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어르신, 제가 알기로는 그 여자는 흑병대 사람이고 게다가 여태 줄곧 유럽 쪽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갑자기 미육 사람들에게 납치된 걸 가요? 혹시 이 안에...”얘기를 듣던 주 씨 어르신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번 일은 우리가 간섭하지 않는 게 좋겠어. 미육에도 이미 적지 않은 역외 강자들이 있긴 한데, 며칠만 있다가는 세속으로 돌아갈 거야! 잘못 간섭했다가는 역외 강자들의 심기만 건드려 자칫하면 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어. 그러니 양령아의 일은 양 씨 집안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게끔 해!”이내 주 씨 어르신은 손을 흔들며 사람들더러 물러나라고 하였다. 그 후 그는 또 곡형에게 몇 마디 남기며 인계까지 마치고 나서야 화산으로 향하여 역외 강자들을 맞이하는 일을 도우기로 했다. 그렇게 한동안 주 씨 어르신의 대답을 받지 못했던 양 씨 집안은, 곧 5대 명산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절대 양 씨 집안을 도와 사람을 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북양 왕 한지훈뿐이었다. 상대의 기세는 매우 나도 컸다. 그렇기에 양 씨 집안의 신분과 지위로서는 양령아가 납치되는 것을 좌시할 수가 없었다. “제 생각에는 북양 왕에게 연락하는 게 좋겠습니다!”양천릉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야, 우린 아직 북양 왕과의 친분이 너무 얕아. 내가 보기에는 강만용한테 요청을 보내는 게 낫겠어. 그게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을 거야!”양 씨 어르신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들고는 강만용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양 씨 어르신의 전화를 받은 강만용은 역시나 흔쾌히 도우려 했고, 바로 한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씨 집안 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한지훈도 깜짝 놀랐다. 양령아는 사실 사령관의 실력이 있었다. 일반인들이라면 그를 납치하기는커녕 그녀의 몸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한지훈은, 강만용더러 양 씨 집안에 한 두 사람을 파견하여 얼른 상황을 파악하라고 명령했다. 그날 저녁, 강만용은 한쌍
강만용이 입을 떼기도 전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양천수와 그의 부인을 향해 말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반드시 령아를 무사히 데려올 테니까!”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양천수 부부를 위로해 주고는 사람을 불러 차를 준비하게끔 했다. 그러자 강만용은 급히 따라 나와 한지훈을 붙잡고 말했다. “한지훈, 비록 난 지금은 더 이상 용각에 있지는 않지만 역외 강자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바가 있어. 이번 일은 굳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최대한 일을 크게 벌이지는 말자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만용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만약 상대가 눈치를 챈다면 저도 당연히 일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않죠. 하지만 만약 저희 사람을 풀어주려 하지 않는다면 그건 다른 얘기죠. 저희 용국은 필경 100여 년 전의 용국이 아니니까요.” “누구도 저희 땅에서 용국 백성들을 괴롭힐 수는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타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 강만용은 한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그는 이내 전화를 걸어 이 사실 무종 대장로에게 보고하였다. 결국 이번 일은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일단 일이 크게 번지면 용국에게는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초지종을 들은 무종 대장로는 어리둥절해졌다. 곧바로 그는 황급히 주 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한지훈이 사람을 구하러 갔다고?” 소식을 접한 주 씨 어르신은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한지훈 대체 뭘 어찌하려는 거지? 용국 역외 강자에게 미움을 살 것은 아니지만, 굳이 미육 역외 강자에게 미움을 사야 하는걸가? “그렇게 됐어. 그런데 이번 일은 차라리 5대 명산이 나서서 상대와 협상하여 좋게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협상은 개뿔! 지금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와 연락하고 있어. 게다가 곧 동맹을 맺을 상황인데 이 시점에서 어떻게 상대의 미움을 살 수가 있겠어!”“게다가 양령아는
설령 5대 명산이라 할지라도 매국이라는 큰 죄를 져서는 안 됐다. “대장로,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5대 명산이 언제 매국할 짓을 했다고!”“백여 년 전에 용국이 왜 열강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는지 너희들도 잘 알잖아. 바로 대전에서 졌기 때문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그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거야?”“양령아 한 명이 죽더라도 용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아. 그리고 만약 서 선배가 미육 역외 강자들과의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면, 용국은 이번 대결에서도 필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야!”주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한지훈은 손을 높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탁! 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주 씨 어르신의 몸은 휘청거려 그 뒤의 지프차에 머리까지 부딪쳐 바람막이 유리를 산산조각 냈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팍!”한지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시 또 따귀를 후려쳤다. “당신이 나이를 지긋이 먹지만 않았더라도, 방금 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 한지훈은 차갑게 주 씨 어르신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역외 강자들과는 무관 한 거고 오직 나 한지훈 한 사람이 일으킨 소행이야. 그러니 그들이 앞으로 보복하고 싶어도 나를 찾아오라고 해! 용국과는 무관하니까!”말을 마친 한지훈은 발걸음을 내디디고는 장원으로 향했다. 주 씨 어르신은 부어오른 얼굴을 가리고는 대장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지훈 말이 맞아. 우리 용인들은 죽어도 꼿꼿이 서서 죽으려고 해! 절대 구차하게 굴지는 않는 사람들이야!”대장로는 주 씨 어르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때 장원에 있던 한 금발의 남자가 옆에 선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나 경호원은 옆에 있는 작은 문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고 안에 있던 두 명의 사내를 향해 말했다. “윌, 로스터 선생님께서 물으시는데 그 두 사람 동의했어?”윌이라는 남자는 고개를 돌려 검은 옷의 경호원을 흘깃 보고는 고개를
얼마 지나지 않아 젊고 예쁜 용국 여자 두 명이 거실로 끌려 나왔다. 두 여자애의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옷도 단정하지 못했으며, 얼굴에는 또 몇 개의 선홍색 손바닥 자국 또한 있었다. 그야말로 매우 피폐해 보였다. 이 두 여자애는 바로 양령아와 허천이었다. 그들이 바로 엊그제 로스터에 의해 납치되어 온 용국 여자들이었다. 양령아는 자신이 용경에서 외국인에게 납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록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양 씨 집안에 소식을 보내긴 했지만 전혀 쓸모가 없었다. 로스터는 양령아와 허천을 힐끗 쳐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수모를 겪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말을 들어!”이내 그는 야한 속옷 두 벌을 양령아와 허천의 앞에 던졌다. “우리... 우리는 죽어도 너의 노리개가 되지는 않을 거야!”양령아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옆에 있는 허천도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덜 고생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이것을 너희들한테 던진 건 너희들에게 엄연히 경고를 날리는 거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거든!”로스터는 손을 뻗어 양령아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의 손이 양령아의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양령아는 그의 따귀를 때렸다. 탁한 우렁찬 소리가 들려오자, 옆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그중 한 경호원은 바로 손을 들어 양령아의 얼굴을 때렸다. 비록 경호원의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의 전력은 오히려 양령아보다도 높았다. 준 천왕계 고수를 상대로, 양령아와 허천은 어디 반격할 힘이 있겠는가? 순간 양령아의 몸은 휘청거렸고 바로 옆 탁자에 부딪쳐 넘어지기까지 하자, 주위의 경호원들도 하하 웃기 시작했다. 양령아는 이를 악문 채 차갑게 고개를 들어 그 검은 옷의 경호원을 쳐다보았다. “너희들 대체 언제까지 순진한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보마!”로스터는 얼굴을 부여잡고는, 결국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양령아의 머리채를 잡고는 소리쳤다. “네 뒤에 아무리 강한 세력이 있더라도, 오늘은 아무도 너를 구하러
이내 검은 옷의 경호원은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문 밖으로 걸어갔다. 로스터는 칼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다시 손을 뻗어 양령아의 얼굴을 만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세게 차고 들어왔다.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방문은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방금 밖으로 나선 세 사람은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 로스터의 발밑으로 굴러들어 왔다. “감히 저 여자들을 건드리기만 해 봐, 죽을 줄 알아!”그 순간, 홀 안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로스터는 죽어가는 칼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보며 입구에 선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뿐만 아니라 2층에서 뛰어내린 검은 옷의 몇몇 사내들도 한지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로스터는 그저 한번 흘겨보기만 할 뿐, 피투성이가 된 칼을 보고도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사납게 웃었다. 그는 미육 제1가문의 자손이자 무도 세가 출신으로서, 어릴 때부터 여태까지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수없이도 봐왔다. 그렇기에 이런 장면은 그에게 있어 딱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장원에는 칼이라는 한 명의 천왕계 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칼보다도 더 강한 네 명의 존재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가문에서 오랫동안 배양한 고수들이며, 하나같이 모두 천왕계 중에서도 상위권 강자들이었다. “용국에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놈이 있나 보네!”소파에 앉은 로스터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시가에 불을 붙인 채 크게 들이마셨다. 한지훈이 문을 부수고 들어서고 나서야, 용월과 용운도 성큼성큼 따라 들어왔다. 용월은 먼저 자신의 외투를 벗어내 양령아의 몸에 걸쳤다. 그러고 나서는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 “일단 옷 입어. 걱정 마, 이젠 괜찮아!” 이내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데리고 한지훈의 뒤쪽으로 물러섰다. “한 선생님!”양령아는 감격에 찬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구하러 달려온 사람이 뜻밖에도 북양 왕일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용운도 엄연히 4성 천급 천왕이긴 하지만, 상대는 무려 4명의 천신계 고수들이었다. 4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힘을 합쳐 포위하는데 용운 한 사람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상대 네 명은 모두 백전백승의 베테랑들이었다. 용운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용월이 도와 나선다 하더라도 절대 이 네 사람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로스터의 신분 역시 매우 특별했기에, 용운이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를 상대할 엄두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용국의 무종 역시 로스트 배후의 가문에게 항상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이다. 필경 대전이 코 앞까지 다가온 시점에 용국 무종은 미육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로스터 가문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미육 제1가문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일단 용국 무종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한지훈 일행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위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용운은 갑자기 펄쩍 뛰어올랐고 이내 준 천왕계 고수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 한 수만으로 준 천왕계 고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숨을 멈췄다. 남은 천왕계 고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용운의 주먹은 다시 한번 허공을 찔렀다. “팡팡팡!”연이어 들려오는 큰 소리에, 로스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그는 한지훈이 단지 겁을 주는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정말 손을 쓸 줄은 몰랐고 게다가 바로 즉사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로스터를 보호하던 천왕경 고수들이 모조리 살해되었다. 소식을 듣고 문 앞까지 달려온 경호원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그들 역시, 이 세상에는 열무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해! 너희 용국, 설마 우리 가문에게 선전포고하려는 거야? 혹은 미육을 상대로 선전포고하는 거야?”로스터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이 순간, 겁먹은 건 티를 내서는 안되었기에 그
갑작스레 들이닥친 무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유일한 백인 남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모두 용인이었다. 이내 그중 한 용국 노인이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북양 왕, 우린 항산 사람이야!”한지훈이 직접 찾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후 주 씨 어르신은 곧바로 5대 명산에 연락을 보냈다. 혹시나 일이 크게 번져 서천술의 동맹 대계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대 명산은 상의를 거친 후 비로소 몇 사람들을 파견하여 한지훈을 말리기로 한 것이다. “항산 사람?”한지훈은 노인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양 왕, 이번 일은 크게 벌려서는 안 돼.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노인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필경 그들의 임무는 오직 로스터를 무사히 데려가는 것이었고, 다른 것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뭐라고? 평화롭게 해결하자고?”한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온몸에 멍이 든 두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체 어떻게 평화롭게 해결할 수가 있는 건데!”그러자 노인은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노인은 입을 열었다. “북양 왕,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대전이 곧 다가오고 있고 게다가 대전 장소는 로스트 선생의 장원이야!”“네가 지금 이렇게 구는 건 엄연히 다른 사람의 영토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다름없으니, 더 이상 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뭐? 다른 사람의 영토? 이곳의 땅은 모두 용국의 땅이야! 대체 언제부터 타인의 영토가 되었다는 거야!”“그리고 우리 용국 땅에서 우리 용인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하는 건 또 무슨 행위인데? 그것 자체가 도발이잖아!”“이...”노인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난 한 선생이 대세를 위해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바랐는데...”“대세?”“흥! 용국 백성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슨 대세가 있다는 거야?”“그리고 오늘 일은 그 누
“팍!”우렁찬 소리와 함께 칸트는 그 자리에서 7~8미터 떨어진 밖까지 굴러 나갔다. “난 오히려 궁금하네. 과연 누가 감히 내 눈앞에서 뻔뻔하게 이 자리를 떠나려 하는지!”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로스터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을 죽일 듯한 기세였다. 제대로 얻어맞은 칸트는 찌그러진 얼굴을 가리고는 한지훈을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한지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나 당장 함선에게 명령을 내려...”“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은 다시 손을 들어, 번개 같은 흰색 피련을 칸트 머리 위로 펼쳤다. “철컥!” 굉음과 함께 칸트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항산의 노인과 로스터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로스터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한지훈을 향해 중얼거렸다. “한지훈, 너... 네가 감히 날 건드리려 한다면 용국은 반드시...”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고 그러자 오릉군 가시가 순식간에 날아가 로스터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항산 노인은 얼굴이 창백해져, 로스터의 시체를 오랫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연신 고개를 저으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는 중얼거렸다. “망했어! 이젠 다 망했어!”한지훈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냅다 자신의 망토를 풀어 허천의 몸에 걸쳤다. 이내 용운은 번쩍이는 몸을 나려, 눈 깜짝할 사이에 별장 안 수십 명의 검은 옷 경호원들을 모두 죽였다. 양령아는 한지훈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한 선생님, 이번 일 혹시...”“걱정 마, 그 누구든지 용국의 땅에서 용국 백성을 괴롭힐 수는 없어. 이건 규칙이야!”이내 한지훈은 양령아와 허천을 문어귀에 주차된 상무차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용월은 양령아와 허천을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 일단 얼른 차에 타. 남은 일은 더 이상 너희들과는 무관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두 여자가 차에 탄 후에야 한지훈은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돌아가는 길에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