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님, 강중 북서쪽 모리진 근처의 한 장원에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동방염과 라해붕 외에도 두 명의 백인 남자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게다가 이 두 사람,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용월이 전화를 끊고 급히 한지훈에게 보고했다.“미로진!”한지훈은 즉시 머릿속에 강중 지도를 떠올렸다. 그곳은 매우 황량한 지역으로, 300가구가 채 안 되는 강중 근처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용월이 말한 그 장원은 한지훈에게도 조금 익숙한 곳이었고, 몇십 년 전에 폐허가 된 대저택이었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한지훈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동방염은 반드시 철저히 준비했을 거다. 너희들은 따라가지 말고, 신룡전 사람들도 모두 철수시켜라!”“예!”용월은 급히 전화기를 꺼내, 방금 받은 번호로 문자를 보내 부하들에게 즉시 철수하라고 전했다. 한지훈은 혼자서 빠르게 사무실을 떠나, 지프 차량에 올라 미로진을 향해 달려갔다.한지훈이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하늘 저편에서는 때때로 번개가 번쩍였다!몇 차례 우레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조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한지훈은 차를 마을 길거리 근처에 세운 뒤, 차에서 내려 혼자 장원 근처로 걸어갔다.이때, 장원 안은 불빛 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웠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끝없는 살기가 감돌았다.“너희 말은, 오늘 밤 한지훈이 반드시 올 거라는 건가?”동방염이 말을 꺼내며, 아직도 벽 모퉁이에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강우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오후에 순찰을 하던 중 한지훈의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그들을 보내주긴 했습니다. 한지훈의 아내가 저희 손에 있으니, 그가 오지 않겠습니까?”그 말이 끝나자, 아래층 암실에서 몇 마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로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라해붕이야, 그 늙은 놈을 제대로 한 방 먹이겠다고 하더군. 아마 그 늙은 놈이 낸 소리일 거다!”동방염이 냉정하게
“후!”한 줄기 강한 바람이 한지훈의 등 뒤로 몰려왔다!“누구냐!”한지훈은 말을 하며 몸을 황급히 돌려 상대의 단검을 피했고, 동시에 손을 뻗어 상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쉬익!”또 다른 차가운 빛이 한지훈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한지훈은 급히 뒤로 물러나며 발끝을 살짝 땅에 닿게 한 뒤 몇 걸음 물러나 공중으로 뛰어올랐다.“팍!”한지훈은 공중에서 옆차기를 날려 상대의 가슴을 정확히 가격했다!그 사람은 그대로 거꾸로 날아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도 땅에 떨어졌다.“한지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 말이 끝나자, 주변의 모든 조명이 한꺼번에 환하게 켜졌고, 방 안에도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한지훈,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넌 너무 어려서 진법에 능하지는 못하겠지. 말해라, 금룡의 심장과 음양존이 어디에 있지?!”캐럴이 한지훈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강우연과 도청전인은 어디에 있는 거냐!”한지훈은 대답 대신 그에게 되물었다.“모르겠다고?”로드는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은 이미 우리가 흑영진으로 가득 채워 놨다. 만약 네가 진법을 모른다면, 지금쯤 넌 이미 죽어 있을 거다!”역시 한지훈이 예상한 대로, 방금 느낀 그 어둠은 매우 비정상적이었고, 강우연의 목소리는 이 방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만약 한지훈이 진법에 능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라해붕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이것으로 보아 상대방은 광명파 사람일 것이다! “광명파도 동방 가문과한패가 된 건가?!”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금룡의 심장을 내놓고 음양존의 위치를 말해라, 그럼 너는 괴롭히지 않고 네 아내 강우연과 도청전인도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겠다!”캐럴이 냉정하게 말했다. 뭐라고?! 문 앞에 서 있던 동방염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곧장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들은 내 충견에 불과한데, 무슨 자격으로 한지훈과 협상하려 드는 거지?! 당장 저 자식을 죽여버려!”“동방 도련님, 흥분하지
한지훈의 몸도 빠르게 움직였다!이 방은 공간이 매우 좁았고, 한지훈에게는 불리한 환경이었다.상대가 세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을 해왔기에 한지훈은 피할 공간이 거의 없었고, 천생서문의 유룡보 기술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조금만 방심해도 상대의 공격을 받게 된다! 캐럴과 로드가 동시에 한차례 공격을 마친 후, 한지훈은 일부러 창문 근처로 물러났다.이때, 라해붕의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 한지훈은 한 손으로 라해붕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의 몸은 순간적으로 뒤로 기울어지며, 라해붕의 주먹에서 나오는 강한 기운을 이용해 창문을 깨고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한지훈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주변이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이 어둠은 단순한 밤의 어둠이 아니었고, 마치 먹물처럼 짙고 깊은 어둠이었다.한지훈이 땅에 닿는 순간, 그는 이 마당에도 진법이 깔려 있음을 깨달았다. 비록 한지훈이 이전에 배치한 진법처럼 상대의 힘을 약화시키는 효과는 없지만,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그 진법 속에서는 한지훈의 시야가 온통 캄캄했지만, 상대는 한지훈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적은 밝은 곳에 있고, 자신은 어둠 속에 갇힌 형국이었다!한지훈이 마당으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에 캐럴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한지훈은 마당에서 그들과 결전을 벌이려 했다! “속아 들었군!”캐럴의 눈빛이 번뜩였다.음양존에게 이 진법을 배웠기에 망정이지, 마당에서 한지훈과 겨루게 되면 그들은 불리했을 것이다. 이전의 정보를 보면 한지훈은 일성 준천왕의 실력에 불과했지만, 직접 싸워보니 그의 실력은 사성 천왕계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같은 수준에서 싸우기에는, 한지훈처럼 다양한 수법을 가진 상대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지훈에게 매우 불리하다! 캐럴의 말이 떨어지자, 로드는 미리 준비한 세 덩이의 볏짚을 던졌다. “펑! 펑! 펑!”세 차례의 둔탁한 소리가 울리며 한지훈은 곧바로 그 소리가 나는
응?캐럴이 잠시 머리가 멍해진 사이, 오릉군 가시가 세 사람 중 가장 실력이 약한 라해붕을 향해 돌진했다.한지훈이 도마 위 생선이라고 생각했던 라해붕은, 한지훈이 시야가 완전히 어두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정확히 공격을 퍼붓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휙!”순간 빠르게 날아오는 소리와 함께 오릉군 가시가 번개처럼 라해붕을 향해 돌진했다!“아악!”라해붕은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가 있던 위치는 마당의 벽 모퉁이었고 물러설 곳 없이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쿵!”곧이어, 바로 뒤에서 사나운 바람이 몰아쳤고 라해붕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회수한 뒤 몸을 앞으로 날려 캐럴을 향해 돌진했다! 방금 라해붕이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본 로드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관심은 이미 라해붕에게 쏠려 있었다. 캐럴은 방금 한지훈이 라해붕을 정확히 공격한 모습을 보고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한지훈이 갑자기 달려들자 검을 휘둘렀다. “퍽!”한지훈의 공격에 캐럴은 놀라며 몸이 떨려왔고, 비록 그는 한지훈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있었지만 두 팔이 저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방금 전 한지훈의 공격은 마치 유성이 떨어지는 듯했고, 만약 생존하려는 강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캐럴은 이미 한지훈의 공격에서 무너졌을 것이다. 한지훈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유는, 3 대 1인 상황에서 빠르게 한 명을 처리해야만 더욱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때, 로드가 정신을 차리며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 로드와 캐럴은 근접전에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기에, 근접전이라면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단 몇 번의 공격만으로 도청전인을 제압한 것에서 그들의 실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지훈은 군대 출신이었기에 도청전인과 다르다는 것을 그들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배운 것이 근접전이었고, 근접전에서만큼은 캐럴과 로드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한지훈은 뒤에서 날아오는 강한 바람을 느끼자
“로드! 조심해! 그가 시력을 회복했을 거야!”캐럴은 빠르게 달려가며 로드를 구하려는 동시에 큰 소리로 로드에게 경고했고, 가슴이 찔린 채 쓰러진 라해붕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풍덩!”라해붕의 시체가 땅에 떨어졌고, 죽을 때까지 그의 눈은 의문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지훈은 분명히 앞이 완전히 암흑이었을 텐데… 어떻게 정확하게 찌를 수 있었던 거지?! 하지만 그가 후회하거나 원망하든, 이미 끝난 일이었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한지훈의 손에 쥔 붉은색 장총은 매우 날카롭고 위세가 등등했기에, 로드 혼자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며, 캐럴이 빨리 다가와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러나 한지훈 역시 그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하고 있었다.이 두 사람의 호흡은 정말로 완벽했기에, 만약 그들이 다시 앞뒤로 협공한다면 자신은 분명 위험에 처할 것이다.도청전인이 이 두 사람에게 제압당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한지훈은 손에 더욱 힘을 실었고, 붉은색 장총은 마치 살아 있는 용처럼 번쩍이며 연속으로 로드를 향해 치명적인 일격을 날렸다. 몇 번이고 뒤로 물러난 로드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이때, 갑자기 발 아래에서 무언가에 걸려 몸이 절로 뒤로 넘어갔고, 그와 동시에 한지훈의 붉은 장총은 로드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멈춰라!!”캐럴은 분노의 외침과 함께 한지훈의 등 뒤로 칼을 휘둘렀다! 그는 로드와 항상 함께였기에, 만약 로드가 죽으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한지훈과 속도 싸움을 벌였고, 한지훈이 로드를 죽이기 위해 뒤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그 틈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한지훈의 손에서 다시 찬란한 빛이 번뜩이며 오릉군 가시가 캐럴의 목을 향해 소리 없이 날아갔다! “안 돼!”캐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오릉군 가시를 보았고, 그의 목구멍에서 불과 1인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까지 다가왔다! “푸욱!”오
한지훈은 로드를 쫓아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동방염은 달랐고, 강우연이 아직 이 대청 안에 갇혀 있으니 벽을 넘어서 나가도 결국 한지훈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젠장!동방염은 이때 자신이 왜 도망칠 길을 남겨두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왔다!“상황이 좋지 않군!”동방염이 후회하고 있을 때 한지훈은 2층에 있는 방을 주시했고, 마치 마왕이 내려온 듯한 그 위압적인 모습이 창문을 뚫고 보였다. “쾅!”한지훈은 창문을 박차고 들어왔고, 그 충격에 동방염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쿵!”동방염의 몸이 벽에 심하게 부딪히며, 벽면이 갈라졌다!“푸헉!”동방염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땅바닥에 몸이 심하게 내동댕이쳐졌다. “여보! 나... 나 여기 있어요!”강우연은 한지훈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손에 들고 있던 식칼을 내던지고 그에게 달려갔다.바닥에 떨어진 동방염은 머리를 들어 강우연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몸에서 작은 권총을 꺼내 강우연의 등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이 작은 동작은 이미 한지훈의 눈에 포착되었다.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한지훈은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가 강우연을 끌어안고 몸을 돌려 뒤를 가로막았다. “퍽!”총알이 한지훈의 등을 관통하려 했지만, 그 총알은 한지훈의 옷조차 뚫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기벽에 의해 막혔다.“아악!”자신의 마지막 카드마저 강우연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에 동방염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그는 한지훈을 증오하는 마음보다, 오늘 한지훈이 절대 그를 살려 보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 앞섰다. 설령 죽는다고 해도, 한지훈이 아끼는 사람을 끌어들여 같이 죽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지훈! 나… 난 귀신이 되어서도 널 절대 가만히 않을 거다!”동방염은 이를 악물며,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방염을 바라보았다.“내가 경고했었지. 다음번엔 반드시 네 목숨을 앗아가겠다고!”“날 죽일 거라고?!”동방염은 침
한지훈이 말을 마친 후, 강우연을 안아 들고 문 밖으로 걸어갔다.“여보, 선생님께서 아직 지하 지하실에 갇혀 계세요. 지금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빨리 구하러 가야 돼요!”강우연은 다급하게 한지훈에게 말하자,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지하실로 향했다.그곳의 한 어두운 방에서는 도청전인이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 사실 그가 입은 상처는 심하지 않았고, 그보다는 기력을 많이 잃은 탓이 컸다. 누구라도 거의 20년을 정성을 쏟아 가르친 제자가 자기 스승을 배신한다면, 당연히 열불이 나서 죽을 것이다! 한지훈은 강우연을 내려놓고 도청전인의 의식을 되찾게 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가 겨우 의식을 되찾자, 도청전인은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가 정말 눈이 멀었던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런 개자식을 제자로 삼았단 말입니까!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입니다!”도청전인은 분노하며 얼굴을 일그러트렸고,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발을 구르며 땅을 쳤다. 이 모습을 본 한지훈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선생님, 동방염은 사실 가문의 이익을 위해 그런 것이지, 정말로 선생님을 배신하고 조상을 배반하려 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마음이었다면, 그는 진작에 선생님을 암살했을 겁니다!”“그가 선생님을 이렇게 가두었다는 건, 그가 속으로는 선생님과의 인연을 끊고 싶지 않다는 뜻이죠. 아직도 스승과 제자의 정을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한지훈은 도청전인을 위로하며 말했다.“한지훈 선생! 하… 하지만…”도청전인은 아무리 한지훈이 위로해도, 그 분노와 상처는 가시지 않았다.스승과 제자 사이로 20년 넘게 쌓은 정이 있었건만, 감히 사람을 보내 자신을 이렇게 대하다니?! “선생님, 그리고 동방염은 죽었습니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고, 그 말에 도청전인은 순간 멈칫했다. 원망과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동방염이 자기 제자였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었다.20년 넘게 함께한 제자와의 추억이 눈앞에 떠오르자, 그의 마음은 고통으로 아려왔다.
“선생님, 선생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제자를 잃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누구나 슬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냉혈한 인간이겠죠. 그리고 저는 결코 냉혈한과 어울리지 않을 겁니다!”한지훈의 말에 도청전인은 다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차는 천천히 출발했고, 강우연은 울부짖는 도청전인을 보며 한동안 어떻게 그를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한지훈의 별장에 도착한 후, 도청전인은 일찍 방으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지금 도청전인의 모습은 마치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여보, 선생님은…”“선생님은 슬하에 자식이 없으니, 평소에 제자들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신이 낳은 친자식처럼 대하셨겠지. 동방염이 어떤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도청전인은 항상 진심을 다하셨어!”한지훈은 도청전인의 방문을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한지훈은 동방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도청전인이 동방염과의 마지막 이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한지훈 일행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 숲속에서 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스미스였다! 그는 주위를 살피며 전화를 걸었다. “한지훈이 음양존을 죽이고, 금룡의 심장을 얻은 게 확인됐습니다!”반대편에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로드와 캐럴은?”“로드는 도망쳤고, 캐럴은 전사했습니다. 그리고 동방 가문의 차기 후계자도 한지훈의 손에 죽었습니다. 제 추측으로는, 4대 가문이 반드시 이 일로 동맹을 결성해 한지훈을 반드시 처치할 것입니다!”“지금 유일하게 확실치 않은 건, 무종의 태도입니다.”“만약 무종까지 한지훈과 적이 된다면, 저희는 조직의 힘을 쓰지 않고도 그를 제거할 수 있을 겁니다.”“하지만 금룡의 심장은 어떻게 회수해야 할지…”스미스는 주변을 살피며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계속해서 용국에 남아 무종의 상부에 접근해라. 그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금룡의 심장을 회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삼일 후에 누군가 연락을 줄 것이다.”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