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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왜죠?"

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

"네가 배씨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거든."

한수경이 막무가내로 말했다.

"똑바로 알아내기 전까지 너 절대 여기에서 못 나가."

"제가 이혼 서류에 사인까지 했는데 이러지 말죠."

임지환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

"내가 뭐?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야. 너 이혼 서류에 사인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똑바로 알아낸 뒤에 너 나갈 수 있어."

한수경이 팔짱을 낀 채 기고만장하게 말했다.

"저 일 있어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임지환이 말을 하며 집을 벗어나려 했다.

"못 나간다니까! 아니면 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

한수경이 말을 하며 임지환의 상자를 잡았다.

"이거 놔!"

순간, 임지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한수경은 마치 맹수를 마주한 듯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그런 절망적인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때, 차 한 대가 별장의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덩치가 우람한 배준영이 차에서 내리더니 임지환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임지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우리 누나한테 손을 대?"

"나 그런 적 없어."

임지환이 대답했다.

"그런 적이 없다고?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

배준영이 소리치며 물었다.

그때, 화려한 차림새의 유옥진도 차에서 내렸다.

"준영아, 거칠게 굴지 말랬잖아. 그래도 네 전 매형인데 예의는 차려야지."

유옥진이 일부러 말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제가 언제 이런 쓰레기 매형을 뒀다고 그러세요."

배준영이 혀를 차더니 임지환을 밀어내고 더럽다는 듯 손을 닦았다.

"장모님."

임지환은 그래도 유옥진에게 예의를 차려 그녀를 불렀다.

"장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아무 사이 아니니까."

유옥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임지환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혼한 3년 동안 유옥진은 늘 임지환에게 불만이 가득했다. 평소에도 그녀는 그에게 좋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유옥진은 아마 잔뜩 신이 났을 게 분명했다.

"임지환, 너 이혼하고 나서 억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하는 거야. 우리 지수 사업이 나날이 잘 되고 있어서 우리 배씨 집안의 희망이 되었는데 지수한테 너 같은 쓰레기 남편이 있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 우리 지수 앞길을 막으면 어떡해? 안 그래? 두 사람 이혼한 거 서로한테 좋은 거야."

유옥진이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댔다.

하지만 임지환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두 주먹을 더욱 꼭 잡았다.

이혼까지 한 마당에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 상처에 소금을 뿌릴 건 뭔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냥 네가 우리 집 물건을 가지고 갔는지 제대로 알아보려고 그런 거지. 이 집에 돈 될만한 것들이 좀 많잖니, 보석이라던가, 귀중품이라던가 네가 마음대로 가지고 가면 좀 그렇잖아."

유옥진은 말을 돌려서 하지 않았다. 그리곤 의미심장하게 임지환의 손에 들려있던 상자를 바라봤다.

임지환은 그 눈빛을 보자마자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지금 임지환이 이 집의 물건을 몰래 가지고 나갔을까 봐 자신을 막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괴롭히다니!

"우리도 너 난감하게 하지 않을 게, 그 상자 열어서 검사 한 번만 하게 해줘. 아무 문제 없으면 여기에서 나가도 돼."

유옥진이 임지환을 보며 말했다.

"제가 싫다고 하면요?"

그때 임지환이 갑자기 물었다.

"뭐?"

그 말을 들은 유옥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임지환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이건 제가 가지고 온 상자이니 제 허락 없이 그 누구도 열지 못하게 할 겁니다."

임지환이 또박또박 단호하게 말했다. 마치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는 듯한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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