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은 고요했다. 아람의 기운은 위압적이어서 모두가 얼음 창고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위협적인 모습은 이상철보다 못지않았다.진주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아람은 이씨 가문이 결혼을 강요한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남자를 뺏으러 온 줄 알았다. 원래 흥비진진한 싸움을 보려고 했는데, 자기를 찾으러 온 아람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구아람 씨, 저요? 저와 무슨 갈등이 없잖아요. 왜 저를 찾아요?”진주는 당황하며 헛웃음을 지었다.“사모님과 저의 갈등은, 제가 신 사장님과 이혼할 날 끝났어요.”아람이 말투는 가벼웠고 감정이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지인 한 분과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그러나 가벼운 한마디는 마치 수류탄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소희야, 구아람 씨가 뭐라고 하셨어? 전 부인? 무슨 일이야?”이상철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이소희를 쳐다보았다.“할아버지, 제가 얘기했었는데, 잊어버렸어요?”이소희는 다소 소심하게 말했다.“네가 언제 얘기했었어? 할아버지는 늙었지만 노망난 건 아니야! 신경주가 이혼했었다고 언제 말했어?”올해 이상철은 회복을 위해 쭉 해외에 있었다. 국내 사업은 기본적으로 손자 이유희와 둘째 아들 이준상에게 맡겼다. 경주가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심지어 전처가 구만복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속임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이 선생, 도련님께서 이혼을 하셨는데 그게 뭐 어때서요?”오 씨 아줌마는 이상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우리 도련님은 신 같은 사람이에요. 여덟 번 이혼하더라도 우리 도련님과 결혼하기 위해 줄을 서는 여성이 이씨 가문 문 앞까지 도달해요. 게다가 손녀도 우리 도련님에게 시집을 오고 싶어 하잖아요. 손녀도 신경 쓰지 않는데, 왜 싫어하는 거예요?”“이 아줌마가 말할 자격이 있어?”이상철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여긴 신씨 가문이에요. 이씨 가문이 아니라.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오 씨 아줌마는 차갑게 콧
‘구아람이 왜 이런 얘기를 해? 설마, 뭔가를 알아낸 건가? 그 남자가 날 배신했어? 아니야, 그럴 일 없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구아람 씨, 할 말이 있으시며 다른 날에 이야기해요. 아니면 내일 시간을 잡으세요.”신광구는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아람을 보내고 싶어서 일어났다.“보시다시피 우리 집에 손님이 계셔서 정말 불편해요.”원래 미소 짓고 있던 아람의 눈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입을 열려고 하자 경주가 아람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당겼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위층으로 끌어갔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뭐, 뭐 하는 거야, 신경주. 놔!”아람의 얼굴은 빨개졌다. 벗어나고 싶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주는 한번 결심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오!”오 씨 아줌마는 입을 막으며 흥분했다.‘도련님이 카리스마 넘치네, 사모님이 너무 수줍어하네!’“경주야, 신경주. 어디 가? 이리 와!”신광구가 아무리 소리쳐도 경주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람을 이끌고 홀 밖으로 사라졌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 남겨졌다. 남자 주인공이 사라져 설치되어 있던 극장 무대가 더 이어가지 못했고, 현장은 너무나도 어색했다.특히 이소희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람이 나타나면 어디에 있든, 누가 있든, 즉시 그곳의 유일한 여자 주인공이자 관심의 중심이 된다.이소희는 이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람을 미워하는 건 경주가 사랑하는 여자이고, 연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소희는 여전히 깊이 미워하고 질투하는 것은 아람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빛과 누구도 경쟁할 수 없는 자부심이다.이소희의 세계에서 태양은 오직 하나뿐이며 그것은 바로 자신이다. 자기보다 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을 용납할 수 없었다.“아빠, 엄마. 나왔어!”신효린은 헐떡이며 달려왔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새 옷도 갈아입었다. 하지만 여전히 막 깨어난 표정이었고 다크서클이 심하며 술 냄새를 풍겼다. 새하얗던 입술을 빨갛게 칠해져 죽은 아이를 잡아먹은
이상철은 이 말을 듣자 신효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시 바뀌며 혀를 찼다.‘우리 손자가 안목이 있어서 이런 이상한 여자를 마음에 두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 가문의 불행이 될 거야!’“너...”신효린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이소희는 냉소를 했다.“어쩔 수 없어요. 우리 오빠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잖아요.”“풋, 하하하.”이소희는 가슴을 가리고 분노에 찬 웃음을 지었다.“비슷해, 너도 우리 오빠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잖아.”“너!”이번에는 이소희가 화낼 차례였다.“방금 동아 왔을 때 구아람의 글로벌 한정판 부가티가 있던데, 이미 왔나 봐?”신효린은 팔짱을 끼고 하품을 했다.“오빠가 여기 없는걸 보니, 구아람과 같이 가버렸지? 널 여기에 혼자 두고.”“신효린!”이소희는 눈시울이 붉어져 달려들어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에이, 소희야. 우리 오빠가 원래 이런 사람이야. 네가 시집오면 익숙해질 거야.”신효린은 말할수록 신이 났다.“오빠가 구아람과 결혼했을 때 마음에 김은주를 품고 있었어. 너와 같이 있어도 구아람을 잊지 않을 거야.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 아내가 있어도 마음에 품고 있는 여자가 있어. 구아람은 3년 동안 조금씩 익숙해졌는데, 둘째 오빠를 많이 좋아하니, 네가 더 빨리 적응하겠지?”사람들은 충격을 받아 눈이 빠질 지경이었다. 이미 시비가 아니라 싸움을 하고 있는 거다. 양 족 어른들이 없었더라면 이소희는 이미 신효린의 머리채를 잡았을 것이다.“효린아! 취했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진주는 혈압이 치솟으며 얼굴을 붉혔다.“빨리 셋째 아가씨를 데려가!”...“신경주, 놔, 놔라고!”경주는 발람처럼 앞서 나갔고, 아람은 손목을 꽉 움켜쥔 채 뒤따랐다. 경주는 매우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니면 오랫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풀 기회를 찾은 것이 바로 아람이었다.“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아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넌 한때 내 아내였어. 여긴 네가 3년 동안 살던 집이야. 여기 모든 방을 나보다 더 잘
“신경주, 이 나쁜 놈아, 건드리지 마! 날 내려놔!”아람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허리를 비틀고 가느다란 하얀 다리를 위아래로 불안하게 흔들었다. 경주의 옷깃을 잡은 손이 구목으로 움켜쥐고 철처럼 단단한 가슴을 향해 세게 두드렸다. 손이 아프지만 경주를 긁는 것과 다를 것 없었다. 경주는 즐기고 있었다.“내 말을 들으라고 했는데 안 들었잖아. 말을 듣지 않으면 안아줄 수밖에 없어.”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차가웠다. 하지만 아람을 바라보는 눈은 여전히 깊었다. 컨트롤할 수 없었다. 컨트롤할 수 있었으면 사랑이 아닐 것이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해? 네가 뭔데? 듣지 않을 거야, 안 들어!”아람은 화가 나서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고 더욱 발버둥을 쳤다.“얌전히 있지 않으면 키스할 거야.”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나쁜 자식!”아람은 몸을 움츠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남자는 입술을 들어 올리더니 갑자기 손을 내렸다.“아!”아람은 겁에 질린 채 눈을 지그시 감았고, 하얀 팔이 경주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경주의 안색은 차가웠지만 눈빛은 부드러워졌다....경주는 아람을 끌고 올라갔고, 수많은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씨 가문의 체면을 잃게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혼약을 잡지 못하면 너무 창피한 것 같았다.“아버지, 이제 어쩌죠?”고상아는 이상철의 귀에 붙어서 걱정스럽게 물었다.“신경주의 태도를 보면 소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예요. 심지어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네요.”“할아버지, 제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거예요?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잖아요.”이소희가 흐느끼는 모습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이상철은 거물의 넓은 도량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신 회장님, 이 일을 이렇게 해결하는 거야? 우리 손녀가 당신 아들 때문에 명예를 잃었는데, 당신 아들은 우리 앞에서 전처와 엮여 있네. 우리 이씨 가문이 만만해?”이상
그러나 이씨 가문은 아시아에서 10대 재계로 꼽히는 가문이다. 구씨 가문만큼 눈에 띄지는 않고 부자 리스트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항상 중립적인 이씨 가문이 윤씨 가문과 연합한다면 신씨 가문을 상대하기 충분하다.“할아버지, 정말 말을 안 들으세요. 이제 떠난 지 며칠인데, 신 아저씨에게 찾아와서 폐를 끼쳐요?”차가운 구두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이유희는 잘생기고 사악한 얼굴로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진주가 이유희를 보자 눈에 빛이 났다. 이 남자는 미래의 사위이다. 이씨 가문 도련님이 사위이면 꿈속에서 웃으며 깨어났을 거다. 전에 자신을 무시하고 업신여겼지만, 앞으로 아부하기 위해 쫓아다닐 자격밖에 없다.“도련님!”경호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유희야, 왜 왔어?”이상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왜 왔겠어요, 당연히 경주 찾으러 왔죠.”이유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경호원들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다.“제가 오길 잘했네요. 오지 않았다면 이 좋은 쇼를 놓칠 뻔했어요.”사실, 이유희는 여자친구인 신효정에게 소식을 들었다. 원래 밖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신효정은 정연과 함께 별장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가정부인 영이의 전화를 받았다. 경주에게 문제가 생겼고,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결혼을 강요하고 있어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했다. 경주가 걱정되어 신효정은 이유희를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여자친구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들어줬다. 더구나 제일 친한 친구인 경주의 일이라 비즈니스를 버리고 차를 몰고 달려왔다.“그래, 그래. 그럼 당장 네 친구를 데리고 와.”이상철은 화가 났다.“그건 못해요.”이유희도 아람의 차를 보고 아람이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순간 경주와 함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구아람 씨와 알콩달콩 같이 있을 텐데. 제가 왜 눈치 없게 끼어들겠어요. 이런 미움받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이소희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악독한 눈빛으로 이유희
‘사람의 지시를 받았어? 설마,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어?’“이 도련님, 정말이에요?”오 씨 아줌마는 허벅지를 두드리며 화를 냈다.“제가 말했잖아요! 우리 도련님은 매우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도련님은 여자만 ㅂ면 하체를 통제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남자가 아니에요! 정말 그런 사람이면, 사모님도 도련님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겠죠,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고상아는 눈시울을 붉혔다.“무슨 말이에요? 우리 딸의 사생활이 지저분해서 도련님을 망치려고 교활한 속임수를 썼다는 거예요?”“제가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어요. 당신이 한 거예요.”오 씨 아줌마는 째려보며 혀를 뱉었다. 어쨌든 결혼하지도 않았고 자식도 없다. 유일한 약점은 경주여서 부자와 권력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너, 너 이 아줌마가!”고상아는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진주를 노려보았다.“신 사모님! 집안의 가정부들이 모두 그렇게 무례합니까? 손님에게 이런 태도로 말하는데 상관하지도 않아요?”“에이, 사모님, 방금 전에 보셨잖아요. 아줌마가 우리 경주의 마음속에서 우리보다 높은데, 우리가 참견할 용기가 있겠어요?”진주는 고상아의 모습을 보자 난감한 척했지만 즐거웠다.“오빠, 증거도 없으면서 어떻게 날 모욕할 수 있어?”이소희는 부들부들 떨었다.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가 난 것이다.“왜 없어?”이유희는 눈을 가늘게 떴다.“내가 조사한 것들을 오늘 이 자리에서 공개할 생각은 없었어. 정말 추악해질 거야. 하지만 넌 할아버지까지 끌어들였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이소희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람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그날 전후의 통화 기록은 물론, 이번 달 통화 기록까지 확인했어. 경주와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전화 한 통도 걸지 않았어? 소휘 사적인 만남이 있던 날에도 전화 한 통도 안 했어. 플라토닉 러브야? 생각만으로 사귀고 있어?”이소희의 얼굴이 붉어졌다.“나...”“그리고.”말을 하면서 이유희는 핸드폰을
아람은 경주가 3년 동안 혼자 살았던 방으로 데려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경주는 아람을 침대에 눕히고 싶었는데, 예기치 않게 고양이처럼 얌전히 있지 않았다. 손을 떼니 아람은 침대에 던져졌다. 다행히 아람은 성형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코가 망가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네가 얌전히 있지 않은 거야.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한 건 아니야.”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아람을 보았다. 아람의 모습을 보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나쁜 남자, 온갖 핑계를 대지 마!”아람은 화를 내며 중얼거렸다.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경주는 재빠르게 아람의 발목을 잡고 몸 밑에 가둬버렸다.“내 발을 놔! 변태야?”아람은 발은 움츠렸다. 치마가 하마터면 벗겨져 너무 부끄러웠다. 다행히 아람은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경주 앞에서 체조로 밖에 여겨졌다.경주는 발목을 세게 잡았다. 차분하지만 흔들리는 눈빛은 아람의 붉어진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와 앵두빛 입술, 하얗고 긴 목, 그리고 차갑고 도발적인 쇄골로 조금씩 옮겨갔다.호흡이 점점 뜨거워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갑자기 신경주의 머리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왔다. 눈을 감고 손으로 관자놀이를 세게 누르며 통증을 억누르고 싶었다.“경주야. 아파, 너무 아파. 경주야.”“괜찮아, 천천히 아프지 않을 거야.”“부드럽게 할게. 약속해.”머리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이 갑자기 조금씩 떠올랐다. 붉은 귀에서 헐떡이는 소리도 들렸다. 마치 바로 이 방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그럴 수가, 한 번도 다른 여자를 만진 적이 없는데.’경주가 잠시 정신이 팔린 것을 본 아람은 스트레스 반응처럼 경주의 배를 찼다.“꺼져!”사실, 아람은 힘을 주지 않았다. 1미터 90 CM의 키와 넓은 몸을 가진 경주가 완전히 견딜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경주는 두 걸음 뒤로 비틀거렸다. 제때 벽을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아람은 깜짝 놀랐다. 경주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것
“신 회장님께서 이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그룹에서 너의 입지도 높아질 거야.”“내가 이걸 신경 쓸 것 같아?”경주는 화가 나서 폐가 터질 것만 같았다.“네가 신경 쓰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내 일에 참견하지 마. 나도 네 일을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갈게.”아람은 진주를 찾으러 온 것이다. 경주와 엮이기 싫어 빨리 이 방을 떠나고 싶었다. 이 방에서 경주와 있으면 숨이 막혔다. 아람은 예민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 쉽게 공감하고 감동을 주는 여성이다. 경주와의 3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면 불쾌한 기억뿐이었다. 게다가 이 방에서 아람은 순결을 영원히 잃었다. 그러나 경주는 오늘까지도 그들이 하룻밤 부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됐어, 잊어버리는 게 더 좋아.’어떤 것들은 떠올리면 고통스러울 뿐이다. 아람은 벌떡 일어나 경주를 공기처럼 대하며 한눈팔지 않고 지나갔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경주의 얼굴은 서리처럼 싸늘했다. 아람의 팔을 덥석 잡더니 가녀린 어깨를 잡으며 사납게 벽에 붙잡았다.“아!”아람의 시야가 심하게 흔들리며 척추가 아팠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경주의 붉은 눈은 예쁘고 숨이 막혔다.“신경주! 미쳤...”“우리 잤었어? 예전에?”경주는 쉰 목소리는 아람의 귀를 빨갛게 달아오르게 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깜짝 놀랐다.“신경주, 뭐라고 했어?”“아니야.”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힘차게 고개를 흔들었다.‘미쳤어, 정말 미쳤어.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하지만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떠올랐다.‘왜 그래? 서른이 되어서 이성에 눈을 뜬 거야?’“신경주, 그만 귀찮게 해.”아람의 심장이 세게 뛰었지만 여전히 독하게 경주의 가슴을 미치며 얼굴을 붉혔다.“내 목숨을 구해줬으니 널 미워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계속 집착하면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구아람, 내가 그렇게 싫어? 내 말을 그렇게 못 믿어?”경주는 그가 원한을 품은 여인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