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의 말은 매우 위협적이었고, 소좌룡은 놀라서 넋을 잃고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삼엄한 얼굴로 이미 돌아선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빌어먹을 북양왕 같으니라고! 감히 우리 대일제국을 능멸하다니! 조만간 우리 대일제국이 용국의 지배자가 될 테니 두고 보라지!!!”“소좌룡 각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소좌룡의 뒤에서 한 호위병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소좌룡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대답했다.“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우리는 큰일을 하러 온 것이니 당분간은 그자와 일을 벌이지 말도록!”“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무신종의 대표와 비밀리에 접촉하도록 하라.”“예!”호위병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뒤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좌룡과 그의 일행은 용경에 있는 외빈 호텔로 안내되었다. 호텔 문 앞에서 장교로 보이는 한 남자가 한지훈 앞에 공손하게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 사령관님, 저희가 비밀리에 감시해야 할까요?”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나에게 바로 보고하도록! 그리고, 호텔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의 신원 또한 확인해야 한다.”“예, 사령관님!”장교가 한지훈을 향해 경례했다. 위층 스위트룸 안, 소좌룡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창 앞에 서서 지프차를 타고 떠나는 한지훈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흥! 지금 당장 실행하도록 하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용국 의상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부상 남자가 소좌룡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스위트룸을 나섰다!동시에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나막신을 신은 채 소좌룡의 뒤를 따라 걸어가며 허리를 굽힌 채 말했다. “소좌룡 각하, 전화가 왔습니다.”소좌룡이 휴대폰을 받자, 그의 차가웠던 얼굴에 서서히 옅은 미소가 번지며 말했다. “용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소좌룡 각하, 용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신지요?”전화 너머로 용 선생이
그 후, 그는 휴대폰을 꺼내 용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용운, 사람들을 데리고 어젯밤 용국에 온 각국의 군비 시합 참가자를 주시하도록. 수상한 움직임이 발견되면 모두 비밀리에 체포해야 한다!”“예, 용왕님!!”용운은 대답한 뒤 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날 오후, 한지훈은 전용기를 타고 군비 시합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용경에서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관령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었다. 섬에 들어서자마자 한지훈은 뭔가 잘못된 점을 인지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이렇게 자신을 의도적으로 엉뚱한 곳으로 몰아내는 것 같지? 섬에는 총 30여 개국의 국기가 꽂혀 있었고, 많은 군인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날은 성대한 개막식이 열릴 예정이었으며, 추첨을 통해 조 편성과 상대 팀을 선정하고 6라운드의 대결을 거친 뒤 가장 높은 등급의 승자가 선정된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이 현장 책임자를 따라 행사장에 도착했다. 첫 번째 추첨 후, 1라운드에서 용국 선수단은 이전의 라이벌을 만나게 되었다. 같은 조에서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인원은 부상 병사들뿐이었고, 추첨이 끝나자 부상 팀의 리더가 허세를 부리며 말을 건넸다. “하하, 북양왕, 또 만나게 됐군. 하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날뛸 수 있을지 모르겠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소좌룡이었다!그는 음산한 얼굴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내일이 바로 정식 시합 날이고, 경기 종목은 자유 격투인데 너희 용국 군인들이 과연 잘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설마 환자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소좌룡이 큰 소리로 비웃자, 한지훈의 눈썹이 일그러지더니 싸늘하게 대답했다. “용국 군인이 어떤지는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용국 군인은 누구에게나 질 수는 있지만, 결코 당신들에게 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야 할 겁니다! 부상인을 만나면 우리 용국 병사들의 전력은 10배로 증가할 것이니, 내 말을 못 믿겠으면 경기장에서 직접 보시죠!”“맞습니다! 저 개 같은 자식들을 때려죽이겠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싸움을 시작했고, 그들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30분 후, 경기를 담당하는 심판이 호지해와 열 명의 선수를 불러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호지해는 비밀리에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불러냈다. “큰일 났습니다, 저희가 계략에 빠진 것 같습니다!”호지해가 한지훈을 보자 소리쳤다.“무슨 일이지?”한지훈이 물었다. “부상 사람들이 방금 전 일부러 문제를 일으켜 우리가 그 자식들에게 덤비게 만든 겁니다. 그 자식들이 돌아가서 우리 병사들이 경기장 밖에서 사람을 때렸다고 신고를 했습니다!”“방금 전 소좌룡을 따라온 열 명 모두,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닌 일반 병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싸움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출전 선수입니다.”“방금 전 심판이 우리 팀 선수 5명을 출전 정지를 시켰고, 이 5명은 모두 우리 팀의 격투기 고수이며 소좌룡 사람이 직접 신고를 한 겁니다.”호지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출전 선수 중 5명이 경기에 나갈 수 없었고, 이 5명 모두 격투기 고수였다. 이렇게 되면 내일 경기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내일 경기는 사령관님께 달렸습니다! 그 빌어먹을 부상 병사들을 반드시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 자식들의 오만함을 꺾어 버리십시오!”호지해는 주먹을 꽉 쥐고 화가 난 듯 증오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나더러 경기에 출전하라고? 이건 출전 규정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호지해는 즉시 아첨하는 미소를 보이며 담배를 꺼내 한지훈에게 건넸다. “사령관님, 생각해 보십시오. 사령관님께서는 오늘 그 부상인들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참으실 수 있겠습니까? 경기에서 이기면 그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질 텐데요. 게다가, 현장에서 사령관님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호지해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속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상대라면 몰라도, 그들과 원한이 있는 부상이니 말이 달라진다. 한지훈은 턱
이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한지훈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군.”한지훈의 말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한지훈 사령관님…”“사령관님, 부상의 선수들은 정말 못돼 먹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출전 정지를 당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그들은 한지훈을 본 후 방금 전에 느꼈던 좌절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그에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러자 한지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들이 괘씸한 건 사실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려야 하겠지?”“내일, 우리는 경기장에서 그들을 이길 뿐만 아니라 그들을 모조리 때려눕힐 거다!”한지훈이 참가자들에게 말했다.“말은 쉽지만, 지금 우리 중 자유 격투기 고수들이 모두 출전 정지를 당한 상황입니다. 남은 인원 중 한 명은 사격에 능하고, 한 명은 체력 활동에 능하니 상대를 이기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참가자 중 한 명이 낙담한 채 말했다. 원래 부상은 가라테와 태권도에 능한 고수가 많아, 굳이 꾀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그들과 비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합에 출전하는 금위군의 주력이 절반도 안 되니, 부상을 이기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한지훈은 차갑게 한 번 웃더니, 눈빛이 점차 날카로워지며 동시에 그의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놈들이 잔꾀를 부린 이상, 우리도 되갚아준다. 내가 너희들과 함께 출전해 감히 우리 용국 군사를 모욕한 적군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다!”한지훈은 주먹을 불끈 쥐며 10명의 참가자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사령관님… 제가 이렇게 사령관님과 팀을 이루고, 함께 적을 물리칠 수 있다니요!”순식간에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눈물을 글썽였고, 더 없는 영광스러움을 느꼈다!참가자들은 들뜬 얼굴로 앞으로 나와 주먹을 쭉 뻗었고, 11개의 주먹이 한 곳에 모였다. 이 순간, 그들의 마음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 앞에 서 있는 자는 용국 제일의 사령관이지 않은가! 이번 경기는 용국이 반드시 승리
“설령 정예병들이 빠진다고 해도, 당신들은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감히 반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 용국 군인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거고, 만약 당신들이 와서 다시 도발한다면 한 방에 날려버릴 겁니다!”한지훈은 그의 뺨을 때렸고, 심지어 총을 꺼내 소좌룡의 이마에 겨누기까지 했다.소좌룡의 뒤에 있던 병사들이 잇달아 달려들려 하자, 한지훈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지? 당신들도 출전 정지를 당하고 싶은 건가?”“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모두 물러서!”이 말을 들은 소좌룡은 즉시 손을 뻗어 뒤에 있던 참가자들을 멈춰 세웠고, 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아첨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허허… 미안하게 됐군. 한지훈 사령관, 사과하겠네. 방금 전에는 내가 말실수를 했으니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지.”자신의 이마를 겨누고 있는 총을 보며 소좌룡은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잘 처리하길 바랍니다.”한지훈이 총을 거두자, 소좌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이때, 한지훈이 갑자기 발을 구르며 크게 소리쳤다. “탕!”소좌룡은 한지훈이 자신을 향해 총을 쏜 줄 알고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져 쓰러졌고, 가랑이는 이미 젖어 있었다! 방금 전 한지훈이 낸 소리에 놀라 오줌을 지린 것이다. “사령관님, 대단하십니다. 발을 한 번 구르는 걸로 상대 팀 리더를 오줌 지리게 만들다니요.”“저런 찌질한 놈들이 감히 우리를 이기려 하다니.”“너무 부끄럽네요. 시합은 무슨, 병원에 가서 전립선부터 치료하는 게 좋겠는데요.”한지훈 뒤에 있던 몇몇 참가자들은 겁에 질린 소좌룡을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기다려라! 경기 당일에는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소좌룡은 붉어진 얼굴로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황급히 경기장을 떠났다. 호지해도 덩달아 웃었고, 전에 한지훈이 소좌룡을 상대할 때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상대의 기를 누르는 것이 좋다고 한 적이 있었다. 부상이라는 국가는 강자의 우월성
오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그들은 이미 그 작은 나라의 병사들 몇 명을 물리쳤다.일부 국가는 자체 정통 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들의 국방은 오로지 왕이 돈을 지불하고 용병을 구해 방어하는 데 의존했다. 이런 수준 미달의 군대는 매우 쉽게 격파할 수 있었다. 이윽고 경기는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지만, 다섯 명의 군인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아침에 유흥국은 이미 12명 이상의 상대와 겨뤘고, 보통 권투 경기는 한 라운드에 3분이며, 세 라운드가 끝나면 아무리 강한 선수라도 반쯤 죽을 정도로 지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니 오전 내내 계속된 전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중 사격에 능하고 자유 격투는 서툰 고영 선수는 상대방에게 눈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고영은 상대와 싸울 때, 상대가 뜻밖에도 눈을 찌르고 사타구니를 걷어차는 등 갖가지 얍삽한 수단을 사용했고, 결국 고영은 상대를 제압했지만 그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다른 팀원 중 몇 명도 까다로운 적을 만났다. 평균적으로 모든 병사는 5명과 싸웠고, 오전 내내 온몸이 멍투성이이거나 기진맥진하여 점심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호지해는 특별히 대기실에 찾아와 그들의 부상을 봐주었다. “어때, 더 버틸 수 있겠어?”“당연합니다. 이제 1라운드를 끝냈으니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버텨야 합니다!”고영은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병상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어쨌든 오후에 부상에서 온 그 개자식들에게 참교육을 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해서 잠도 못 잘 거라고요!”다른 병사는 말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었고, 그 물이 입가에서 흘러나와 옷자락까지 적셨다. 이 병사의 이름은 장강으로, 모든 대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병사였다 하지만 7명의 상대와 연달아 싸운 후, 너무 지쳐서 거의 쓰러질 뻔했다.그들 팀 중 다섯 명이 빠졌기 때문에 다른 팀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팀은 10명이 번갈아 가며 출전하지만 이들은 5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연달아
“방금 소식을 받았습니다… 원래 부상과 대결을 하려던 두 나라가 항복을 해서, 오전에 한 경기만 치렀다고 합니다…”호지해의 비서가 다가와 그들에게 속삭였다.이 말은, 상대방이 거의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비축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용국 선수들은 이미 전신에 멍이 들어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다!이는 격전이 될 게 뻔했고, 잠시 후 유흥국은 붕대를 두른 채 다시 링에 올랐다. 이를 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소좌룡은 링 아래에서 자신의 선수들에게 말했다. “상대방은 이미 지쳤으니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이긴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길 뿐만 아니라, 반드시 완벽하게 이겨야 할 거다!”“그들에게 항복할 기회를 주지 말고, 링 위에서 고문하고 모욕하며 상대의 존엄성을 짓밟아 버리도록!”“그들이 스스로 칭하는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톡톡히 망신을 주도록 해라!”소좌룡은 자신이 한지훈의 한 글자에 놀라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싼 추태를 잊지 않고 있었고, 이 때문에 한지훈의 체면을 구기려 했다! 총 사흘간 치러지는 경기에 만약 용국 팀이 첫날도 넘기지 못한다면 역대 최저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지훈이든 용국이든 다른 나라로부터 비웃음을 살 게 당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미 새로 개발한 약을 복용했고, 이 약의 효과는 한 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10명의 상대도 모두 때려눕힐 수 있습니다!”그중 키 큰 무도복 차림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중산휘, 네가 그렇게 자신이 있으니 먼저 나서도록!”소좌룡은 중산휘라는 이름의 병사를 첫 번째로 출전시켰다. 이번 시합은 종합적인 자질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신체 운동에 의존해 얻은 자질이든, 약물 주입에 의존하여 달성된 극한의 힘이든 모두 상관없었다. 이 자유 격투에서는 도핑이나 마약이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유흥국이 링에 올라가기 전에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군인의 모습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소녀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절대 항복하려 하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자신의 나라에 영예를 안겨주려 할 거야.”군인을 바라보는 한지훈의 눈빛 속에도 존경심이 드러났다. 그런데 바로 그때, 중산휘는 다시금 주먹을 들어 올려 유흥국의 복부를 세게 때렸다. 꽤나 강한 한 방에 유흥국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는 항복하였다. 이미 특훈을 받은 특전사들은 아직 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일단은 다른 후보들을 잠시 참전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특훈도 받지 못한 병사들은, 중산휘를 상대로 얼마 버텨내지를 못했다. 다들 몇 분도 안되어 잇달아 땅에 쓰러져 항복을 선언하게 됐다. 중산휘는 이미 무려 다섯 명의 상대를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체내에 여전히 무궁무진한 힘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피는 점점 끓어올랐고, 그는 전혀 피로를 느끼지도 못했다. “정말 약한 놈들이네. 실력이 좀 괜찮은 놈이 하나도 없어? 용국이 이렇게까지나 쓰레기였었나?” 이내 중산휘는 바닥에 누워 있던 연백을 직접 발로 세게 내리차, 힘껏 그의 손을 밟았다. 200근에 가까운 그의 몸무게에 발의 힘까지 더해지자, 연백의 손뼈는 아주 쉽게 부러져버렸다. 연백은 안간힘을 쓰며 중산휘의 다리를 밀쳐내려 애썼지만 더 이상 힘이 나지가 않았다. 눈앞의 적들은 자신보다 컨디션도 좋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매우 강하여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연백은 이미 연이은 싸움에 지쳐있었고, 몸에 난 부상 때문에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땅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그러나 반면 중산휘는 여전히 투지가 강했다. “이미 다섯 명이나 나랑 붙었는데, 나를 이긴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아하니 너희 용국 병사들은 실력이 다 고작 이 정도일 뿐이구나!”1중산휘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링 아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은 잔뜩 분노하여 주먹을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