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요?”조군수와 다른 사람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마치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선우 가문에 강하게 대응하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유진우 씨, 죽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당신 일이니, 절대로 우리가 말려들게 하지 마요!”진서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가 느끼기에 딸이 이렇게 반항하고 공공연히 회혼까지 한 것은 다 유진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소 원망했다.“선우희재는 보통 집안의 자제가 아니에요. 문무를 겸비하였고 용감하고 책략있고 또 그더러 후퇴하라고 강박한다면 하늘의 별 따기일 것입니다.”조군수는 고개를 저었다.“사람이라면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잡으면 역전승할 수 있어요. 아직 열흘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제가 기필코 해결할게요.”유진우가 맹세했다.“젊은이, 만사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고 행동해요.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재앙이 찾아올 거예요.”조군수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는 유진우에게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에 상대방이 헛되이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우 씨,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요. 그럼, 선우희재도 감히 함부로 하지 않을 거예요.”조선미가 갑자기 말했다.“안 돼!”그러자 진서현은 곧장 반대하며 말했다.“유진우 씨가 이곳에 머무른다는 것을 선우 집안이 알게 된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야!”“어차피 이미 틀어졌는데 뭐가 달라져요?”조선미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아직은 일이 호전될 여지가 있는데 네가 다시 선우희재의 화를 돋운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진서현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선우가문의 세력으로는 조씨 가문을 제압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사모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지금은 아직 정면충돌할 때가 아닙니다. 요 며칠 동안은 최대한 조용히 행동해요.”유진우가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
선우희재는 자리에 기대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온몸에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오빠! 조선미 이 천한 년이 정말 너무하네. 반드시 본때를 보여 줘야 해!”옆에 앉은 선우영채는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다.‘우리 오빠같이 훌륭한 사람이 조씨 집안과 혼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에 겨운 일인데 조선미는 오히려 대중 앞에서 파혼하려 들다니! 그야말로 적나라한 치욕이야!’“오빠, 말 좀 해봐! 그 천한 년이 오빠를 배신했는데, 화가 나지도 않아?”선우희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선우영채는 더욱 분노하였다.자기 약혼녀가 다른 사람과 자고 임신까지 했으니 이런 일을 어느 남자가 참을 수 있겠는가?“화내는 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선우희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선미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은 내가 조선미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야, 잠재력이 마음에 들어서이지. 조선미가 임신한 것 따위 중요하지 않아.”“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조선미가 바람을 폈는데 중요하지 않아?”선우영채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하고 자기 귀를 의심했다.“나는 일을 할 때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추구한다.”선우희재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하다.“오빠, 변한 것 같아.”선우영채는 목을 움츠렸다. 2년 만에 본 친오빠는 점점 더 냉랭해지고 인간미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정말 무섭다.“영채야, 조선미 옆에 있는 그 남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니?”선우희재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그 사람의 이름은 유진우이고, 이름 없는 의사야. 얼마 전 경매장에서 우연히 혈정화 하나를 얻어서 나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어.”선우영채가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지난번 일로 그녀는 특별히 유진우를 조사했었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다.“혈정화, 그거 정말 좋은 보배네. 내가 가질 거다.”선우희재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 몇 사람을 더 불러서 나 대신 혈정화를 가져와. 가져오는 김에 그 개미 같은 유진우는 밟아 죽여.”“알았어.”선우영채는 눈
점심시간, 보식식당 안.“청아야, 봐봐. 역시 서울은 다르네. 아무 식당이나 다 이렇게 고급스럽다니.”“나 결심했어. 앞으로 서울에서 살 거야. 여긴 크고 번화해서 무엇을 하든 편리하고 강능 그 작은 곳보다 훨씬 나아!”장경화는 귀빈실에 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감탄했다.이에 이청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녀는 원래 혼자 서울에 올라와 부임하려고 했는데 어머니와 동생이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했다. 가족이 옆에 있으면 병이 났을 때 돌봐줄 사람이 곁에 있으니 말이다.“엄마, 이 근처에 이모가 살지 않아?”옆에 있던 이현이 불쑥 물었다.“맞아, 이미 이모랑 밥 먹게 약속 잡았어. 시간을 보아하니 곧 도착할 거야.”장경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식당 입구에서 갑자기 세 사람이 들어왔다.맨 앞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옷차림이 산뜻한 중년 부인이었다. 금목걸이, 금귀걸이, 금반지 등 온몸에 금빛이 번쩍이는 게 마치 벼락부자인 모습이다. 그 여자는 바로 장경화의 여동생, 장홍매이다.장홍매의 뒤에는 단소홍과 잘생긴 외모의 젊은 남자도 있었다.“홍매야, 왔니? 빨리 앉아!”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경화는 즉시 일어나 맞이하는 등 각별한 열정을 보였다.“언니, 서울에 올 시간이 있어요?”장홍매는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말하는 동안 일부러 자신의 금팔찌와 큰 금반지를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청아가 서울에 회사를 차려서 같이 왔어.”장경화는 웃으며 시선을 멈췄다.“와, 너 이게 무슨 횡재야? 이렇게 많은 금 장신구가 있다니?”“호호,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집에 더 많은 것들이 있어요!”장홍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말하자면 모두 내 딸이 효도한 덕이에요. 최근 200억을 벌어서 이런 금은 장신구를 장만해 줬어요.”“뭐라고? 200억!”이 말에 장경화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믿기지 않는 듯했다. “소홍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잘 나간 거니?”장경화의 딸이 3년 동안 고생
“여러분, 제가 이래 봬도 서울에서 존재감이 있는 편입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저를 찾아오세요.”사도현이 스스로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말하는 동안 이청아를 쳐다보면서 눈에서 욕망이 스쳐 지나갔다.‘이 여자는 정말 아름다워. 몸매뿐 아니라 얼굴도 흠잡을 데 없는 그야말로 일품 중의 일품이야. 단소홍보다 훨씬 더 예쁘네.’“역시 사도현 씨 호탕하군요. 자, 자, 모두 앉으세요.”장경화는 한편으로 웃으며 인사하고 다른 한편으로 소리높이 외쳤다.“저기요, 주문이요!”“잠깐만요.”그러자 이청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어? 또 누구?”장경화가 좌우를 살펴보더니 이상하다는 듯 여겼다.이청아가 막 입을 열려고 하자 식당 문이 다시 열렸다.유진우가 느릿느릿하게 걸어 들어왔다.“여기!”이청아가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몇 사람은 뒤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저놈이 여긴 왜 왔어?”장경화는 좀 불쾌했다. 유진우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장경화는 아직도 유진우를 무시한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유진우가 앞으로 나서며 예의 바르게 웃었다.“우리는 널 기다리지 않았어!”장경화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유진우, 너 정말 계속 우리 주변을 맴도는군. 우리가 막 서울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쫓아오다니, 설마 계속 우리를 미행한 건가?”“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저는 며칠 전에 이미 서울에 도착했습니다.”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흥! 네가 밀당했는지 누가 알아?”장경화는 입을 삐죽거렸다.지금 그녀의 딸은 조경 그룹의 회장이다. 신분이며 지위며 한 단계 더 높아져서, 결코 보잘것없는 유진우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엄마, 헛소리하지 말아요. 내가 먼저 진우 씨랑 밥 먹자고 했어요.”이청아가 입을 열어 분위기를 풀었다.“그래그래, 어차피 왔으니까 같이 먹자.”장경화는 따지기 귀찮다는 듯 말했다.“앉아.”이청아는 유진우를 위해 의자를 끌어당겨 자기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이봐요, 이만한 월급이면 적지 않아요. 잘한다면 보너스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사도현이 농담으로 말했다.“유진우, 내 남자친구의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건 네 행운이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모자라!”단소홍이 거만하게 말했다.“맞아! 사도현은 시크릿 그룹의 매니저야, 미래가 밝다고. 도현이를 따르면 호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데 왜 안 하겠다는 거지?”장홍매가 이어 말했다.“시크릿 그룹이 그렇게 대단한가요?”유진우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동요하지 않았다.“시크릿 그룹을 모르다니? 그건 수천억 대기업이야! 그중 한 가닥의 깃털을 뽑아도일생을 놀고먹을 만큼 충분하지!” 장홍매는 자기 멋대로 말했다.“촌놈은 역시 촌놈이네, 아무것도 모르다니.”“미안하지만 들어본 적이 없어요.”유진우는 다시 머리를 저었다. 그는 서울 상업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시크릿 그룹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강남에서 유명한 손 회장님은 알고 있겠죠?”사도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 회장님?”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말했다. “당연히 알죠.”“알면 됐어요. 그럼 사실대로 말할게요. 시크릿 그룹은 손 회장님의 사업이고, 나는 손 회장님의 사람이에요!”사도현은 자만스러운 표정을 보였다.“그러니까 당신이 손기태의 사람이라고요? 그럼 잘됐네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잘됐다고요? 당신이 손 회장님을 알아요?”사도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당연히 알죠. 이전에 그분이 저한테 병을 보러 왔었어요.”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병을 보러 갔었다고요?”사도현은 비웃으며 말했다.“이봐요, 정말 허풍떨기 좋아하는군요. 손 회장님이 어떤 분이신데 당신 같은 돌팔이 의사한테 병을 진료받겠어요?”“맞아! 서울에 유명한 의사가 그렇게 많은데, 손 회장님이 왜 너를 찾아갔겠어? 네가 뭔데?”단소홍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우! 네가 능력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여기서 있는 척 허세를 부리다니, 진심으로 역겨워!”장경화가 이마를 찡그렸다
“나를 기억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날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사도현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큰 재앙이 닥쳐올 줄은 꿈에도 모르는 듯했다.“나는 손기태야, 네가 내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데 네가 보기에는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손기태는 냉랭하게 말했다.“계속 연기 해봐요, 내가 당신의 이런 헛소리를 믿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도현은 비웃었다.“사도현, 내가 공식적으로 통지한다. 넌 이미 시크릿 그룹에서 해고야,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마.”손기태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았다.“하하하... 나를 해고한다고요? 정말 대단하네요!”사도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할게요. 나는 시크릿 그룹에서 든든한 빽이 있어요. 설사 손 회장님 본인도 나를 해고할 자격이 없는데 당신 같은 이런 거짓말쟁이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지요.”“그래? 그럼 내가 물어보지, 그 든든한 빽이 누구지?”손기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사람도 매니저가 될 수가 있다니, 시크릿 그룹을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내 빽이 누군지 당신은 알 필요 없어요. 어쨌든 한 마디로, 나는 당신이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예요.”사도현은 거만하게 말했다.“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손 회장님은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와 말하기 싫다. 어서 전화를 유 선생님에게 넘겨.”“왜요? 이젠 연기할 게 없나요? 정말 재미없네요.” 사도현이 전화를 유진우에게 던지고 놀리면서 말했다. “이봐요, 당신이 부른 배우, 너무 가짜 같네요. 아무런 위엄도 없다니, 이따가 돌아가서 연습 좀 더 시키세요.”“배우요?”유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전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요. 이분은 진짜로 손기태이십니다.”“허허... 그분이 손기태라면, 난 손기태 아버지겠네요!” 사도현이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유진우는 이 말에 재밌어서 웃었다.이 사람은 정말 좀 무모해 보였다. 자신이 반복해서 경고했건만 사도현은 그의 말을
“뭐지? 저 사람들이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저 흉악한 모습을 보니, 설마 우리를 귀찮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장경화는 목을 움츠리며 왠지 긴장해났다.“저 사람들은 저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거예요.” 유진우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당신한테? 당신 또 다른 사람의 미움을 샀어?”이청아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최근에 유진우에게 귀찮은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미움을 산 건 아니고, 난 그저 한 방 때려서 사람 됨됨이의 도리를 가르쳐 준 것뿐이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여긴 강능이 아니야, 사방에 숨은 인재가 많다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 밉보여서는 안 돼!”이청아가 나직이 말했다.그녀는 현재 조경그룹의 회장이지만 아직 인수인계를 하지 못했다. 자금이 없고 인맥도 없고 속사정도 없다. 이 단계는 자연히 친구를 사귀는 것을 위주로 한다. 평소에 조용히 행동하고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이 살길이다.“청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오늘은 아무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못할 겁니다.”사도현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마치 구세주 같은 모습을 보였다.미인 앞에서 위풍을 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누가 미인을 구하는 영웅을 좋아하지 않겠는가?“언니, 도현 씨는 배경이 깊고 인맥이 아주 넓어서 이런 건달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단소홍은 사도현의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얼굴을 했다.“그래요? 도현 씨, 그럼 이따가 좀 부탁할게요.”이청아는 마지못해 웃었다.“별말씀을요.”사도현은 손을 내저으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까짓 건달 몇 명을 상대하는 것쯤은 손쉽다.“너 이 자식! 나 너 이틀 동안 계속 찾아다녔어. 이제 드디어 찾았네!”도석현은 섬뜩하게 웃으며 다가와 유진우를 매섭게 쳐다보았다.“나를 왜 찾아왔어. 설마 이미 자기 잘못을 뉘우쳤냐?”“잘못은 무슨 잘못!”도석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마구 소리쳤다.“네가 그저께 내 뺨을 세 대 때려서 내 체면을 구겼으니, 오늘 꼭 네 손을 잘라야겠어!”“이봐요
퍽!도석현이 사도현의 뺨을 쳤다.엄청난 힘에 사도현은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얼굴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도현이 맞는 것을 보고 단소홍 일행은 어리둥절했다.그녀들은 몇몇 건달들이 이렇게 대담할 줄 몰랐다. 감히 시크릿 그룹의 매니저도 때릴 줄이야.“너... 감히 나를 때리다니?”사도현은 얼굴을 가린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누군지 알아? 난 시크릿 그룹의 고층인물이다!”“시크릿 그룹이면 뭐 어때?”도석현은 두말 않고 또 사도현의 얼굴을 호되게 때렸다.“만약 손기태가 온다면 체면을 좀 살려주겠다만, 매니저 하나 따위야, 네가 뭔데?”“개자식! 넌 죽었어!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화가 난 사도현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람을 부르려 했다.“시발새끼가!”도석현은 사도현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며 욕했다.“죽음이 코앞인데 감히 이렇게 날뛰어? 때려! 세게 때려!”그 명령과 함께 몇몇 건달들이 곧장 앞으로 나와 사도현을 향해 주먹질하기 시작했다.“그만해요, 그만해! 또 때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단소홍이 호통을 쳤다.‘감히 사도현의 체면을 구기다니, 이 건달들은 조만간 재수가 없을 것이다.’“신고? 어디 한번 신고해 봐. 내가 너의 손을 잘라버리겠다!”도석현이 매섭게 눈을 부릅뜨자, 단소홍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너... 너희들, 사람을 깔보지 마!”장홍매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예비 사위가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당연히 애가 탔다.“유진우!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어도 사도현이 어떻게 맞았겠어?”장경화는 유진우에게 화를 풀었다.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그녀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내가 때린 것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본질적으로는 사도현 자신이 무리하게 앞으로 나대다가 도리어 얼굴을 맞은 것이다.“흥! 사도현이 너를 도와주고 있는데 넌 여기서 비아냥거리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