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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Author: 디어파이어
임금영은 눈을 부릅뜨고 고수영을 믿기 힘들다는 듯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본인도 모르게 높아졌고 그 안에는 억누르기 어려운 분노가 섞여 있었다.

“수영아, 너 지금 제정신이니?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아무리 연우가 마음에 안 들어도 겨우 이혼시키는 선에서 끝내려 했지. 그 아이 목숨까지 위협할 생각은 없었는데... 수영이 저 계집애는 사람을 시켜 연우를 납치해? 이건 명백한 중범죄야!’

고수영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비틀거리더니 곧장 임금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울음을 삼키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모... 저 진짜... 아이만은 지키고 싶었어요. 뱃속에 있는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생아 소리 듣게 되는 건, 그건 정말 못 보겠어요. 제가 욕을 먹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제 아이가 손가락질당하는 건... 그건 안 돼요...”

말을 이어가다가 눈물이 터져 나왔고 이내 그녀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애처로운 모습에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저려올 정도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임금영도 잠시 마음이 약해졌던지, 급히 다가가 고수영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얼른 일어나! 수영아, 너 지금 아이 가진 몸이잖니. 무리하면 안 돼.”

그녀는 조심스레 수건을 꺼내 고수영의 얼굴을 닦아주며 천천히 시선을 심형빈 쪽으로 옮겼다.

“형빈아, 수영이도... 사정이 있었던 거야. 너무 몰아붙이지 마. 지금은 뱃속에 있는 애부터 생각해야 해. 연우랑은 그냥 여기서 끝내자. 이 일은 그렇게 마무리하자.”

며칠 전 이연우를 마주쳤을 때, 임금영은 그녀의 눈빛 속에서 더는 미련도 애정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느꼈었다.

‘이혼 문제만 잘 정리되면 연우한텐 위자료든 뭐든 충분히 보상해 줄 생각도 있었어. 그렇게 하면 체면도 지킬 수 있고...’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심형빈의 눈빛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마치 폭풍이 일기 전의 고요한 먹구름이 드리운 것 같았다.

“엄마, 제발... 이혼 얘긴 그만하세요. 이번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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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의 꽃길   제296화

    “연우야, 네 전남편이 벌써 재혼했다더라.”나정윤이 입을 살짝 내밀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엔 장난기와 기대가 스며 있었다.“너랑 준이도 이제 슬슬 결혼 준비하는 게 어때?”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연우를 바라봤다.‘이런 행복한 일은 방씨 가문에서 먼저 맞이해야지. 어떻게 심형빈이 먼저 결혼하게 둘 수 있겠어.’“어머님, 그 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방현준이 이연우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다.그의 눈빛엔 다정함과 이해심이 가득했다.“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그는 이연우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상처처럼 남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전의 실패한 결혼이 깊은 흉터처럼 이연우의 마음속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불안과 두려움을 남겼다.그래서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이연우를 선택한 순간부터 평생 변치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방현준은 시간과 진심으로 그녀의 상처를 천천히 어루만질 생각이었다.“그래도 너희가 자꾸 결혼을 미루면 나는 언제 손주를 안아보니?”나정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그럼 일단 아이라도 하나 낳아주면 안 되겠니? 아니, 키워주면 안 되겠니?”자신이 말실수한 걸 깨달은 나정윤은 황급히 말을 고쳤다.이연우는 그런 나정윤의 기대 어린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차마 그 따뜻한 마음을 뿌리칠 수 없었던 이연우는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저희한테 마음 써주신다는 거 잘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천히 임신 준비도 하려고요.”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불안이 스며들었다.심형빈과 함께 살던 시절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이연우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피임약을 복용했다.그 약들이 몸에 어떤 부작용을 남겼는지 누구보다 이연우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혹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면 그건 방현준에게 짐이 될지도 몰랐다.그 생각에 이연우의 가슴이 서늘하게 저렸다.“엄마, 저 먼저...”방현준이 무언가 말하려던

  • 이혼 후의 꽃길   제295화

    심형빈은 분노와 짜증이 뒤섞인 얼굴로 차 문을 거칠게 열었다.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수영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힘껏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아!”고수영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좌석 위로 세게 내던져졌다.몸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며 절규했다.“심형빈! 너 진짜 남자 맞아? 내 배 속에 네 아이가 있다고! 그런데도 나한테 이러는 거야? 미쳤어?”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 외침은 좁은 공간 속에서 더욱 거칠고 날카롭게 메아리쳤다.분노와 절망이 섞인 그 소리는 심형빈의 인내심을 짓눌러버렸다.“팍!”이윽고 공기를 가르는 따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짧았지만 묵직하게 울렸고 이내 고수영의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또렷이 남았다.고수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심형빈을 바라봤다.“심형빈, 지금 나를 때렸어?”그녀의 목소리는 울음 섞인 절규로 바뀌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고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표정은 금세 일그러졌다.심형빈은 이를 악문 얼굴로 낮게 내뱉었다.“고수영, 너랑 결혼할게. 그리고 아이도 낳아. 하지만 그게 전부야.”그의 목소리는 냉담하고 건조했다. 단 한 치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마음속은 깊은 무력감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고수영에게 줄 수는 있었다. 단지 이 여자가 다시는 이연우의 인생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었다.이미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이상, 그에게 아내가 누가 되든 더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그의 마음은 이연우를 잃은 그 날 이미 죽어버렸다.고수영은 조금 전의 분노와 억울함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으나 심형빈이 결혼하겠다는 말을 꺼내자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잠시 후, 그 굳은 표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이내 그 놀라움은 황홀함으로 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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