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강우연과 한고운은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강 씨 집안 식구들의 모욕과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었다.화가 잔뜩 난 강문복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강우연을 꾸짖었다.“한지훈 때문에 우리 강 씨 가문이 연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야!”설해연도 옆에서 강우연에게 삿대질을 하며 난리 쳤다.“한지훈이 아니면 우리 강씨 가문이 연 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일이 있어? 다음달에 군단장이 되는 길정우에게 밉보이면 우리 강 씨 가문은 이제 어떡하라고?”처량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겁에 질린 한고운을 토닥이는 강우연은 기다란 의자에 앉아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강준상을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 탓이에요. 하지만 그이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그는 단지, 단지...”“흥!”강준상은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연신 두드리며 으름장을 놓았다.“강우연, 너도 그 자식을 대신해 사죄하지 말아라. 널 진심으로 위한다면 너 홀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 자식은 분명 너희 모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게 분명해! 이렇게 된 이상 난 너랑 고운이를 연씨 가문에 보낼 수밖에 없어! 이건 우리 강 씨 가문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선택이니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여봐라. 이 둘을 연 씨가문에 보내라! 둘이 바다에 던져지든, 생매장을 당하든, 우리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다.”강우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녀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할아버지, 안 돼요. 우리를 거기에 보내지 말아요! 전 할아버지 손녀잖아요. 고운이도 할아버지 핏줄이에요...”강준상은 눈을 부릅뜨고 차갑게 말했다.“그만해! 나한테 빌지 말아. 넌 나의 손녀가 아니야! 특히 저 애는 더더욱 우리 강 씨 가문과 상관없는 아이야! 오늘부로 너, 강우연도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너희 모녀의 생사는 연 씨 가문이 결정할 거야.”어르신의 말에 강 씨 집안 사람
강 씨 집안사람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화가 잔뜩 난 한지훈이 서 있었다. 그는 경호원들을 가볍게 무너뜨리고 씩씩거리며 걸어들어왔다.“우연아, 고운아, 괜찮아?”한지훈은 얼른 그들을 부축해 자신의 뒤에 숨겼다. 강우연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얼굴이 팅팅 부어있었다.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러움과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두 눈에 공포로 가득한 한고운은 한지훈에게 매달려 울먹거렸다.“고운이와 엄마를 연 씨가문에 보낸대요. 흐엉. 고운이는 무서워요. 거기에 가기 싫어요. 고운이는 그저 아빠랑 엄마랑 함께 있고 싶어요...”한지훈은 한고운의 작은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은 후 몸을 일으켜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강준상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연 씨 가문과의 일은 내가 해결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러는 거예요?”한지훈은 뻔뻔한 가족들의 모습에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거기에 있던 모두가 그의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보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섬뜩했다.그런 곳에서 살아돌아왔으니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강준상이 멈칫했다. 그도 한지훈의 살기에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책상을 내리쳤다. 그 충격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컵들이 흔들렸다.“버릇없는 것 좀 봐!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아무리 강 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지만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난 네 웃어른이야!”강준상도 뚜껑이 열렸다.옆에 있던 강문복이 기다렸다는 듯이 덧붙였다.“맞아! 강 씨 가문에 들어왔으면 강 씨 가문의 규율을 따라야지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그래! 예의가 하나도 없어!”“소리만 높고 눈에 뵈는 게 없으니 우리 가문이 힘들어지잖아!”“이들 셋과 말도 더 섞지 말고 당장 내쫓자고요!”그들의 책망과 모욕을 듣고 있자니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는 한지훈이다.“웃어른이니 존중할게요. 하지만 오늘 명확하게
“미안해. 나 때문에 여보까지 힘들게 만들고.”한지훈은 강우연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둘을 비춘다. 아름다운 얼굴을 금빛으로 물들여 잡티 하나 없는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강우연의 매력적인 두눈은 아직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전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아요. 두려웠다면 5년 전에 이미 죽었겠죠. 지훈 씨, 이것만은 진지하게 물어볼게요. 진짜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요?”한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해결할 수 있어. 날 믿어! 다시는 너랑 고운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온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내가 온 힘으로 막을 거야! 이건 내가 너에게 꼭 약속할게. 맹세할게!”한지훈이 손을 들어 맹세자세를 취하려는데 강우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눈물을 글썽이며 그녀가 아련하게 한지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당신을 믿어요.”한지훈은 그녀가 마음껏 쏟아낼 수 있게 꼭 끌어안았다.그는 강우연에게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녀와 고운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것 뿐이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자신의 유일한 공주로 아껴줄 것이다.어둠이 드리우고 한지훈이 집을 나섰다. 그는 그대로 낭월 산장에 갔다.용일이 공송하게 한지훈 앞에 서있었다.“부르셨습니까?”한지훈이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용일에게 건넸다. “S시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구매해. 가족들을 위해서 집을 하나 마련해 줘야겠어. 기억해. 고운이가 놀이 기구를 좋아하니깐, 꼭 놀이터는 있어야 해. 특히 회전목가 있는 것으로! 공간이 부족하면 옆집까지 사서 직접 만들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카드를 건네받은 용일이 재빨리 움직였다.한지훈은 낭월 산장을 벗어나 가까운 케이크점을 찾았다.한고운이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니 오늘같이 기분이
서경희의 말에 한지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게 무슨 일인가?강우연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시켜준다니?강우연은 자신의 아내다!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뭐 하자는 거죠?”한지훈은 애써 화를 눌렀다. 그의 두 주먹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뭐냐고?”서경희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탓하려면 능력 없는 자신을 탓해야지! 넌 곧 연 씨 가문으로 끌려갈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가문은 금전으로 관계를 조금 보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지만 내 딸은 남편도 없이 혼자 남게 돼. 홀로 외롭게 지내는 걸 엄마인 네가 가만히 지켜보기만해서야 되겠어? 그러니 좋은 남편을 빨리 찾아야되지 않겠니? 우연이가 표씨가문에 시집가게 된다면 표 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건데 그러면 연 씨가문도 우리 강 씨가문을 쉽게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표 씨 가문도 S시에서는 알아주는 집안이니 우리 강 씨가문에 뒤쳐지지도 않잖아?”서경희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렸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단지 자신과 강 씨 가문이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놓는 셈이다.“안 돼요.”차갑게 쏘아붙이고 강우연의 팔을 잡은 그의 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하지만, 그때 강학주가 어두운 얼굴로 그를 막아섰다.“내키지 않아도 별 수 없어! 넌 우리 강 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우리 집안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 강우연은 내 딸이고, 난 더 좋은 남편감을 선택해주고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할 자격이 있어. 넌 가난한데다 능력도 없고 그럴듯한 가문이 있는 것도 아니니 면이 안 서잖아! 넌 연 씨가문의 일을 해결하는 데에만 신경 써!”맞는 말이다. 자신의 딸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는 응당 강우연이 좋은 남편을 찾길 바래야 한다. 그래야지 그녀의 미래도 밝을 수 있을 테니까!그러나 한지훈은 쓰레기다!그저 사고만 칠 줄 알고 거기에 강 씨 가문에까지 폐를 끼쳤다!강신도 끼어들며 한지훈에게 삿대질을 했다.“한지
상황을 지켜보던 서경희가 뛰어들어 한지훈을 밀쳤다. 그리고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뭐 하는 거야! 미쳤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거야!”강학주와 강신도 그를 나무라며 표준우에게 연신 굽신거리며 사죄했다.“미안해요. 아직 여기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 거니 속에 담아두지 말아요.”강학주의 연신 허리를 굽혔다.옷을 고쳐 입는 표준우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한지훈을 향해 한마디 했다.“한지훈, 내가 널 똑똑히 기억하겠어. 두고 봐!”한지훈이 주먹을 휘드르려는데 강우연이 뒤에서 그를 말렸다.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켰다.“표 씨 집안의 사람이니 이러지 마요. 간단히 식사만 하고 올 거에요. 그들의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한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같이 가.”이 말을 들은 서경희가 다급하게 물었다.“가서 뭘 하려고 너도 간다는 거야?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빠져!”그때 표준우가 개의치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두 눈으로 나와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확인하게 할 거예요. 확인하고 나면 알아서 빠지겠죠.”표준우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쳤다. 배경이 없기에 자신이 돈으로, 권력으로 놀래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뺄 거라 생각했다.그러면 강우연과 같은 미인이 자신의 침대 위의 장난감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서경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맞아요! 그렇게 해요.”그러고는 한지훈을 흘기고 말했다.“같이 가도 된다고 했으니 너도 따라오든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줄게.”그렇게 그들은 제각기 차에 탔다. 표준우는 계속해서 강우연을 옆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한지훈이 재빠르게 그녀를 그의 BMW 5 시리즈에 태웠다.그 장면을 본 표준우가 이를 갈며 서경희에게 물었다.“어떻게 BMW 5시리즈가 있는 거지?”강신이 아부를 떨며 다가와 어머니 대신 대답했다.“화
한지훈의 한마디로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표정이 어두웠다.표준우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는 매섭게 한지훈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5천만 원이 뭐라고?! 하하! 정말 입만 살았네? 잘 들어! 이건 고작 테이블 값이라고! 테이블 값! 젠장, 빌어먹을!”잔뜩 약이 오른 표준우는 괘씸한 한지훈을 화가 풀릴 때까지 패고 싶었다.그러나 강우연과 그녀 부모 앞에서 자신의 신사스러운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화를 억눌렀다.서경희는 한지훈을 매섭게 흘기며 꾸짖었다.“한지훈, 적당히 해.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야. 테이블 값이 5천만 원이라고! 너한테 5천만 원이 있기나 해?”“질투할게 따로 있지. 이쪽은 잘나가는 집안의 귀공자라고. 그냥 얌전히 우리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밥 한 끼 얻어 먹고 떨어져! 그러다가 정 있기 힘들다면 스스로 떠나도 좋아. 정말 쪽팔리게…”멸시 어린 눈빛으로 강신이 핀잔을 주었다. 강학주도 헛기침을 하며 뒷집을 졌다. 그의 마음속에도 한지훈을 향한 불만과 멸시가 가득했다.허우대만 멀쩡했지 충동적이고 무례한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내 사위가 될 수 있단 말인가?저런 남자가 과연 강우연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는가?이렇게 생각할수록 서경희의 말이 맞는 듯했다. 하루빨리 강우연에게 더 좋은 상대를 골라줘야 한다.표정우같은 도련님 정도여야지 꼭 맞다.품에 한고은을 안은 강우연이 한지훈을 말렸다.“조금만 참아요. 당신이 불쾌한 걸 알아요. 저도 내키지 않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뜻이잖아요. 밥만 후딱 먹고 우리는 돌아가자고요.”한지훈이 난감해하는 강우연을 내려다보다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표준우가 피식 웃으며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그들도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압도당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깔끔한 배경에 고급스러운 장식과 벽에 걸려있는 그림까지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우와! 이런 고급 진 호텔은 난생처음이에요. 준우 씨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다!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식사하는 곳도 있었고 쉬는 공간도 있었으며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야외 정원이 있었다. 그 옆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영장까지 있었다. 물위에는 수많은 화려한 불빛들이 수놓여 있었다.거기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면 높은 건물들도 한눈에 보여서 모든 것을 발밑에 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아줌마, 아저씨, 우연 씨,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표준우는 예의 있게 자리를 권하고 그들이 먼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서경희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예의도 어쩜 이렇게 바르죠? 어른이 먼저 앉기를 기다릴 줄도 알고.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경희, 강학주 그리고 강신이 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만지작 거리던 서경희가 격동되어 말했다.“의자도 천연 소가죽이네요? 어쩜......이렇게까지......”연이은 칭찬에 표준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죠. 그렇지 않으면 5천만 원이 아니겠죠. 의자도 매일 새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아마 의자 하나에 백만 원은 할 거에요. 누구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비쌀 걸요?”표준우는 말을 하며 품에 한고운을 안은 채 자리에 앉는 한지훈을 힐끔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한지훈은 한고운을 챙기고 있었고 표준우와 강우연의 사이에 앉았다. 표준우의 비웃음 소리를 듣고 있던 한지훈은 그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기회를 잡은 서경희가 입을 열었다.“너무 과대평가했어요. 직업도 없는데요. 뭘. 매일 놀고먹으면서 일자리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아요. 우리로서는 아주 속이 터지죠.”표준우는 의기양양해서 반문했다.“네? 그럴 리가요? 직업도 없다고요?”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직업조차 없다는 말에 그는 더욱 강우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강우연이 어떻게 한 평생을 함께 한단 말인가?자신감이 붙은 표준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불만이 가득한 강우연이었지만 서경희 때문에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어색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분위기도 바꿀 겸 표준우가 종업원에 손짓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정하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음식을 올렸다.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서경희와 강신의 침샘이 폭발했다.“아이고! 한평생 이런 대접은 받아보지 못했는데 음식이 아니라 예술품이 따로 없네!”서경희의 입에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정갈하고 고운 것이 모양을 흩트리기 아까울 지경이었다!강신도 얼른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었다. 그러자 입안에서 향긋한 냄새와 함께 육즙이 팡 터졌다.“우와! 진짜 맛있어! 엄마! 이거 먹어봐.”서경희가 듣더니 예의를 차리는 것도 잊고 냉큼 하나를 집었다. 그녀의 얼굴에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한편 칭찬도 잊지 않았다.“정말 맛있네요! 여기를 잘 예약했어요. 이런 음식들은 미슐랭에 이름을 걸 정도 아닌가요?”표준우가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아줌마가 마음에 들어 하시니 다행이네요.”한편 의자에 앉아 있는 한고운은 토실토실한 작은 손으로 테이블의 변두리를 잡고 있었다. 머리를 반쯤 빼꼼 보이고는 똘망 똘망 한 눈으로 앞접시에 놓인 토끼 모양의 케이크를 보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보더니 물었다.“아빠, 고운이 케익 먹어도 돼요?”한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 아빠가 집어줄게.”한지훈은 젓가락을 쥔 손을 뻗어 케익을 집으려 했다. 그때 다른 젓가락이 나타나 그의 것을 밀쳤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보니 서경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쏘아붙였다.“먹긴 뭘 먹어! 이렇게 비싼 걸 먹을 자격이 돼? 한지훈 네가 잘 지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런 5 천만 원짜리를 하찮게 봤잖아? 그럼 먹지 말고 가만히 보기만 해!”서경희는 해도 해도 너무 했다.한지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지켜보던 한고운도 울먹이기 시작했다. 맑은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할머니는 왜 자신을 예뻐해 주지 않는 것인지 그 작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