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강시원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전율이 척추를 타고 휘감겨 올라와 몸 깊숙한 곳까지 부드럽게 녹이며 파고들었다.“기훈 씨, 술 너무 드셨어요...”강시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기훈은 눈을 반쯤 감은 채 붉게 물든 작은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싼 탄탄한 팔은 근육이 팽팽해지며 핏줄까지 도드라졌다. 이 한 가지 동작에서도 긴장감과 강한 소유욕이 뿜어져 나왔다.“이거 놔요... 배기훈 씨!”얼굴부터 목까지 붉게 물든 강시원은 급한 나머지 배기훈의 이름을 불렀다. 귀는 저릿하면서도 간지러워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결혼 생활을 해봤어도 연애는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자극적이면서도 과감한, 그 속에 애틋함까지 담겨 있는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억울한 기분이 들면서도 마치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눈가에 물기가 살짝 어린 강시원은 눈썹이 투명하게 빛나며 코끝까지 붉게 물들었다.‘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돼!’강시원이 문손잡이를 더듬어 잡은 뒤 아래로 내리며 문을 열려는 순간, 남자가 큰 손으로 강시원의 턱을 움켜잡아 홱 들어 올리더니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웁...”고개를 젖힌 강시원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가는 목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이 순간 온몸의 힘이 쭉 빠진 강시원은 벽에 기댔지만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배기훈... 한 번 더 불러봐...”배기훈은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강시원 입술에 닿은 채 낮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내 이름을 한 번만 더 불러줘.”“술 취했어요, 이러지 마요. 이거 놔요...”손으로 문손잡이를 꽉 쥔 강시원은 당황해 몸을 비틀었다.술을 많이 마신 배기훈은 취한 상태였지만 정신은 아주 또렷했다.정신이 든 채로 이 여자에게 빠져들면 더욱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았다.더 이상 머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알았어, 안 불러도 돼...”배기훈의 복숭아꽃 같은 눈이
‘설마 스승님께서 말하신 그 아끼는 제자가 바로 기훈 씨일까?’...신우민과 황근우는 힘을 합쳐 축 늘어진 배기훈을 차에 태웠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진 남자는 영혼마저 부서질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배기훈이 사는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 황근우가 운전을 하고 신우민은 뒷좌석에 앉아 만취해 정신을 잃은 배기훈을 돌보았다.“신 선생님, 배 대표님과 오랜 시간 절친으로 지내셨으면서 배 대표님과 강시원 씨 사이 일을 정말 전혀 몰랐습니까?”황근우는 백미러를 통해 고민에 잠긴 신우민을 흘끗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이 녀석이 속으로 삼키고 몰래 짝사랑하는 건데 내가 이 자식 머릿속에 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고개를 숙여 깊고 선명한 이목구비를 가진 배기훈의 얼굴을 바라보던 신우민은 쓸쓸히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네요.”“뭔데요?”신우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배기훈의 머리를 툭 한 대 쳤다.“이 녀석, 진짜 일편단심형이네요. 큰일이네요! 내 말 맞죠? 기혼에 아이까지 있는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잖아요.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에 변함없이!”‘배기훈. 도대체 강시원 씨를 얼마나 좋아했기에 오늘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지는 거야. 너라는 사람에게 이처럼 나약해지는 모습도 있구나.’배기훈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 신우민은 혹시라도 아이가 자는 걸 방해할까 봐 먼저 자리를 떴다.배기훈을 부축하고 집 안에 들어서려던 황근우는 계단에서 내려오는 강시원과 마주쳤다.“시원 씨?”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강시원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서둘러 달려와 함께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황 비서님, 기훈 씨 어떻게 된 거예요?”황근우의 귓가에 배기훈이 취중에 털어놓은 진심 어린 고백이 맴돌았다. 살짝 긴장한 듯 침을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배 대표님께서...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지 혼자 술을 너무 많이 드셨습니다.”“무슨 큰일이라
강시원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배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배다울이 울면서 그녀 품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작은 몸으로 덜덜 떨며 통곡했다.“아빠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됐거나, 무슨 일이 있어 전화 못 받았을 거야. 다울아, 겁내지 마, 오늘 밤 이모가 곁에 있어 줄게.”강시원은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슴 한쪽이 왠지 시리고 뭉클해져 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사실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강시원인지라 행복한 세 식구가 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늘 동경해 왔다.자신의 아들에게서 얻지 못했던 소박한 행복을 배다울을 통해 조금씩 되찾으며 텅 빈 마음의 빈 구멍을 메워가고 있었다.배다울은 강시원에게 의지하듯 작은 얼굴을 그녀 허리에 깊이 파묻었다.“시원 이모... 계속 곁에 있어 주면 안 돼요? 엄마처럼...”쓴웃음을 지은 강시원은 허리를 숙여 울어 퉁퉁 부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녀석의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파 이마에 입을 맞췄다.“이모가 네 엄마는 아니지만 네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가장 빨리 네 곁으로 올게.”‘마치 네 아버지가 나에게 그래 줬던 것처럼.’집 안으로 들어간 후, 배다울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고집부리며 배기훈 방에서 자고 싶어 했다. 아빠의 냄새가 나는 침대에서 자야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다.강시원은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데리고 배기훈 침실로 왔다.엄마 노릇을 해본 강시원인지라 아이 재우는 건 능숙했기에 녀석도 이내 편안하게 잠들었다.강시원은 배다울의 이불을 잘 여며준 뒤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왔다.이때 소파에 남자가 정리하지 못한 옷가지가 어질러져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책상에 산처럼 쌓인 서류도 보였다.‘집에 가정부가 있을 텐데, 왜 이리 어질러져 있을까?’한참을 바라보던 강시원은 결국 참다못해 자연스럽게 방 정리를 시작했다.옷을 개어 옷장에 넣으려고 문을 연 순간 시선이 갑자기 굳어버렸다.이 남자와 처음 만났을 때 배기훈이 입고 있었던, 서도훈에
‘어머! 진짜 미치겠다!’매번 배기훈한테 끌려가 방패막이 역할만 하더니, 이런 결정적인 순간엔 몸이 먼저 반사적으로 대답해 버렸다.이러다 몇 년 뒤엔 정말 공식적인 자리에 파트너로 참석해야 할지도 모를 판이었다.이마에 손을 짚은 신우민은 잔뜩 취한 배기훈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시비 걸려던 남자는 신우민이 나서자 더 이상 손을 대려 들지 않고 그저 얕보듯 흘겨보았다.“쯧쯧, 근육 하나 없고 엉덩이도 평평하네? 같고 얼굴은 기생오라비처럼 하얗고 수염도 없어 정말 못생긴 게이가 따로 없군. 취향 정말 별로다.”말을 마친 남자는 서운한 듯 돌아가 버렸다.신우민은 홀로 남아 이를 악물며 격분했다.“제길! 너야말로 못생긴 게이야! 너 두고 봐!”“신 선생님!”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온 황근우는 만취해 정신을 잃다시피 한 배기훈을 보자 처음 본 이 모습에 당황했다.“대표님... 어쩌다 이렇게 취하신 겁니까? 평소에 밖에서 이렇게 술을 많이 드시는 일도 없고 이렇게 만취할 일도 없는데!”“누가 알겠어요. 연애하다 차여서 상처받았거나, 그냥 몸 상태가 안 좋은 거겠죠.”신우민은 연이어 고개를 저으며 배기훈의 맥을 짚어보았다. 맥박은 다소 빨리 뛰는 듯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그냥 술에 취해 멍해진 거예요. 빨리 룸 잡아서 술 깰 때까지 자게 해요.”얼마 지지 않아 황근우와 신우민은 만취한 배기훈을 부축해 룸으로 데려갔다. 꿀물을 타 먹인 뒤 술 깨는 약을 먹은 뒤 두 차례 토하고 나서야 하얗게 질렸던 남자의 얼굴이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왔다.“제길... 어쩌다 이 꼴이 된 거야, 너 정말 내가 아는 배기훈 맞아? 내가 아는 그 배 대표 맞냐고? 대답해 봐!”신우민은 두 손으로 배기훈의 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깨우고 싶었지만 토할까 봐 함부로 흔들지도 못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우민아... 아파.”배기훈이 축축한 속눈썹을 가늘게 떨었다. 눈부신 검은 눈동자는 깊은 계곡에 떨어진 얼음처럼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산산조각이 난 듯
한밤중, 강시원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고개를 든 순간 소파 팔걸이에 걸린 서정혁의 정장이 무심코 시선에 들어왔다. 오늘 억지로 그녀 어깨에 걸쳐주었던 그 옷이었다.눈빛이 정장에 멈춘 순간 수많은 추억이 머릿속에 밀려 들어왔다.돌이켜보니 정말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괴로울 필요가 없는 억지로 고통받은 굴욕적인 시간들이었다.강시원의 어머니는 평생 집안일 한 번 하지 않고 빨래도 요리도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두 손에는 가는 굳은살이 배어 있었고 한 번밖에 없는 짧은 청춘을 연구와 사업에 바쳤다.반면 강시원 본인은 아이 방과 부엌 사이에서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가늘고 하얗던 손도 지금은 세월의 풍파를 겪은 듯 거칠어져 있었다.학업도, 전문 기술도, 원래 자신이 손에 꼭 쥐고 자랑스러워했던 별처럼 빛나던 재능들을 모두 스스로 버렸다.서정혁이 아무것도 없는 자신을 이토록 혐오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문득 한 구절의 말이 떠올랐다.인생이란 먼저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며 그러면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부족한 사랑을 메우기 위해 사랑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참으로 마음에 새길 인생 명언으로, 죽은 뒤 비석에 새겨도 좋을 말이었다.남자의 정장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 강시원은 현관으로 가 쓰레기통 뚜껑을 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그 안에 던져 넣었다.오늘 서정혁이 유독 자신에게 잘해주었다. 그녀가 서정혁을 사랑할 때는 갖지 못했던 친밀한 행동들이, 마음이 식어버린 지금 하나둘 이루어지고 있었다.강시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왜냐면 그건 단지 할머니 앞에서의 연극일 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예전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렸겠지만 지금은 그저 몹시 위선적으로 느껴지며 심지어 역겨울 따름이었다.이때 탁자 위 휴대폰이 울렸다.서둘러 다가가 보니, 다름 아닌 배다울의 전화였다.이렇게 늦은 시간인 데다 배다울이 절대 보채는 성격이 아니기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기훈아, 듣고 있니?”배기훈이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그러면 엄마가 네 아빠한테 부탁해서 선 자리 좀 알아봐달라고 할게. 아빠가 알아보면 그래도 아가씨들이 하나같이 용모도 빼어나고 집안도 훌륭해서 김설연 며느리랑은 비교도 안 될 거야. 그 사람들과 인연 맺으면 네 앞날에 큰 도움이 될 거다.”배기훈이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필요 없습니다.”잠시 침묵하던 한효선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기훈아, 너 정말 서정혁 와이프하고 알고 지내는 사이 맞니?”“안면은 있습니다.”“설마 김설연이 말한 것처럼 너희 둘이...”배기훈이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런 사이 아닙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 여자는 유부녀에 아이까지 있는데 왜 남편 잘 모시고 아이 잘 키울 생각은 안 하고 너와 몰래 가깝게 지내려 들어? 보아하니 속셈이 이만저만이 아닌 사람 같구나. 최대한 거리 두고 지내.”한효선은 안도하며 온기가 없는 배기훈의 손을 꽉 잡았다.“기훈아, 네 아빠가 간신히 마음을 열어 너를 배강 그룹으로 불러들인 거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 모자가 제일 잘 알잖아. 엄마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너를 위한 거야. 그러니 이번 기회는 꼭 잘 잡아야 해, 다시 제멋대로 굴면 안 돼.”배기훈은 희미한 미소를 지을 듯했지만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정말... 저를 위한 건가요?”한효선은 어깨를 살짝 떨더니 입술이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다.“엄마가 저를 위한 거라고 믿을게요.”배기훈은 두 손으로 한효선의 어깨를 천천히 살짝 아래로 눌렀다.“세상의 엄마들 중에 자기 친아들 생각 안 하는 엄마가 어디 있겠어요. 귀국하기 전까지는 엄마가 단 한 번도 제 입장을 생각해준 적 없었지만 말이에요. 엄마는 내 엄마이긴 하지만 그 전에 배강수 와이프고 배명욱과 배율희의 계모이기도 하죠.”한효선이 쓴웃음을 지었다.“기훈아...”“제가 서씨 가문 와이프와의 관계에 대해선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배기훈은 입꼬리를
연안 빌리지로 돌아가는 길, 서정혁은 내내 먹구름을 이고 있었다. 호화로운 차 안은 얼음 창고처럼 싸늘했다.서도훈은 좌석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숨소리조차 죽였다.“정혁 오빠... 아직 언니한테 화났어?”임지민이 살살 떠보았다.“그런데 정말 뜻밖이네. 언니가 유재윤 변호사를 알 줄이야. 언니의 인맥은 오빠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것 같아.”“서도훈.”서정혁은 아들의 하얀 얼굴을 똑바로 겨누었다. 목소리는 매섭고도 압박감이 들이쳤다.“바람났다는 그 막말, 누가 가르쳤어?”아버지의 새까맣게 굳은 낯빛에 질려 서도훈은 덜덜
“서도훈, 너는 아빠랑 잘 먹어. 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그러나 두 걸음 떼자마자, 서정혁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힘은 섬뜩할 만큼 세찼다.“강시원, 너 지금 나한테 삐진 거야?”강시원은 아파 어깨를 떨고 손을 뿌리치려 하며 낮게 깔린 목소리에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아이 앞이야. 서 대표, 자중해.”‘자중이라니?’서정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애매하게 얽혀 같은 식탁을 마주하고도, 감히 그에게 자중하라 했다.‘그 입으로 그 말을 어떻게 내뱉지?’“저 남자,
그 종이는 가볍게 허공을 돌아 남자의 번들거리는 구두 앞에 내려앉았다.거기에는 단단한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사직서]‘강시원!’사람들 사이로 냉기가 한 번에 빨려 들어갔다.‘공개석상에서 염라대왕과 맞짱을 뜬다고? 이 아가씨, 엄청 대담하네!’서정혁의 관자놀이가 불끈거렸다.“임지민 덕 좀 봤네. 나 같은 말단이 그룹의 큰어른들을 이렇게나 한꺼번에 뵐 줄이야. 서정에서 일한 게 아주 헛수고는 아니었어.”강시원의 눈매는 붉고도 차가워 눈부시게 빛났다. 남자의 드러난 놀람을 똑바로 보며 고운 미소를 그렸다.“그럼, 여기서
강시원의 입은 헝겊으로 막혀 있었고 목구멍에서는 울먹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속눈썹에는 아직도 굳은 핏덩이가 매달려 있었고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으며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하지만 절망적이고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의지를 내보였다.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몸부림치면서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살폈다.비록 불빛이 어두웠지만 희미하게나마 여기의 구조가 폐공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아챘다.게다가 구석에 흩어진 부품들도 몇 개 보였다.강시원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천천히 그 부품들 옆으로 기어갔다.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