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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4화

Author: 봄가을
사실 구만리와 장도령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도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은 20대에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감정이 줄곧 좋았을 뿐만 아니라 무도의 길을 걸으면서도 교류가 많았었다.

장도령에 대한 구만리의 인식은, 한지훈은 단지 20대의 어린 후배일 뿐이고 설령 그들과 비슷한 또래의 강자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결코 장도령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한지훈이 부정한 수단이라도 써서 장도령을 잔혹하게 죽였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심지어 초대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장도령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의 사연을 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구만리를 바라보았고,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 또한 무종에서의 구만리의 명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축대 아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군수군 속삭이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한지훈을 죽이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설령 한지훈의 목숨이 열 개라 하더라도 순순히 바쳐야 할 것 같았다.

단해룡만이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심지어 많은 불세출 구세대들도 모두 직접 모습을 드러낸 반면 한지훈의 뒤에는 대체 누가 있는가?

국왕?

무종?

실력으로만 말하는 이곳에서는 그 어떤 외력도 소용없었다.

심지어 오늘 단해룡은 무종 제기까지 준비한 상황이다.

반쪽의 치우 검과 반쪽의 옛 방패까지...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건가?

그 말은 즉, 누구든지 무신의 면전에서 감히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신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격이 될 테니.

즉 천하의 무종들과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무종 대장로의 입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또한 다른 사람들의 입 또한 막으려는 의도였다.

지금 이 순간, 대장로의 마음은 이미 깊게 가라앉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무종 대장로의 신분으로서 한지훈을 위해 공정을 논할 수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에 비해 그의 서열은 너무 낮았고 심지어 입을 열 자격조차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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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왕사위   제2871화

    “한 마디만 더 해봐. 법에 따라 당장 너를 잡아다가 처벌할 거니까!”배청명 옆을 지키고 있던 두 집행 인원은, 굳어진 표정으로 수갑을 매만지며 주림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체는 어디 있어?”그러나 한지훈은 배청명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려 주림림에게 물었다. “시체는 이미 저 놈들이 가져갔어요!”주림림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배청명을 노려보았다. “뭐?”그 말에 고개 돌려 배청명을 노려보는 한지훈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뭘 봐? 넌 고작 평범한 시민일 뿐이니 부검할 권리 같은 건 없어!”“게다가 너의 옥기행에서는 사람이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수백만 원의 현금도 사라지게 됐어. 이 사실만으로도 너희 가게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가 없어!”“지금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 가게를 다시 열 수 없는 건 물론이고 너조차도 남는 거 하나 없이 이곳에서 쫓겨나게 될 거야!”배청명은 이를 갈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보시게, 옥기행 사장이라는 사람이 설령 정말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쳤다 하더라도 자기 가게에서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있어? 이건 분명 말이 안 되잖아!”“그러니까 말이야. 가게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건, 본인을 잡아가라고 기다리는 거랑 뭐가 달라?”옆에서 구경하던 몇몇 사람을 더 이상 참다못해 잇달아 한 마디씩 끼어들었다. “지금 사건의 경위가 불분명한 상황에 아직 일반 서민들이 나서서 변호할 상황은 아니야! 누가 감히 또 나섰다가는 동조죄로 여기고 바로 이 자리에서 사살할 거야!”배청명은 마치 꼬리 밟힌 미친개처럼 험상궂은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필경 그의 신분으로서는, 일반 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산성 시수라 할지라도 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몇몇 서민들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려 할 줄은 몰랐다. “흥! 그 세 사람은 분명히 저 두 사람이 죽였다니까! 천왕계 고수가 원격으로 살인을 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 용왕사위   제2870화

    고개를 돌린 계씨 어르신은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를 발견하고는,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용국을 위해서라면 우리 이 씨 집안사람들은 얼마든지 피를 흘리며 싸울 수 있어. 개인의 영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너희들 명심해. 이건 대당 천자의 조훈이야! 설령 우리 이 씨 집안이 대대로 계씨 성으로 바꾸더라도, 우린 여전히 이당 천자의 후손이야!”“하지만... 할아버지, 저희 삼촌...”“입 닥쳐!”계씨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국가의 이익은 영원히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해! 우리 이 씨 집안은 용국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준비를 해야. 모든 걸 바칠 줄 알아야 한다고!”단단히 화가 난 계씨 어르신의 모습에, 젊은 여자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중년 남자의 뒤로 물러났다. “아버지, 그럼 이번 일은 가문 내의 다른 장로들과는 상의해야 하나요?”이때 중년 남자가 낮은 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이것 하나 또 명심해. 너 그리고 네 자녀들, 우리 모두의 성은 이 씨야!”“태종이 임종하실 때 남기신 유언이 있어. 그건 바로, 이 씨 집안은 대대로 용국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만약 이 원칙을 어기면 태종의 자손이 될 수 없다고!”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도 어쩔 수 없이 하려던 말을 모두 삼켰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은 옥기행에 도착하였다. 옥기행의 문어귀에는 많은 법 집행 인원들이 에워싸여 있었고, 그중 몇몇은 조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한 선생님, 드디어 오셨네요!”무리를 비집고 들어선 한지훈을 발견한 주림림은 급히 그를 맞이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한지훈은 주위를 에워싼 집행 인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주림림이 입을 떼기도 전에, 검은색 정장을 걸친 한 젊은 남자가 뒷짐을 진 채 한지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우린 7.16 살인 강도 사건의 전문 사건 처리 조사팀이고, 난 팀장 배청명이라고 해.” 이내 젊은 남

  • 용왕사위   제2869화

    필경 이천패는 역외에서도 명성이 아주 높아, 인왕 아래 최고의 강자라고도 불리고는 했다. 인왕이 아니고서야 그의 공격을 당해낼 자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전력만으로는 얼마든지 용국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천패가 죽게 된 이 상황에서, 계씨 집안은 돕고 싶어도 이천패와 같은 강력한 강자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어르신, 사실 제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열국이 용국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재 다섯 개의 용심과 용족 유적이 모두 저희 용국에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르신께서는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그 작은 자소화 한 그루만으로도 천신계 강자들이 크게 싸우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탈하려 하는데, 하물며 용조의 비밀은 어떻게 될까요?” 진우는 눈썹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용족 유적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솔깃한 존재였다. 수천 년 동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용족 유적에 대한 전설은 점점 더 길어져만 갔다. 심지어 용족 유적을 품은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셔도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 농담으로 여기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용족 유적이 세인들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진우가 가장 걱정되는 건, 5대 명산보다도 일반 용국 백성들의 안위였다. 필경 그들은 강자들만큼 강한 실력이 없고, 호산 대진의 보호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기만 하면, 수많은 생명이 희생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진우의 얘기를 들은 계씨 어르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이 상황에 만약 그분이 계셨다면... 아휴, 헛된 망상일 뿐이지!”계씨 어르신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언급한 그분은 바로 화산의 시조인 계진천이었다. 사실 화산 일맥의 진법은 전부 이당 왕실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하여 공간 진법이 있게 된 것이다. 설령 천산 장 씨 집안이라 하더라

  • 용왕사위   제2868화

    진우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 노인이 홀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진우와 대장로를 흘끔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두 분 모두 묘당에서 꽤나 바쁘신 분들이 신데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와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노인은 바로 계씨 집안에서 복귀한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계천패 즉 이천패가 역외에서 수모를 겪긴 했지만, 계씨 집안은 역외에서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천패의 죽음으로 인해, 계씨 집안은 이번 기회에 이천패를 위해 공개적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고 조상의 성씨도 돌려준 것이었다. 그렇게 당나라 천자 123세의 후손이라는 이름을 공개적으로 새겨놓았다. 계씨 집안의 갑작스러운 복귀는 5대 명산에게 꽤나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실 무종 전체 역시, 계씨 집안의 공적에 대해서 모두 진심으로 탄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인은, 무종 대장로와 흑병대 총사를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에도 절대 기죽지 않았다. “제 이름은 진우라고 합니다. 제가 어르신께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진우는 노인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과연 계씨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할지 이 씨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할지 혼란이 온 것이다. 비록 간단한 호칭일 뿐이긴 하지만, 한 글자 차이만으로도 천지 차이가 났다. “난 계운해라고 해!”노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소태종이 이 씨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가 홀몸으로 용국을 위해 희생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계기로 계씨 집안은 하나의 규칙을 정하게 됐다. 그것은 바로, 오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자만이 조상의 성씨로 장례를 치르고 이 씨 가문의 묘에 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계씨 어르신,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이내 대장로도 공손히 인사하며 어르신께 예의를 차렸다. “별말씀을요! 여봐라, 얼른 차 한 잔씩 올려!”노인의 말투는 평범하긴 했지만, 더할 나위 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흑병대 총사인 진우 역시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느낄

  • 용왕사위   제2867화

    이내 장령풍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홀에 남게 된 두 역외 강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로 장 씨 집안 별원 전체를 뒤흔들었다. 곧이어 그중 한 명이 물었다. “이대로 손 떼라고?”“에휴.”그러자 다른 한 명은 깊은 한숨만을 내쉬었다.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지만, 어찌 됐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더 이상 쫓아갈 수도 없어. 천신 강자를 상대로, 반보 인왕이라 하더라도 쉽게 붙잡아둘 수는 없을 거야.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이 나섰다가는 죽음 밖에 맞이할 수가 없어! 일단 주상이 돌아오고 나서 다시 천천히 의논해 보자고!”그가 겁이 많아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장 씨 집안의 가장 높은 전력이었기에, 만약 경솔하게 움직였다가 죽게 된다면, 진정한 고수가 돌아오기도 전에 장 씨 집안은 스스로를 무사히 지키지도 못하게 된다. 쾅! 바로 그때, 장 씨 집안 별원 안의 작은 산이 와르르 무너지게 됐다. 그것은 장령풍이 산을 평지로 옮긴 게 분명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정말 너무나도 억울했다. 자기 것을 눈앞에서 빼앗긴 데다가, 심지어 놈을 쫓아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그는 장 씨 집안에서 지내오면서, 그동안 용국 국왕으로부터도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 장령풍은 더 이상 속에 묵힌 분노를 발산하지 않으면 곧 화병이 날 것 같았다. 한편, 장 씨 집안 호산 대진을 금방 나선 한지훈으로부터 전화가 울려왔다.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한 한지훈은 무려 수십 개의 부재중 연락을 발견하게 됐다. 그 이유는, 장 씨 집안 호산대진은 모든 전자기파를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지훈은 곧바로 연락을 받았다. “여보세요. 주림림,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는 주림림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선생님, 큰일 났어요. 지금 어디 계신가요?”응? 그러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산성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호연과 주림림 부녀는 잠시 묵을 곳이 없어 두 사람 모두 일

  • 용왕사위   제2866화

    장령풍이 화가 잔뜩 난 채로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천국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방금 전 장령풍의 표정, 그리고 진씨 가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자신이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인물을 건드렸음을 깨달았다.수년간 온갖 수를 써가며 장씨 가문에 아첨했건만, 이제 그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아마 이번 생에는, 장씨 가문에서 다시는 좋은 대접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그 시각, 장령풍은 잔뜩 굳은 얼굴로 별원의 대청으로 돌아왔고, 두 눈엔 활활 타오르는 분노가 가득했다. 강자들이 넘쳐나는 요즘, 보물이 약탈당하는 일쯤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하지만, 문제는 자기 집 안에서, 그것도 외부인에게 약탈당했다는 것이다!이건 그냥 수치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는 치욕이었다!이때, 대청 안에선 두 명의 역외 강자들이 차를 마시며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장령풍이 들어오는 걸 보자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도련님, 자소화는 얻어오셨겠지요? 어서 저희에게 넘겨주시지요. 주공께서 전해주신 처방대로 곧장 파경단을 제조해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장령풍은 거의 기절할 뻔했다.자기 집 뒷산에서 자소화 한 송이 따오는 일쯤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아닌가?도무지 문제가 생길 리 없었다.하지만 그는 이 말이 도저히 입에서 나오질 않았고, 한참이나 망설인 끝에 마침내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그 자소화… 남에게 줬다.”뭐라고?!두 명의 역외 강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이는 몇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귀중한 영초였는데, 남을 줬다고?“도련님… 그건… 그건 세상에 둘도 없는 진귀한 보물입니다. 어찌 그리 가볍게 타인에게 넘기십니까!”한 역외 강자의 두 눈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장령풍이 아무리 철없다 해도, 이건 농담으로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그걸 주지 않으면 내 목숨은 없어지는 거였어! 주지 않으면… 주지 않으면

  • 용왕사위   제2865화

    이렇게 손쉽게 자소화를 그냥 한지훈에게 넘겨준다고?!옆에 있던 진선은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이 사람들 전부 내 친구다. 그러니까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네놈도 잘 알고 있겠지!”한지훈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예, 예! 자... 잘 압니다!”장령풍은 겁에 질려 고개조차 들지 못했고, 심지어 한지훈과 눈도 마주칠 용기가 없었다.한지훈은 손에 쥔 자소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수중에 넣은 뒤, 장령풍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가볍게 웃었다.“음, 괜찮네. 다음엔 이렇게 멀리까지 오게 하지 말라고!”말을 마친 그는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그 모습을 본 장씨 가문의 고수 십여 명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당당하게 장령풍의 자소화를 빼앗아 놓고는, 그냥 유유히 돌아서려 하다니!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죽고 싶냐? 전부 물러서!”장령풍은 이들이 한지훈에게 손을 대려는 기색을 보이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버럭 고함쳤다.그 십여 명의 장씨 가문 고수들은 일제히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장령풍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도무지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한지훈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장령풍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진천국과 소 씨 노인 일행을 째려보았다.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지금 이 모든 상황은 바로 진천국과 그 일행이 아무도 모르게 한지훈을 여기까지 데려온 결과라는 걸!장씨 가문이 그토록 공들여 세운 호산 대진은 애초에 한지훈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천 번, 만 번 계산해도 장령풍은 도저히 상상도 못 했다.한지훈이 이렇게 뻔뻔하고 당당하게 대진을 통과해 자신 앞에 나타날 줄은 말이다!“장 도련님 그게 사실은......”“닥쳐!”진천국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령풍은 분노에 찬 고함으로 말을 끊었다.“이런 미친 상황에서, 제일 무서운 건 신 같은 적이 아니라, 돼지 같은 아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아나?! 네놈은

  • 용왕사위   제2864화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장씨 가문의 두 제자가 초대장을 받아 들고 슬쩍 훑어본 뒤 담담하게 말했다.“알릴 필요 없습니다. 들어가시죠.”진천국은 이미 여러 번 방문한 바 있었기에, 문지기 두 사람도 그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따져 묻지 않고 곧장 일행을 들여보냈다.진천국은 흐뭇하게 초대장을 다시 품에 넣고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자, 다들 나만 따라오세요. 절대 멋대로 돌아다니지 말도록 하고요!”그렇게 말한 뒤, 그는 곧장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진선과 한지훈 일행도 진천국의 뒤를 따라 천산 장씨 가문의 별원으로 들어섰다.호산대진을 지나자마자, 살기를 품은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진선과 소 씨 노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한 차례 소름이 돋았다.오직 한지훈만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평온한 모습 그대로 대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진천국과 소 씨 노인은 이곳이 익숙한 듯,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겨 장령풍이 있는 뒷산을 향해 곧장 나아갔다.한지훈에게는 이번이 천산 장씨 가문의 지반에 들어선 첫 경험이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천산의 한구석에 터를 잡았을 뿐이지만, 실상 천산 전체는 수백 리에 달하는 광활한 산맥이었다.장씨 가문이 머무는 지역이 구석이라 해도 그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눈앞에 펼쳐진 산악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푸른 소나무와 버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숲속 어딘가에선 간간이 야수의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진천국은 길을 걸으며 슬쩍 뒤를 돌아 한지훈의 얼굴을 살폈다.한지훈이 주변 경관을 두 눈에 가득 담아 연신 살피는 모습을 보며, 진천국은 속으로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천산 장씨 가문의 어마어마한 규모 앞에서, 세상 물정 모르는 장사치 놈은 기가 죽었을 거야!조금만 더 가면 장령풍을 만나게 되고, 그때가 되면 한지훈이 무릎이라도 꿇지 않으면 다행이지!바로 그때, 산봉우리 너머에서 갑자기 눈부신 채광이 솟구쳐 올랐다!순식간에 주변의 두 산봉우리가 밝게 물들 정도였고, 그 찬

  • 용왕사위   제2863화

    이번에 그들이 설치한 호산대진은 역외 강자에게 직접 전수받은 것이었다.게다가 역외에서조차 인왕계 이하의 고수들은 이 호산대진을 뚫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더욱이, 설령 누군가 혼자의 힘으로 호산대진을 뚫는다고 해도 틀림없이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그때가 되어서 그들 두 사람이 동시에 나선다면 가히 손쉽게 그를 산문 앞에서 베어버릴 수 있을 터였다!셋은 간단히 몇 마디 더 상의한 뒤, 각자의 일로 흩어졌다.한편, 진심으로 의아해하며 천천히 고민하던 진선은 진천국이 어째서 갑자기 한지훈에게 이렇게까지 호의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의 뜻대로 한지훈을 초대하러 나섰다.진선이 옥기점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한지훈 역시 옥기점으로 돌아온 참이었다.“한 선생님, 아버지께서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천산의 약속에 함께 가주시길 바란다고요……”진선은 한지훈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천산에?”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천국이 무슨 수작을 꾸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네, 아버지 말씀으로는 천산에 자소화가 곧 모습을 드러낸다 해서, 선생님도 함께 보러 가시자고 하셨어요.”진선은 사실 그대로 말했다.오?한지훈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지금 막 자소화의 수량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이었다. 신룡전에는 아직 파경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마침 졸린 참에 베개를 내주는 격이 아닌가?“그래, 진 선생의 성의에 감사드린다고 대신 전해주고!”한지훈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천국의 속셈은 한지훈에게 낱낱이 들여다보였다. 천산 장씨 가문의 힘을 빌려, 자신을 억누르려는 것이리라!허나, 천산 장씨 가문이 아니라 천산 그 자체라 한들 한지훈이 두려워할 리 만무했다!“네, 그럼 내일 아침 출발하기 전에 꼭 모시러 올게요!”진선은 한지훈이 응해주자 기뻤다.그녀는 진천국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턱이 없었고, 그저 진천국과 한지훈 사이의 관계가 누그러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진씨 가문으로 돌아온 진선은 한지훈이 했던 말을 진천국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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