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은 소매를 휘날리며 단호히 뒤돌아 성큼성큼 대전 안으로 돌아갔다.그 자리에 남겨진 무종 사람들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이마의 식은땀을 훔쳤다.그 누구도 이렇게 젊은 국왕이 이토록 강한 기개와 수완, 그리고 정국을 흔드는 정치력까지 갖추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작 몇 마디 말로, 방자명의 목숨을 앗고 천도문까지 멸문시켜 버리다니…이보다 더 무서운 권위가 있을까?무종 사람들을 보내고 나서야, 용칠은 천천히 천자각 안으로 들어가 어림군에게 문을 닫으라고 분부했다. 문이 철컥 하고 닫히는 그 순간, 용칠은 그대로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었다!방자명의 처형 명령이 떨어졌을 때, 그는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긴장했었다.그 순간 무종 쪽에서 무력을 휘둘렀다면, 자기와 어림군으로는 절대 국왕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용, 용칠 장군... 괜찮으십니까?”식은땀에 젖은 어림군 병사가 급히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괘, 괜찮다... 아니, 아니지! 국왕께 가야 한다!”용칠은 두 어림군 병사의 부축을 받아 곧장 천자각으로 향했다.대전 안으로 들어서자 국왕은 눈을 살짝 감은 채 용좌에 앉아 있었고, 이마에서는 마치 끊긴 진주알처럼 땀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국왕 폐하... 정말... 정말 아슬아슬했습니다!”용칠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치자, 국왕은 천천히 눈을 뜨고 땀을 훔치며 말했다.“정말 아찔했지. 방금 그 순간, 짐이 재빨리 전 군중의 목숨을 인질 삼아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예...? 국왕 폐하께서는 그들이 감히 손대지 못할 거라 말씀하셨던 건...”“아직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방자명은 이미 그 한계선에 도달했었다!”“그가 순순히 잡혀간 것은 짐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자기와 함께한 자들이 오히려 자신을 죽일까 봐 두려워서였다.”국왕은 길게 숨을 내쉬며, 창백했던 얼굴에 다시금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같은 날 오후, 혈족의 삼대 후작 중 하나인 혈겁 후작 전창해가 용경
국왕의 호령이 떨어지자, 용칠이 황급히 한 걸음 나아가 군례를 올리며 외쳤다.“용칠, 명 받들겠습니다!”“방자명은 무리를 선동해 궁문을 포위하고 국왕을 협박했으며, 조정을 어지럽히고 반역을 도모했으니, 용국 율법에 따라 그 죄를 어찌 다스려야 하겠느냐!”이 말이 떨어지자, 무종의 모든 이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젊은 국왕이, 설마 정말로 방자명을 죄인으로 삼겠다는 건가?방자명은 무종에서 대장로가 와도 고개를 조아릴 만한 어르신이었는데?!“국왕 폐하! 명을 잠시만 거둬주십시오! 방자명이 무슨 큰 죄가 있단 말입니까!”곁에 있던 다른 노인이 급히 나섰다. 아무리 그들이 강자라 한들, 이곳은 천자각 정문이었으니 감히 어찌 어림군 앞에서 무력을 쓰겠는가.“입으로는 짐에게 이씨 가문과 주씨 가문을 넘기라 해놓고, 짐이 그 청을 받아들여 보증을 요구하니, 거절하는구나. 훗날 혈족이 너희 방씨 가문과 심지어 천도문 전체를 희생하라고 요구하면, 너도 주씨 가문과 이씨 가문처럼 기꺼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하지만 방자명은 짐의 말을 농담쯤으로 여겼다. 짐은 국정을 돌보느라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방자명은 무리를 이끌고 천자각을 어지럽혀 정사를 방해했다. 이는 바로 조강을 어지럽힌 죄에 해당한다!”“게다가 무종의 문인 천 명을 끌고 천자각을 포위했으며, 이는 무리 지어 황위를 협박한 대역죄다!”“이런 자는 죽어 마땅하지 않느냐!”국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모두 이치에 근거했으며, 그의 모든 말은 무종의 사람들로 하여금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저희는… 그저… 그저 대의를 위해 국왕께 조언을 드리고자…”방자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국왕이 차갑게 끊어버렸다.“조언? 좋다. 하지만 칼을 차고 병장을 이끌고 와 조언을 하는 법이 있는가?”“이렇게 하지. 전 언론에 알리거라, 백성이 너희가 조언했다고 판단하면 살려주겠다. 그러나 백성이 너희를 협박한 자라 여긴다면 짐은 이 자리에서 모두 법대로 다스릴 것이다!”이 말이 떨어지자,
“여러분 말이 다 일리 있소. 우리는 결코 주씨 집안과 이씨 집안 몇십 명을 위해 이런 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소. 더더욱 그들 때문에 우리 용국 백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순 없지요!”“이처럼 여러분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애국지사들이란 사실이 참으로 감동스럽소!”국왕의 이 말에 무종의 사람들은 물론, 용칠조차도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고, 본능적으로 국왕을 돌아보았다.하지만 이 많은 무종 사람들 앞에서, 아무리 마음속에 의문이 천 가지가 있더라도 용칠은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국왕, 이 말은 진심이십니까?”무종 쪽의 대표 격인 한 노인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국왕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왕은 함부로 말하지 않소. 그쪽은 어떻게 불러드리면 되겠소?”“천도문 장문인 방자명이라 하오.”노인은 몸을 반듯이 세우며 공손히 국왕에게 예를 갖췄다.“오, 방 장문! 반갑소.”국왕도 예를 다해 인사한 뒤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나는 일국의 군주로서 마땅히 백성 모두를 공평히 대해야 하오. 온 천하가 모두 왕의 땅이니라.”“사실 여러분이 말씀하신 건 나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바요. 단지 체면상 그간 혈족의 요청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뿐.”“하지만 여러분이 한마음 한뜻으로 몇 명 때문에 온 나라 백성들이 위험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내가 지금 즉시 그들을 혈족에게 넘겨 처리토록 하겠소.”이 말을 들은 무종의 사람들 얼굴에는 하나같이 조소가 번졌다.철혈 국왕? 수완이 뛰어나다고?결국 무종 사람들 앞에선 별 수 없군. 입만 살아 있었지 결국은 꼬리를 내리잖아!“그렇다면 더 말할 것 없지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소이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오.”방자명은 입꼬리를 비틀며 국왕에게 가볍게 예를 표하곤 돌아서려 했다.“잠깐!”국왕이 갑자기 냉랭한 목소리로 그들을 불러세웠다.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돌아봤다.“국왕, 무엇을 더 말씀하시려는 겁니까?”“말씀이라니, 과인은 분명히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생사와 직결되기에, 누구도 혈족의 손에 죽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더구나, 유소천이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경 내부에는 심지어 천자각 앞까지 달려가 청원 시위를 벌이는 이들까지 생겨났다!그뿐만 아니라, 용각의 몇몇 각로들까지 이 시위대로 인해 업무를 진행하지 못할 지경이었다.용칠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왕에게 나아갔다.“국왕 폐하, 무종의 사람들이 천자각을 에워쌌습니다. 심지어 별도로 사람을 보내 용각까지 둘러싸고, 현재 각로들께서는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국왕은 손에 들고 있던 주필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렸다.“오? 무슨 일이냐?”“무종 측에서 국왕께서 직접 명을 내려 이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인물을 혈족에게 넘기라 합니다. 그래야 혈족과 우리 무종 간의 분쟁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국왕은 안색을 굳히며 깊은 침묵에 빠졌고, 잠시 후 조용히 말을 꺼냈다.“내가 그들과 직접 만나 보겠다. 그들 중 몇몇 대표를 뽑아 나에게 보내도록 하라. 내가 직접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뭐라고?!용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폐하께서 직접 가시겠다고요? 이는… 너무 위험합니다. 아무리 용각에 어림군이 있다 한들, 무종의 그 수많은 고수들 중에 혹여라도…”국왕은 단호히 말을 끊으며 말했다.“혹여라는 일은 없다. 짐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한들, 감히 이 자리에서 짐을 찌를 자는 없다.”국왕이 침착하게 말했다. 무종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국왕의 자리를 넘보고 있긴 하지만, 국왕이 아직 용좌에서 끌려 내려오기 전까지는, 감히 그를 암살하기는커녕 그에게 상처 하나 입히는 죄조차도 감당해 낼 수 없다!하물며, 그들 무종 인물들은 역외의 대세력들에 비하면 그저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만약 누군가 국왕의 권위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용국 조정이 손을 쓰기도 전에 역외 세력들이 단 몇 분 안에 그자를 완전히 말살해 버릴 것이다!그들이 이렇게 조심하는 이유는, 지금의
“나는 협박당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 특히 우리 용국 백성의 목숨을 담보로 삼는 짓은 더더욱 말이지.”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 옷 사내의 옷깃을 움켜잡고, 그대로 그의 뺨을 후려쳤다.“짝!”소리가 나자마자, 고개가 휘어진 검은 옷 사내는 아직 튕겨 나가지도 못한 채, 강력한 흡인력에 의해 다시 한지훈 앞에 끌려왔다.“쿵! 쿵! 쿵!”연이어 세 번의 주먹이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다.순식간에 가슴이 함몰되었고, 몇몇 갈비뼈는 아예 등을 뚫고 튀어나왔다.“허... 헉... 허억...!”검은 옷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이때 한지훈도 약간 의아했다.자신이 연달아 이렇게 때렸는데, 아직도 산 채로 남아있다니?자세히 보니, 검은 옷 사내의 온몸엔 은은한 흑색 광막이 둘러져 있었다.한밤중이라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한지훈조차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는 천생서문에 기록되어 있는 오래전에 실전된 호신진법이며, 우운갑이라고 불렸다. 이 진법은 몸 주위에 강력한 방어 결계를 형성해,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60% 이상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방호진이었다.“네놈이 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온 이런 호신 진법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군. 좋아, 네 우운갑이 단단한지, 내 주먹이 더 단단한지 보자고.”그 말과 함께, 한지훈의 또 다른 강펀치가 쏟아졌다.“쿵! 쿵! 쿵!”이번엔 힘을 더욱 실었다.한 주먹마다, 검은 옷 사내의 몸에 수박만 한 크기의 함몰 자국이 생겨났다.불과 2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결국 인간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죽음을 맞이했다.죽기 직전, 그의 눈엔 깊은 후회가 어렸다.오늘 밤에 한지훈을 만날 줄 알았다면, 절대 목숨을 걸고 항산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텐데!애초에 그들은 만검종을 학살한 뒤, 혈족의 혈역 백작까지 쫓아가 처단할 계획이었다.하지만, 만검종을 막 정리한 그 순간 한지훈에 의해 항산 아래서 포위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전국 언론이
“내가 네놈을 자극하면 어쩔 텐가? 설마 또 자폭이라도 하게?”한지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자폭?아까 그 검은 옷 사내의 자폭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그는 똑똑히 봤다.결과는 시체조차 남지 않았고, 개미 한 마리도 다치지 않았다!“흥! 이건 네가 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지경이 된 건 다 네놈 탓이라고!”그 말과 함께, 검은 옷 사내는 손을 휘둘러 한 줄기 찬란한 빛을 손바닥 위에 띄웠다.동시에 멀리 떨어진 작은 산 하나가 그에 의해 뿌리째 뽑혔고, 허공으로 들려 올라갔다.그의 목표는 바로, 항산에서 수십 리 떨어진 인구 백만의 대도시였다!“너야말로 국민을 지키는 걸 자처하지 않았던가?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저 도시에 피바람을 몰아치게 해 주마!”검은 옷 사내는 일그러진 얼굴로 위협했고, 지금의 그는 완전히 궁지에 몰린 짐승 그 자체였다.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백성의 목숨을 인질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피바람? 어디 한번 해보시지.”한지훈은 냉소를 흘리며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여전히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죽어라!!”그는 한지훈의 실력을 전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눈앞의 이 사내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며, 자신을 베어버리는 것은 마치 칼로 오이를 써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는 것!절망 속에서 그는 끝내 분노의 포효를 터뜨리며, 산 하나를 번쩍 들어 올려 저 멀리 도시를 향해 내던졌다!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수천수만의 생명이 그와 함께 무덤에 들어가야 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 산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저 가볍게 손을 한 번 휘두르자 황금빛 광막 하나가 형체를 드러내며 날아오는 산 앞을 가로막았다!그 산은 황금빛 장막에 닿는 순간, 아무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목격한 검은 옷의 사내는 그대로 넋을 잃었다.이 진법…… 너무나 익숙했다!이건 바로 화산에서 전해지던 공간 비진이 아닌가!하지만 화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