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피할 틈이 없었던 한지훈은, 자신의 가슴에서 흐르는 핏물과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을 발견하게 됐다. “푸!”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지훈은 재빨리 문주에게 총을 겨눠 바로 사격하였다. 낙구영은 이 틈을 타 한지훈의 뒤통수를 노렸다. 이 모든 건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지훈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도 없이 급히 몸을 돌려 낙구영의 공격을 받아쳤다. 이내 큰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뒤로 10 여보 멀리 물러섰고 낙구영 또한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 순간, 온몸에서 기혈이 용솟음치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한지훈은 가슴이 답답해나고 목도 뜨겁게 달아올라 피까지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의 몸은 이상한 기류로 휩싸여버렸다. 천왕경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한지훈은 이렇게나 위험한 지경에 다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낙구영과 두 문주의 거듭되는 공격을 마주하면서, 한지훈이 지금껏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 “한 선생, 당신의 실력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안타깝게도 노 씨 어르신은 절대 당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어.”낙구영은 결코 이렇게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한지훈을 처단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대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노 씨 어르신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피 거품을 토해내면서 이를 악물고는 차갑게 웃었다. “과연 그럴까? 마지막에 누가 죽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걸?”이내 한지훈은 갑자기 앞으로 돌진하였다. 그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주위 사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놈의 손에 있는 장총이 위험하니까 다들 조심해!” 이때 스탠드에 있던 노 씨 어르신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절대 낙구영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켜보던 사람들이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을 무렵, 장총은 붉은빛을 뿜어내면서 또 한 명의 문주를 그대로 찔렀다. 문주는 붉은색의 사냥용 장총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검을 들어 막아 나섰다. 그는
적색 사냥용 장총을 손에 든 한지훈은, 싸움을 거듭할수록 더욱 용감해져 갔다. 그에 반면 낙구영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버텨가며 몸을 지탱하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한지훈한테 접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주저앉았다. 사실 낙구영의 패배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그의 곁에는 더 이상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고, 고작 일성 준천왕의 실력만으로 그는 한지훈의 적수가 될 수도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노 씨 어르신은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봤지만, 현재의 국면으로서는 그는 이미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됐다. 곧바로 한지훈은 총을 들었고, 낙구영은 미처 방비하지 못한 채 허벅지에 한방을 맞게 됐다. “푸!”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심한 통증이 파고들기 시작했고, 엄청난 고통에 낙구영은 바로 장검을 버리고는 손으로 상처를 막고는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이 허벅지에 총을 쐈다는 건, 사실 낙구영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준 셈이었다. 아니면 그 몇몇 문주들처럼 바로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는 그 자리에서 죽였을 텐데 말이다. "한 선생님, 제 체면을 봐주는 건 고맙긴 한데 저... 더 이상 이렇게 구차하게 살고 싶지가 않아.” 낙구영은 간신히 허리를 굽혀 바닥에 던진 장검을 다시 주웠다. “낙 문주 님, 사실 당신도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니란 걸 잘 알아요. 전에 낙 문주를 봤었을 때 전 문주 님께서 꽤나 열정적인 사람이란 걸 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전 굳이 이번 일을 깊게 파고들고 싶지가 않아요. 전 이따가 직접 당백성을 만나러 갈 거거든요!”“그리고 낙 문주께서 이미 부상을 입게 된 이상 당백성이 당신을 탓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의리라고 받아들이겠죠!”그 말을 들은 낙구영은 괜히 부끄러워 났다. 쨍그랑! 이내 낙구영은 손에 든 장검을 다시 한쪽에 던졌고, 피가 멈추지 않는 허벅지의 상처를 가리고는 털썩 무릎을 꿇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한
당연히 노 씨 어르신은 내심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일단은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훈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더 이상 강중에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맹세하였다. “꺼져!”이내 노 씨 어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거듭하여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는 곧바로 뒤돌아보지도 않고 달려갔다. 노 씨 어르신이 점점 멀어지고 나서야, 낙구영은 한숨을 내쉬고는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그냥 저렇게 도망가게 해서는 안된다니까요! 이번에 살 길을 놓아주면, 저 사람은 바로 다음날 다시 보복하려 할 거라고요!”하지만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놓아주는 거예요. 무맹은 비록 민간 조직이긴 하지만, 무종 중에서도 권리가 크고 명망도 높아요!”“그런데 만약 제가 여기서 저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앞으로 전 정말 무종의 공적이 될지도 몰라요!”사실 노 씨 어르신을 풀어주게 되면 그가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자신을 또다시 괴롭히려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괜히 무종과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됐다가는 한지훈뿐만 아니라 우연 그룹조차도 영원히 평온할 날이 없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절대 천하와는 적이 될 수 없다는 것, 한지훈은 이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한 선생님, 저 더 이상 한 선생님이랑 대적 관계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합니다. 저 낙구영, 이곳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는 더 이상 무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낙구영은 한지훈을 향해 맹세의 뜻까지 보였다. 지금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필경 청봉문은 무종 중에 있어서 작은 종문일 뿐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무신종과는 전혀 비교할 수도 없고, 어떤 영향력도 언급할 가치가 없었기에, 감히 한지훈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체면조차 없었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그럼 낙 문주 님, 안녕히 계세요!”뒤이어 한지훈은 낙구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성큼성큼 산문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이 순간, 청봉문
“유청 씨가 무사하긴 하지만, 사실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라이언 킹 찰리가 직접 강중으로 찾아가 지훈 씨를 잡으려고 해요!”진우는 무거운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만약 정면승부로 겨루게 된다면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한지훈의 실력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아무나 쉽게 그를 다치게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바로 그 점을 노려, 한지훈이 예상하지 못하게 신출귀몰로 암살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흑병대조차도 지금까지 놈들의 행방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요? 저를 죽이려 직접 찾아온다고요? 잘 됐네요. 마침 서효양의 복수를 대신할 수 있게 됐네요. 안 그래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언 킹 찰리는 단단히 한지훈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가 유럽 어느 가문 출신이든지, 한지훈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고 절대 그를 용서해 줄 생각도 없었다. “제가 듣기로는 찰리는 아시란치 가문의 사람이라 하더라고요. 국왕께서 말씀하시길 이 놈은 절대 죽일 수 없다고 합니다. 아시란치 가문은 유럽에서도 영향력이 꽤나 커서 일단 그를 죽이게 되면 용국과 유럽의 국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진우는 급히 한지훈을 말렸다. 라이언 킹 찰리는 당연히 빌어먹을 놈이긴 하지만, 고작 그 한 사람을 처단했다가는 용국과 유럽 강국 사이의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진우 씨, 국교는 오직 나라의 실력으로 정해지는 겁니다. 만약 제가 이번에 라이언 킹찰리를 용서하고 보내주게 되면 나중에 그들은 또 어떤 비열한 수단으로 용국을 해치려 할지 모릅니다. 때가 되면 저희는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을 거예요!”그의 말대로 사실 라이언 킹 찰리를 용서해 주더라도 유럽과 용국 사이의 국교에 딱히 좋은 영향을 끼칠 일은 없었다. 도리여 그들은, 용국이 자신들을 꺼리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할 수도 있었다. 괜히 놈들한테 자신감만 올려주
한편 그 시각 강중의 한 스위트 룸에서는, 금발을 한 한 30대의 남자가 어린 모델 두 명을 껴안고는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옆에 있는 백인 남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 그 한지훈이라는 놈이 무맹 사람들한테까지 미움을 샀단 말이야?”이 금발의 남자가 바로 라이언 킹 찰리였다. 그가 이번에 강중으로 온 것은 바로 한지훈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일단 한지훈에게 손을 대지 않고 먼저 다른 몇 명의 용국 종문 장교나 문주들을 처단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모두 한지훈에게 덮어씌울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지훈은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될 테고, 무종도 한지훈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뜻밖에도 한지훈이 이미 무맹의 미움을 사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다 된 밥상에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어준 셈이었다. “찰리, 저희 이번 기회를 아주 잘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무맹 쪽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려고요!”백인 남자는 라이언 킹 찰리의 곁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당장 무맹에 연락해서 내가 곧 3일 후에 한지훈과 결투를 하게 될 거라고 전달해! 만약 그가 감히 도망치려 한다면, 무종 전체는 전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야!”이내 찰리는 손에 든 물컵을 깨뜨리며 환호하였다. “네!”백인 남자는 짧은 대답과 함께 돌아서서는 스위트 룸을 나섰다. 아시란치 가문의 자손으로서 라이언 킹 찰리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격을 차리는 걸 중시했었다. 전에 서효양을 암살하러 갈 때도 그는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였었다. 그런데 만약 이번 기회에 한지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업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 명예를 안고 유럽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온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에게 있어 권력과 명예는, 아시란치 가문의 명예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했던 건, 한지훈의 몸에 있는 하나의 용심이었다. 용심만 되찾
노 씨 어르신은 음흉한 표정을 한 채 이를 갈며 말했다. “안됩니다, 선생님! 찰리님의 뜻을 오해하지는 마세요. 결투하기 전까지, 절대 한지훈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혹여 죽게 되더라도 찰리님의 손에 죽어야 합니다!”로말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이유는 이번 결투는 찰리의 미래 인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이 찰리의 손에서 죽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노 씨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다면 찰리 선생한테 이 말을 꼭 전해줘. 그가 원하는 대로, 결투 그날 반드시 한지훈을 죽여달라고!”그제야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이내 서로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뒤이어 로말은 자리를 떠났고, 노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방 안을 몇 바퀴씩 돌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그는 갑자기 약왕파 황약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거듭된 고민 끝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만약 황약사가 한지훈을 상대할 수 있었다면, 한지훈은 진작에 그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황약사 또한 무맹이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강자는 아니었다. 필경 무적천과는 동급의 강자였으니까. 노 씨 어르신은 어쩔 수 없이 생각을 접고는 성내의 다른 고수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문득, 귀의 임천덕이 떠올랐다. 귀의문은 무종 중에서도 무도 패륜이라고 불리는 작은 문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귀의문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나 그들은 독극물을 잘 이용하고 의술도 능통했다. 게다가 약왕파 다음으로, 의도로 문파를 세운 종문이었다. 이내 노 씨 어르신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귀의문의 문주인 임천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평소에 명성이 극히 나쁘기로 유명했던 임천덕이, 무려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 건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격이었다. 무맹은 단지 민간 조직일 뿐이긴 하지만, 그 지위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귀의문의 미래도
그 말을 들은 임천덕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목숨을 살리는 게 아니라 끊으라고?’ “그건... 어렵진 않긴 한데, 어르신께서 그렇게까지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여전히 어리둥절했던 임천덕은, 노 씨 어르신이 자신을 강중으로 부른 목적을 알지 못했다. 임천덕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황약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예 다른 일이었다. “사실...”이내 노 씨 어르신은 한지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또 라이언 킹 찰리와 한지훈의 결전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다. 자초지종을 듣게 된 임천덕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한동안 깊이 생각에 잠긴 후에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저더러 독을 넣으라는 것입니까?”그러자 노 씨 어르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임천덕을 노려보았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난 엄연히 무맹 장로인데, 어떻게 그렇게나 일을 추잡하게 진행할 수가 있어?” “게다가 라이언 킹 찰리는 이방인이야. 이방인이 우리 용국 공신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데 내가 어찌 용국 공신에게 독을 먹일 수가 있냐고! 너 날 대체 뭐로 보는 거야?”쉿! 노 씨 어르신으로부터 제대로 혼쭐이 난 임천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그... 그럼 대체 어떻게 진행하실 심산인 겁니까?”노 씨 어르신은 침착한 표정으로 임천덕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전에 낙구영과 한번 대결을 치르는 과정에 한지훈이 부상을 입게 됐어. 아마 결전 전에는 어떻게든 반드시 상처를 치료하려 할 거야. 하지만... 상처라고 모두 다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 말 알겠지?”눈을 깜박거리던 임천덕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노 씨 어르신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젠장... 그 말은 즉 한지훈한테 독을 내려라는 거 아니야?’ “하지만 결전 당일 전까지 한지훈은 죽으면 안 돼, 알겠어?”노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즉 노 씨 어르신
필경 상대방의 신분을 알지는 못했기에, 제자들은 냅다 경솔하게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키 큰 남자는 여전히 실눈을 뜨고는 고개까지 쳐든 채 얄미운 표정으로 그들을 도발하였다. “얼른 나와서 우리를 맞이하라고 해! 우린 귀의 임천덕 문주의 제자들이거든! 우리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한지훈 사령관이 곧 용국 무종의 체면이 걸린 찰리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기에 특별히 직접 나서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하셨거든!”“사실 우리 사부님은 이렇게 쉽게 주동적으로 나서서 은혜를 베풀지는 않으셔! 이번에는 오직 무종을 위해서 나서신 거지. 무려 우리 사부님의 치료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키 큰 남자는 거만한 표정을 한 채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천검종의 제자 두 명은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암만 생각해도 그들이 감히 사사로이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인 것 같아 이내 급히 별장으로 달려가 한지훈에게 보고하였다. “한 선생님, 별장 앞에 두 중년 남자가 찾아왔는데 귀의 임천덕의 문하생들이라고 합니다.” “귀의 임천덕이 직접 하산하여 한 선생님의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고, 선생님더러 얼른 나와서 자신들을 맞이하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임천덕은 무종의 체면을 위해서 이번에 특별히 나서려고 한답니다!”‘뭐? 임천덕?’ 한지훈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지만, 도청 전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사실 임천덕은 오래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을 구한다면 기본적으로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긴 했지만, 반면 누군가 독극물을 먹고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사람들은 열 건 중 아홉 건을 흔히 임천덕의 짓으로 의심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달려와서 한지훈의 상처를 치료한다니. “주상, 이 사람은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맹의 편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도청 전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이미 예상이 갔다. 그는 노 씨 어르신이 보낸 살인자라는
“미안하지만, 정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건 의도적으로 체면을 구기려는 것도 아니었고, 정말로 진천국이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한지훈이 귀담아들을 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오대명산의 각 원장 정도는 되어야 했다.그 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들을 필요가 없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한지훈 앞에 오면 누구 하나 예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국가 원수들조차도 한지훈은 이름을 외울지 말지 고민할 정도였다.전 세계에 백여 개국이 있는데, 한지훈이 언제 그들 이름을 다 외우겠는가?한지훈의 경지에 이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며, 신분이나 지위 따위는 그저 덧없는 한때일 뿐이었다.“당신이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줄 아는 거요?!”옆에 있던 소 씨 노인은 즉시 분노에 차서 책상을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진천국은 산성에서 손꼽히는 인물인데, 한지훈이 그런 인물을 모른다고 하다니?이건 노골적으로 진천국의 체면을 짓밟는 행위였다!하지만 소 씨 노인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진천국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젊은이, 나도 젊었을 땐 거만하긴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세상을 우습게 보면 안 돼.”진천국은 상위자의 태도로 차갑게 훈계했다.“용건이 뭡니까?”한지훈은 진천국을 전혀 상대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지훈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오자, 진천국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한지훈이 거만하긴 했지만, 그만큼 기개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그럼 나도 본론부터 말하지. 처음엔 당신이 그냥 작은 가게 주인인 줄만 알았는데, 아까 당신의 태도에서 뭔가 좀 특별함을 느꼈소.”“하지만 나씨 가문에서 어떤 이득을 줬든 간에, 당신 따위가 우리 진씨 가문의 일을 망칠 순 없소. 내 딸도 당신 같은 사람이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오!”“그러니 우리 서로 체면 구기지 않으려면, 하나의 제안을 제시하지.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멀리 떠나시오, 그리고 다시는
온갖 옥기들이 진열된 이 옥기 상점은, 얼핏 보기엔 평범한 옥들뿐이었고 그 흔한 최상급 옥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가게를 지키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사람이 대체 무슨 대단한 배경이 있겠는가?한눈에 보기에도 이 가게의 주인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일 터였다!어차피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조금이라도 배경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각 대종문에 의탁했고, 일부는 오대 명산의 외부 제자가 되기도 했다.장사를 한다 해도 영기 회복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런 이름 없는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이 가게 주인은 아무런 배경도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이 뒷마당에서 현관으로 나왔다.한지훈이 소박한 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진천국의 미간은 더 깊이 찌푸려졌다.한지훈의 옷차림만 보고도, 진천국은 그에 대한 인상이 한두 단계 더 추락했다.“휴, 저 사람은 너무 평범해 보이지 않소! 요즘엔 병왕계에 오른 사람도 널렸는데, 저런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진천국은 한숨을 쉬며 소 씨 노인에게 말했고, 소 씨 노인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영기 회복 이후에도 세계 각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용국은 유독 달랐다. 용국은 기운을 품은 나라였기에, 용국 대지 전체가 거대한 변화를 겪은 것이다!심지어 일반 백성이라도 체력이 조금만 받쳐주면, 저절로 병왕계로 돌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즉, 용국의 거리에서 젊은이 하나를 아무나 붙잡는다 해도, 무종에 입문했든 아니든 최소한 병왕계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은 어쩐지, 완전한 일반인인 것 아닌가?그때, 한 젊은 여자 직원이 조심스레 진천국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진천국이 처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는 이 두 사람이 결코 선량한 손님이 아니라고 느꼈다.이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려 한다면, 그녀는 분
진천국은 바로 이러한 고려 끝에, 갑작스럽게 이 일에 진지하게 대응하게 된 것이었다.“음, 진 씨 형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진씨 가문이 부흥한다면 손해를 보는 건 나씨 가문일 테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 옥기점 사장은 나계홍 손에 놀아나는 한낱 졸개에 불과할 겁니다!”“만약 진 씨 형님께서 부적절하다고 느끼시면, 저는 형님과 함께 그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소 씨 노인이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엔, 그 작은 옥기점 사장은 분명 나씨 가문 쪽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고, 나씨 가문 사람들과 짜고 이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단지, 진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혼인을 방해하기 위해서 말이다!“좋습니다. 장씨 가문 쪽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해왔고, 장 도련님이 선이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더군요. 지금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바람만 불어주면 됩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절대로 어떤 변수도 생기게 해선 안 돼요!”진천국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나계홍이란 자는, 워낙 생각이 치밀해서 아무나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위장이라 해도, 나계홍이 그렇게 쉽게 누군가에게 예를 갖추는 성격은 아니잖습니까.”“그러니 저희가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를 또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 씨 노인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진천국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는 줄곧 그 사람을 몰래 감시하게 해왔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적어도 그가 오대명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설령 자잘한 종문들과 조금 교류가 있다 해도, 우리 진씨 가문은 그런 것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요.”“더군다나, 장씨 가문을 감히 거스를 수 있는 종문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장령풍은 단순히 장씨 가문의 재능 있는 젊은이일 뿐만 아니라,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장령풍은 반보 인왕계 강자의 자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도령이 사망한 뒤, 장씨 가문이 장령풍을 온 힘을 다해 양성하고
진선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들어선 이가 소 씨 노인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어질 상황을 짐작하며 아버지와 소 씨 노인이 또다시 자신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끝없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을 예감했다.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말을 꺼냈다. “아빠, 옥기점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요. 전 먼저 갈게요!”진선은 말을 마치고는 바로 뒤돌아 나가 버렸고, 진천국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지난 반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진선과 장령풍의 혼인을 성사시키려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선은 장씨 가문의 이 절세 천재에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진천국이 아무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해도, 진선은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사실 진씨 가문 역시 무도 세가였다.수십 년 전, 용국의 무종이 조정의 억압을 받으면서 진씨 가문은 무도를 버리고 상업으로 전환한 것이다.그러나 영기가 부활하고, 역외의 강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세상은 다시 수백 년 전 무종이 독주하던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기세였다.이에 진천국은 다시 무종 문파에 의지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하지만 오대 명산이나 장씨 가문 외의 다른 무종 문파들은 그에 비해 전혀 쓸모가 없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조상 대에 이미 장씨 가문과 인연이 있었기에, 장씨 가문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진선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해도, 진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위세를 빌어 재기할 수 있다.그때가 되면 진씨 가문은 틀림없이 비상하여, 더는 이 산성 같은 촌구석에서 연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 씨 어르신, 사실 지난 1년 동안 선이는 한 옥기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옥기점의 주인에게 약간의 감정이 있는 듯합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진천국은 평소 소 씨 노인과 허물없이 대화하곤 했기에, 이 일 역시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사실 이 일이 장씨 가문과 관련이 없더라도, 그는 체면이 깎여 몹시 불쾌했다.무엇보다 그 옥기점의 사장은 이미 아내와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