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 체육학과 복학생 해이는 늦은 밤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옆집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보기만 해도 더운 긴팔옷에 검은 모자를 푹 뒤집어쓴 수상한 옆집 남자에게선 어쩐지 아기 우유 냄새가 났다. 새벽녘에만 간신히 마주치는 이웃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해이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베일에 감춰져 있던 302호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버렸다. “우리 서로 비밀 하나씩 공유할까요?” “...좋아요.”
View More못 본 새 많이 자란 재영을 보며 그가 아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나름 애정 표현이었지만, 아이는 한껏 짜증을 부렸다.“하지 마!”“키가 많이 컸네?”그는 아이의 신경질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사람은 식탁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식사를 이어갔다. 정희는 행복해 보이는 부부를 다정하게 응시하며 입을 뗐다.“너무 축하해요. 결혼식에도 가고 싶었는데.”그들이 먼 지방으로 오게 되면서 재영과는 전처럼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 결혼식을 동네 마을회관에서 조촐하게 했기 때문에 재영의 가족이 오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재이는 고개를 저으며 되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저희가 더 죄송했어요. 오늘 이렇게 먼 길 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저희가 감사드리죠. 재영이가 빨리 가고 싶다고 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요.”“나도 재영이 너무 보고 싶었어.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재이의 상냥한 목소리에 재영은 얼굴을 붉혔다. 기차 타고, 배 타고 버스 타고 도착한 동네는 바다도 있고 공기도 맑은 아주 좋은 곳이었다. 그런 데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재이가 살고 있기도 했다.“누나는 이제 서울에 안 와?”하지만 그렇긴 해도 한 번 오갈 때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재영은 제 맞은
쿵, 쿵, 쿵그녀에겐 익숙한 소리였다. 점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나워지자, 재이는 깊어지는 한숨을 속으로 삼켜내며 입을 삐죽였다.아마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뭐 하는 거예요?”“......”“재이, 뭐 하는 거냐고 묻고 있잖아요. 빨리 문 열어요. 나 정말 화나려고 해.”“오늘은 날 가만히 놔둔다고 약속했잖아요.”굳게 잠긴 방문 앞에 서서 달래듯 속삭이니 남자의 짜증을 억누르는 소리가 들렸다.“하, 그래서 알겠다고 했잖아. 손이 멋대로 움직이는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던 남자가 별안간 조용해졌다. 여잔 문에 바짝 귀를 갖다 붙였다. 포기하고 자리를 옮기는 모양인지 인기척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그것에 안도해, 손가락 하나 정도 빠져나갈 만한 틈을 두고 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했다.그때, 익숙한 모양새로 문이 벌컥 열어젖혀졌다.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던 재이의 몸도 힘없이 딸려 나왔다. 이것 역시 익숙한 모양새였다.“잡았다!”남자의 얕은수에 보기 좋게 당한 재이는 그에게 허리를 붙들린 채 보기 드물게 인상을 찌푸렸다.“그러게, 누가 문을 잠그랬나.”그
*이번 회차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 시 유의 바랍니다.남자는 보육원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여긴 고민 있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담 신청을 하고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공간이에요.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후련해진다며 자주들 찾아요.”지나치는 교실마다 족족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덧붙이는 원장의 말을 무시하고 상담실 창 너머로 보이는 한 여자를 바라봤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는 책상 위에 있는 화분을 허리 굽혀 응시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무엇을 보고 저리 작게 미소 지을까.남자의 시선이 상담실 어딘가를 오래도록 응시하자, 원장도 그 눈길을 따라갔다.‘저 앤 왜, 하지 말라는 짓을 저리 성실히 하고 난리래?’곧 상대를 알아본 원장은, 난을 돌보는 소녀의 모습에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돌도 안 돼서 들어 온 친구인데, 얌전하고 착해요. 이번 신약 실험 조에 넣으려고요.”원장의 말에 순간 남자의 미간이 좁아졌다.돌연 자신도 알 수 없는 묘한 조급증이 밀려들었다.“아뇨. 저 친구는 빼세요.”“네? 왜….”실험 조의 아이들을 그가 관리하는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순간, 원장의 얼굴에
“...책임질게요.”“정말?”은밀하게 속삭이는 말에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 후회하지 말아요.”후회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쫓기는 사람처럼 조급하게 구는, 불안한 청년을 다소 안타깝게 응시했다. 그의 불안은 자신에게 기인한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었다.여잔 먼저 용기 내어 남자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붙였다. 그 얄팍한 애정에도 버겁도록 행복해하는 사내의 반응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사랑해요. 내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서로의 입술이 닿았던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여자의 숨과 뒤섞인 말들이 사내의 입술을 간지럽혔다. 그 애간장을 녹이는 언행에 그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재이,”바로 곁에 있는데도 제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행동에 여잔 그저 눈을 맞추고 웃어주었다. 그러자 남자의 눈빛이 한층 어두워지고 깊어졌다. 어느새 남자에게 몸이 들려 붕 떠 있는 걸 자각한 재이가 서둘러 사내의 목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뭘 하려고요?”“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할 것 같아요?”뻔한 답 앞에서 괜한 씨름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는 곧장 침실로 이동해 여자의 몸을 조심히 내려놨다. 침대 위에 눕혀져 남자가 하는 양을 지켜보니, 그가 조급함이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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