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기업 반열에 오른 현성화학은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영 어패럴을 인수했다. 집안의 가업보다는 모델일을 사랑했던 현민호. 하지만 이마의 굵은 흉터와 함께 그가 이루었던 성공을 뒤로 한채 꿈을 포기해야 했다. 첫사랑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들을 위해 대영어패럴을 인수해 관심있는 패션 분야를 맡겼다. 키 188cm의 타고난 아름다움, 재계가 주목하는 후계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남자였지만 그의 내면은 첫사랑이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의 흉터를 볼 때 마다 배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었던 무더운 여름날,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그러나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녀가 나타났다. 첫사랑은 과연 끝난 사랑일까. 아직은 그 불씨가 타오를 수 있을까.
View More다니는 뱃속에 있는 아이가 그를 데려와 줄 거라 믿었다. 스물세 살의 어느 날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등 떠밀리듯 입대도 이별도 해야 하는 순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둘은 그 헤어짐의 시간을 2년으로 약속했다. 단 두 해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딩동’
현관 벨 소리에 다니는 입덧으로 힘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현관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니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본 적은 없지만 분명 현민호의 어머니였다.
입술만 깨물 뿐 다니는 문을 열지 못했다. 좋지 않은 말을 들을 것이 뻔해서 피하고만 싶어졌다.
경수와 민호의 친구들이 소속사를 찾았고, 민호의 집까지 찾아갔었다.
입이 마르고 손이 벌벌 떨렸다. 배도 뭉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민호 엄마예요. 다니 양.”
다니의 떨리는 손이 열림 버튼에 닿았다.
현관문을 열자 화장기 없는 민호 어머니의 둥근 얼굴이 보였다. 힘이 없고 쉰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갑자기 찾아와 미안해요.”
“아닙니다. 말 놓으세요.”
다니가 물러서자, 민호 어머니는 그대로 현관 안으로 발을 들였다.
“고생이 많아요.”
그녀는 작은 집을 한 번 둘러보고는 하나뿐인 1인용 소파에 앉았다.
긴 한숨을 먼저 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갔다.
“하, 민호 찾으려고 하지 말아요.”
“......“
“제대하면 바로 유학 보낼 거예요.”
갑작스레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니가 당황해 눈을 굴리며 숨을 내쉬자, 민호 어머니는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을 한 모금 삼킨 민호 어머니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 민호 아이가 아니란 소문이 있던데.”
‘소문? 무슨 소문일까?’
“전 민호밖에 몰라요.”
무슨 소문이든 민호가 아기 아빠라는 말은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민호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아기 포기해요. 다니 양 이제 스물셋이야. 왜 고생하고 살아.”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 같았다. 아이를 포기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낳으면 다니 양이 책임져요. 아이 빌미로 더 이상 우리 아들 힘들게 하지 말고.”
다니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입은 굳은 듯 대답이 없었다.
그럼에도 민호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만일 아이 낳고 그걸로 우리 아들한테 수작 걸면 나 미쳐버릴 거야.
어떻게 해서든 그 아이 데려갈 수도 있고. 나 모질어지게 하지 마요.”
민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면 다니 양도 괴로울 거야. 다니 양, 제발 민호 찾지 마.
이번 일은 말하지 않으려고.”
“몸조리하는 데 써요. 미안해요.”
“제발, 이 돈은 가져가 주세요.”
다니는 흰 봉투를 앞으로 밀어냈다.
“저, 혹시 민호에게 무슨 일 있나요?”
“알려고 들지 말아요.”
현민호의 어머니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도저히 배웅은 할 수 없었다.
‘끼이익 탁.’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심장을 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문득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일어났다.
‘민호를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가만히 배를 만지면서 정처 없이 한강 다리를 걸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면 민호에게 닿을까.’
눈가가 젖으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마포대교 난간이 높은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울고 있던 다니가 갑자기 찾아온 허기에 배를 감싸 쥐었다.
마치 아이가 조용히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엄마, 나 배고파.’
난간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뒤돌아섰다.
…
서울 요지의 대영빌딩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11층에서 15층은 대영어패럴이 사용했고, 지하 1층 부터 10층은 쇼핑센터와 식당가였다. 다니가 일하는 11층 데스크도 나름 일이 많았다.
안내와 대영어패럴의 의상 박물관 관리와 VIP 고객 룸까지 관리했다. VIP 고객 룸은 쇼핑몰의 VIP 고객 룸으로 함께 이용했다.
예약 스케줄을 확인하던 박 주임이 다니를 불렀다.
“다니 씨, 룸 준비해 주세요.”
“네.”
아이보리색 페플럼 재킷과 스커트를 입은 다니는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렸다.
밝은 머리색과 갈색 눈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잠긴 VIP룸을 열면 관상식물과 오지형 화백의 그림이 보였다. 도예가의 찻잔과 커피잔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미술 전공 다니가 보기에 이 건물에서 가장 멋있는 공간이었다.
다니가 자리 정리를 마치자, 초로의 사모님들 여섯 명이 들어왔다. 위치가 좋은 곳이라 사모님들이 자주 예약해 방문했다.
낯익은 얼굴이 등장하자 다니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니는 현민호의 어머니가 들어오자, 바로 알아보았다.
순간 당황하며 예상 질문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일까. 알아본다 한들 상관없었다.
사모님은 6년 만에 더 나이가 들어 보이고 짙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자는지, 이야기를 듣는지 주변을 보지 않았다.
아마도 눈이 아픈 것으로 보였다. 못 알아본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향이 좋은 홍차와 쿠키를 준비하던 다니에게 사모님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민호 귀국하면 동양그룹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차를 얹은 원목 쟁반을 든 상태로 숨을 참으며 멈추어 섰다.
“민호는 내 말 잘 안 들어. 그나마 내가 아프니까 좀 듣는 시늉이라도 하지. 근데 동양그룹 딸하고는 이미 아는 사이야.”
듣고만 있던 민호 어머니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민호 인물이 좋아서 여자들이 좋아하겠지.”
“오면 연락 줘. 내가 홍 마담한테 전화 넣을게.”
“회사 설명 들어 보니 어때?”
“괜찮아 보이는데… 적자가 최근 많이 늘었더라고.”
다시 한번 민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호는 아직 귀국하지 않았구나.’
그의 이야기에 침착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조용히 룸의 문을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닫고 손을 놓았다.
다니는 생각지도 못한 현민호의 이야기에 닫힌 문 앞에서 심호흡했다.
신기하게 사모님 앞에서도 더는 떨지 않았다. 이제는 스물세 살의 여자가 아니었다.
엄마 다니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민호 생각을 하면 마음은 스물세 살의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흐려져도,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
‘민호가 돌아온다.’
현민호는 다니에게 문자도 보냈고, 바람도 쐬었으니 호텔로 들어가려 몸을 돌렸다.그의 시야에 윤세나의 동생 윤세헌이 들어왔다.잠시 전화를 하러 나온 것 같았다.윤세헌은 지나가는 모델들을 보느라 쉴 새 없이 눈을 굴리고 있었다.그런 윤세헌을 보며 현민호는 피식 웃었다.‘본인이 저러니 나도 그런 줄 알고 형수 될 누나를 꼬셨다고 생각했겠지.’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싱가포르 포럼 이후 처음이었다.현민호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아, 현 대표님. 말씀 들었습니다. 대표 되신 거요.”“아, 네. 잘 지냈어요?”“네. 잘 지냈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여기서 먼저 뵙게 돼서.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현민호가 갑작스러운 사과에 세헌의 얼굴을 살폈다.“형, 10년 전 일을 누나가 다 고해성사했어요.누나가 결혼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심통 부렸었다는 거요. 형하고 전혀 상관없었다고요.”“하하. 그랬군요.”“그리고 순전히 외모가 이상형이라 결혼하겠다고 했다고요. 시간도 벌고 싶었다고요.형이 어리니까 대학 졸업하면 보자고. 우리 누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원.”“세나 누나가 고맙네요. 이제라도 말해 주니.”“현일두 형은 배경도 모르고 만날 만큼 이상형이니 궁금하네요. 그리고 말 놓으세요, 형.”“그래, 일두 형 보면 세나 누나 취향이 어떤 스타일인지 바로 알 거야. 하하.”“그렇게 잘생기셨어요? 하하하. 궁금하네요.”“세헌이는 지금 어디서 일해?”“선진생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막내 동생은 아직 공부하고 있고요.”“그래. 기회 되면 가끔 보자고.”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선진생명 대표 내외와 세헌, 그리고 상견례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귀국한 세나의 언니 미나도 있었다.선진건설 대표인 작은아버지 내외와 사촌 오빠들까지 참석했다.일두의 부모님과 작은아버지 부부, 단우와 단하, 기정준도 함께 들어와 있었다.할아버지는 이미 세나와 일두를 따로 만났다고 했다.현성의 작은아버지는 건강상의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하고 현민호는 새로 받은 커피의 향을 맡았다.‘동양호텔?’어젯밤까지 동양그룹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오늘은 형의 상견례까지 그 호텔에서 하게 생겼다.현성은 동양과의 오랜 친분 덕분에 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새로 받은 커피는 그나마 마실 만했지만, 입이 쓰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지난 일이지만 세나 누나도 대단하네. 나 보기 민망하지 않나? 취향은 확실하군.’…현민호는 옷을 갈아입으러 청담동 집으로 향했다. 최민주는 없었다.비밀 번호를 모르니 문앞에서 무작정 지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는 브라운 계열의 양복을 입고 금색 넥타이를 맸다.호텔앞에서 내린 현민호는 어느새 따뜻해진 바람을 맞았다. 부서지는 햇살도 좋아서 그는 호텔 앞에 잠시 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다니는 요즘 왜 그렇게… 미행을 하지를 않나. 아줌마처럼 바가지를 긁지 않나.’어제 현민호는 다니 품에서 쉬고 싶었지만 다니에게 맞은 가슴만 저릿하게 아팠다.호텔앞은 모델대회를 앞둔 모델들이 모여 있었다.현민호의 앞을 지나가며 모델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고, 눈이 마주치자 서로 빙긋 웃었다.“You must be a model.”“I used to be. Good luck.”현민호는 그녀들이 다가 오려하자,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다.다니의 짧은 문자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렇게 나를 못 믿고, 서운하게...’[다니야, 내 눈에는 네가 제일 예뻐.지금 호텔에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모델 대회가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모델들이 와 있어.그런데 다니, 너보다 예쁜 여자는 한 명도 없어.내 눈에 너보다 아름답고 청초하면서도 섹시한 여자는 없어.너와 닮은 것은 내 아들과 하얀 도자기 인형뿐이야.나 그 도자기 인형을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본가 장식장에서 가지고 나왔어.나무 상자를 맞춰서 깨지지 않게 금고에 넣어 두었어.아무도 손댈 수 없게.내가 악당들에게서 지킬 수 있을 때, 나의 소중하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다니는 잠시 입술을 깨물고 소파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아무렇게나 던져진 민호의 양말이 보였다.깨끗하고 깔끔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양말도 세탁물 통에 넣고, 머리도 젖은 상태로 눕지 않는 사람인데 오늘은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민호의 가슴을 때린 것은 충동적이었다.그가 아파하자 당황해 아무 말도 못했다.다니는 리나에 대한 일에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민호도 정우를 이렇게 질투했지만 동하가 정우의 아들이라고 해도 품어 주려고 했었다.‘사랑하니까 상대를 이해해야 하는데...’다니는 벌떡 일어나 민호를 쫓아 나갔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췄다.휴대전화로 민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민호의 휴대전화는 무음이었다.다니는 아무것도 걸치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은 채 민호를 쫓았다.‘술도 마셨고 운전도 못 할 텐데…택시 부르겠지.그럼 내 전화도 확인하겠지.’가까운 호텔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었다. 그곳으로 갔을 수도 있었다.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다니는 현민호가 어디로 갔든 따라가고 싶었지만 혼자 있는 동하를 두고 움직일 수 없었다.“민호야, 미안해. 때린 것도 미안하고.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는데.네가 결혼하자고 말도 안 해도 난 너 못 떠나잖아.내가 왜 그랬을까.”눈물범벅이 된 다니는 문자를 보냈다.[잘 자고 내일 봐. 오늘은 내가 미안해. 네 아픈 거, 네 슬픔 다 사랑해.]다니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걸었다....현민호는 집 앞 호텔에 방을 잡았다.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고 침대에 누웠다.수술한 왼쪽 몸통이 욱신거렸다.‘하아, 정말 힘드네.’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내려놓았다.다니에게 연락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눈을 감자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햇살에 현민호가 눈을 떴다.몇 시인지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떠 있었다.[잘 자고 내일 봐. 오늘은 내가 미안해. 네 아픈 거, 네 슬픔 다 사랑
현민호가 눈을 감자 다니는 작은 수면등을 켠 채 나가지 않고 서 있었다.“그럼 우리 방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하자.”“오늘은 그냥 좀 자자.”다니가 민호의 티셔츠를 잡아당기며 인상을 썼다.현민호가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쉬었다.“하.”[최여사]한쪽에서는 휴대전화가 반짝이고 있었다.민호는 조용히 동하의 얼굴을 잠시 보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발끝을 디뎠다.샤워 후 덜 마른 머리 때문에 깔아 둔 수건에 휴대전화를 싸서 동하가 깨지 않게 방을 나왔다.그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 다니는 거실 소파로 가서 앉았다.거실 시계는 아직 10시도 안 된,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현민호는 터벅터벅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작은 위스키병을 따 한 모금 마시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자야 해. 나 한계야.’현민호는 갑자기 등장한 생모와 형 때문에 주변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아버지, 최 여사, 생모까지 작당해서 자신을 속였다.세상이 뒤틀리고 있었고, 감정이 사라져 약을 먹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었다.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은 수술 후처럼 텅 비어 가는 느낌을 견디고 있었다.그 상태로 돌아가면 회사 일도, 동하도, 그리고 다니도 지킬 수가 없었다.폐 수술로 피우지 않던 담배라도 배워 볼까 생각 중이었다.그 와중에 휴대전화는 계속 반짝였다.‘하, 나 좀 그냥 두면 안 되나.’현민호는 최민주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나지 않았다.‘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주변에서 재촉하는 사람들이 싫었다.[최여사]“흠.”그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민호, 너 지금 어디야?“왜 그러시는데요?”-내가 전화한 게 몇 번째인지 알아? 왜 안 받아?“바빴어요.”-바빠? 내가 지금 무슨 심정으로 지내는지 알기나 해?현민호는 입을 다문 채 피곤한 듯 벽에 기대 섰다.-너 정말 이럴 거야?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내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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