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설마 사람 헷갈렸나?

윤이건의 표정을 보아하니 오늘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5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 때문에 이진은 설명할 힘조차 없어 귀찮은 듯 옷을 위로 들어 허리에 난 큰 화상 자국을 훤히 드러냈다.

“윤 대표님, 제 의술을 의심하지 마세요. 뜨거운 물에 데인 것과 불에 탄 화상은 엄연히 다릅니다. 제가 그걸 헷갈릴 가능성은 더욱 없고요.”

충격을 받은 윤이건의 표정을 무시한 채 이진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 아시겠어요? 대비가 선명하죠? 이거야말로 불에 탄 화상이에요. 유연서 씨 상처는 뜨거운 물에 데인 거고요.”

이진은 말하면서 허리에 나 있는 화상 자국을 가리켰다.

“이 화상은 언제 생긴 거지?”

윤이건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언뜻 스쳐 지났다.

“어릴 적에 생긴 상처예요. 윤 대표님이 제 어린 시절에 흥미를 가질 줄은 몰랐네요.”

생각하고 나니 웃음이 났다. 눈앞의 남자와 부부로 지냈는데 그 앞에서 살을 드러내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라는 게.

그 시각 윤이건은 이진의 얼굴을 보고 있던 눈빛을 그녀의 허리 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흉터를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로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의술의 의자도 모르는 그가 봐도 두 상처가 다르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유연서의 흉터가 불에 탄 화상이 아니라니. 그날의 불길 속에서 들려오던 고통 섞인 절규가 아직도 명확한데, 그때 맡았던 옷 타는 냄새와 피부가 타는 냄새가 아직도 명확해 마음이 미어질 듯 아픈데. 그때의 여자애를 설마 착각했었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방금 전 봤던 유연서의 모습과 지금 눈앞에 있는 이진의 모습을 보자 이상한 무언가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이 일을 어떻게 헷갈릴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을 착각할 수 있을까? 그는 반드시 그때의 일을 다시 알아봐야 했다. 그때 목숨을 바쳐 자기를 구해주던 여자애가 누구인지.

이진은 윤이건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설명 끝났으니 전 이제 가 봐도 되죠?”

윤이건의 대답이 들려오기도 전에 이진은 그를 지나쳐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하지만 그 순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윤 대표님, 이혼 서류에 저는 사인을 이미 했고 방금 제가 유연서 씨도 구했겠다, 이제 사인하시는 게 어때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그녀는 아무런 집착도 하지 않는데 이혼을 원하던 윤이건 한테서 오히려 일이 꼬이고 있다니.

“내가 이혼 서류에 사인할 거라는 꿈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윤이건의 담담하고 단호한 말투에 이진은 헛웃응을 터뜨렸다.

“윤 대표님, 우리의 이혼은 그쪽이 계속 바라던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꾸다니 무슨 뜻이에요?”

윤이건은 당연히 이진 말투에 가시가 담겨 있다는 걸 알아챘다. 천천히 몸을 돌려 눈앞의 여자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까와는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만약 이진이 그때 그 여자애라면…….’

“앞으로 3개월만 시간을 좀 줘.”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내뱉은 그의 말투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에 이진은 멈칫했다.

지금껏 지내오면서 눈앞의 남자가 자기 심정을 밖으로 내보이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3개월이 지나면 만족할 만한 답변을 줄 테니까.”

윤이건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젖어 있었고 가슴은 쿵쾅쿵쾅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3년도 참았는데 3개월쯤은 너무 쉽지 않겠어?”

더 이상 이 남자와 더 얘기가 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니면 지금껏 보지 못한 이 남자의 표정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이진은 고개를 숙여 달력을 확인했다.

“그래요. 3개월 뒤에 좋은 답변 기대할게요.

Bab terkait

Bab terbaru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