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연은 나이에 걸맞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아이였다.한 번 보면 꼭 안아주고 싶고 뺨이라도 살짝 비비고 싶어질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못생겼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고, 경다솜과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아이였다.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듣자, 충격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연미혜에게 달려가 그녀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떨어질 줄 몰랐다.연미혜는 당황하며 서둘러 방아연을 감싸안고 다독였다.“아연아, 아니야. 못생기다니
그녀는 결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관심이 없었다.그러다 문득 연미혜와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엄마.”“응?”연미혜는 그녀를 안아주었다.“왜?”“저...”엄마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어본 지 오래되어서 너무 그리웠다.하지만 저녁에 임지유의 경기를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이내 눈빛이 흔들리더니 연미혜를 놓아주었다.“아니에요.”집밥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지유 이모의 경기는 흔한 게 아니었다.
그제야 경다솜은 신이 나서 좋아하는 메뉴를 줄줄이 읊었다.경민준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경다솜이 말을 마치자 임지유는 의상에 대해 칭찬했다.“옷이 너무 예쁘네. 잘 어울려.”“정말요?”임지유가 활짝 웃었다.“당연하지.”그리고 다시 물었다.“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어?”두 사람이 즐겁게 수다를 떠는 동안 경민준은 묵묵히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밥을 먹는데 집중했다.영문을 모르는 종업원은 셋이 가족인 줄 알고 부러운 눈빛으로 임지유를 바라보았다.이때, 연미혜의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비록 오늘
경준혁은 손을 번쩍 들고 맹세했다.“오늘 제 여신이자 아시아 최고의 여성 레이서인 CC가 귀국하고 나서 처음으로 출전하는데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딴짓 안 하고 경기만 보고 집에 갈게요. 약속! 그러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가보셔도 돼요.”“하지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앞줄에 앉은 사람들이 한껏 격앙된 모습으로 ‘CC’라고 외쳤다.“드디어 등장하나?”장내가 술렁이자 경준혁은 연미혜가 뒷전이었다. 이내 신이 나서 관중들을 따라 목놓아 소리 지르며 망원경까지 들고 출발 지점을 바라보았다.설렘과 흥분으로 물든 얼굴
게다가 차분하고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경민준조차 깜짝 놀란 듯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경다솜과 정범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방 뛰기도 했다.경기는 점점 더 치열했다.경준혁이 망원경을 다시 돌려받았다.임지유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지 경민준 일행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경기가 일단락되었고 임지유는 현재 1등으로 달렸다.연미혜가 경준혁에게 망원경을 빌려달라고 했다.경준혁은 신이 나서 말했다.“형수님도 우리 여신한테 반했어요? 역시 성별을 불문하고 여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니까?”연미혜는 눈을
임지유의 생일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이벤트를 꾸몄고, 이번에 경기할 때도 다 같이 모여서 응원하러 왔다.소문에 의하면 임지유는 이미 경민준의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고 했다.설령 경민준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모임이 있으면 그녀를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쌀쌀맞게 변했다.사실 한동안 나름대로 친해지려고 노력을 다했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심지어 기회조차 주지 않고 시종일관 무심했다.그래도 자존심이 있는데 거부 의사를 밝힌 이상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기는 싫었다.하지만 평소에 마주치
경민준 일행이 임지유의 축하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새벽 1시에 가까웠다.김영수는 경다솜을 안고 밤늦게 돌아온 경민준을 보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늦으셨네요?”경민준은 대충 얼버무리고 말을 아꼈다.경다솜을 방으로 데려다주고 불을 켰더니 연미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김영수에게 물었다.“오늘 집에 안 들어왔어요?”“사모님이요? 네.”경민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요즘 따라 집에 거의 없는 듯한데 이렇게 잦은 외박은 드문 일이었다.설마 연씨 가문에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걸까?다음 날.임지유와 즐거운 시
오전에 전 직원 미팅이 있기에 경민준도 참석할 예정이다.회의실에 도착해서 임직원이 10분 넘게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뒤늦게 나타났다.경민준을 보자마자 서안나는 감탄을 내뱉었고, 눈을 반짝이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잠시 후 미팅이 시작되고 비로소 정신을 차린 다음 연미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대표님 너무 잘생겼잖아요.”연미혜는 경민준이 들어올 때만 고개를 들어 힐긋 쳐다보았다.그리고 서안나의 호들갑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충 맞장구를 쳐주었다.경민준에게 관심이 없는 연미혜를 보고 서안나는 의아했지만 유부녀에 아이까지 있다는
연미혜도 같은 생각이었다.그녀는 짧고 단호하게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그리고 약속 지켜. 다솜이 외할머니댁엔 절대 못 가게 해.]잠시 뒤, 경민준에게서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알겠어.]이후로 그는 더 이상 아무 연락도 해 오지 않았다.어린이날 연휴 다음 주말은 마침 주말이었다.그날 오후, 연미혜는 가족들과 함께 관광지에서 래프팅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때 차예련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는데, 사진 속 인물은 임지유였다.차예련은 지금 쿠바나에 머무르며 패션쇼 준비로 한창이었다.사진을 본 연미혜는 메시지를 보냈다.[
‘넥스 그룹이랑 세인티가 해지한 건 알고 계신가요? 교수님의 제자인 김태훈 대표가 요즘 하는 짓을 보면 재능을 믿고 우쭐대는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여자한테 휘둘려서 점점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던데요. 혹시 그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염성민은 막 입을 열려다 말았다.곁눈질로 경민준이 있는 걸 본 순간,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사실 이 얘기는 전부 임지유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임지유의 옆에 경민준이 있었다.염성민의 입장에서 굳이 나서서 이런 말을 할 명분이 없었다.괜히 앞장서서 이런
임지유는 곧바로 해약서에 서명했다.배상금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한 내에 전액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이 소식을 들은 김태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생각보다 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좋은걸?”해약 이후의 처리 절차는 변호사가 맡았고, 임지유가 서명한 뒤로는 김태훈과 연미혜 모두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이삼일 뒤, 유명욱이 휴가를 맞아 오랜만에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본 터라, 사제지간에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이었다.연미혜와 김태훈은 회사를 나와 약속 장소인 식당에 도착했는데, 식당 입
임지유는 계약 해지를 결정한 뒤, 곧바로 경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경매 날에 김태훈 어머님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말을 좀 잘못했어. 그걸 사모님이 딱 집어냈고... 게다가 김태훈 쪽은 아예 세인티랑 엮일 생각이 없어 보여. 만약 소송으로 가서 이긴다고 해도 나중에 또 딴지를 걸어 협력 관계가 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담담히 결론을 내렸다.“그쪽이 처음부터 협력 의지가 없었다면, 괜히 시간 끌기보다 지금 깨고 다른 파트너 찾는 게 낫다고 봐.”경민준은 그녀가 무슨 말을 실수했는지 구체적으로 묻
‘김태훈 어머니가 연미혜를 좋아한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면... 어제 김태훈 어머니한테 했던 말들은 대체...’임지유는 갑자기 이미연이 대화 도중 갑자기 통화하러 다녀온 일이 떠올랐다.머릿속에 전화를 받는다며 자리를 비운 장면이 스치자, 묘한 불안감이 다시 가슴을 짓눌렀다.그녀의 낯빛이 안 좋아진 것을 본 경민준이 곁에서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그 말에 임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나 괜찮아.”그날 저녁, 임지유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이미연이 연미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임지유, 경다솜과 함께 일찍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있었다.잠시 후, 하승태와 수연도 도착했다.경다솜이 그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승태 삼촌, 안녕하세요!”“수연아, 와줘서 고마워!”수연이 경다솜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이제 곧 경기 시작되잖아. 다솜아, 많이 긴장돼?”경다솜은 고개를 저으며 또렷하게 말했다.“긴장되긴, 당연히 긴장 안 되지!”하승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경기엔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수연이를 데려다주러 잠깐 들른 것이었다.경민준이 그의 사정을 알고 먼저 말했다.
김태훈의 부모님이 자리를 뜬 뒤, 경민준이 물었다.“사모님이랑 얘긴 잘했어?”임지유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런 것 같아. 고마워.”임지유는 속으론 생각했다.‘방금 사모님 얼굴 보니까 연미혜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것 같던데....’사실 세인티와 넥스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김태훈이 미리 설명을 해뒀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임지유와 이야기를 나눌 때 울린 전화는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대화를 미리 녹음해 두고, 자리를 비켜선 후 멀리서 경민준과 임지유 쪽을 슬쩍
임지유는 며칠은 기다려야 소식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경민준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김 회장님이랑 사모님께서 내일 경매 행사에 참석하신대. 우리도 같이 가보자.”그 말에 임지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좋아.”다음 날 저녁, 경매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민준은 임지유를 데리고 곧장 김태훈의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직접 임지유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김태훈의 부모는 이미 경민준과 연미혜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연미혜와 임지유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지현승이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염성민이 다시 물었다.“성민아, 철호 아저씨나 아버지 말고, 네가 아는 사람 중에 유명욱 교수님 연락처 아는 사람 또 없어?”“없는 것 같아.”지현승이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근데, 너 전에 임지유 씨가 유명욱 교수님을 만난 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지유 씨는 교수님이 연락처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직접 연락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임지유 씨가 알아서 연락하지 않았을까?”염성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