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우는 호족 도련님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나 씨 집안을 떠나 줄곧 해외에서 발전해 왔으며 평소에는 거의 돌아오지도 않았기에, 어릴 때부터 나계홍이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나계홍은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었다. 필경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 일반적인 가문이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나한우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기는커녕 조금도 엉뚱한 행동도 감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나한우는 가세가 남보다 조금 나은 것 외에는 일반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들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더욱 겸손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사실 그와 두소령은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후 나한우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도록 자신의 능력으로 나 씨 집안 회사에서 사장의 자리까지 차지하고서야 결혼의 전당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20여 년의 인생동안 한 번도 엉뚱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유로 감히 시비를 거는 걸가? 그러나 나한우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장홍학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넌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아?”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조카가 얻어맞게 되자, 나계홍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나한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이봐, 뭐가 됐든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움직여야지. 대체 우리 조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그걸 묻고 싶네!”“만약 정말 잘못한 게 있다면, 난 결코 단점을 감싸주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만약 잘못이 없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우리 나 씨 집안사람들,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그 말에 장홍학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유소봉에게 말했다. “이 놈이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그러자 유소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리를 비집고 나와 두소령
“됐어, 그럼 이젠 확실해졌네!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어!”장홍학은 두소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더 이상 말도 말라고? 건방진 그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아저씨, 전 정말 그 사람 몰라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 하루 종일 저한테 귀찮게 굴고, 저희 여학생 기숙사 입구에까지 찾아와서 손목도 베고, 저더러 여자 친구가 돼달라고 강요하긴 했지만 전 줄곧 한 번도 그 사람을 상대한 적이 없어요!”두소령은 나계홍을 바라보고는 급히 변명했다. 그러나 나계홍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장홍학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자, 이젠 모든 게 분명해졌어. 넌 유소봉의 약혼녀여야 해. 그러니 지금 당장 나한우와의 결혼식도 정리해. 그리곤 우리랑 같이 천산으로 돌아가서 소봉이랑 결혼을 올리고, 오늘 저녁같이 합방해!”“뭐라고요? 제가 대체 왜 저놈이랑 결혼해야 돼요? 전 저 놈 여자 친구가 아니라니까요. 대학 4년 동안 한 번도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낯선 사람이랑 합방해야 돼요? 천산이면 뭐가 대단한데요? 천산이면 평범한 여자를 빼앗아갈 수도 있냐고요? 저는 때려 죽어도 저 못생긴 변태 놈이랑은 함께 하지 않을 거예요!”두소령은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그 말에 유소봉은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두소령! 이 천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너한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차까지 모두 팔았어! 그동안 내가 널 위해 바친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돈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예 무시하는 거야?”그 순간, 장홍학은 조용히 유소봉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소령은 한 번도 유소봉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 “이젠 당신도 알아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조카며느리, 그동안 유소봉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의 여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나계홍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건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장홍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차갑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소리가 군중 속에서 울렸다. 이내 방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어나는 동시에 한 손으로 공중을 가리키더니, 순간 온 하늘의 먹구름이 갑자기 흩어지고 강심 광장을 뒤덮은 겹겹의 살기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모두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중의 상인들은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북양 왕을 뵈옵소서!”“한 선생님을 뵈옵소서!”“북양 왕을 뵈옵소서!”......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장홍학이 서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선 나계홍의 앞에 다가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 대표, 더 이상 나설 필요 없어.” 나계홍은 급히 몸을 굽혀 말했다. “예, 한 선생님의 냉정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나계홍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장홍학을 흘깃 보고는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지훈?!”나무처럼 든든한 그림자를 가진 사람이라니. 하물며 며칠 전,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놀라운 대전은 아직도 장홍학의 눈에 선했다. 그 일전을 펼칠 당시, 한지훈은 그야말로 마치 천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과도 같았다. 한 사람의 힘으로 11명의 천신계 고수를 감당해 내고는,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는 중상까지 입혔다. 이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천위인걸가? 비록 장홍학 역시 일성 천신계라고 하긴 하지만, 그는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까지는 불안정했다. 설령 그에게 100년이란 시간을 더 주더라도 한지훈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오로지 천산의 명예만 회복할 생각만 했을 뿐, 한지훈이 이 결혼식에 참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작에 알았다면, 그는 방금 폭언까지 퍼부어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가문을 멸문시킨다는 건 쉽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현재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
제대로 얻어맞은 장홍학은 한껏 부은 얼굴을 가리고는, 이를 갈며 땅에서 일어났다. 순간 그의 몸에서는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폭발하였다. 온 하늘은 그의 위세에 의해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은 무적의 존재라 하긴 하지만, 장홍학은 엄연히 천산 서검원 부원장이다. 한지훈으로부터 연속하여 따귀를 두 대 맞았으니, 더 이상 그에게 남은 체면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 씨 집안에서 자라온 그는, 천산에 다다른 후에도 장 씨 집안과의 혈연 덕에 든든한 보호를 받아왔다. 그러므로 그의 따귀를 때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산의 수좌인 장로라 할지라도 그를 상대로 한 마디도 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감히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리다니, 그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장홍학의 기운이 폭발하는 순간, 하늘에는 즉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평온하던 강물은 곧바로 파도가 일어나게 됐다. 천신계 강자가 만약 온 기세를 폭발시킨다면, 일반인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칫했다가는 강중시 전체를 전멸할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장홍학은 극도로 화가 났고 심지어 이성까지 잃은 듯했다. 이내 그의 발밑에서는 살기가 솟아올라 한순간에 하늘까지 치솟았다. 곧이어 한 줄기의 눈부신 푸른빛 장막이 구름 위와 땅에 이르렀고, 그 빛은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한편 천산 서검원 장로인 여정풍은 지그시 그 광막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홍학인 건가?” “아놔, 금지령이 아직 해제되지도 않았는데 장홍학 이 녀석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게다가 이곳은 용국의 땅인데, 만약 선을 넘고 일반인에게 손을 대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비방을 받게 될 거라고!”여정풍의 맞은편에 앉아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한 백발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역시 천신계 강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손을 대면 강중조차도 순식간에 황량한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곳이
같은 시각, 천산서검원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고, 그의 시선은 강중 쪽을 향했다.이 기운은...... 너무나도 익숙했다.장홍학이 어째서 강중의 번화가에서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거지?!게다가 살기가 너무나도 짙었고, 만약 무고한 살육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확정된다면 천산이라 해도 그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아직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기에 용국의 정세 역시 여전히 불투명했다.앞으로 무종이 용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데,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천산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것이었다!그는 옆에 있던 CCTV 영상을 켠 뒤 장홍학과 대치 중인 상대를 확인했다.그리고 그 인물이 한지훈임을 알아본 순간, 그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오늘 장홍학은 필히 죽게 되겠군!장홍학이 검을 휘둘러 한지훈을 향해 공격을 한 순간, 한지훈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황금빛의 장막이 허공을 가르며 펼쳐졌다!그 장막은 장홍학의 검기를 단숨에 흡수해 버리며, 강렬했던 일격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천신계 강자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격이었지만, 그저 허공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처럼 미동조차 없었다.일순간,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해졌다.지켜보던 사람들은 죽기는커녕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지 않았고, 이 광경을 본 장홍학은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그의 일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이지?!그는 떨리는 눈으로 황금빛 장막을 다시 바라보았고,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너…… 네놈이 공간 장벽을 쓸 수 있다고?!”장홍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것은 분명 화산의 전수되지 않은 절기 중 하나이지 않은가!화산 제자들 중에서도 공간 장벽을 이토록 능숙하게 다루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그런데 한지훈은 단 한 번 손짓만으로 공간 장벽을 펼쳐 그의 모든 검강을 가둬버린 것이다
장홍학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황금빛 용이 그를 향해 내려꽂혔다!굉음과 함께 장홍학의 몸이 수백 미터나 튕겨 나갔고, 왼쪽 반신은 거의 폭발하듯 파열되며 피투성이가 된 채 땅바닥을 굴렀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고, 공격 결과에 불만이 가득한 듯했다.그러나 그는 다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 장홍학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공포스러운 위압감이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세로 장홍학을 짓눌렀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몸의 절반이 피범벅이 되었음에도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한지훈의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그와 교전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장홍학은 이제 막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고, 비록 신급 강자이긴 했으나 2초 만에 패배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검원의 낙장생조차도 차마 숨을 들이쉬지 못한 채 경악했다.한지훈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같은 등급의 강자를 상대로 순식간에 압도하다니?!“아까 나에게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제 알려주지. 난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아. 네놈이 누구도 죽일 수 없도록 할 테니까!”한지훈이 낮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하며, 장홍학의 몸을 휙 들어 올려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쿵 하는 소리가 들리며 충격으로 화강암 타일조차도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광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불과 몇 초 전만 해도 장홍학은 오만방자하게 군림하며 나씨 가문 사람들에게 협박을 일삼던 자였다.그러나 지금은?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마치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한지훈은 손가락을 오므려 가볍게 움켜쥐었고, 장홍학의 몸이 대형 구덩이에서 떠오르며 한지훈 앞으로 날아왔다!퍽! 장홍학은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처박혔고, 그의 무릎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에 질린 유 씨 부자는 인파 속으로 숨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숨을 삼키며
바로 그때, 한 노인이 허둥지둥 인파를 헤치고 뛰어와 다급히 한지훈에게 외쳤다.“한 선생님! 부디 홍학이 이번이 첫 실수라는 점을 감안하여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게다가 그는 천산서검원의 부원장입니다. 만약 여기서 그를 죽이신다면, 천산서검원의 체면에도 큰 손상이 갈 것입니다. 또한, 조정과 오대명산 간의 화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겁니다!”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노인을 흘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노인은 황급히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말했다.“저는 동천서라 합니다. 천산서검원의 집사 장로지요. 며칠 전, 장 부원장이 하산할 때 미처 함께하지 못하였기에 그가 소인의 참언을 믿게 된 것입…”그러나 노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싸늘하게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오? 헛소리를 들었다고? 만약 오늘 내가 오지 않았다면, 나씨 가문은 과연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 천산서검원의 사람이 대로에서 여인을 납치하려 들다니, 이게 무도 대가가 할 짓인가? 혹시 오대명산의 도덕과 가풍이란 게 이런 것이었소?”“그것이…”동천서는 한지훈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만약 한지훈이 없었다면 오늘 나씨 가문의 조카며느리는 분명 강제로 끌려갔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손님들 또한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이것이야말로 천산서검원의 횡포이지 않은가! “한 선생님, 우리 무림인은 본디 혈기가 왕성하니, 가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번만큼은…”“충동적이라고? 이걸 충동적이라고 할 수 있나?!”한지훈은 동천서를 차갑게 노려보았고, 그의 눈에는 살기가 스쳤다.그리고는 한 손을 등 뒤에 두고 장홍학을 가리키며 말했다.“천산서검원의 부원장이라는 자가 정말 하찮은 자들의 말에 휘둘렸을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아니,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해. 저 장 부원장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은 결국
“예!”용월은 짧게 대답한 뒤, 즉시 전화를 꺼내 한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 뒤 한지훈의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다.불과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십 기의 중형 핵탄두가 일제히 발사되었고, 목표는 바로 천산서검원이 있는 방향이었다!“큰일이군! 모든 사람들에게 당장 서검원에서 철수하라고 알리게!”낙장생이 달리면서 필사적으로 외쳤다.그러나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천산서검원의 사람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왜 갑자기 철수해야 한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더구나, 천산서검원에는 엄격한 문규가 있어 각 전각 간에 함부로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설령 떠난다 해도, 어디로 가란 말인가?바로 그 순간, 공중에서 십여 개의 흰빛이 떨어졌다!“콰과광!”순식간에 십여 개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구쳤고, 하늘을 가득 메운 강렬한 섬광은 태양보다도 더욱 눈부셨다!그 빛이 사라졌을 때, 천산서검원이 있던 자리에는 오직 잿더미와 폐허만이 남아 있었다.거대한 폭발음은 멀리 떨어진 장홍학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그 순간, 그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지며 말을 잃었다.천산서검원이 자리 잡고 있던 거대한 산이 단 몇 초 만에 평지로 변해버렸다!오직 낙장생만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을 뿐, 천산서검원 내에 있던 자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그 광경은 전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생중계되었다.그리고, 오대명산 또한 경악했다!한 마디 말다툼에 핵무기로 천산서검원을 초토화시켰다고? 한지훈은 대체 얼마나 포악한 자란 말인가?!동천서는 이 광경을 보며 이를 갈더니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일은 장홍학 한 사람의 잘못일 뿐인데 어찌하여 천산서검원의 천여 명 제자들까지 모조리 멸살한단 말입니까?! 뿐만 아니라, 천산은 본래 무종의 발원지 중 하나인데,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게 된다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까?”이제 천산서검원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천산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오대명산 전체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었고,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