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무릎을 꿇은 전태복조차 이 휘장의 진위를 의심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용국에서 군을 사칭하는 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는 중범죄였기 때문이었다.그렇기에 이 휘장을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일 것이다.전태복은 평생 살면서 자신이 북양의 총수에게 밉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무려 8개국의 백만 대군의 위에 있는 존재였고 그 자체가 용국의 상징이었다.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존재!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전태복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네 죄를 알겠지?”전태복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귀인을 몰라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스스로 귀뺨을 때리기 시작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중에는 전태복을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뭐야? 영창그룹 회장 아니야? 왜 무릎을 꿇고 있지?”“모르겠어. 그런데 저 사람 누구야? 전태복이 무릎을 꿇고 사죄할 정도라니.”구경꾼들이 많아지자 한지훈은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강우연의 손을 잡고 매장을 나섰다.그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전태복은 식은땀을 훔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액세서리를 한가득 고른 이미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리는 전태복을 보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양아빠, 괜찮아요? 어떻게 된 거예요?”“나 좀… 부축해 줘.”전태복은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한편, 멀리 나가서 걸음을 멈춘 강우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이 진짜 북양 총수 맞아요?”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하지만 전태복이 당신 앞에 무릎까지 꿇었잖아요. 북양의 총수라면서… 게다가 지훈 씨도 30만 북양 대군을 언급했고… 당신 나한테 숨기는 게 뭐예요?”강우연은 그가 자신을 기만하
쾅!통제를 잃은 트럭은 그대로 돌진하여 길가에 있는 대형 백화점의 벽을 부수고 난 뒤에야 멈췄다.곳곳에 피범벅이 되어 도망치는 사람들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한지훈은 강우연을 단단히 품에 감싸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강우연은 겁에 질려 넘어지는 순간에도 품에 안은 고운이를 다치지 않도록 꼭 끌어안았다.한지훈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여보, 고운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넋이 나간 상태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괜찮아요.”겁에 질린 고운이가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엄마!”강우연은 서둘러 일어나서 고운이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그리고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훔쳤다.너무 위험한 순간이었다.한지훈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그녀와 고운이는 아마 지금쯤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른다.잠시 후, 경찰차와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그리고 때마침 한지훈의 핸드폰도 울렸다.낯선 번호였다.전화를 받자 싸늘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놈의 딸과 마누라도 내 아들과 남편과 똑같이 만들어 줄 거야! 한지훈, 이건 경고야. 다음에는 오늘처럼 피해 가지 못할 거야.”말을 마친 여자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주변 곳곳과 사람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그의 몸에서 진한 살기가 요동치고 있었다.누군가가 정확히 강우연과 고운이의 목숨을 노리고 접근했다.누굴까?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지훈 씨, 왜 그래요? 누구 전화인데요?”강우연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전화였어. 일단 고운이 데리고 병원에 가보자.”말을 마친 그는 강우연과 고운이를 감싸고 병원으로 향했다.뒤늦게 도착한 용일도 병원 대기구역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사령관님, 이미 송호문 청장에게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아마 곧 찾을 수 있겠죠!”‘감히 사모님과 어린 고운이를… 죽여 버리겠어!’그의 말이 끝
군사를 동원해 M시를 포위한다.이 말이 한지훈의 입에서 나오자, 용일은 흠칫하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사령관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지난번처럼 오군 구군 본부에서 동원하실 건가요?”한지훈은 온몸으로 예리한 살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말했다.“3만 북양대군을 당장 투입해. 전쟁부에서 장비를 운송해 오고 아직 복역 중인 호랑지사 부대는 즉각 M시 작전에 투입한다.”“현역 장병 3만을요?”용일의 얼굴이 비장해지더니 숨결마저 거칠어졌다.현역 복무 중인 호랑지사 부대의 3만 장병을 투입한다니!전장에서 목숨을 내놓고 용국을 호위하기 위해 싸웠던 바로 그 영웅들이었다.백만 대군이 쳐들어와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정예 부대가 호랑지사였다.북양 30만 대군 중에서도 정예 중의 정예로 불리는 부대였다.장병 하나하나가 개인 역량이 최고로 불리는 용사들이었다.그들은 북양 총수 단 한 사람의 지시만 따른다.북양 총수의 지시가 없으면 이 3만 정예 부대는 북양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지금 바로 연락을 넣겠습니다.”용일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M시의 우씨 가문이 위협을 가해 온다.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병실로 돌아갔다. 강우연과 고운이는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외상은 거의 없었기에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지훈 씨, 우린 괜찮으니까 이제 집으로 가요.”강우연이 말했다.하지만 한지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돼. 일단 여기서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강우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거절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참, 나 며칠 동안 오군을 떠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다른 도시에 볼일이 좀 있어.”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이 예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어디 가요? 무슨 일인데 그래요?”“M시로 갈 거야.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강우연은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한지훈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한창 사무실에서 정무를 처리하던 여동해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북양 총사령관께서 우리 시에 고찰을 오신단 말씀이십니까?”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북양은 M시에서 수천 키로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렇게 높으신 분이 갑자기 이 도시로 온다는 사실이 약간 믿기지 않았다.설마 5대 주국의 직위에 변동이 생긴 걸까?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여동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하나 확실한 점은 북양의 총사령관은 한 번도 이 도시에 발을 들인 적 없다는 사실이었다.밤중에 갑작스러운 방문이라면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여동해는 이 전설 속의 인물을 어떻게 마중할지 머릿속에 플랜을 세웠다.M시는 남영구에서 가장 부유하고 땅덩어리가 넓은 도시였다.한 시간 뒤, 여동해는 본부에서 보낸 리스트대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공항으로 갔다.원래는 가장 실력 있는 우씨 가문도 부르려고 했지만 통화에서 명확하게 우씨 가문에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조용히 일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문이 열리고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인영이 나타났다.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지만 안에 입고 있는 드래곤 전포가 선명하게 보였다.북양의 군장으로 중무장한 한지훈은 금빛이 찬란한 휘장을 달은 군모까지 쓰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용일을 필두로 한 그의 일곱 친위대가 따르고 있었다.북양을 대표하는 일곱 장군은 서로 맡은 직책은 다르지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당했다.이미 그들만으로도 M시에 주둔 중인 남령 전쟁부 전신급 장군을 압살하는 수준이었다.남령 전쟁부에서 나온 장군은 5만 병사를 이끌고 M시에 주둔 중이었다. M시의 안전을 수호하고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임무였다.하지만 여동해를 포함한 M시의 주요 세력들은 한지훈의 카리스마에 넋이 나간 상태였다.그의 일곱 친위대가 내뿜는 기세와 카리스마는 남령구 전신으로 불리는 장군들에 비해도
잠시 후, 입구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한지훈이 친위대와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담담하게 상석에 자리했다. 원래는 여동해의 자리였지만 여동해는 자진해서 옆으로 자리를 비켰다.한지훈이 자리한 뒤에야 사람들은 자리에 앉았다.여동해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총사령관님, 무슨 중요한 일이기에 이 밤중에 이 먼 곳까지 행차하셨나요?”한지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다가 뒤에 있는 용이에게 눈짓했다.용이가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앞으로 나섰다.“총사령관께서 M도시에 친히 행차하신 이유는 단 하나, 여러분은 심사숙고를 거친 뒤에 답변하기 바란다.”여동해는 근엄하고 진지한 용이의 모습에 점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번 회담은 우씨 가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설마 북양 총수께서 밤중에 친히 M시까지 방문한 이유가 우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장군, 걱정 말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M시 5대 가문 중 하나인 하씨 가문의 수장 하기봉이 말했다.용이는 한지훈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 정중한 말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총사령관께서 M시에 친히 방문하신 이유는 오직 하나, 우씨 가문을 박살 내는 것이다.”그 말은 모두에게 청천벽력으로 다가왔다.회의실 내부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모두가 경악한, 그리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우씨 가문을 박살 내다니.상대는 M시 재계 1위로 막대한 재력을 보유한 우씨 가문이었다.우씨 가문이 M시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우씨 가문은 M시의 절반 이상의 경제 흐름을 장악하고 있었고 M시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지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었다. M시의 GDP절반이 우씨 가문 덕분에 이룬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우씨 가문은 M시의 자랑이었고 사람들의 선망 대상이었다.우씨 가문의 세력이 없었으면 M시는 이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시장인 여동해마저도 우씨 가문 가주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한지훈의 폭탄선언에 사람들의 표정이 혼란스럽게 변했다.우씨 가문에서 북양 총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암살을 시도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사람들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한지훈의 몸에서 폭발한 살기는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여동해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동공이 수축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는 총사령관 암살 사건이었다.우씨 가문이 왜 그런 짓을 벌인 거지?한지훈은 뒷짐을 지고 그 자리에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좌중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내가 우씨 가문을 멸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그건….”현장은 다시금 침묵에 빠졌다.그들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볼 뿐이었다.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북양 총사령관이 농담이나 하려고 밤중에 친히 이 먼 도시까지 날아오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이었다.이는 M시의 오랜 세력 구도를 뒤집을 대형 사건이었다.우씨 가문이 아무리 강하고 문어발처럼 세력을 확장했어도 전쟁부 총사령관이나 되는 인물을 건드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사형감이었다.물론 우씨 가문에도 전신급 장군을 두 명이나 배출했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북양 총사령관 한지훈의 배후에는 일곱 명의나 되는 전신급 장군이 친위대로 있었다.가장 말석이 2성 전신급이었다.그들 사이의 실력 차이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그들이 건드린 상대는 현시점 용국의 국왕을 제외하고 신분이 가장 높은 북양의 총사령관이었다.30만 북양 대군은 이 세계를 멸할 힘을 가진 존재였다.여동해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머릿속이 하얘졌다.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와 상태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등은 이미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현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사령관님, 정말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제가 우씨 가문에 연락해서 사죄하게 할까요?”여동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는 우씨 가문이 아무리 대단해도 북양 총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암살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그 시각, 용경의 용각 집무실.네 명의 장로들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모였다.신한국은 심각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출했다.“M시의 우씨 가문이라고 했던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족속들이군. 감히 북양 총사령관의 가족을 암살하려 하다니! 죽어 마땅한 놈들이야. 감히 우리 용국의 총수에게 반기를 들다니. 구족을 멸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야! 당장 M시에 연락해서 북양 총사령관의 분노를 잠식시킬 만한 적절한 보상 방안을 내놓으라고 해! 그것마저 거부하면 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지.”군복을 입은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잠깐!”신한국은 나가려는 비서를 다시 불러 세우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북양 전쟁부에서 돌아가는 상황도 좀 알아봐.”“네!”비서실장은 공손히 예를 취한 뒤, 신속히 회의실을 벗어났다.신한국은 긴 한숨을 내쉬며 상석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강만용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떻게 생각해?”강만용이 서늘한 시선을 빛내며 말했다.“그 녀석 성격에 우씨 가문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았어?”그 말에 남은 세 장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니까 자네 말은….”신한국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이때, 조금 전에 밖에 나갔던 비서실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장로님, 조금 전에 북양구에서 전서구가 날아왔는데 북양의 3만 정예부대가 네 시간 전에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북양을 떠났다고 합니다.”“뭐라고? 3만 정예부대가… 북양을 떠났다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당장 알아 와!”신한국이 경악하며 그를 재촉했다.비서가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강만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신한국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아보지도 마. 내 예상이 맞다면 그 녀석은 부대를 M시로 보내려는 거야. M시 전체를 포위하려는 것 같네.”“아니!”남은 세 명의 장로들은 경악하며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그들은 당장 위성 지도를 펼쳤다.3만 군사가 M시를 포위했다니!설마 남영구와
일국에는 두 명의 오성 용수가 존재한다.강만용은 굳은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뒤, 그는 남영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흑용 사령관, 나 강만용일세. 북양의 3만 정예부대가 네 시간 전에 북양을 떠나 M시로 향하고 있네! 용각의 입장을 전달하겠네. 자네의 부대는 절대 북양 총사령관의 부대와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 되네! 모든 결과는 용각에서 책임지지! 용각의 최고 장로인 내 명령일세!”남영구 전쟁부의 작전 회의실.수십 명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휘석에 근엄한 포스를 풍기는 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그가 바로 남영구의 최고사령관인 흑용 사령관, 오전국이었다.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오전국은 가만히 있어도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는 존재였다.뒷짐을 진 그는 검은색 용이 새겨진 전포를 두르고 있었고 어깨에는 금빛의 4성 휘장을 달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참모장이 스피커를 전환한 채,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작전부 지휘실에 강만용의 지시가 전달되었다.“사령관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참모장이 굳은 표정으로 남자에게 물었다.오전국은 M시 전체를 담은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리고 각 지휘관들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용각의 최고 권위자의 명령이니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내 지시를 전달하게.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병사들은 북양의 정예부대와 충돌을 빚어서는 안 되네! 그리고 M시에 주둔 중인 5만 병사와 허인봉 장관에게도 내 지시를 전달하게.”“예, 알겠습니다.”수십 명의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이때 오전국의 뒤에서 침묵을 지키던 참모장이 다가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령관님, 북양 총수와 3만 정예부대가 M시 밖에 진을 쳤다는 건 무슨 큰 사건이 벌어질 징조가 아닐까요?”오전국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대답했다.“자네는 지금 당장 M시로 가서 상황을 알아보게. 명심해야 할 것은 절대 북양 총사령관과 정면충돌을 빚으면 안 되네. 그 사람은 나
이 둘과 비교하면, 기자인 그녀는 마치 한 줌 모래처럼 미미한 존재였다.임설의 얼굴에 두려움이 떠오르자, 유 씨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사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금의 용국은 이미 몇 년 전의 용국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내 뒤에는 오대 명산이 있단 말이지.”“우리 오대 명산이 널 지지하는데, 뭐가 두려운 것이냐? 설령 용국 조정이라도 감히 우리를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그날의 대화는 줄곧 내가 한 말이었으니 잡으려면 나를 잡는 거지, 널 잡을 일은 없다.”임설은 그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듯 보였으나,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지만…… 유 씨 어르신, 그건 전부 어르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우리 손엔 아무 증거도 없잖아요!”“증거? 증거가 그렇게 중요해?”유 씨 노인은 냉소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무종 전체가 내 말에 동의한다면, 그게 바로 증거지!”비록 천릉자가 대량산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지만, 한지훈의 명예를 실추시키기만 한다면 국왕은 가장 중요한 의지를 잃게 된다.바로 이때, 국왕의 자리를 노린다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이때, 산성시.산중에 위치한 호화로운 별장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선아, 며칠 전 장 도령께서 놀란 일이 있었단다.”“우리 천산 장씨 가문과는 대대로 교류가 깊었지. 어떤 의미에서든, 넌 가서 한 번은 그를 봐야 하지 않겠니?”“그리고 네 신분도 좀 자각해야 해.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어찌 그리 속된 백성들처럼 옥기점 같은 데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냐!”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진천국, 산성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진천국이라는 이름은 산성 전체에서 거의 군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특히 영기가 되돌아온 이후, 진천국의 사문은 현재 산성 최대의 종문인 천앙종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은 지금 천산 장씨 가문과 우호 관계를 다져가며, 혼인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만일 혼인이 성사된다면, 진씨 가문은
사실, 한지훈이 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미 유 씨 노인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오대명산과 무종 사람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어찌 한지훈이 모를 수 있을까!최근 이 시기 동안 천릉자의 기세가 드높다는 건, 곧 오대명산이 천릉자를 내세워 한지훈이 용국에 세운 공적을 지우려는 의도임을 뜻한다.게다가 이 기회에 국왕의 지위마저 위협하려는 것이었다.개인의 영예나 치욕 따위는 한지훈에게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국왕의 권위를 흔드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오대명산의 계략을 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천릉자의 기세가 가장 드높을 때 정면으로 한방 먹이는 것이었다!그리고, 천릉자가 살해당한 사건은 과연 큰 파장을 일으켰다!그 전에 오대명산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보도하게 하려고 수많은 언론 기자들을 초청했다.하지만 정작 결과는,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언론사 수가 너무 많았고, 모두가 생중계로 현장을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수많은 인플루언서들까지 합류하며 정보를 봉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이 사건은 마치 다리가 달린 듯, 하룻밤 사이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흥! 정말 웃기는군. 그 따위가 어찌 한지훈과 견줄 수 있단 말인가? 한지훈보다 깨달음이 뛰어나다고? 타고난 자질이 낫다고? 결국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어버렸잖아!”“흥, 내 보기엔 그냥 날뛰는 광대였을 뿐이지!”“날뛰는 광대? 그래도 광대는 멀쩡한 머리를 잃진 않겠지! 하하하…”온라인에서는 조롱이 난무했고, 항산의 사람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한순간에 오대명산의 기세는 급격히 꺾이고 말았다.그 뒤 한 달 동안, 모든 이들의 화제는 이 사건에 쏠렸다.오직 한지훈만이 조용히 천생서문에 기록된 내용을 따라 진지하게 약제를 조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에게는 강우연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런 화제들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게다가 천하 정세는 이미 크게 변하고 있었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중에 강탈할 거라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령풍이 자소화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는 약속대로 천릉자에게 져주지 않을 가봐 걱정됐다. “여러분, 드디어 가장 관건적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됐을지 함께 알아봅시다!”한 인터넷 BJ는 생방송을 켜고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1분 1초가 흘렀고, 모두들 손꼽아 승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산 길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다만,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의 종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죠? 장 사부님이랑 천릉자 사부님은 왜 여태까지도 나오지 않는 거죠?”임설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사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너무 격렬하게 싸운 나머지 모두 중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필경 모두 동문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한판 붙게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둘 거야!”유 씨 어르신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알다시피 이번 대결은 5대 명산이 함께 손을 잡고 벌인 판이다. 게다가 천산 장 씨 집안도 이 계획에 얽혀있었기에, 절대 어떠한 실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위에는 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의외의 사고란 발생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 씨 어르신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산길에서는 어두운 안색의 항산 제자 4명이 단대 하나를 들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내 카메라들은 일제히 그 단대에 초점을 뒀고, 모든 기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단대 위에는 머리 없는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고 옆에는 웬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천릉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른 한편, 몇 명의 장 씨 집안 자제들 역시 단대 하나를 들고는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장령풍
그러나 한지훈은 장령풍을 투명 인간 취급한 체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여전히 깊은 공포 속에 빠져 있었다. 사실 천릉자는 실력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방금 그와의 정면승부에서, 그는 천릉자의 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천릉자의 촘촘한 검망을 깨뜨려 그의 머리를 아작 낸다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최선을 다해봤자 기껏해야 천릉자에게 상처만 입힐 거라 확신했다. 천릉자를 죽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모두들 알다시피 검망 아래에서는, 수천 갈래의 검의 습격을 마주해야 했다. 그 검망을 피해 사람을 죽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검방을 피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설사 2성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밀집된 검망을 마주하게 되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게 되고 더욱이는 천릉자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오직 나뭇잎 하나만으로,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닥치는 대로 나뭇잎을 던져 천릉자의 머리를 아작 냈다. 지금 이 순간, 산 전체는 비할 데 없이 조용했다. 한지훈이 멀어질 때까지 장령풍은 줄곧 조용히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감히 고개 한번 들어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장령풍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한지훈의 자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는 비로소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장령풍, 오늘 벌어진 일을 소문내면 장 씨 집안은 멸망하게 되는 줄 알아!”“네... 저는... 아무것도 못 본겁니다!”크게 놀란 장령풍은 벌벌 떨었다. 한지훈의 경고는 그에게 있어서 성지였다. 한지훈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용경과는 80리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직 용국을 위해 복수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