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비는 나계홍의 차가운 눈빛을 발견하고는, 미처 하려던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저 삼켜버렸다. 결국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어떤 일이든지 규칙은 지켜야지!”나계홍은 머리를 돌려 나한비를 한번 노려보고는 경고를 하였다.사실 그의 의도는, 이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강자는 한지훈이었기에 그가 말을 하기도 전에는 그 어떤 졸개들도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계홍은 너무나도 가벼운 나한비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이내 나한비가 물러나고 나서야 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말했다.“비켜!”한지훈의 목소리는 크지는 않았지만, 매우 위엄이 있었다.그러자 장지중과 그 중년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이 바로 한지훈이야?”중산복의 남자는 기분 나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았다.하지만 한지훈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고 한 손을 짊어진 채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간, 중산복 남자의 얼굴색이 갑자기 어둡게 가라앉았다.뜻밖에도 한지훈에게 무시를 당할 줄은 몰랐다.‘설마 나를 아예 투명인간 취급한거야?’ 들끓는 분노에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기 시작했다.심지어 나씨 집안 사람들은 아예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약 20~30명 무리의 대오가 재빨리 중산복 남자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한지훈! 너...”바로 그때, 중산복 남자는 겨우 용기를 내어 몸을 돌려 한지훈을 불러 세우려 했지만 한지훈은 이미 우연 그룹 사무 청사로 들어간 상황이었다.그렇게 비바람 속에서 남자는 혼자 남게 되었다.“에이, 곽연, 됐어. 조금만 있으면 원 가주님이 도착하실 거야. 한지훈이 기세등등할 시간도 이젠 며칠 안 남았다고!”이때 한 중년 남자가 중산복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하지만 잔뜩 화가 난 중산복 남자는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은지 3개월도 안 되어 한지훈이 강중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특별히
하지만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맞은편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덤덤한 표정을 한 채 주차된 차로 향했다. 바로 그때, 원효천은 다소 경멸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힐끗 보았다.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그룹에서 왔대?”원효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원 선생님, 저 사람들은 전부 나 씨 그룹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오늘 원 선생께서 직접 강중에 이렇게 오신 날, 나 씨 집안은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인사도 하지 않았고요.” 장지중은 이때다 싶어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 말했다. “뭐라고?”뜻밖에도 나 씨 집안이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원효천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흥! 한지훈, 네가 감히 나랑 대립하려 하다니!”원효천의 굵은 목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사방 몇 리 안에서도 똑똑히 들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지훈은 여전히 원효천을 전혀 상대하지도 않고 강우연을 도와 차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태연하게 웃고 떠들며 차 안으로 올라탔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효천을 한 번도 흘겨보지 않았다. 심지어 나 씨 집안사람들조차도 맞은편에 있는 이들을 아예 투명 인간 취급했다. 뒤이어 차는 곧바로 망성루 방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무시를 당해본 원효천의 안색은 순식간에 보기 흉해졌다. 게다가 끊임없이 비만 주룩주룩 내리던 하늘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덮쳤다. 쾅쾅! 이때,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에 원효천 뒤에 서있던 상업계 거물들은 다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찬가지로 앞줄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계홍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효천의 몸에 비 한 방울도 닿지 않는 놀라운 장면을 바로 보아냈다. 하지만 한지훈한테서는 이런 능력을 전혀 보아내지 못했다. 설마 자신이 라인을 잘못 탄 건 아닐까 생각에,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한지훈 또한 백미러로 놀라운 이
“가능하면 대부분의 업무는 아래의 부하 직원한테 맡겨도 돼. 직접 부담할 필요는 없어.”강우연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전국적으로 수출하는 약품의 각종 규격은 모두 우연 그룹이 심사해야 하는 상황에 이것은 절대 보통 업무량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 감히 그 어떤 사장도 마음 놓고 놀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심지어 과도한 업무량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일반 직원들조차도 여러 직책을 겸해야 했다. “에휴, 그렇게 쉬운 게 어디 있어요. 하마터면 저희 회사 경비원까지 동원할 뻔했어요!”강우연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 증원해!”한지훈은 담담하게 직원 증원을 제안했다. 우연 그룹의 현재 업무량으로 볼 때 그 일손은 턱 없이도 부족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의약을 잘 아는 사람은 너무 적어요. 심지어 저희 회사의 일부 최고 인재들은 이미 각 의약 기업에 스카우트까지 되었고요. 증원한다고 해도 단지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만 모집할 수밖에 없어요. 난감한 상황이죠...”강우연은 현재의 상황에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강 회장님, 저희 회사에는 오히려 회장님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 저희 인재들을 우연 그룹에 파견시킬 수도 있습니다!”나계홍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끼어들며 말하다. 하지만 강우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 씨 그룹도 큰 회사라 일손도 넉넉하지 않을 텐데.” “괜찮습니다. 강 회장님을 도와줄 수 있는 거만으로도 저희는 영광입니다!” 나계홍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몇 분간의 설득 끝에, 강우연도 도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계홍은 어차피 한지훈과 한 배에 올라탔으니 이제 모든 것은 하늘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령 나중에 나 씨 집안이 정말 강중의 각 세력으로부터 배척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꽤나 진심 어린 나계홍의 표정을 보아낸 한지훈은 그를 계속하여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생각보다 괜
마침 망성루 입구에 서있던 귀빈들은 손에 장검을 든 채 살기등등하게 한지훈에게로 돌진하는 곽연을 발견하고는 급히 유리문 뒤로 피한 후 긴장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나 씨 집안사람들도 잇달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반인들이었기에, 곽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석처럼 얇은 연검은 그의 손에 잡히게 되자 말이 안 되게도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얼핏 봐도 곽연은 절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연아, 계단 조심해!” 한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망성루의 계단을 바라보며 강우연을 일깨워 주었다. 강우연은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한지훈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한 줄기 검기가 겹겹이 물결을 일으키며 한지훈을 덮쳤다. 마침 옆에 서 있던 나한비는, 얼굴에 튀는 물을 맞게 되고는 매우 아파했다. 그 검이 한지훈의 등을 찌르려는 순간, 나계홍은 급히 한지훈의 뒤로 한걸음 내디디여 그를 막았다. “꺼져! 죽을래!”그러자 곽연은 나계홍에게 노호하였다. 그가 이미 던진 검은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었다. 만약 이 검이 나계홍을 덮치게 된다면, 그의 몸은 바로 두 동강 날게 뻔했다. 그러나 곽연이 죽이려는 사람은 나계홍이 아니라 오직 한지훈뿐이었다. “땅!”바로 그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줄기의 차가운 억새가 공중에서 반짝반짝 떨어졌다. 죽음을 직감한 나계홍은 눈을 살짝 감고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일단 검이 그의 몸에 닿게 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계홍은 내심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지훈이 절대 자기가 이렇게 허무히 죽는 것을 가만히 보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나 씨 집안의 앞날을 위해 희생하는 건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게 되자, 모든 나 씨 가족들은 참담한 마음에 동시에 눈을 감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본 순간, 그는 자신의 앞가슴의 살갗이 터지게 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가슴에 난 큰 구멍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게 내 심장이라고?’ “한...”곽연은 말을 반쯤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그는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큰비 속에 쓰러지게 된 곽연의 시체를 본 곽 씨 집안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제야 한지훈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전에는 줄곧 한지훈이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크게 후회하게 됐다. ‘한 손으로 숨통을 조여버릴 수 있는 괴물은, 회피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많은 사람들은 내심 크게 놀란 한편, 저도 모르게 한지훈이 원효천에게 대한 태도를 다시금 연상하게 되었다. 설마... 그중에서도 나한비는 역시나 나 씨 그룹의 사업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젊은 상속자답게, 머릿속에 이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눈치 빠르게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한 선생님, 강 회장님, 어서 오세요!” 전부터 나계홍이 한지훈에게 인생을 걸었을 때, 줄곧 불쾌한 기색을 보였던 나한비의 태도는 아예 180도로 바뀌게 됐다. 그는 주동적으로 한지훈과 강우연을 도와 문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뒤에서 그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던 졸개들까지 한쪽으로 밀쳐내며 아부를 하였다. 그로 인해 빗물이 자신의 몸을 젖게 되어도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한지훈 같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한지훈은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이내 강우연과 팔짱을 낀 채 망성루로 들어갔다. 뒤이어 나 씨 집안사람들도 황급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지훈에게 대해 험담을 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나계홍의 안목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한 선생님,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어느새 나계홍의 얼굴색은 백지장처럼 창백
원효천의 말을 듣고 난 한진욱은 그제야 크게 안심했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들은 모두 똑똑히 보아냈다. 원효천이 당당하게 한지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아예 무시하고 바로 차에 올라타 떠나버렸다는 것을. 그 말은 즉, 한지훈은 정면승부할 용기가 없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히 상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이젠 마음가짐을 잘해야 합니다. 원 가주님께서 이렇게 흔쾌히 저희를 도와주려고 한 이상, 저희 또한 굳게 마음먹고 우연 그룹과의 모든 협력을 끝내야 합니다!”이때 무리 속에서 한 40대 중년 남자가 일어서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적지 않은 의약 회사 대표들은 하나같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모두들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한지훈은 이제 더 이상 북양 왕도 아닙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권력도 없고 병권도 없기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 겁니다. 오직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요!”옆에 앉아있던 원상용도 이 틈을 타 한마디 덧붙였다. ‘한지훈이 이젠 북양 왕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 소식은 아직 강중에까진 전해지지 않았었다. 설사 용경에 전해졌다 하더라도 진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상위층 사람들뿐이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국왕은 철저히 비밀로 하라고 명령했었다. 일단 한지훈이 옷을 벗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용국 변경의 각 나라들은 또 움직이려고 수를 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 가주님, 그게 사실입니까? 한지훈이 이젠 일반 서민이라고요?”여전히 의심 가득하던 상업계 거물들은 일제히 물었다. 그들의 질문에 원상용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원효천을 한 번 흘깃 보았다. 원효천 또한 더 이상 숨길 의사가 없어 보이자 그제야 그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지훈은 용경에서 국왕과 갈등이 생긴 후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떠났고, 그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던 국왕도 이젠 포기한 겁니다. 즉 그는 스스로
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우연 그룹은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화물 운송 회사와도 더 이상 협력을 하지 않으면 우연 그룹의 사업은 결국 강중에만 국한되는 게 뻔했다. “말도 안 돼!”강우연은 곧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한지훈은 하얗게 질린 강우연의 얼굴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돌려 물었다. “큰 일 났어요. 각 은행과 화물 운송 회사들이 모두 저희와의 협력을 종료했어요!”강우연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내심 이 모든 일의 배후가 떠올랐다. 바로 원 씨 집안이 뒤에서 모든 걸 꾸민 거라 거의 확신했다. “걱정하지 마. 돈과 화물 운송에 관한 모든 건 내가 다 해결해 줄게!”한지훈은 비록 더 이상 북양 왕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강중의 주둔군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군의 수송 트럭은 얼마든지 우연 그룹의 운송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돈에 대해서는 한지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즉시 많은 국제적 대재단을 동원하여 우연 그룹에 자금을 투입하게끔 할 수 있었다. “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강우연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나계홍은 눈치를 보고 급히 일어섰다. “강 회장님, 저희 나 씨 그룹에도 30대의 운수 트럭 차량이 있습니다. 비록 차가 좀 적긴 하지만 얼마든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매일같이 쉬지 않고 달리면 30대의 차로도 얼마든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 것입니다!”나한비도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저희 나 씨 집안은 강중 부근에 일부 약재 산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도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큰 트럭들이 있습니다. 만약 모두 동원한다면 최대 50대까지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아니... 그럼 나 씨 그룹한테 너무 신세를 지는...”강우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계홍이 말을 이어갔다. “강 회장님, 사실 이젠 저희 나 씨 그룹과 우연 그룹은 한 배에 탄 운명으
경호원의 목소리는 딱히 크지는 않았지만, 순간 홀 전체는 조용해졌다. 소식을 접한 원효천은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눈에서는 정광이 뿜어져 나왔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진욱에게 경호원이 무사할 거라고 장담까지 했었다. 그런데 결국 한 시간도 안 되어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일이야?”원효천은 한진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술잔을 탁자 위에 내던지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한 시간쯤 전에 곽 선생께서 한지훈을 찾아갔는데, 결국 살해되었다고 합니다!”경호원은 용기를 내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한지훈 이 미친놈. 원 가주님이 이렇게 계신데 감히 살인을 저질러?”“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한지훈 이 녀석한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줘야겠어!”“맞아요! 지난번에도 바로 이 녀석이 저희 모두를 우연 그룹 앞에서 오전 내내 무릎을 꿇게 만들었어요! 이 원수, 어떻게든 갚아주고 싶어요!”모두들 한 마디씩 얹고는 하나같이 이를 갈며 노기를 드러냈다. “흥!”마찬가지로 언짢은 기분이 든 원효천은 화가 난 나머지 한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자 그 원탁은 단번에 산산조각 났다. 탁자 위의 유리컵들은 이내 쨍그랑하는 소리를 내며 모두 바닥에 쏟아졌고, 물은 사방으로 튀어버렸다. “가주님, 화 푸세요! 한지훈 그놈, 감히 가주님과 겨룰 용기가 나지 않아 이렇게 괜한 사람만 건들면서 심통을 부리는 겁니다!”원상용은 급히 원효천의 달래주기 시작했다. “맞아요. 방금 문어귀에서 가주님을 마주하고도 겁먹고는 감히 달려들지 못해 한지훈 그놈이 마음속으로 화를 쌓아둔 거예요.”“한지훈은 고작 곽 선생을 괴롭히는 거로 자신의 체면을 되찾으려 했을 뿐이에요. 이건 마치 세 살짜리 아이나 하는 바보짓 같잖아요.”“제가 보기에는 한지훈은 틀림없이 원 가주님의 계획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은커녕 곽 선생의 솜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텐데요!”상업계 거물들은 잇달아 나서며 아부를 하였다. 그제야 원효천의 표정이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