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빈 씨, 빨...빨리 해줘...”“형빈 씨, 이렇게 와이프 몰래 오면 그녀가 엄청 속상해할 텐데... 아...”“나랑 있는데 다른 사람을 생각하다니? 내가 만족스럽게 못해줬나 보네!”“형빈 씨... 사랑해...”휴대폰 화면은 순식간에 꺼졌지만 듣기 민망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는 마치 끔찍한 저주처럼 이연우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하나하나의 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녀의 뇌를 꿰뚫는 듯했다.그녀의 휴대폰에는 이렇게 듣기 역겨운 소리가 담긴 메시지가 수도 없이 도착했다.그럴 때마다 그녀는 심형빈을 필사적으로 변호하며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하지만 이번 영상 속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난 그의 모습은 거대한 망치처럼 그녀의 자기 합리화를 철저하게 부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이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성스럽게 장식된 케이크를 바라봤다.초콜릿으로 쓰인 '결혼 5주년'이라는 글자는 마치 흉측한 괴물처럼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벽시계가 자정을 알리자 식탁 위에 놓여있던 케이크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심형빈, 이제 당신은 필요 없어!’...심성 그룹 고층 사무실 구역, 이연우는 세련된 직업용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뒤로 넘긴 채, 손에 두꺼운 파일 뭉치를 안고 사장실을 향해 걸어갔다.묵직한 문을 열자 사장실 특유의 무거운 공기가 그녀를 감쌌다.심형빈은 넓은 책상 뒤에 앉아 몸 전체가 가죽 의자에 파묻혀 있었다.그는 아직 어제 외출할 때 입었던 양복을 입고 있었다.원래 빳빳했던 천은 지금 주름투성이였고 넥타이는 헐렁하게 목에 걸려 있었으며 셔츠 깃은 풀어헤쳐 진 채 쇄골을 드러내고 있었다.머리카락 또한 약간 헝클어져,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이마에 늘어져 있었다.아마도 밤새도록 첫사랑과 정열적인 시간을 보내느라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었던 모양이었다.이연우는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얼굴에 익숙한 미소를 지은 채 책상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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