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과가 없다!“선생님, 저희 집의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항우는 아직 살아계시고, 그분은 역외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런 강자도 과거의 참극을 바꿀 수 없었던 겁니까? 아니면, 몇백 년 전의 강자 한 명만 출동해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지 않나요?”장령풍의 말에 동방설령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항우가 아직 살아있다니?!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너희들은 그들이 역외에서 마음대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불가능해. 역외에도 역외의 규칙이 있으며, 역외에는 세계 무도 연합이라는 조직이 있지. 천신계 이상의 강자들은 그들의 관리하에 있네!”“이는 아주 무서운 조직이고, 그 최고층이 어떤 존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인왕이거나 그보다 높은 경지의 강자라도, 그들의 뜻을 어기면 아주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터!”“항우가 지금 살아있는지 여부는 매우 알기 어려워!”여청양은 말을 마치며, 하이얼 로드가 한지훈에게 건넨 갑옷과 똑같은 갑옷 조각을 꺼내었다.그 위에는 “항” 자가 새겨져 있었다!“세계 무도 연합!”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래. 천신계 강자들도 세속적인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금지령도 그들에 의해 내려진 것이야.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천신계 강자를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안드레가 바로 그 예시이지. 그는 이 세계 연합이 허락한 유일한 천신계 강자로, 그는 세계 연합의 대변인이네!”여청양은 다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이와 진법루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동방설령은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이 안의 관계는 정말로 크다. 진법루의 진법들이 하나씩 열리면, 진법루 자체의 진법도 열리게 되지. 그건 바로 역외 세계와 세속 세계를 연결하는 출입구다!”“즉, 진법루 안의 모든 진법을 비우게 되면 역외의 강자들이 돌아오게 된다!”이 말을 듣자, 장령풍과 동방설령은 모두 깜짝 놀랐다.진법을 모두
여청양의 말은 정보량이 엄청났다.다시 말해, 칭기즈 칸의 비진을 연 사람은 이번에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는 진형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그래서 그렇게 많은 오륙의 가문들이 한지훈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이번 역외 강자들의 귀환은 분명 일부 약한 가문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만약 한지훈 같은 강자가 있다면, 자신의 가문을 보호하고 멸망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너희들이 알아야 할 건 다 알았으니, 이번에 진법루에 들어갈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라. 최대한 많은 진법을 가져와서 우리 용국 무종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여청양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칭기즈 칸의 비진을 연 사람은 절대 용국인이 아닐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법루를 다시 용국 무종으로 옮기는 것은 용국에게 전례 없는 도움이 될 터였다! 장령풍과 동방설령은 여청양을 향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진법루에 들어가면, 한 사람이 하나의 진법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인가?!“선생님, 한 사람이 최소한 하나의 진법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개, 몇십 개의 진법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장령풍과 동방설령은 동시에 물었고, 여청양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금칠합이 열리면, 그 안의 진법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그 말이 끝난 뒤, 여청양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는 이미 모든 희망을 서 도령에게 맡긴 상태였다.결국 그가 역외 강자들의 자손이었기 때문에, 실력과 깨달음 모두 장령풍과 동방설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선생님, 그럼 저희는 이제 준비를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런데, 그 한군림이라는 자는…”장령풍은 여청양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한군림을 언급하자 여청양의 얼굴에 있는 살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의 눈에 한군림은 장령풍과 동방설령을 돕기 위해 온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 자가 어찌 자신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겠다는 것인가?!“흥! 그자가
설마 며칠 전 제1비진을 연 사람이 그였어? 하지만 에밀리는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암만 생각해도 절대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법루의 문지기가 용인을 쉽게 들여보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날 밤에는, 어떠한 싸움의 흔적도 없었고 다치거나 전사한 사람도 없었다. 에밀리는 급히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런 금칠함은 사실 역외 세계를 압박하여 세속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부 열리게 된다면 이 통로는 막힘없이 뚫리게 되어, 즉 역외 강자들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경계의 제한도 받지 않는 거죠!”“보통 상황이었다면, 경계가 매우 높은 사람이 통로에 들어서게 되면 통로는 높은 경계를 감당하지 못하여 붕괴됩니다!”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든 책을 다시 덮은 채 침울하게 말했다. “즉, 무도 학원을 설립하고 유럽이 남긴 모든 진법을 개방하여 사람들에게 주는 건 단지 하나의 허울일 뿐입니다!”“그럼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역외 강자들에게 길을 닦아주기 위한 건가?”“네, 그것이 바로 무도 학원 설립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각국의 입장에 있어서는, 더욱 많은 진법을 얻어야 자국의 강자들을 더욱 강대하게 할 수 있고 훗날 국제적으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겁니다!”“그리하여 결국 양날의 검같은 존재인 겁니다!”에밀리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필칸트는 무의식적으로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수백 년 동안 줄곧 아무도 열지 못했던 제1비진이, 한지훈으로부터 직접 열리게 됐다.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진법루의 진법은 이번에 전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필칸트는 순간 두피가 저릿해났다. “한 선생님, 제가 부득불 설명드릴 일이 있습니다. 사실 여청양과 학원 원장 사이에는 숨겨진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선생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얼굴을 때려
사실 무도 학원은 설립 이래 개교기념일 활동을 개최한 적이 없었다. 개교기념일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 목적은 단지 모든 학생들이 알아서 라인을 타게끔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이 기회를 빌어 자신이 원하는 강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모든 나라를 용국과 대립면으로 놓이게끔 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 중에는 광명파 성원들도 있어, 이 기회를 빌어 무도 학원에 대한 광명파의 태도도 테스트해 볼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이튿날 저녁, 한지훈은 개교기념일 이벤트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원래 한지훈은 참가할 의향이 없었지만 거듭된 에밀리의 초청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로드 가문은 한지훈에게 있어서 유럽의 큰 조력자이기도 하다. 필경 하이얼 로드는, 역외 및 무도 학원 사이의 비밀에 대해 조금도 남김없이 한지훈에게 알려주었다. 한지훈은 그의 언행에서, 로드 가문이 바로 10대 가문 연합을 와해시킬 수 있는 관건적인 바둑돌로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날 저녁, 무도 학원의 대강당은 이미 깔끔히 잘 배치되어 있었고 무수한 별빛처럼 찬란한 예홍등이 장식되어 있어 전반 강당에 일종의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수십 개의 긴 탁자 위에는 각종 좋은 술과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때 에밀리가 강당에 나타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필경 그녀는 로드 가문의 장녀이자 유럽 3대 미녀 중 한 명이었기에 그녀를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편 한지훈은 무리를 비집고는 나와 구석의 원탁을 향해 걸어갔다. 장령풍과 동방 설령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오늘 저녁 여청양이 반드시 그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니까. “내가 보기에 한군림 이 놈, 아직까지 본인한테 닥칠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아!”장령풍은 차
“여 선생님, 손에 들려있는 이게 바로 혈령단이라고요?”유럽 출신의 한 교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청양의 손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이것은 저희 화산에서도 특별한 보물입니다. 비록 효과가 두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어떤 용도로 쓰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여청양과 동급인 적지 않은 교사들의 눈에서는 탐욕스러운 눈빛이 드러났다. 이런 귀한 물건은 꺼내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쟁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여청양이 이 상황에 이 보물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가 이 보물을 손에 넣게 된다면, 전력을 잠시나마 천신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이 마음속의 의문을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여청양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죠. 만약 학생이 지금 일성 준천신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지급 천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더욱 높은 경지를 돌파할 수는 없어요. 필경 이것은 단지 생명을 지키는 용도일 뿐이니, 경지를 돌파하려면 자신의 깨달음과 노력에 의지해야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령단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이것을 매우 갖고 싶어 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혈령단은 단 한 알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주든 다른 사람들은 제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겁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하늘에게 선택을 맡기도록 하죠!”이내 여청양은 보검 한 자루를 꺼내 검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검이 가리키는 자가 혈령단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곧이어 손을 들자, 장검은 빠르게 회전하여 공중으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1분 가까이 빠르게 회전한 후에야 다시 땅에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검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고,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검이 가리키는 방향은 바로 한지훈의 책상이었
여청양의 얘기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을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여청양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흥, 이렇게까지 한 학생을 겨냥하려 하다니. 게다가 용국 출신의 학생인데… 여청양 이 사람, 정말 속도 좁네!”“혈령단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한군림과 적이 되게 만들다니, 정말 칼 하나 안 쓰고 살인을 하려 하네!”비록 무도 학원은 교사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교사가 학생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무력은 허용했다. 여청양은 바로 이 점을 빌어 보복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무도학원의 첫 번째 수강생들로서, 이 중에는 적지 않은 능력자가 있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든든한 후원자와 배경을 갖고 있어, 안드레조차 쉽게 미움을 사지 못한다. 그리하여 한지훈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극에 달하면, 여청양은 한지훈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 믿었다. 심지어 무도 학원에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싸우기 위해 준비된 무도장이 따로 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 하더라도, 진법에 둘러싸인 그 무도장에서 크게 싸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내가 듣기로는 한군림 이 친구, 개학 첫날부터 여청양으로부터 미움을 샀다던데. 게다가 여청양은 원래 제명하려고 했는데 결국 학원 고위층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 “그 일로 인해 여청양이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되어, 이렇게까지 죽일 기세로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이때 옆에 있던,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한 교사가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네, 그럴 가능성 아주 높죠! 그런데 만약 한군림이 그 음모를 간파하고 혈령단을 받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죠!” 만약 혈령단을 넘기지 못한다면, 여청양은 앞으로 무도 학원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일단 이 혈령단을 받게 되면 곧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순순히 받아내다니! 혈령단을 품에 안은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이런 귀중한 보물을 받아들이려는 거야!“이번에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저놈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같네.”장령풍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차라리 죽게끔 놔두는 게 좋겠어. 어차피 이제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동방 설령 역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학생은 이제 며칠 후 진법루에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 모두들 뜨거운 박수를 보냅시다!”여청양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다소 음산한 빛이 드리워져있었다. 게다가 그의 그 말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은 진법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유용한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크나큰 강당에서는 낮은 박수 소리만 울렸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력이 다소 약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한지훈을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뚫어져라 한지훈을 볼 뿐이었다. 현장에는 무도 학원의 교사들과 고위층들이 있었기에, 학생들은 질투심만 품고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고위층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곧 쟁탈전이 시작될 기세였다. 개학 축제가 막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사실 동방 설령은 필칸트 덕에 여태 주목을 받아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한지훈에게 다가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바샤크, 동방 설령 저 여자 설마 한군림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겠지?”찰스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동방 설령이 필칸트의 여자친구라고 해도, 찰스가 그녀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찰스의 가족은 일반
“한군림,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유럽에 그렇게나 많은 강대한 가문과 젊은 세대 강자들이 있는데 네가 정말 혈령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때가 되면 너는 혈령단을 지키기는커녕, 아마 목숨도 지키지 못할 거야!”동방 설령은 결코 혈령단을 반드시 얻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은 자신과는 다르다는걸, 심지어 용국의 다른 학생들과도 매우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도우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그녀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고 그들이 거리낌 없이 한지훈에게 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넘길지 말지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적 있어?”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동방 설령의 표정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 한지훈의 태도는, 마치 그녀가 비천하다고 비꼬는 것 같았다. 이때 몇몇 유럽 학생들은 심지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동방 설령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비웃음에, 동방 설령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한군림! 넌 정말 내 호의를 모르는구나. 난 현재 무도 학원의 제1고수야. 게다가 필칸트의 약혼녀 신분으로서 너한테 충고를 하는 거라고!”동방 설령의 언성은 다소 높아졌고, 그녀의 눈빛 속에서는 어느새 살기가 가득했다. 만약 방금 한지훈이 상자를 낚아챔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적어도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동방 설령은 진작에 한지훈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녀가 여태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결코 한지훈의 경지를 꿰뚫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겉으로만 보면, 한지훈은 아직 5성 용급 사령관의 실력일 뿐이었다. “무도 학원 제1고수? 누구야, 대체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스스로 자칭한 건가?”한지훈은 더욱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