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은 재빨리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부승호에게 음식을 집어드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가지무침 드셔보세요.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반찬이잖아요.”김정숙이 말했다.“이것 좀 봐요. 하랑이가 다 기억하는 거. 내가 다 질투 나네.”“우리 하랑이 밖에 없다.”부승호는 젓가락을 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하랑이는 누구처럼 양심도 없이 이 할아비를 화나게 하지도 않고. 에이, 어느 놈은 이 할아비가 화가 나서 죽길 바라는지.”양심 없는 부승민은 아무 말도 없었다.“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할아버지는 꼭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온하랑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렸을 때 이혼했다. 어머니는 그녀를 원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부양권을 가져왔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그녀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빠서 그녀를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고향 집으로 보냈다. 그러나 몇 년 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잇따라 돌아가셨고 그녀는 다시 아버지의 곁으로 왔다. 16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그녀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지금까지 부승호와 김정숙이 그녀를 데려와 따뜻한 가족이 되어 주었다.가족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다.그녀만큼 부승호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식사하는 동안 부승민을 빼고 남은 세 사람은 아주 화목했다.온하랑은 부승호와 김정숙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노력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 모습이 진정한 한 가족으로 보였다.옆에 있던 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가 오시니 할아버님이 전보다 훨씬 활력이 넘치네요.”식사를 마친 뒤 온하랑은 부승호와 함께 바둑을 두었다.온하랑은 부승호가 직접 하나하나 가르쳐 준 것이다. 그녀는 빠르게 배웠고 이젠 부승호보다 더 잘 두었다. 부승호도 이젠 진지하게 그녀를 상대했다.“할아버지, 안 돼요. 이건 반칙이에요.”부승호는 온하랑의 불만에 수를 물렀다. 하지만 자세히
두 사람은 오후가 되어서야 본가를 떠났다.차 안에서 온하랑이 말했다.“할아버지 말씀 들었지. 우리 이혼하는 거 반대하시는 거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할 거야?”부승민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먼저 할아버지 모르게 이혼하자.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 거야.”역시 그는 이미 선택했고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부승호가 그에게 심각하게 말했다고 해도 그는 부승호를 속이면서까지 거역하려고 했다.온하랑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한숨을 쉴 때마다 칼에 베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언제 이혼 서류 접수할 거야?”부승민은 핸드폰 안의 스케줄을 확인했다.“요 며칠은 내가 바쁘고 다음 주 월요일에 하자.”“알았어.”온하랑의 깔끔한 대답에 부승민은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하면 온하랑은 아주 아름다웠다.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눈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부드러우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런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밝게 빛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그녀는 전형적인 계란형 얼굴이다. 부드럽고 우아한 얼굴선에 오똑한 코와 작고 도톰한 입술이 조화로웠다.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와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귀여웠다.온하랑의 몸매는 유연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했다. 일주일에 며칠은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요가를 하곤 했다.이점은 부승민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지난 3년 동안 부부의 관계는 종종 부승민의 욕망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눈을 감고 부승민은 황홀경을 떠올렸다.이런 외적인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그녀는 능력도 대단했다. 대학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심지어 전국 영어 경시대회에서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유학 기회까지 얻었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잘 처리했다. MQ를 이 정도로 발전시킨 것도 부승민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이런 여자를 어느
본격적인 광고촬영이 시작되었다. 온하랑은 사전에 스튜디오에 도착해 스탭들에게 현장 세팅을 부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촬영 감독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온하랑의 오래된 파트너로서 수년 동안 함께 일해왔다. 그녀가 한마디만 해도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했다.현장 세팅이 거의 준비가 끝나갔고 온하랑은 시계를 확인했다. 9시가 거의 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30분이나 지났는데 추서윤과 그녀의 스텝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비서가 한번 연락해 이미 재촉했다고 한다.촬영 감독인 주현은 카메라를 세팅하며 감탄했다.“추서윤도 갑질이 심하네요.”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김시연도 비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죠. 외국에서 오셨으니 갑질을 해도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모델을 교체할 수도 없고. 하랑 씨가 마음대로 교체할 수도 없는 거니까요.”이번에 모델이 부 대표님이 직접 뽑은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그전에는 온하랑이 MQ의 총괄 디렉터로서 모델을 교체할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추서윤은 그녀가 마음대로 교체할 수가 없었다.추서윤이 갑질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온하랑은 핸드폰을 꺼내 안수빈의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핸드폰에서 통화 연걸음이 들려왔다.그러나 잠시 뒤 뚝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김시연은 깜짝 놀라며 화를 참지 못했다.“이 사람들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부 대표님이 꽂아주니까 하랑 씨를 완전히 무시하네.”몇 분이 지나도 어떠한 전화나 문자도 없었다.온하랑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이 또 전화를 끊어버렸다. 몇 번 더 전화해도 똑같았다. 온하랑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김시연에게 말했다.“늦어도 점심쯤에는 올 거예요. 먼저 돌아가요. 도착하면 내가 연락할게요.”온하랑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안수빈이 무슨 생각인지는 미팅하던 그날 온하랑은 이미 파악했다.김시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 정도로 갑질하는 연예
회의가 끝난 뒤 부승민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썹을 문질렀다.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승민아 지금 회사야? 나 지금 너한테 가도 돼?”부승민은 테이블 위에 놓은 캘린더를 확인했다.“오늘 촬영 이렇게 빨리 끝났어?”추서윤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오늘... 오늘 촬영 못했어.”“촬영을 못했다고? 왜?”부승민이 물었다.그는 아까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온하랑의 사무실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외근을 나간줄 알았다.매번 광고 촬영에 온하랑은 모두 현장에 가서 지켜보았다.아마 오늘도 그녀는 이미 스튜디오로 갔을 텐데 왜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리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하랑이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촬영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그러고는 바로 떠나버렸어. 우리도 무슨 일이 있는 건지는 몰라.”“그럼 긴급한 상황이 있나 보네. 촬영 없으면 회사로 와.”3년 동안 온하랑의 일 처리를 부승민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가 이렇게 촬영을 접는 일은 없었다.부승민의 말투에 온하랑에 대한 책망이 전혀 없는 것을 듣고 추서윤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특수한 상황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 맞다, 승민아. 나 한 가지 부탁해도 돼?”“뭔데?”“이번 촬영에서 내 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려와도 괜찮을까? 몇 년 동안 해외에 있다가 돌아와서 그런지 물이 잘 안 맞아서 피부상태가 너무 안 좋아. 국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내 상황을 잘 모를 거 같아서. 메이크업 잘 안되면 카메라에도 당연히 예쁘게 나올 수 없으니까. 내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내 피부 상태도 제일 잘 아니까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부승민은 큰일인 줄 알았다.“뭘 이런 작은 일까지 나한테 보고해?”추서윤이 말했다.“이게 어떻게 작은 일이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소통해야지. 서로 존중하고
부승민이 이미 동의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온하랑은 갑자기 이 상황이 매우 우스워진 느낌이 들었다.추서윤 때문에 부승민은 또 한 번 MQ의 일에 개입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온하랑의 계획을 망쳐 버렸고 수습은 결국 그녀가 다 해야 했다.이미 준비되어 있던 마케팅 계획도 모델을 바꿨기에 결국 폐지되었다. 부승민은 온하랑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 모를 것이다.그는 단지 추서윤을 기쁘게 하려고 신경을 쓸 뿐이었다.일의 진행에 얼마나 더 문제가 생기든지 모두 온하랑이 감당해야 했다.그는 어떻게 이런 일에 신경 쓸 수 있을까?김시연이 듣더니 더 어이가 없어 물었다.“부 대표님이 동의하셨다고요? 부 대표님이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 쓰셨다니.”추서윤이 웃었다.“시연 씨도 알다시피 사소한 문제니까 승민이가 나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한 거겠죠.”김시연이 말했다.“추서윤 씨, 지금 내가 말한 사소한 문제는 부 대표님께만 해당하는 말이고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은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추서윤 씨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전 단지 부 대표님이 왜 이런 일에 개입하셨는지가 의문이 들어서요.”안수빈이 말했다.“그쪽 말은 우리 서윤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온 전무님 만약 믿을 수 없다면 부 대표님께 전화해서 확인해 보세요. 이 일은 부 대표님이 저희에게 일임한 사안이에요. 저희는 지금 메이크업 바꿀 생각 없습니다. 남은 건 두 분이 해결하세요. 해결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해지하면 되고요. 저희 서윤이는 이 광고 찍지 않아도 딱히 문제 될 게 없어서요.”추서윤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시연은 안수빈의 말에 화가 났지만 참고 있었다.분장실을 나오자마자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퍽퍽 치며 말했다.“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연예인 하고 일해 봤는데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이 광고 안 찍어도 되면 왜 임리안 손에 들어간 광고를 뺏은 거래요? 나쁜 년이 정당한 핑계까지 대는 거 보니까 역겨
온하랑은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무릎을 굽히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온하랑은 더 이상 이런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부승민의 마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추서윤에게로 향해 있었다.어제 일도 부승민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싶었다면 사람을 보내 조사를 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추서윤을 더 믿었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이게 바로 남자들이 제일 못 잊는다는 첫사랑인 걸까?“온 전무님, 김시연 씨와 주현 씨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비서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온하랑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전했다.“네, 알겠어요.”온하랑은 바로 자기 기분을 정리하고 성큼성큼 대기실로 향했다.“어떻게 됐어요? 부 대표님이 뭐라고 하세요?”대기실로 들어오는 온하랑을 보고 김시연이 바로 물었다.주현도 고개를 들었다.온하랑이 고개를 젓자 주현은 한숨을 쉬었다.김시연은 감탄하며 말했다.“정말 이런 건 예상도 못 했어요. 부 대표님은 정조인 줄 알았는데 숙종이었네요.”“그럼, 이제...”“내가 가서 얘기해 볼게요. 조금이라도 메이크업 수정하고 또 촬영 소품도 좀 바꾸면 될 것 같아요. 주현 씨 후반 작업 잘 부탁드려요. 지금 막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저녁에 가서 시안 보내드릴게요.”온하랑이 말했다.“네, 좋아요.”주현이 대답했다.온하랑은 다시 분장실로 들어가서 추서윤의 스텝들과 지금 메이크업을 조금 수정해 달라고 소통했다.온하랑은 이미 짜증이 났지만 그녀는 MQ의 책임자로서 반드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만약 광고 효과가 좋지 않으면 MQ의 책임자인 온하랑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테지만 추서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지난번 추서윤은 부승민과 스캔들이 터짐과 동시에 MQ의 홍보모델이 되었다. 비록 평화로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피바람이 불었다.임리안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기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임리안의 손에서 광고를
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부승민을 흘긋 보더니 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분 사모님이 아니야? 사모님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지? 캡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꼼꼼히 가리고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걸 보아 아마도 연예인이겠지?’그 남자는 사모님과 사이가 아주 가까워 보였다.운전기사가 조용히 일러줬다.“도련님, 추서윤 아가씨가 나오셨습니다.”“응.”부승민이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기사는 조금 헷갈렸다.“차를 스튜디오 문 앞에 갖다대.”스튜디오 문 앞에 가면 사모님이 볼 텐데?운전기사는 마음속으로 갈팡질팡하다가 부승민의 지시에 따라 차를 스튜디오 앞에 세웠다.대화 중이던 이주혁이 턱을 쳐들며 차를 가리켰다.“저분 너희 대표님 아니야?”온하랑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어느새 스튜디오 문 앞에 검은색 카이엔 한 대가 서 있었고 번호판을 보니 부승민이 자주 사용하는 차량이었다.그리고 차 앞에는 추서윤이 서 있었다.부승민이 차에서 내려 추서윤과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추서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해 있었다.그리고 부승민은 반대편으로 가서 추서윤에게 문을 열어주더니 매너 있게 손으로 차의 윗부분을 가려줬고 추서윤이 차에 타자 다시 돌아가 차의 뒷좌석에 앉았다.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부승민이 추서윤을 데리러 온 것을 보고 온하랑의 마음에는 씁쓸함이 밀려왔다.하지만 이주혁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우리 매니저가 요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미 여주인공을 추서윤으로 정했대. BX 그룹 산하의 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한 대작이래. 특별히 진 감독님을 섭외해서 촬영한다네. 하랑이 너희 대표님은 여자 친구에게 씀씀이가 정말 크더라. 듣기로 전 MQ의 전속모델은 임리안이었다며?”온하랑은 입꼬리를 올렸고 이미 자기도 모르는 새에 소매 안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깊은 초승달 모양의 자국을 남겼다.그녀는 숨이 멎을 정도로 마음은 답답했다. 알고 보니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부승민은
부승민은 고개를 들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온하랑을 보았다.온하랑은 불빛을 등지고 서 있어 얼굴이 어두워서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부승민은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복도에서 우연히 준형 오빠와 마주쳐서 여러분께 인사드리러 왔어요.”온하랑은 미소를 지은 채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친구랑 식사하러 온 거야?”부승민이 물었다.“응.”강민이 웃으며 물었다.“하랑아, 요즘 뭐해?”“MQ 전속모델 계약 건을 맡고 있어요.”그러자 강민은 자신이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은 걸 깨닫고 당황했다.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그걸 눈치채지 못한 듯해서 강민이 추서윤을 가리키고 웃으며 말했다.“그 전속모델이 바로 여기 있잖아?”미소를 짓고 있던 온하랑은 다가와 테이블에서 빈 컵을 들고 직접 차를 따르며 말했다.“오늘 우연히 이곳에서 만났으니 제가 술 한 잔 권하겠습니다. 다음에 식사 대접해 드릴게요. 둘째 오빠도 축하해요.”그녀는 ‘둘째 오빠’라고 또박또박 말했다.두 사람이 결혼한 뒤로 그녀는 부승민을 ‘둘째 오빠’라고 부른 적이 없다. 대신 더 친밀해 보이게 그냥 ‘오빠’라고 불렀었다.온하랑은 술잔에 들어있는 차를 한꺼번에 들이켰다.“천만에.”“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온하랑은 술잔을 내려놓았다.그런데 이때 노준형이 말했다.“하랑아, 이렇게 가면 안 되지! 네 새언니도 여기 있는데 새언니한테 술 안 권해?”강민은 속으로 노준형을 욕했다.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옆에 있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노준형을 따라 부추기기 시작했다.“하랑 씨, 승민이가 직접 서윤 씨와의 계약을 성사한 건데, 서윤 씨에게 술 권하지 않아요?”“두 사람 지금 협력하고 있잖아요? 같이 한 잔 마셔요.”온하랑은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앙다물었다.그녀가 어떻게 추서윤에게 술을 권할 수 있겠는가?!“에이, 됐어.”강민이 말했다.노준형은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말했다.“왜? 하랑인 새언니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