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입구로부터 들려왔다.“리양에서 투자 철회할 거면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우리 도영그룹은 리양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송 회장께서 투자를 해주지 않아도 이번 신약개발은 성공할 테니까요.”한지훈이 싸늘한 표정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를 나무랐다.“한지훈 씨, 왜 허락도 없이 들어와요? 당장 나가요!”조민아 역시 허락도 없이 들어온 남자를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저 사람… 대표님이랑 같이 다니던 경호원이잖아? 뭘 믿고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지?’이번 리양제약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건가?당혹스럽고 짜증이 치밀었다.자리에서 일어선 송경림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자네가 한지훈인가?”한지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되물었다.“날 아시는 것처럼 얘기하시네요?”송경림은 화가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겉으로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천우한테 자네에 관한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도 대표 옆에 아주 대단한 경호원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까 그 말이 사실이었네.”송천우?한지훈은 싸늘한 냉소를 머금었다.이때, 도설현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회장님, 제가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경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래요. 이제 볼 일도 끝났으니 나갑시다.”말을 마친 그는 음침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고는 회의실을 나섰다.도설현은 한지훈의 옆을 지나치며 낮은 소리로 그의 귓가에 대고 경고했다.“앞으로 허락 없이 회의실 들락거리지 마세요!”한지훈은 말없이 눈썹만 치켜올렸다.뒤통수가 따가워서 고개를 돌려보니 조민아가 있었다.조민아는 조심스럽게 한지훈을 관찰하고 있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었지만 회사에 그에 관한 소문이 허다했다.비록 인성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조금 전 보인 그의 행보는 명백히 선을 넘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오후 세 시가 되어 회사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누가 소문을 퍼뜨린 건지, 리양제약이 투자를 철회한다는 소문이 회사 곳곳에 퍼졌다.“대체 누가 이렇게 입이 싼 거지?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당장 누군지 알아보세요!”대표 사무실, 도설현은 소문이 퍼진 것에 대해 크게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당장 임원 회의 소집할 테니까 모이라고 하세요!”이안영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밖으로 나온 이안영은 문에 기댄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이 비서님, 무슨 고민 있어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자, 어느새 다가온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왜 또 오셨어요?”이안영이 물었다.한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표 사무실 쪽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대표님이 불러서 왔어요.”이안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말 조심해요. 대표님 지금 기분 굉장히 안 좋아요.”한지훈은 고맙다는 인사를 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는 팽팽한 기압이 흐르고 있었고 얼음여신 도설현은 온몸으로 냉기를 뿜고 있었다.“찾으셨어요?”한지훈이 웃으며 물었다.도설현은 창가에 서서 도심을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난번 호텔에서 벌어진 소란, 조용히 처리했어요.”그일 때문이었구나.한지훈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도설현의 시선은 뭔가 탐탁지 않은 눈빛이었다.“퇴역 군인에 불과한 지훈 씨가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말해줄 수 있나요?”도설현은 드디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한지훈처럼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5대주국의 수배범마저 한 주먹에 보내버릴 실력이라니!대체 그의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군대에 있을 때 무술 교관이었습니다.”“무술 교관이요?”도설현은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더 추궁하
그는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무례한 녀석! 회사에서 감히 폭력을 휘둘러? 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알죠. 이사님 애인.”한지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는 놈이 그랬단 말이야?”이한명은 분노에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손을 번쩍 들었다.하지만 한지훈이 더 빨랐다. 그는 재빨리 손을 뻗어 이한명의 팔목을 비틀고는 벽에 처박았다.“이거 놔! 나 이 회사 이사야. 당장 이거 안 놔? 넌 이제 해고야!”이한명이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한지훈은 그의 귓가에 대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 이사님, 자꾸 직책으로 나 누르려고 하면 큰 코 다쳐요. 그리고 그 자른다는 말도 이제 너무 들어서 지겹네요. 그렇게 난리를 부려도 결국엔 나 못 자를 거잖아요.”이한명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래, 너 잘났다! 도 대표한테 다 말할 거야! 도 대표도 네가 이런 놈이라는 걸 알아야 해!”협박을 가장 혐오하는 한지훈은 그대로 손에 힘을 줘서 이한명의 팔을 꺾어버렸다. 이한명이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고 하정혜도 겁에 질려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이 자식이 사람을 치네! 경비! 경비!”하정혜의 앙칼진 비명이 울려퍼지자 회사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경비 팀장 유운봉이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이 새끼 잡아!”이한명이 경비팀을 향해 소리쳤다.유운봉은 난감한 얼굴로 한지훈에게 다가서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일단 그거 놓고 대화로 풀면 안 될까요? 정 대화가 힘들면 제가 대표님 불러올게요.”이한명이 발끈하며 소리쳤다.“너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이 자식이 하는 꼴 못 봤어? 당장 잡아서 끌어내라니까? 말 안 들으면 너희도 해고야!”“정말 시끄럽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손에 힘을 주었고 이한명의 팔은 그대로 탈골되었다.“악!”이한명은 순식간에 괴성을 지르며 팔을 잡고 소리쳤다.“당장 저놈 잡아! 안 그러면 너희 다 해고야!”유운봉도 한지훈의 돌발행동에 화들짝 놀랐다.“
출구를 막고 있던 경비팀 직원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왕 팀장은 그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고 인정받는 상사였는데 한주먹에 나가떨어질 줄이야!“이 자식이 주제도 모르고!”한 팀원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한지훈을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다.정통으로 맞았다면 뇌진탕으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회심의 일격이었다.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날카로운 살기를 방출했다.한낱 경비실 팀원이 직장 동료를 죽이려고 덤비는 꼴이라니!그는 살짝 옆으로 피하고 직원의 손에서 방망이를 빼앗은 뒤, 상대가 넋을 놓은 틈을 타서 발을 들어 상대의 복부를 걷어찼다.그 직원은 그대로 유리 벽에 부딪혔고 유리 벽이 깨지면서 그의 머리 위로 유리 파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남은 한 명은 겁에 질린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형님, 한 번만 봐주세요. 저희도 이 이사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겁니다. 우리 같은 말단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쾅!한지훈은 발을 들어 상대를 힘껏 걷어찼다.일격에 맞은 상대는 그대로 날에 문과 부딪히며 바닥으로 추락했고 문은 반쯤 뜯겨져 나갔다.한지훈이 지금 화가 많이 난 상태라는 것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유운봉의 부하들은 이미 겁에 질려 꼿꼿하게 선 채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역시 실력으로는 저 녀석을 당해낼 자가 없겠어!’손 쉽게 이 이사의 사람들을 제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강력한 상대인지 알 수 있었다.경비실을 나온 한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경비 직원의 가슴을 살포시 즈려밟았고 그 직원은 고통에 몸서리치며 그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이 이사한테 가서 전해. 살고 싶으면 나 건드리지 말라고!”그의 싸늘한 목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쳤다.한지훈이 발을 비키자 겨우 목숨을 건진 왕 팀장 일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급히 이곳을 벗어났다.그들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숨긴 뒤, 이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사님, 놈은 저희가 상대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에요….”병원에서 나온 이한명의 목에는 붕대가 칭칭
“알았어요. 그럼 원흥거리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요.”하정혜는 전화를 끊은 뒤, 이한명에게 OK사인을 보냈다.이한명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가서 하정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얼굴이 예쁘니까 일이 착착 풀리네.”한편, 경비실을 나온 한지훈은 그 길로 마케팅부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마주 오던 여자와 부딪혔다. 여자의 부드러운 살결이 팔뚝에 닿자 한지훈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괜찮아요?”그가 다급히 물었다.이안영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어색하게 말했다.“네,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한지훈을 지나쳐 종종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한지훈은 도망치듯 현장을 벗어나는 그녀를 보고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오후 네 시쯤 되었을 때,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나왔는데 저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지훈 씨, 리양에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던데 사실일까요?”장신혁이 한지훈의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한지훈이 물었다.“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장신혁은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아는 동창이 리양제약에서 출근하는데 오늘 긴급 회의를 소집하더니 도영그룹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대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송경림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이 결국 해냈네.’도설현은 아마 지금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것 같았다.좀 도와줄까?한지훈은 이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가서 이한승에게 전화를 걸었다.“S시에 있는 도영그룹에 투자 좀 합시다.”“네, 회장님.”이한승은 공손히 대답하고 전문가를 섭외해서 도영그룹에 대해 분석했다.모든 일을 마친 뒤, 한지훈은 그 길로 퇴근했다.집으로 돌아오자 강우연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지훈 씨, 오늘 백 선생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지훈 씨도 같이 가요.”한지훈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백 선생이랑 약속을 잡았다고?”그럴 리가 없었다.용이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용이가 깜빡하고 보고를 안
그들은 2층에 있는 별실로 약속을 잡았다. 너무 비싼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구려도 아니었다.강우연이 소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적절한 곳을 고른 것이다.별실로 들어간 두 사람은 먼저 자리에 앉았다. 강우연은 많이 긴장한 얼굴로 손에 진땀을 쥐고 있었다.한지훈은 담담한 얼굴로 옆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는 대체 누구일까 고민했다.“지훈 씨, 백 선생이 오시면 먼저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강우연이 물었다.한지훈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긴장할 거 없어. 아무거나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되지.”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그런데 백 선생이랑은 어떻게 연락된 거야?”강우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니고 백 선생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백 선생이 당신에게 먼저 연락했다고?”한지훈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강우연이 물었다.한지훈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싸늘하게 말했다.“뭔가 좀 수상하지 않아?”강우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가 수상해요? 지훈 씨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상대의 신분이 가짜일 수도 있잖아.”한지훈이 말했다.그 말에 강우연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이따가 백 선생 오시면 절대 그런 말을 입밖으로 내지 말아요. 백 선생이 어떤 분인데 누가 감히 그런 분을 사칭하고 다니겠어요?”“잊었어? 박 대사도 오관우가 데려온 사람이 사칭한 거였잖아.”한지훈이 말했다.강우연은 착잡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단정짓듯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아요.”이때, 별실 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뒤로 하얀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가면을 쓴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걸음걸이나 손짓 하나하나에서 품위와 권위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저놈이군!’한지훈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놈의 가면을 찢어버리고 싶
백 선생이란 작자가 안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한지훈은 놈의 걸음걸이나 눈빛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뱀 같은 눈이 강우연의 몸을 이리저리 훑고 있었고 뒤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아하니 당일치기로 고용한 배우 같았다.그들은 경호원이 어디 위치에 서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전문 경호원으로 일한 적 없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뭐야? 시시한 놈들이었잖아?’백 선생이란 작자는 가면 너머로 싸늘하게 강우연 옆의 한지훈을 노려보더니 물었다.“강우연 씨, 이분은 누구시죠?”강우연은 다급히 한지훈을 소개했다.“이쪽은 제 남편 한지훈 씨에요. 백 선생께는 고마운 일도 많고 해서 제가 같이 오자고 했어요.”그 말을 들은 백 선생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한지훈을 향해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다.“남편이었군요. 오늘은 강우연 씨랑 둘이서 얘기나 할 겸 같이 식사하는 줄 알고 왔는데 내 입장에서는 좀 서운하군요.”한지훈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강우연의 얼굴도 순간 굳었다.“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 하지만 이미 남편과도 얘기된 사안이라….”“해명은 이만합시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였어요.”가짜 백 선생이 담담히 말했다.메뉴가 나오고 강우연은 백 선생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백 선생님께는 정말 고마운 일이 많아요.”가짜 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약간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었어요.”술 한잔이 들어가자 강우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를 바라보는 백 선생의 두 눈이 탐욕으로 들끓었다.당장이라도 그녀를 끌고 호텔로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놈은 적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우연 씨 남편은 술을 안 좋아하나요?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나온 사람이 인사도 없으니 좀 이상하군요.”놈이 시비 조로 한지훈을 보며 말했다.강우연은 재빨리 한지훈의 팔꿈치를 치며 눈치를 주었다.한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백 선생이란 작
별실 내부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가짜 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크게 분노하며 고함쳤다.“무례한 녀석! 감히 내 신분을 의심하는 거야? 내가 백 선생인데 너 같은 백수놈 앞에서 뭘 증명하란 말이야!”“강우연 씨 얼굴 봐서 이 자리에 나온 건데 정말 실망스럽군요! 이건 명백히 날 무시한 처사예요! 나랑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이러는 겁니까!”겁에 질린 강우연은 다급히 백 선생의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백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남편이 말실수한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하!”백 선생이라는 작자가 싸늘하게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대신 사과하는 게 어디 있어요? 당장 저 놈한테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내 앞에 당장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강운과의 계약은 없었던 걸로 할 겁니다! 그리고 S시 전체에 압력을 넣어 아무도 강운과 거래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 말에 강우연은 가슴이 철렁했다.계약을 철회하는 것도 모자라 이건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지훈 씨 이번에 큰 사고를 쳤어!’그녀는 분노한 눈초리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지훈 씨,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당장 백 선생께 사과드려요!”왜일까?오늘 보인 한지훈의 행보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설마 백 선생이 자신을 도와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걸까?강우연의 가슴에는 분노와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믿을만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속 좁고 몰상식한 인간이었을 줄이야!’한지훈은 자리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는 강우연을 보고 말했다.“여보, 난 저 백 선생이 사칭범이라고 생각해. 일단은 내 말을 믿어줘.”“그만해요!”강우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지훈 씨, 당장 백 선생께 사과드려요. 그러지 않으면 이혼할 거예요!”이혼?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내 말을 믿어줘, 우연아!”조급해진 한지훈이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강우연은 그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