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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마음속에 일어난 잔잔한 물결

병원 관계자들은 이진의 성격을 모두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다가가기 쉬운 성격이 매번 일에 열중할 때면 차갑게 변하곤 했으니.

유연서가 뭐라도 말을 꺼내 분위기를 호전시키려던 그때 이진의 축객령을 받은 윤이건은 눈을 번뜩이더니 이내 몸을 돌려 나갔다.

곧이어 수술 예약 시간에 맞춰 유연서는 수술실로 옮겨졌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간 이진은 아무런 잡생각도 하지 않았다.

수술 과정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매번 봐도 놀라운 실력에 이번에도 어시와 간호사들은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 시각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틈에 윤이건은 다른 간호사들에게 이진에 관해 캐묻고 있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 때문에 결국 참지 못했다.

“평소 병원에 오시지 않으세요.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건만 있으면 언제나 제일 먼저 달려와서 해결하십니다.”

윤이건의 잘생긴 얼굴을 본 간호사들은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는 듯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오히려 더 기뻐하는 눈치였다.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라도 하는 듯 눈이 반짝였다.

“맞아요. 의술이 뛰어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저희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요. 저희하고 다 친해요.”

몇몇 간호사들은 윤이건의 물음에 대답하는 듯싶더니 저들끼리 신나서 대화했다.

그리고 그 시각 윤이건은 수술실 앞에 쓰인 글을 빤히 쳐다봤다.

[집도의: 이안.]

순간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3년 동안 그는 이진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공기처럼 대했다.

하지만 고작 하루 사이에 그 상대가 외모와 성격 심지어는 신분까지 완전히 바뀐 사람으로 나타났다.

‘대체 나한테 얼마나 더 숨기고 있었던 거야?’

수술은 장장 5시간 동안 지속됐다. 수술실 불이 켜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수술실 안에서 나온 이진은 마스크와 일회용 수술복을 벗은 뒤 지친 얼굴을 드러냈다.

순간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하면서 앞으로 다가간 윤이건은 지금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조차 몰랐다.

“고생했어.”

손을 뻗어 이진 손에 들린 물건을 받으려 했지만 이진은 싸늘하게 그를 밀어냈다.

그 순간 마침 마취에서 깨어난 유연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불안감이 휘몰아친 그녀는 나지막하게 윤이건의 이름을 부른 뒤 손을 들어 팔에 난 상처를 드러냈다.

두 사람이 뭘 하든 상관하지 않고 떠나려던 이진은 마침 그 상처를 발견하고는 피곤한 듯 목을 움직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뜨거운 물에 데인 것 같은데, 그 흉터에 연고 혹은 식물성 오일을 바르면 얼마 뒤 없어질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은 마침 유연서를 위로하려던 윤이건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뜨거운 물에 데인 상처라고? 이건 분명 불에 탄 화상인데…….’

윤이건은 심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건 유연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갓 수술을 끝내 얼굴이 창백한 덕에 들키지 않았다.

“이진 씨, 5시간 동안 수술을 끝내고 나니 눈이 침침해졌나 보네요?”

유연서의 말에 이진은 그저 피식 웃었다. 여기서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거라는 확신에 간호사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해놓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 할 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왜요? 감사 인사라도 하게요?”

이진은 고개를 들어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귀찮다는 듯 말했다.

“방금 화상이 뜨거운 물에 데인 상처라는 건 대체 무슨 말이지? 얼마나 확신해?”

‘참 귀찮게 구네.’

이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금껏 무뚝뚝하고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래? 하루 사이에 다른 사람이라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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