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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강로이
“네?”

유진우는 표정이 확 얼어붙었다.

조선미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청아의 차갑고 도도한 아름다움과는 또 달랐다.

농염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웃을 때 혼을 쏙 빼놓을 것 같은 눈매가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타고난 여우상이라 유혹을 뿌리칠 남자가 얼마 없다.

“꺄르륵... 장난 좀 친 거예요. 뭘 이렇게 식겁해요?”

조선미가 자지러지게 웃자 가슴팍의 새하얀 속살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시선을 강탈했다.

유진우는 입꼬리가 씩 올라가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

이 여자는 너무 유혹적이라 볼수록 머리가 아찔거렸다.

“진우 씨, 그건 그렇고 아마 또 한 가지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조선미가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유진우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알다시피 내 경호원들은 병실을 지키고 있어요. 주변에 경호해 줄 사람도 없고 또 마침 날 노리는 자들이 생겨 위험한 처지에 이르렀네요. 그래서 말인데, 진우 씨가 날 24시간 보호해 줄 수 있을까요?”

조선미가 그에게 부탁했다.

“보호요?”

유진우는 미간을 들썩거렸다.

“선미 씨가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있는 게 더 나을 텐데요?”

“아직 모르시나 본데 저희 가문에서 오늘 밤 매우 중요한 자선 파티를 열어요. 주최인으로서 제가 빠질 수 없어요. 만에 하나 중도에 소란이라도 피우면 연약한 제가 감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용심초를 봐서라도 제가 봉변을 당하는 걸 원치 않겠죠?”

조선미가 요염하게 눈을 깜빡이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유진우는 2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

살짝 번거롭긴 하지만 용심초를 위해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용심초에 그 어떤 변고도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 준 것이다.

“고마워요, 진우 씨.”

조선미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보호는 핑계고 주요하게 유진우가 몹시 궁금해졌다.

...

황혼 무렵 봉황루.

강능에서 유명한 중식당 봉황루는 건물 면적이 어마어마했다.

얼핏 보면 황실을 방불케 했다.

사방에 높은 담벼락이 쌓여있고 안에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들로 되어 있었다.

정원이며 대나무 숲, 와이너리, 인공 호수까지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곳곳에서 고전적인 세련미가 묻어났다.

그 시각, 봉황루 문 앞.

검은색 벤츠 한 대가 서서히 주차했다.

차 문이 열리고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은 요염한 풍채의 절세미인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새하얀 피부에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고 정교한 미모와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까지 더해 인파들 속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녀의 등장은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여자의 미모를 뒤덮어버렸다.

“너무 예뻐! 연예인 아니야?”

“저 외모에 저 몸매라니, 완벽 그 자체야!”

“어머, 저분은 청성 그룹의 이청아 대표님이잖아? 우리 강능의 명실상부한 4대 미인 중 일인이라고!”

그 시각 문밖의 수많은 하객들이 이청아의 미모를 감탄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신분이 낮아 감히 선뜻 다가가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봉황루가 이렇게 예뻤나요? 청기와에 흰 담장까지, 정말 운치 있네요!”

함께 내린 장 비서가 감탄을 연발했다.

“봉황루는 조씨 일가의 건물로서 당연히 범상치 않은 곳이지. 일반인들은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걸 신분 상승이나 출세로 여기고 있어.”

이청아가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안목이 높기로 소문난 그녀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아 씨 왔어요?”

이때 양복을 입고 안경을 쓴 젊은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자는 바로 양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 양의성이었다.

“의성 씨였네요... 의성 씨도 자선 파티에 관심 있나 봐요?”

이청아가 담담하게 물었다.

“일반적인 자선 파티라면 당연히 관심 없죠. 다만 이번엔 조씨 일가에서 주최한 거라 누가 감히 참석 안 하겠어요?”

양의성이 웃으며 대답했다.

조씨 일가는 강능 3대 거물 중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재벌 가문이다!

강능에서 권력이 하늘을 찌르고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자가 없다.

자선 파티가 아니라 똥을 한 무더기 던져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 뺏어 먹으려고 안달일 것이다.

“그보다 다른 의도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의성 씨?”

장 비서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선 파티에 참석하려고 온 건 아니죠. 주요하게 청아 씨 일행을 돕고 싶어서 왔어요.”

양의성이 웃으며 답했다.

“우리를요?”

장 비서가 의아한 듯 물었다.

“듣자 하니 청성 그룹이 조씨 일가의 예선 명단에 올랐다고 하던데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엔 아직 조금 부족하다면서요. 제가 살짝 불을 더 지펴서 한방에 파트너 자격을 딸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양의성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정말이에요? 너무 감사해요, 의성 씨!”

장 비서가 활짝 미소 지었다.

조씨 일가의 진정한 파트너가 된다면 청성 그룹도 한 층 더 비약할 수 있다.

수행 비서인 그녀의 지위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이 된다.

“별말씀을요. 저랑 청아 씨가 어떤 사이인데 이까짓 일쯤이야 뭐가 대수겠어요?”

양의성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맞아요, 다 한 가족이죠 뭐.”

장 비서도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한편 옆에 있는 이청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아예 듣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줄곧 한 곳에만 꽂혀있었으니까.

조금 먼 곳에 고급 외제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차 옆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저 사람은... 유진우?”

이청아는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바로 알아챘다.

폭행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그녀는 항상 유진우에게 빚진 기분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만난 김에 오해도 풀고 제대로 해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진우야...”

이청아는 이제 막 입을 열려다가 문득 어안이 벙벙해졌다.

유진우의 옆에 또 한 분의 아름다운 여자가 서 있었는데 타이트한 빨간색 롱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

잘록한 허리와 탱탱한 엉덩이, 볼륨 있는 가슴라인까지 육감적인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게다가 티 없이 완벽한 미모와 우아하고 고귀한 분위기까지 내뿜으며 마치 여왕이 강림한 듯 무언의 압박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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