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폭력에 강우연의 입안이 터지며 피를 뿜어댔고 얼굴이 뻘겋게 부었다.결국 조급해진 길시아가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그냥 꿇려!”경호원은 다가가서 강우연의 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꿇렸다. 그 모습을 본 길시아는 거만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강우연, 안 꿇는다며? 결국 꿇었네?”강우연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침을 뱉었다.“길시아, 지훈 씨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의 가문도!”짝!분노한 길시아가 다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네 주제에 날 협박해? 그 무능한 자식이 무슨 수로 우리 집을 위협해? 우리 오빠 다음 달에 군단장이 될 거야! S시에서 우리 오빠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너도 오늘 오빠한테 봐달라고 사정하려고 온 거잖아? 당장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면 없던 일로 해주지!”“꿈 깨!”강우연이 차갑게 말했다.“꼴에 자존심은.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굴복할 때까지 쳐! 오늘 이년이랑 끝장을 볼 거야!”길시아가 경호원과 오관우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오관우와 강희연은 이 상황이 난감했다. 그래도 동생인데 아무리 미워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오관우는 강우연이 스스로 민학그룹과의 프로젝트를 자신들에게 넘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섣불리 강우연을 건드렸다가 한민학의 보복이 두려웠다.“시아야, 우연 씨는 지금 민학그룹과 협력관계에 있어. 배후에는 한민학 군단장이 있는데 이만하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오관우가 식은땀을 흘리며 길시아에게 사정했다.“흥!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민학그룹이 뭐 그렇게 대단해? 한민학? 난 그 사람 두렵지 않아! 우리 오빠 길정우야. 다음 달에 한민학이랑 동급이 된다고!”길시아는 거만하게 말하며 한민학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두 사람이 가만히 있자 길시아는 결국 경호원에게 짜증을 부렸다.“치라니까 뭐 해?”“네, 아가씨!”경호원이 허리띠를 풀더니 강우연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다.“악!”강우연은 고통스럽게 신
한지훈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저승사자처럼 성큼성큼 방 안에 들어섰다.조금 전까지 강우연에게 허리띠를 휘두르던 경호원이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하지만!한지훈은 기함할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경호원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큰손으로 그의 손목을 비틀어 꺾어버렸다. 우드득!경쾌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퍼졌다.한지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리를 들어 상대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쾅!가슴팍을 정통으로 맞은 그 경호원은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로 창가까지 날아가더니 끝내는 창문을 뚫고 밖으로 추락했다.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룸 안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한지훈은 천천히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날카로운 살기가 강우연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에는 죄책감만이 가득했다.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가냘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미안해. 아무 도움이 못 되고 되려 폐만 끼쳤네….”몸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한지훈을 걱정하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안고 다른 룸으로 갔다. 강우연을 잘 눕힌 뒤, 그는 다시 살기를 가지고 길시아가 있는 룸으로 돌아왔다.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길시아를 차갑게 노려보았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두려움에 떨며 길시아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래도 입은 살았는지 한지훈을 보자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한지훈, 지금 뭐 하자는 거지? 허튼 짓 하지 마! 여기 길시아 씨는 길정우 중장 친동생이야. 다음 달에 군단장이 될 분이라고. 이러다가 그분 심기를 건드리면 너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우연이랑 강씨 가문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맞아! 한지훈, 아까 그건… 다 오해야. 참아….”오관우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옆에서 거들었다.한지훈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주었다.오관우는 사람에게서 이렇게 진한 살
짝!길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한 길시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입에서 피가 주르륵 나왔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한지훈이 정말 길시아에게 폭력을 휘두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미쳤어!저 인간은 그냥 미친놈이야!“한지훈, 미쳤어? 감히 길시아 씨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이러는 거 길정우 중장이 알면 뼈도 못 추려!”조급해진 강희연이 한지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오관우는 휴대폰을 꺼내 곧장 길정우에게 문자를 보냈다.길시아는 얼얼한 뺨을 잡고 분노한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감히 나 쳤어? 네가? 한지훈! 여태 부모님도 내 몸에 손찌검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감히 내 얼굴에! 우리 오빠한테 너 죽여버리라고 할 거야! 강우연 그년도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리고 네 딸도! 한고운이라고 했나? 네가 보는 앞에서 네 딸과 마누라의 사지를 찢어 버릴 거야!”길시아는 지금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한지훈 주제에 감히!하지만 한지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리를 들어 길시아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그 순간 방 안에 삭막한 정적이 흘렀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뒤늦게 다가가서 길시아를 부축하며 소리쳤다.“한지훈! 미쳤어? 너 이러는 거 우연이까지 지옥에 빠뜨리는 거야!”하지만 한지훈은 그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바닥에서 허리띠를 주워들었다.“비켜!”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관우가 정의의 기사를 자처했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그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는 피가 묻은 허리띠를 손에 들고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길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 네가 오늘 우연이한테 한 모든 짓, 내가 배로 갚아주지! 내 여자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평생 기억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허리띠를 높게 치켜들었다가 길시아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그런데 밖에서 어지러운 발소리
동시에 술집 밖에 세 대의 군용 트럭이 도착했다.차에서 무장군인들이 내리더니 신속히 술집의 출입구를 봉쇄하고 손님들을 밖으로 대피시켰다.술집 사장마저 군인들에게 쫓기다시피 해서 밖으로 나왔다. 한지훈이 있는 룸을 중심으로 술집의 모든 출입구가 순식간에 봉쇄되었다.검은색 군화를 신은 길정우가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한지훈의 앞에 다가갔다. 그는 동생의 상태를 힐끗 살피고는 섬뜩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죽고 싶구나!”한지훈는 길정우의 시선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네 동생이 저지른 짓에 대해 응징하고 있으니 끼어들지 마! 내 말 무시하면 너까지 같이 패버릴 테니까!”그 말을 들은 길정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철컥!순간 그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들고 한지훈의 미간을 겨누었다.“한지훈, 군인과 내 여동생을 잔인한 방식으로 폭행한 건 중범죄에 해당해!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쏴버려도 할 말 없다는 얘기야!”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내 얼굴에 총을 겨눈 놈 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놈은 없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팽팽하게 고조되었다.북양의 총사령관이 누군가에게 총으로 협박당하다니!상부에서 알았으면 기함하며 쓰러질 상황이었다.길정우의 눈에 비친 살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길시아가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길정우에게 소리쳤다.“오빠, 이 놈 죽여! 죽여 버려! 감히 날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놈이야! 머뭇거릴 필요 없어!”사실 총은 그냥 협박용이었다. 길정우는 승진을 앞두고 불필요한 소란을 피하고 싶었다.한지훈은 주저하는 길저우를 보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어서 쏴 봐.”길정우가 분노하며 소리쳤다.“내가 못 쏠 것 같아?”말을 마친 길정우가 방아쇠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그런데 이때, 군인 한 명이 안으로 달려오더니 길정우의 귀에 대고 말했다.“한민학 군단장이 부대원들을 데리고 오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길정우는 크게 당황하며 물었다.“군단장이 왜?
한민학 군단장을 직접 만나는 날이 오다니!오관우는 만면에 아부 섞인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군단장님, 저는 오찬그룹 후계자 오관우라고 합니다.”하지만 한민학은 그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곧장 한지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한 선생, 괜찮으신 거죠?”그 모습을 지켜본 오관우와 강희연은 당황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군단장 한민학이 한지훈에게 극존칭을 쓰다니!왜 매번 한지훈이 위기에 몰릴 때면 한민학이 나타나서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오관우는 한민학과 한지훈의 관계가 너무 궁금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멍하니 서 있는 오관우, 강희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옆방으로 달려갔다.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강우연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 미안해요. 다 제가 못나서 도움도 못 되고….”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자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는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져 주었다.“괜찮아. 당신 탓 아니니까 일단 병원부터 가자.”강우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지훈은 단숨에 그녀를 소파에서 안아올렸다.강우연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따뜻한 품에 얼굴을 묻었다.한지훈은 그대로 그녀를 안고 술집을 나섰다.술집 밖은 한민학이 데려온 부하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상황이 궁금한 손님들은 군인들 사이로 목을 빼들고 안쪽 상황을 살폈다.한지훈이 강우연을 안고 밖으로 나오자 그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했다.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부상이 심각했기에 강우연은 며칠 입원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한지훈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아이와 그녀를 돌봤다.오늘도 그녀에게 줄 삼계탕을 끓여 들고 오는데 병실 안에서 요란한 다툼소리가 들려왔다.“강우연, 네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한지훈 그 자식이 길시아를 때려서 병원에 입원시
태연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한지훈을 보자 서경희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해결한다고? 그것도 하루만에? 넌 허풍 안 떨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그래! 직장도 없는 백수 주제에 무슨 수로 거래처를 해결해? 넌 거울 좀 보고 주제 파악 좀 하고 살아!”강신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는 이 상황이 매우 불편했다. 길시아를 때린 건 한지훈인데 온 가족이 쫓겨나게 생겼다.그러건 말건, 한지훈은 직접 끓인 삼계탕을 강우연의 병상 앞에 가져다 놓고 그릇에 담아 그녀에게 주었다. 강학주는 그 모습을 굳은 얼굴로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무슨 수로 해결한다는 건데?”그 말을 들은 서경희와 강신은 조바심이 났다. 서경희가 강학주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언성을 높였다.“여보! 저 새끼가 하는 말을 믿어? 그냥 허세 부리는 거잖아!”서경희는 씩씩거리며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경고하는데 한지훈,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같이 길씨 가문을 찾아가서 사과드려! 내 딸 지켜준다며? 그럼 우연이랑 고운이를 위해서 남자 노릇 한번 해! 네 경솔한 행동으로 불러일으킨 사고는 네가 책임져야지!”강우연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엄마, 지훈 씨는 잘못 없어. 길시아가 먼저 폭력을 행사한 거 아시면서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강우연은 자신을 지켜준 한지훈이 오히려 비난 받는 이 상황이 지긋지긋했다.분노한 서경희가 강우연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미쳤어? 아직도 저 자식 편을 들어?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 영감님이 미쳤어! 3일 안에 이 사건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를 내쫓겠다고 했다고!”말을 마친 서경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고래고래 통곡했다.그 모습을 본 강우연은 힘없는 목소리로 한지훈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이제 나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네요.”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서 강학주에게 말했다.“하루만 시간을 주세요.”강학주는 인상을 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딱 하
한지훈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닙니다. 주소 보내주시면 내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한지훈은 사무실을 나섰다.그 시각, 강운그룹 회의실은 삭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고위 임원과 강가의 친인척들이 전부 회의에 참석했다. 그만큼 회사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문제였다.“어르신! 당장 한지훈 그 놈을 길가에 보내 사과하게 하세요! 안 그러면 회사 망해요!”“그래요, 회장님! 지금 열 곳이 넘는 거래처에서 계약 파기를 선언했어요. 하루 만에 손해 금액이 수백억이란 말입니다! 이러다가 파산하겠어요!”“길 중장이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니 누가 감히 거역하겠어요? 이 모든 게 한지훈 그 자식이랑 강우연이 사고 쳐서 생긴 일이잖아요! 그들을 길가에 보내 처벌을 받게 하는 게 맞아요!”사람들은 격분한 얼굴로 강우연 일가를 길씨 가문에 보내 사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상석에 앉은 강준상 회장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강희연이 나서서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할아버지! 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에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잖아요! 그날 밤에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한지훈 그 미친 놈이 여자를 상대로 주먹까지 휘두르는 모습을 똑똑히 봤어요. 게다가 길 중장과도 현장에서 충돌이 있었죠. 한민학 군단장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길 중장이 군단장으로 승진하면 바로 강운그룹에 보복을 시작할 거예요. 그때 가면 모든 게 늦어버린다고요!”“그래요! 아버지, 더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강문복도 옆에서 거들며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었다.“한지훈이 이 집에 들어온 뒤로 바람 잘 날이 없어요. 불행을 몰고 다니는 애들이에요! 재앙신이 따로 없다고요! 길씨 가문에서 이 일로 물고 늘어지면 우리 다 죽어요! 저들을 집안에서 내치는 것만이 답입니다!”“맞아요!”“강 이사님 말씀이 맞아요. 어르신, 빨리 결정을 내려주세요!”“맞아요! 저들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는 없어요!”강준상은 굳은 표정으로 지팡이를 두드리며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우리와 계약한다고? 확실해?”강준상이 눈을 크게 뜨며 재차 확인했다.이 시점에 강운에 손을 내미는 기업이 있다고?이는 대놓고 길정우 중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다름없었다.다른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서로 눈치만 살폈다.하지만 이건 기회가 틀림없었다.사람들은 기업 대표들을 움직인 배후가 궁금했다.“설마 우리 강운에 숨겨둔 귀인이 있었던 겁니까? 길 중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리랑 계약하려는 회사가 나타나다니요!”“귀인이 나타난 게 틀림없네요! 길조가 들었나 봅니다!”“빨리 나가서 만나봅시다!”사람들은 다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준상도 강문복의 부축을 받으며 로비로 나왔다.열 명이 넘는 기업 대표들이 긴장한 얼굴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육 대표, 왕 대표, 이게 무슨….”강준상은 아는 얼굴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부 S시에서 난다 긴다 하는 기업의 대표들이었다.평소에 강준상이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 그렇게 초대를 보내도 거절하던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회사로 찾아와서 계약을 제안한 상황!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었다.주 대표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강준상에게 말했다.“강 회장님은 참 복도 많아요. 이한승 회장님과 이렇게 두터운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한승 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강운에 거래를 제안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여기 계약서와 투자계획이 든 서류가 있으니 검토해 보시고 문제없으면 사인하시죠.”뭐라고?이안그룹 이한승?사람들을 그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궁금했던 귀인이 S시 재계 1위 이한승 회장이었다니! 망해가는 회사를 되살리고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전설의 인물이었다.강준상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인까지 마쳤다.지금 이 순간 강준상은 모든 게 꿈만 같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강문복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한승 회장님께서 왜 갑자기 우리 회사를 돕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