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짐승 같은 놈들!”그는 이빨을 꽉 깨문 채 위엄 있는 눈빛으로 정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러가라! 이 일은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하며, 금관의 도살 사건을 누설한다면 즉시 군법으로 처리하겠다!”“예!”정보관은 황급히 몸을 돌려 대청을 나섰다. 용국 사람들은 원래 남북이 섞여 살았고, 한 집안이라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 비록 금관의 서민 수가 수만 명에 불과하지만, 이 수만 명 중 용경의 친척이 없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비록 한지훈이 패세를 뒤집었지만, 망경관의 대군은 여전히 존재했기에 용경은 오국 연합군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는 민심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만용은 다시 생각을 한 후, 천자각으로 향해 이 일을 국왕에게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용경에 있는 수백만 명의 서민들과 마찬가지로, 국왕도 전방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지훈, 이 전투는 반드시 이겨야 하네! 오직 하늘이 우리 용국의 전신과, 용국을 보우하기를!”국왕은 천자각 밖에 서서 뒷짐을 진 채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타다닥!”이때,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국왕은 곁눈질로 강만용인 것을 보고는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강만용의 손을 잡아끌며 물었다. “강 장로! 어찌 되었는가?”강만용은 이때 국왕의 떨리는 목소리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용국의 국운과 관계되어 있었고, 수천만 명의 생사가 걸린 일이었다. “국왕 폐하, 한지훈이 이미 금관을 정복했습니다!”강만용은 손을 뻗어 품에서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전보를 꺼내 두 손으로 국왕에게 건넸다. “좋아! 아주 좋다!”국왕은 약간 떨리는 손을 뻗어 강만용이 건넨 전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지만, 금관이 도살당했다는 글을 보자 국왕의 안색은 급격히 변했다. “도살?! 이는 국제법 위반이지 않은가!”국왕은 분노에 찬 얼굴로 손에 든 전보를 꽉 쥐며 말했다. “국왕 폐하, 이 일은 돌이킬 수 없
강만용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천자각에서 물러났다. 낙 씨는 강만용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국왕에게 말을 꺼냈다. “국왕 폐하, 한지훈이 이미 금관을 점령했으니, 저희도 천도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러자 국왕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낙 씨에게 말했다. “천도? 왜 그래야 합니까? 한지훈은 이미 전쟁에서 승리했는데 어째서 천도를 해야 한다는 거죠?!”한지훈이 만약 전투에서 패했다면, 확실히 수도를 옮겨야 했다. 어쨌든 전투에서 패했다면 용경 앞에는 위험이 없었으니 언제든지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한지훈은 금관을 점령했고 적군이 지원을 하러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금관이 무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스스로 후퇴하는 길에 이런 못이 박혔으니 오국 연합군이 반드시 지원을 하러 갈 것이다. “적군이 필사적으로 공격하면 용경의 수비군은 아마…”낙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궁녀가 들어와 보고했다. “국왕 폐하, 서효양이 이미 용경에 도착해 천자각 밖에서 폐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국왕은 보고를 듣자마자 얼굴에 희색을 띠며 말했다. “당장 모셔 와라!”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서효양은 힘찬 발걸음으로 천자각에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국왕 폐하, 늦게 찾아뵈어 매우 송구합니다!”사실 서효양도 적군이 망경관에 접근하면 군대를 이끌고 용경으로 향하려 했지만, 부장군의 만류를 받은 것이다. 어쨌든 국왕의 칙령 없이 군대를 이끌고 용경에 가는 것이니, 서효양을 누군가 고발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서효양 사령관, 자네 탓이 아닐세. 어서 일어나게!”국왕은 서효양 앞으로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국왕 폐하, 지금 당장 군대를 이끌고 망경관으로 가겠습니다. 하루 안에 반드시 망경관을 정복하여 용경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서효양 또한 일존 오성 용수였고, 그는 망경관만 정복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니,
한지훈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두 명의 오성 용수를 죽인 후 금관을 탈환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하늘이 밝아지자마자 20만 명의 파용군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용일과 다른 사람들의 부상은 한지훈이 특별히 제작한 약을 사용한 후 크게 호전되었다. 너무 심하게 다쳐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용삼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힘을 쓰면 움직일 수는 있었다. “용일, 너희들은 몸조심하고 용삼을 잘 지키고 있어라!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나중의 결정적인 전투에서 적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도록 부상을 잘 회복하는 것이다!”한지훈은 출발하기 전에 용일과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사령관님, 저희도 전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맞습니다! 저희 몸에 난 이 작은 상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사령관님, 저희도 다른 사람들처럼 무기를 들고 적을 무찌르게 해주십시오!”용일과 다른 사람들이 잇달아 참전을 요청했다. 금관성에 있던 무고한 서민들이 죽임을 당한 것을 보면서, 용일 무리들은 모두 화가 가득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방금 이미 말했듯이, 지금 너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부상에서 회복하는 거다! 진짜 큰 전쟁은 아직 오지 않았어!”“사령관님…”용일 등은 다시 참전을 청하려 했지만, 한지훈이 손을 흔들며 그들의 말을 끊었다. “홍장미, 너는 10만 대군을 이끌고 무관 서북쪽으로 돌아가 평행 산맥에 매복해라. 절대 적군에게 아군의 행적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나머지 병사들은 나와 함께 무관으로 돌아간다! 충분한 군사 식량을 휴대하고 비밀리에 행군하며, 적에게 아군의 동선이 발각되지 않도록 한다!”한지훈이 큰 소리로 말했다.“예!”20만 파용군은 금관성을 빠져나와 차를 몰고 우회하여 숲속으로 들어갔다. 동서 양쪽에서 나란히 무관을 향해 돌진했고, 비록 금관은 이미 텅 빈 도시가 되었지만 오국 연합군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쉽게 진군하지 못했다. 그날 해 질 녘이 되어서야
늦은 밤이 되자 티모는 이미 만취했고, 아직 다 먹지 못한 구운 양 반 마리는 여전히 불에 타고 있었으며 옆에 있던 몇몇 경비병들도 나른하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사령관님, 밤에는 추우니 텐트로 돌아가서 쉬십시오!”한 근위병이 나서서 티모를 일으켜 세웠다.티모는 술에 취한 눈을 뜨고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텐트… 텐트로 돌아가자! 이 양 반 마리는 너희들이 먹어라, 저 술도!”말을 마친 그는 두 명의 근위병의 부축을 받으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무관의 성 위에는 하품을 하며 앞뒤로 순찰하는 병사가 수십 명에 불과했다.그들은 전쟁의 불길이 절대 한순간에 타오를 수 없다고 여겼다. 파용군이 금관을 점령했기 때문에 다음 목표이자 최고의 목표는 깊은 곳에 있는 무관이 아닌, 산관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든 사령관조차도 경계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성 안의 병사들은 더욱 느슨해졌다. 밤이 될 때까지도 모든 것이 여전히 평온하고 무탈했으며, 도시를 순찰하는 일부 군인들조차도 성벽 가장자리로 달려가 성벽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새벽까지 20만 명의 파용군은 조용히 무관성 아래로 이동했고, 도시의 수비군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홍장미는 길을 돌아가 한지훈의 곁으로 가서 말했다.“사령관님, 적군이 저희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즉시 성을 공격할까요?”그러자 한지훈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직 급하지 않다. 잠시 후에 내가 먼저 성에 들어갈 테니, 성문을 연 후 너는 1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입성을 하도록 해라. 나머지 병사들은 성문 주위에 매복하고 있다가, 탈출하는 병사들이 있으면 모두 그 자리에서 몰살하도록!”“예!”홍장미는 즉시 장병들을 배치했고, 20만 대군이 순식간에 4개 대대로 나뉘어 매복하기 시작했다. 홍장미의 지휘 아래 적을 죽이기 위한 만 명의 정예 파용군이 성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고, 한지훈은 몸을 날려 성벽 위로 뛰어올랐다!이때, 성 안의 수비군은 여전히 잠을
한지훈을 본 순간 티모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2년 전, 그는 이미 한지훈과 겨룬 적이 있었고, 왼쪽 어깨의 오래된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티모는 겁에 질리고 말았다. 어떡하지?! 무관성에는 오성 용수가 한 명뿐이었고, 조력자가 전혀 없었기에 홀로 한지훈과 맞서 싸워야 했으니, 티모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2년 전, 그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4명의 조력자가 그와 함께 한지훈을 포위 공격했기 때문이다.“사령관님… 저희는…”뒤에 있던 근위병들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티모는 모두를 놀라게 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는 자신의 무기를 내동댕이치고는,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우리 군은 항복하겠소!”항… 항복이라고?!티모의 이 외침은 땅을 뒤흔들 정도였고, 거의 모든 진영에 퍼져 나갔으며 수많은 병사들이 티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어째서 사령관이 전투조차 하지 않고 항복을 선택하는 거지?!모두가 무기를 내려놓자마자, 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미안하지만, 이 전투에서 우리 용국은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한지훈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고, 1만 명의 파용군의 손에 들린 소총은 여전히 불을 내뿜고 있었다! 이따금 연합군 병사들이 총에 맞아 땅에 쓰러지기도 했다. “한지훈! 당신의 이 행동은 국제 협약에 위배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우리는 모두 작전 요원이고, 무기만 내려놓는다면 마땅히 우리를 대우해야 한다!”티모는 매우 초조했다. 항복하는 것이 그의 최선의 선택이자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한지훈 이 자식이 항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한지훈과 그의 뒤에 있는 1만 명의 파용군이 항복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을 본 티모는 다시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고, 한지훈을 눈으로 사납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이 적군의 항복을 거절한 것을 내가 퍼뜨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건가?!”“퍼뜨려? 우선은 살아서 돌아가야지
“퍽!”티모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다만 이때, 그의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때 그의 몸이 그 부름에 완전히 불복종했다는 것이다.“하…한지훈, 네가…”티모는 지금 벌어진 일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무기도 천급인데, 어떻게 부러질 수 있단 말인가?! 가능성은 단 하나, 즉 한지훈이 더 높은 경지에 있으며 그 수준은 자신이 절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풀썩!티모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고, 주변의 근위병들은 사령관이 죽은 것을 보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진영으로 돌진한 파용군도 일부분만 추격해 죽인 후,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연합군은 멀리 도망친 후, 추격하는 적군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사람들은 즉시 전신계 두 장군의 지휘 아래 북문 방향으로 도망쳤다. 다만 그들이 막 북문을 나섰을 때, 사방에서 매복해 있던 병사들이 일어나 돌격해 3만 연합군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였다. 망경관에서 불과 30킬로미터 떨어진 무관 방향에서, 갑자기 빗발치는 총성이 들리자 마르스는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나 황급히 성 꼭대기로 올라가 무관 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무관 방향에서 총소리가 날 수 있는 거지! 어서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무관을 점령당하면 자신의 퇴로는 완전히 차단된다. 망경관에 여전히 많은 양의 식량이 있다고 해도, 후방 지원 없이는 탄약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었다! 10만 대군 안에는 병참도, 지원군도 없으니 용경을 함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를 지키기조차 어려웠다!“사령관님, 무관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한 정보부 병사가 보고했다. “뭐라고?!”마르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그는 황급히 손을 흔들며 명령했다. “어서 다른 세 사령관에게 즉시 긴급 군사 회의를 소집하라고 일러라!”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마르스는
“전 선생님, 도대체 누가 군대를 이끌어 무관을 점령했다는 겁니까?!”마르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용국 남성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용국은 이미 한지훈을 다시 고용해 패배를 여러 번 할 수 있었던 파용군의 위세를 다시 떨쳐 일으켰습니다! 이틀 만에 두 도시를 연달아 장악할 수 있는 자가 용국에서 한지훈 외에 누가 있겠습니까?!"”후우...마르스는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그는 무관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다시 뺏어오면 되는 문제였지만 한지훈이 무관을 점령하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한지훈의 군대 통솔 방식은 매우 교활했고, 그의 다음 행동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마르스,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일이네. 전군을 동원해 무관을 당장이라도 점령해야 해!”신들러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하자, 카일과 로슨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무관이 한지훈의 손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이 생각을 한 마르스는 테이블을 힘껏 내리치며 말했다.“문제는 망경관도 점령당하면 안 된다는 것일세, 그렇게 되면...아군은 양쪽으로 공격을 받게 될 테지!”망경관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마르스가 고개를 돌려 로슨을 향해 말했다.“로슨, 자네가 5천 정예병을 이끌고 망경관을 지키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관성을 지켜내야 할 거야!”그러자 로슨이 몸을 일으킨 뒤 말했다.“마르스 사령관, 걱정하지 말게. 적군은 절대 우리 망경관을 쳐들어올 용기도 없을 거야! 5천 명이나 남겨두는 것도 너무 많은 것 같군!”로슨은 경시하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지난번 10만 주둔군 전체가 전멸했을 때도 연합군 측 사상자는 300명에 불과했으니, 용국은 파용군을 제외하고는 언급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약해 빠진 것이다!“방심하지 말게. 용국이 아군 전체를 포위하기 위해 진형을 구축한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만약 아군이 포위를 뚫지 못한다면, 모든 부대가 무관에 밀집할 테고, 그때 아군은 무관성에서 용국의
뭐라고?포위당했을 때야말로 설욕을 하는 날이라니?!홍장미와 다른 군인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감히 한지훈에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왜냐하면, 이 명령을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총사령관이었고 그는 평생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흩어지고 나서야 홍장미가 한지훈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령관님, 아군이 포위되었을 때가… 설욕의 날이 맞는 겁니까? 이걸…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약 아군이 외딴 성에 포위되어 구출되지 않으면… 저는 두려운 것이…”홍장미는 말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무관을 공격해 적의 숨통을 조이면 적군을 두 동강 낼 수 있을 테지만, 마찬가지로 이는 파용군에게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적군이 전면적으로 원조를 하거나 무관을 습격해 도성을 사수한다면, 파용군도 전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효강의 대군은 이미 용경에 도착했다. 망경관의 대군이 성밖으로 나온다면 서효강은 언제든지 망경관을 빼앗을 수 있지. 하지만 이때, 겉으로는 아군이 포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군대가 적군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오국 연합군은 모두 일곱 명의 오성 용수를 파견했지만, 그중 3명은 죽었고 4명의 오성 용수가 모두 우리의 포위망 안에 있지. 적군은 감히 이 네 명을 버리고 성급하게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을 거다!”“아군은 군대를 두 길로 나누어 하나는 무관을 지키고, 다른 하나는 북쪽의 완강한 적을 섬멸하기만 하면 이 20만 대군을 모두 용국에 남길 수 있을 거다!”한지훈은 무심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그의 말을 들은 홍장미는 마침내 그의 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한지훈에게 경례를 한 뒤 말했다.“지금 바로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무관을 3일 동안 붙잡아 두는 것은 한편으로는 5개국 연합군의 식량과 탄약을 소비하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용일 무리가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사흘 후면 용일과 다른 병사들은 완전히 치유되지는 못하더라도, 전장에 나가 적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