으면 코피를 쏟을만한 장면이었지만 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돌려 거울 앞에 서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갑자기 피가 코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경국지색이라는 말도 강우연에게는 부족할만큼 단장한 뒤의 그녀는 아름다웠다.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붉은색 이브닝 드레스는 뒤가 파인 디자인이었고 하얗고 둥근 어깨도 살짝 드러냈다.평소와는 다르게 섹시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긴 머리는 우아하게 틀어 올려 가는 목선을 드러냈다.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이연과 같이 서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몸매였다.뒤돌아선 강우연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남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에 강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다.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여보, 너무 예뻐.”한지훈은 솔직하게 감탄사를 늘어놓았다.강우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먼저 나가 있을 테니까 남편 부탁해.”휴게실로 간 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설득할지 고민했다.한편, 한이연은 문을 닫고는 거울 앞의 의자를 툭툭 치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여기 와서 앉아요.”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지훈은 어색하기도 해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 여기 와서 앉으라니까요?”한이연은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네, 지금 가요.”한지훈은 그제야 걸음을 옮겨 거울 앞에 마주 앉았다.고개를 들자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한이연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한이연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한편, 자기 일
요염한 여자가 눈앞에서 자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한지훈은 코끝이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자꾸만 후각을 자극했다.대충 얼굴을 수습한 뒤에 한이연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30분도 안 되어 꽤 괜찮은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평소의 모습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화책에서 금방 걸어 나온 왕자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원래도 미남이었지만 평소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우연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요. 정말 멋져요.”한이연은 팔짱을 끼고는 한지훈의 뒤에 서서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본판이 좋아서 그래요.”“아이고… 말이나 못하면. 의상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어울리는 옷 몇 벌 골라드릴게요.”한이연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앞장서서 의상실로 향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마음속에서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여자의 매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커다란 의상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브랜드 의류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 장인들이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판 작품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도 일반인의 일년 수입에 맞먹을 가격이었다.사실 한이연은 아무나 자신의 의상실에 들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옷들은 그녀가 직접 애정하는 소장품들로 그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였다. 정말 친한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의상실에 들어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건 어때요? 한번 입어봐요.”한이연은 무심하게 셔츠 하나를 골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이즈는 알아요?”“내 눈을 믿어요. 한번 보면 사이즈를 알거든요.”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런 점은 저와 같네요.”한지훈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단련된 한지훈의 몸매는 균형 잡힌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한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물론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이연은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왜 없지? 주군의 정보가 틀렸나?’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서 있게 할 거예요? 설마 내 몸매 보고 반한 건 아니죠?”한이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셔츠를 그에게 건넸다.“이거로 갈아입어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네? 좀 너무하네요.”한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몸까지 보여드렸는데 한이연 씨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한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장난이시죠?”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뭔가 오해했나 보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장난 아닌데요?”한지훈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치고는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장난하는 거로 보여?”한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내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겼다.설마 들킨 걸까?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숨 막히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점점 의상실 분위기는 뜨겁게 변해갔고 한이연은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이 그녀가 속으로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가 말이 없자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을 만지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가슴 가까이로 손이 내려가자 한이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여기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한지훈은 당황한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못 믿겠
그녀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사실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지훈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상함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했다.“나한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너에게 날 쓰러뜨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움직였을 거야.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네가 누군지, 목적이 뭔지 말해. 어쩌면 우연이 얼굴을 봐서 널 살려줄 수도 있으니까.”한이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민에 잠겼다.“내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한지훈은 손끝으로 단추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한이연은 당황해서 점점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어질ㅓ웠다.“이제 말해. 넌 누구고 왜 여기로 온 거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아니면 나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건가?”한이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입을 다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정말 자백을 거부할 거야?”물론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한이연 정도는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침묵을 선택했다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이연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겼다.순식간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하얀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참으로 완벽한 몸매였다.한이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앞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정하게 그 손을 잡아 뒤로 고정했다.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망할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어깨가 젖혀지면서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남자의 앞에 드러났다.그녀는 나가기만 하면 이 파렴치한 남자를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한지훈은 차가운 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실 난 아주 관대한 사람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상대
한지훈이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허공에 올리자 놀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한이연은 거친 숨을 토하며 긴장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왜? 겁이 나?”한지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이런 결과도 예상했었어야지. 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불붙는 건 당연하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한 건가? 넌 남자들이 다 좋아하는 몸매를 가졌어. 그런 몸으로 대놓고 날 유혹했다면 무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겠지.”“내 생각에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 첫째,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 둘째, 넌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나한테 접근한 거야. 내 말이 틀려?”한이연은 움찔하며 경악한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그의 예상은 정확했다.한지훈은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내 얼굴 보고 반해서 날 소유하고 싶어서 일부러 유혹했거나. 정말 그런 거라면 꿈 깨. 난 헤픈 사람도 아니고 내 아내도 이런 걸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한이연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어찌 이렇게 건방진 자식이 다 있지?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까?한지훈은 허공에 멈춘 손을 힐끗 보고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같은 공간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나도 참기 힘든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한이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싸늘하게 말했다.“나 건드리지 마! 허튼 수작 부렸다가는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그 말을 하는 사이에 이미 한지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까지 닿았다. 한이연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감았다. 온몸을 떠는 모습이 뭔가 고민이 많아 보였다.한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후회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었다.왜 하필이면 직접 나선다고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 걸까? 이러다가 주군의 계획마저 다 들통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그녀는 상
한지훈은 옆에 있던 옷걸이에서 셔츠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물론 그 과정에서 피부가 닿는 것은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한이연은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곧이어 한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문을 열어. 우연이 오해하면 곤란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뒤돌아서 한이연과 거리를 두었다. 다시 노크소리가 들리자 한이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강이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이연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연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한이연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얼굴을 매만지며 조금 전 한지훈과 대치하고 있던 상황을 떠올리며 분을 삭혔다.“그래? 의상실이 좀 더웠나 봐.”그녀는 어색한 얼굴로 변명했다. 어쩐 일인지 조금 전 한지훈의 만행을 강우연에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난 별로 안 더운데? 어쩌면 단 둘이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까 이연 씨가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나 봐. 내가 좀 잘생겼잖아?”이때 소파에서 일어선 한지훈이 피식거리며 말했다.강우연이 고개를 들자 이미 세미정장으로 갈아입은 한지훈이 보였다.하얀색 셔츠에 검은색 외투는 그의 귀티 나는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고 심플한 디자인의 브로치로 포인트를 주어 따분함을 덜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심플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차림이었다. 한이연이 골라준 옷은 마치 그를 위해 제작한 것처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강우연뿐이 아니라 한이연마저도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바라보았다.하지만 조금 전 그가 했던 만행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며 이가 갈렸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을 부릅뜨며 한지훈을 쏘아보았다.“시간 다 돼가는 것 같으니까 이제 가자.”강우연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지훈은 강우연이 다 내려간 뒤에 한이연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네가 누구든, 네 배후에 누가 있든, 그리고 목적이 뭐든 우연이는 건드리지 마. 네가 매력적인 미
비즈니스 파티에는 우연그룹의 고위임원들을 제외하고도 강중의 유명 기업 인사들과 지방 대기업 오너들까지 초대되었다.강우연과 한지훈은 조금 더 일찍 행사장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서 그들은 의학협회의 이 회장을 만났다.그는 여성 파트너와 동행했는데 강우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정말 왔네요? 안 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고개를 돌린 강우연은 이 회장의 얄미운 얼굴을 보고 싸늘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강우연을 먼저 들여보낸 한지훈이 어깨를 툭 치자 이 회장은 겁이 나서 황급히 피하며 물었다.“뭐… 뭐 하자는 거지?”한지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경고하듯 말했다.“이 회장님, 조용히 지내다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가 누군지는 이 회장님이 더 잘 알 거예요. 지난번 경고, 장난 아니었습니다.”“당신이 북양왕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의학협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우리의 배후에는 약왕파가 있어. 네가 아무리 잘나도 나한테 존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 오늘 저녁에 네 콧대를 꺾어줄 분이 도착하실 거야!”이 회장은 어젯밤 일만 떠올리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오늘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한지훈이 정말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한지훈은 눈썹을 꿈틀하며 냉소를 지었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그런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당신, 죽고 싶어?”이 회장은 욕설을 퍼부으며 뒤로 뒷걸음질쳤다.“두고 봐. 오늘 넌 제대로 망신당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파트너와 함께 파티홀로 들어갔다.한지훈은 도망치듯이 현장을 떠나는 이 회장의 뒷모습을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연회가 정식으로 시작되고 따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한지훈은 조용히 강우연의 곁을 지켰다.오늘 초대된 사람들은 전부 의학 업계에서 한 자리 차지한 인물들이었다. 강중과 다른 도시의 의학 업계의 유명 인사들은 전부 이곳에 모였다.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
육천릉은 한지훈이 이 일에 관심을 보이자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보낸 사람들이 어젯밤에 사진을 한 장 보내왔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서둘러 사진 한 장을 꺼내 한지훈에게 내밀었다.사진은 다소 멀리서 촬영된 탓에 꽤 흐릿했지만, 천생서문에 기록된 묘사와는 놀랍도록 잘 들어맞았다.여섯 장의 꽃잎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었고, 꽃술 한가운데엔 보랏빛 꽃봉오리 하나가 있어 매우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보통 사람의 수명이 이십 년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일성 병왕의 전력을 지닌 채 태어나기도 했다.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무도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성장 속도 또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어떤 종문들은 전투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약까지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일부 국가는 무인으로 구성된 특수 군대를 조직하여 국력을 강화하고자 했다.용국 또한 이런 군대를 조직하였지만, 현재는 어느 국가도 감히 용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따라서 용국의 군대는 주로 무력의 상징으로 기능할 뿐이었다.하지만 자소화라는 이 기이한 꽃의 효능을 제대로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한지훈은 예전에 한 야외 생존 프로그램을 보다가, 참가자가 이 자소화를 독초로 착각하고 꺾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속으로 얼마나 애가 탔던지!영기가 되살아난 지금, 이와 같은 신기한 꽃과 약초는 앞으로도 점점 많아질 것이 분명했다.특히 외국과는 달리, 용국의 오대 명산에서는 자소화의 효과에 대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었다.그 때문에 대량산은 단시간 내에 수많은 종문에 의해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일반인은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육천릉이 보낸 자들도 멀리서 겨우 이 한 장의 흐릿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였다.“보아하니, 이 자소화를 노리는 이들이 꽤 많겠군.”한지훈
수년 후.산성시의 옥기 상점 안, 장발의 사내가 한 쌍의 남매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있었다.소년은 얼굴에 앳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짓 하나 발짓 하나 모두 본받을 만한 기세를 품고 있었고, 소녀는 더욱이 품새 하나하나에 눈에 띄는 기세와 무형의 위압이 서려 있었다.“여보, 애들 좀 쉬게 하지 그래요? 조금 있다가 도청도 불러서 다 같이 캠핑 가요, 어때요?”강우연은 캠핑에 쓸 텐트와 조리 도구를 챙기며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한지훈은 줄곧 이곳에 은거하며, 한편으로는 천생서문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큰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까지도 제법 많은 역외 강자들이 돌아왔지만, 한지훈이 정한 세계의 판도를 감히 뒤흔드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합국 상임이사 자리는 바로 용국이 차지하고 있었고, 세계의 운영 방식조차 모두 용국의 입김 아래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세속적인 겉모습에 불과했다.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용국 내부조차도 암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한지훈은 아직 대세가 변화하기 전에는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 역시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지금 그는 그저 이 옥기 상점의 사장일 뿐이었고, 강우연은 그저 옥기 상점의 사모였다.비록 나씨 집안에서 종종 사람을 보내 한지훈을 문안하며, 집안 후손들을 수련시키러 보내곤 했지만, 모두 한지훈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고 있었다.신룡전의 삼대 용존 역시 지금은 모두 이성 천신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정작 한지훈 자신은 아직도 일성 준천신계에 머물러 있었다.하지만 그것은 한지훈이 돌파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천신계에 진입한 후 그는 이 경지에 들어선 자에게는 경지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법에 대한 이해와 운용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상위 경지를 거슬
한편, 오륙 무도학원의 진법루 안에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빛기둥이 솟아올랐다!그 찬란한 빛기둥은 무려 사흘 밤낮 동안 계속되었다!마침내, 진법루 전체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더니, 지면 위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이 나타났다.그 심연 아래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광막이 아른거리며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냈다!이제서야 오대 명산의 고위 무인들도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의 영기가 이미 고갈되어 그 강대한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기의 회복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이 순간, 지표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예전엔 무릎 높이밖에 자라지 않던 목초가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를 훌쩍 넘겼으며, 야생 동물들 또한 이전보다 몇 배는 커진 모습이었다!한 오륙 사냥꾼이 산속에서 몸무게 40킬로그램, 길이 1미터에 달하는 토끼를 사냥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미륙의 어민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보도는 또다시 전 세계인의 신경을 자극했다!한때 드문드문했던 숲은 하룻밤 사이에 무성해졌으며, 사막에도 대규모의 오아시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여러 명산 역시 짙은 안개에 휩싸인 채, 산봉우리들이 치솟으며 기존보다 몇 배나 웅장해졌다!이제 전 세계적으로 무공 수련 열풍이 일었다.특히 용국에서는 무종들이 세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이전과 다른 점은, 무종들이 이제 더는 조정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세력이 되었다는 점이었다!용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무도 재판소가 설립되었고, 이 재판소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무인들을 심판하기 위한 기관이었다!영기의 귀환과 함께, 그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갔던 무적천이 갑자기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과 융합되지 못하고 있던 흑룡의 심장이, 이 순간 묘
모든 이들은 그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이들이 경외심에 찬 시선을 드러냈다.앨러스의 긴장된 마음도, 그 순간 조금은 누그러졌다.보아하니, 고대 인디언들이 결국 움직인 모양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허공에 떠오른 그 거대한 얼굴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자, 하늘에서 눈 부신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눈 깜짝할 사이에, 미륙 전역에 퍼져 있던 앨러스 족속들이 무수한 별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그들 중엔 전신계나 사령관 경지의 강자들도 많았고, 본능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천신계 강자 앞에서는 저항이란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단 한 호흡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가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지훈! 네… 네놈은 어째서 우리를 노리는 건가!”눈앞에서 하나둘 동족이 죽어 나가자, 앨러스의 눈동자는 충혈되어 터질 듯 부릅떴다.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던 그 거대한 얼굴조차 노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비록 앨러스의 족속들이 죄를 저질렀다지만, 한지훈이 이때 손을 쓴 것은 그의 위엄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한지훈! 경고한다. 이 땅에서 더 이상 행패를 부리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란한 별빛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덮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허공에서 사라졌고, 이국 전체는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냉랭한 눈으로 하늘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했다.“너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그들이 인류 멸망 계획을 실행하려고 망상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인류를 멸종시키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있다면, 먼저 그들 자신부터 사라져야겠지.”“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든 용국으로 찾아와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 위 거대한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그렇다, 앨러스 족은 분명 전 인류를 죽이고, 오직 자신들의 후손만 남겨 지구를 지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엘러스는 한지훈이 정말로 이국과 결전을 벌이려 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지금의 한지훈은 이미 전 세계의 꼭대기에 선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비록 머지않아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면 한지훈도 다시 미미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부터 몇 년 후 그들이 완전히 귀환하기 전까지는, 한지훈은 신화 같은 존재였다.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얻은 이익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뻔히 알고 있었다. 부와 절세의 미녀들, 모두가 그의 손짓 한 번에 오고 갈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한지훈, 우리는 네 실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우리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엘러스는 결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국 최고위층을 대표할 뿐 아니라, 유다 민족 전체를 대표해 한지훈과 조건을 논의하고 있었다.역사적으로 2천 년 넘게 떠돌던 이 민족은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로 비장의 수를 꺼내지 않으며 그들의 속셈과 진짜 저력을 세상에 드러내지도 않았다.반면 한지훈은? 말 그대로 혼자뿐이었다. 용국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얼마나 될까?하지만 엘러스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비웃을 뿐이었다. “너희가 나랑 조건을 논할 자격이 있나?”“한지훈, 잘 생각해.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겠지?”엘러스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건 이국 고위층뿐만이 아니었고, 미륙 전체의 최고위 인사들과 이스렐 국가 원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들이 전부 이곳에 모인 것이다.게다가 현 세계에서 가장 정예의 무기들이 이미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고, 엘러스는 한마디 명령만 내리면 한지훈을 중상 입힐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비록 중상에 불과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용국의 여러 명산들이 한지훈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오히려 이국에 협력해 그를 제거하려 들지도 모른다.엘러스의 계략은 음흉했지만 시국 판단에 있어서는 매우 정확했
“그자 혼자서 정말로 한 나라 전체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영륜은 멸망했지만, 우리 이국은 광활한 국토가 방패가 될 것입니다!”“게다가, 아직 고대 인디언의 강자들도 우리가 부르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와 그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미 같은 배를 탄 처지이니 그들도 분명 우리를 도와줄 것입니다!”앨러스는 차갑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 평화 회담은 절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누군가 먼저 화해를 입에 올린다면, 그건 곧 그쪽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이국은 수백 년에 걸쳐 세계의 정상에 올랐는데, 어찌 그 패권을 고스란히 용국에게 넘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주인은 사실 유다인이었고, 이국은 유다인의 도구이며 세계를 지배하는 중요한 무기였다.만약 이국이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잃게 된다면, 유다 민족은 순식간에 다른 나라들에 의해 찢기고 짓밟힐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국의 51구역은 유다인과 일부 선사 문명이 거래를 진행하는 구역이며, 이 51구역을 통해 이국은 수많은 첨단 과학기술을 얻어낼 수 있었다.이런 점들 또한 앨러스가 결코 용국을 위해 조연 역할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였다.“다들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모두 유다인의 후손입니다. 만약 이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잃는다면, 우리 유다 민족의 나라 역시 곧 전 세계의 청산 대상이 될 것입니다!”“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유다 민족의 국가는 이미 주변국들의 영토를 침범하고, 수많은 노동력과 여성들을 약탈했습니다. 만약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면, 우리의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앨러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스렐과 유다 민족이 공수해 만든 나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변국들에게 눈엣가시였고, 이국의 강력한 보호가 아니었다면 벌써 지워졌을 이름이었다.하지만, 만약 용국이 세계 패권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들도 이 혈투의 나라를 계속 보호할까?정답은 반드시 부정적일 것이다. 그때가 되
빌은 처음에는 노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이 일깨워주자마자 그는 즉시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노인의 말처럼, 지금은 단순히 한지훈이 혼자 힘으로 각국의 강국들을 쓸어버렸다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무엇보다, 용국의 해군이 이미 이국 서해안에 도착해 있었다.이 순간, 세계를 뒤흔들 전쟁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건 더 이상 열무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용국과 이국 양측의 고수들이 최후를 결정하게 될 것이었다.특히, 세계 무도 연맹이 한지훈의 행동을 전면적으로 묵인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시사점을 담고 있었다.한지훈이 세계의 일극이라 불리는 이국을 상대로 손을 쓰더라도, 세계 무도 연맹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말해, 지금의 용국은 이미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는 위치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그리고 앞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능력 또한 미륙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이 분명했다.이대로라면, 세계 곳곳의 아주 미세한 영역조차도 용국의 뜻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심지어 미륙 쪽의 경제 생명줄마저도 전부 용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다!로저스 가문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며, 반드시 용국의 국왕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했다!“이제야 네가 이해했겠지. 이번 전쟁이 전 세계에 어떤 의미인지 말이야.”이 시점에서, 로저스 가문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할아버지, 제가 알기로는 이국 쪽에서도 이미 전면적인 전쟁 준비에 돌입했고, 수많은 핵무기 발사 기지가 용국 쪽을 향해 조준을 마친 상태입니다!”“만약 용국이 정말로 이국의 패권을 빼앗으려 든다면, 그 핵무기들이 용국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길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용국도 세계를 장악하긴 어려울 텐데요?!”빌은 이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핵전쟁이 시작된다면, 이 세상에 승자는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고, 더 이상 감히 사죄나 화평 따위의 말을 꺼내는 공지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반대로, 용국의 또 다른 부류의 공지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직접 이 전쟁을 지켜봤고, 용국이 멸망 직전에서 순식간에 반전을 이루어 세계의 정상으로 올라서는 장면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가슴은 벅찬 감동으로 요동치고 있었다.백여 년 전, 용국이 열강에게 얼마나 참혹하게 짓밟혔던가?!하지만 지금, 한지훈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천지를 뒤집고 열강을 쓸어버리며 용국의 한을 풀었다!이런 인물은 용국의 영웅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었다!“휴우, 난 예전부터 한지훈이 그저 무지한 젊은이일 뿐이라 여겼네. 하지만 이렇게도 놀라운 위업을 이룰 줄이야!”“오늘 이 전투는, 우리 용국의 위세를 세운 전투라 불릴 자격이 있구만 그래!”이때, 동방 가문의 한 노인은 두 손을 등 뒤에 지고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했다.동방 가문은 한지훈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맞지만, 이번 한지훈의 전쟁은 국위를 드높이며 용국을 세계의 정상에 세웠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한지훈을 향한 증오가 가득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한지훈을 향해 경외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온 나라에 고하노니, 다시는 화평을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곧 우리 동방 가문 불구대천의 원수이니, 반드시 멸할 것이다!”“우리 무신종은, 절대로 화해를 인정할 수 없다! 다시 누군가가 화해를 제안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 무신종과 적이 되는 것이다!”“천산에서 용국 내 온갖 서양 숭배의 잡것들에게 고하노니, 다시 화해를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 천산은 결코 그들과 함께 설 수 없다! 그 문족을 모조리 도륙하겠다!”한순간, 사대 가문과 여러 명산들이 잇달아 목소리를 내며, 한지훈을 지지했다!같은 시각, 로저스 가문.노인은 무거운 표정으로 빌을 바라보며 말했다.“봤느냐, 한지훈은 과연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영륜은 이번 전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