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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1 - Chapter 10

100 Chapters

제1화

“형빈 씨, 빨...빨리 해줘...”“형빈 씨, 이렇게 와이프 몰래 오면 그녀가 엄청 속상해할 텐데... 아...”“나랑 있는데 다른 사람을 생각하다니? 내가 만족스럽게 못해줬나 보네!”“형빈 씨... 사랑해...”휴대폰 화면은 순식간에 꺼졌지만 듣기 민망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는 마치 끔찍한 저주처럼 이연우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하나하나의 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녀의 뇌를 꿰뚫는 듯했다.그녀의 휴대폰에는 이렇게 듣기 역겨운 소리가 담긴 메시지가 수도 없이 도착했다.그럴 때마다 그녀는 심형빈을 필사적으로 변호하며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하지만 이번 영상 속에서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난 그의 모습은 거대한 망치처럼 그녀의 자기 합리화를 철저하게 부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변명할 여지조차 없었다.이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성스럽게 장식된 케이크를 바라봤다.초콜릿으로 쓰인 '결혼 5주년'이라는 글자는 마치 흉측한 괴물처럼 그녀를 조롱하는 듯했다.벽시계가 자정을 알리자 식탁 위에 놓여있던 케이크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심형빈, 이제 당신은 필요 없어!’...심성 그룹 고층 사무실 구역, 이연우는 세련된 직업용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어 뒤로 넘긴 채, 손에 두꺼운 파일 뭉치를 안고 사장실을 향해 걸어갔다.묵직한 문을 열자 사장실 특유의 무거운 공기가 그녀를 감쌌다.심형빈은 넓은 책상 뒤에 앉아 몸 전체가 가죽 의자에 파묻혀 있었다.그는 아직 어제 외출할 때 입었던 양복을 입고 있었다.원래 빳빳했던 천은 지금 주름투성이였고 넥타이는 헐렁하게 목에 걸려 있었으며 셔츠 깃은 풀어헤쳐 진 채 쇄골을 드러내고 있었다.머리카락 또한 약간 헝클어져,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이마에 늘어져 있었다.아마도 밤새도록 첫사랑과 정열적인 시간을 보내느라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었던 모양이었다.이연우는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얼굴에 익숙한 미소를 지은 채 책상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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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칠흑 같은 어둠이 도시를 감쌌고 현란한 네온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았다.이연우는 말없이 심형빈의 뒤를 따라 유명한 일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심형빈이 문을 열자 은은한 차 향기와 맛있는 음식 냄새와 함께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약 없이는 식사하기 어려운 곳이었다.심형빈이 쉽게 예약할 수 있었던 건 이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블랙카드 덕분이었다.“심 대표님, 오셨습니까? 전에 예약하신 북극 랍스터와 캐비아가 준비되었습니다. 오늘 바로 내어드릴까요?”레스토랑 매니저는 깍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심형빈을 맞이했다.그는 반듯한 검은색 양복을 입고 머리는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겼으며 구두는 윤이 반짝거렸다. 그의 모든 몸짓에서 능숙함과 정중함이 느껴졌다.그의 시선이 이연우에게 향하자 부드럽던 미소는 찰나의 순간 굳어졌고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는 반응이 매우 빨라 거의 순간적으로 표정을 가다듬고 숙련된 미소를 지으며 이연우를 바라봤다.이연우는 매니저의 이러한 미묘한 반응을 모두 눈에 담았다. 마음속에 씁쓸함이 일었다.그의 반응을 보니 지난번에 심형빈과 함께 온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했다.심형빈과 그 여자가 여기서 서로 속삭이며 음식을 나눠 먹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녀의 위는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마구 휘젓는 것처럼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이 밀려왔다.“웩...”이연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그녀는 재빨리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갑작스런 소리에 매니저는 깜짝 놀라며 똑바로 서 있던 몸을 움찔하더니 반사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는 먼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입을 막고 팔을 들어 올려 겨드랑이에 가까이 대고 힘껏 냄새를 맡았으며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그는 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에게 되물었다.‘오늘 아침 외출하기 전에 일부러 샤워를 하고 평소에 아껴 쓰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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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집에 돌아온 이연우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를 덮쳤다.거실에는 한 줄기 빛도 없었고 가구들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침묵하는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역시, 심형빈은 또 고수영에게 붙잡혀 있었다.이연우의 입가에 희미한 자조가 스쳤다.‘매일 같이 엉겨 붙어 있으니 몸이 남아나려나.'이혼을 결심한 후로 그런 일들은 무덤덤해졌다. 이제 그녀의 마음은 심형빈에게 이별을 고할 방법을 찾는 데 온통 쏠려 있었다.샤워를 한 김이 자욱한 욕실은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공간이었다.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오자 휴대폰에 여러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잠금 화면을 풀자 고수영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이연우, 네가 형빈이랑 결혼하면 뭐해? 내 전화 한 통에 널 버리고 나를 찾아왔잖아!]문자 뒤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요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바람을 쐬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속 심형빈의 눈빛은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는 이연우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모습이었다.[우린 지금 요트에서 촛불 켜놓고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어. 넌 평생 형빈의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거야!]고수영의 말은 거만하고 득의양양했다.이연우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조용히 심호흡을 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빠르게 두드렸다.[그래, 너희 정말 대단하다. 끼리끼리 잘 만났어. 평생 딱 붙어살아!]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녀는 휴대폰을 옆에 있는 소파에 던졌다.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다음 순간,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이연우가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움켜쥐자 화면에는 고수영이 보내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대부분은 그녀와 심형빈의 다정한 사진이었고 심지어 몇 장은 고수영이 반라 상태로 일부러 유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이연우는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다. 비록 이혼을 결심했지만 심형빈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역겨운 사진들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던 것이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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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강문수는 그 말을 듣자 앞으로 내딛던 발을 멈추더니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무심결에 이연우를 올려다본 그는 입꼬리를 살짝 씰룩이며 약간 난처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그렇게까지 흥분해서 말씀하실 필요는 없어요.”두 사람은 고층으로 향했다.강문수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문이 서서히 열리자 이연우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망진창인 광경을 기대하며 긴장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사무실 전체가 유리창처럼 깨끗했고 책상과 의자는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서류는 흐트러짐 없이 책상 위에 쌓여 있었고 바닥에는 먼지 한 점 없었다.“강 비서님, 대표님이 화내셨다고 하지 않았어요?”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강문수에게 바싹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네, 엄청 화내셨어요!”강문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잔뜩 잡힌 주름이 그의 심란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그런데 왜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하진 않으셨대요?”이연우는 의아한 듯 눈을 굴리며 작게 속삭였다.심형빈이 분노할 때마다 사무실이 아수라장이 되던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찢긴 서류들이 눈발처럼 휘날리고 책상 위의 책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그녀는 속으로 묵묵히 감탄했다.‘비교하니까 괜히 더 상처받잖아! 방 대표님 좀 봐, 감정 컨트롤 얼마나 잘하시는지!’“화가 나면 물건을 던져야 하나요?”바로 그 순간, 묵직하고 매력적인 저음이 두 사람의 귓가를 강타했다.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강문수와 이연우는 주문에 걸린 것처럼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강문수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연우는 더욱 놀라 숨을 들이켰고 심장이 귓가에 닿을 듯 맹렬하게 고동쳤다.“방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심성 그룹의 대표 비서 이연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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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새벽 3시, 고요한 방 안에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갑작스레 울려 퍼졌다. 깊은 잠에 빠져있던 이연우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그녀의 몸은 흠칫 떨렸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베개에 흩어져 마치 엉킨 실타래 같았다.두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피곤과 짜증이 뒤섞인 눈빛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를 건 놈을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분노로 이글거렸다.그녀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오늘 밤에만 도대체 몇 번째야? 작정하고 잠을 못 자게 하네!'“여보세요!”이연우는 휴대폰을 낚아채듯 잡아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는 거칠고 짜증으로 가득했으며 마치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듯 험악했다.“사모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막 요트에서 내린 진수혁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가 30통 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늦은 밤에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는 걸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대표님께 말씀드려요. 진양의 계약에 문제가 생겼고 지금 해명을 요구하고 난리가 났어요. 내가 간신히 하루 시간을 벌어놨으니 내일 심 대표님이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이번 계약은 완전히 날아갈 거예요!”이연우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올리며 온몸의 기력을 쥐어짜 내는 듯 힘겹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사모님. 즉시 대표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이연우는 더 상대하기 귀찮아서 아예 휴대폰을 꺼버린 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이연우는 여전히 커다란 다크서클을 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에 나갔다.그러나 아직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수혁이 서둘러 그녀의 길을 막았다.진수혁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눈빛에는 근심이 가득했다.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도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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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심형빈은 매섭게 이연우를 질책하는 한편 곁눈질로 고수영의 가늘게 떨리는 어깨와 그녀의 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을 보았다.그 순간, 그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쥐기라도 한 듯 숨이 턱 막혔다. 안쓰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는 고개를 돌려 이연우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한층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이번 일은 네 책임이야. 수영은 의지할 곳이 없으니 해고할 수 없어.”“그래서 나를 해고하겠다는 거예요? 그저 저 여자가 나보다 불쌍하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보니 부모 없는 사람은 무조건 감싸주고 보는 세상이네요. 그럼 세상 모든 거지들은 제멋대로 굴어도 다 이해받겠네요?”이연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 분노로 몸을 떨었다.가슴은 거칠게 요동쳤고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엔 이빨 사이로 짜내듯 끓어오르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심형빈이 단지 고수영이 불쌍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옳고 그름조차 따지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과거가 스치듯 떠오르자 이연우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땐 콩깍지가 씌어도 너무 심하게 씌웠었다. 심형빈의 단점조차도 장점으로 보였으니까.이연우의 말에 고수영은 낮게 흐느끼던 울음소리를 갑자기 터뜨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울음엔 감춰지지 않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녀는 상처와 억울함으로 가득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연우 씨, 내가 부모님을 잃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들먹이면서 내 상처를 이렇게 후벼 파는 건 너무하잖아요!”그렇게 말하며 고수영은 더욱 심하게 어깨를 떨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심지어 심형빈의 어깨에 기대려고 그쪽으로 넘어지는 척했다.이연우는 고수영의 가식적인 모습에 마음속 혐오감이 들불처럼 번져갔다.지금 그녀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심형빈에게 기대는 것을 보면 둘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할지 상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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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차 문을 열고 내리자마자 이연우의 시선은 바로 앞 붉은색 페라리에 꽂혔다.반짝이던 차체에 긁힌 자국은 선명했고 페인트가 벗겨져 어두운 금속 속살이 드러나 햇빛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정말 죄송해요. 수리비를 변상해 드릴게요!”“아유, 괜찮아요.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서환희는 손사래를 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쪽 오픈카의 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몸매가 끝내주는 미녀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킬힐을 신고 걸을 때마다 요염하게 몸을 흔들며 서환희에게 다가왔다. 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이연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적인 시선을 보냈다. 낡은 물건을 평가하듯 혐오감을 가득 담은 시선이었다.그녀는 턱을 꼿꼿이 쳐들고 콧방귀를 뀌며 비아냥거렸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뜨기 같으니. 이 차가 그쪽 목숨값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알고 하는 소리예요?”“죄송합니다. 방금 그쪽에서 추월하는 걸 제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혔어요. 하지만 이미 수리비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렸거든요...”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이연우는 마음속에 불쾌감이 솟아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설명했다.“수리? 수리하면 끝나는 줄 알아요? 이분은 서환희 씨예요. 서씨 가문이 두렵지도 않은가 보죠?”여자는 가슴에 팔짱을 꽉 끼고 서 있었고 그로 인해 풍만한 가슴이 한층 더 눈에 띄었다. 턱을 치켜들고 콧대 높게 세운 채, 콧구멍이 하늘로 향할 정도로 거드름을 부리는 모습은 마치 서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를 이미 꿰찬 사람 같았다.이연우는 코웃음을 치며 여자에게 사정없이 쏘아붙였다.“그래요? 그럼 그쪽은 서씨 가문과 무슨 관계죠? 서환희 씨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아첨을 하려면 시간을 가려야죠!”서환희는 서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막내아들이었고 가족 사업은 아버지와 형이 맡고 있어서 그의 인생은 자유롭고 구속받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서씨 가문에 발붙일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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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차가 서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서환희는 안전벨트를 풀고 능숙하게 차 문을 열었다. 그는 두 발이 땅에 닿자마자 장난기 넘치는 아이처럼 신이 나서 차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금세 운전석 유리창 앞으로 다가왔다. “환희 씨, 혹시 또 무슨 일 있으세요?”이연우는 서환희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며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나지막이 물었다.“누나, 저희 집에 잠깐 들렀다 가시는 건 어때요? 누나랑 저랑 같이 있는 거 보시면 아빠 엄마는 분명 엄청 기뻐하실 거예요!”서환희는 말하면서 신이 나서 손짓, 발짓을 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연우를 본 부모님의 놀라운 얼굴이 떠오르는 듯했다.“아니에요. 전 볼일이 있어서.”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거절하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누나, 저 좀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차 사고 났을 때 차에 부딪혀서 그런지 가슴이 좀 아픈 것 같아요.”서환희는 이연우가 거절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눈을 굴리며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배를 움켜잡고 찡그린 얼굴로 몸까지 떠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환자 코스프레였다.이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차 문을 열고 우아한 걸음으로 차에서 내려 서환희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서환희의 배를 톡톡 건드리며 농담하듯 말했다.“환희 씨의 가슴은 참 특이하네요. 어떻게 배에 달려있죠?”“그래요? 제가 잘못 알았네요.”서환희는 이연우에게 꾀병을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오히려 눈을 빛내며 당연하다는 듯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집에 도착했으니 나는 먼저 돌아갈게요. 그리고 서 대표님도 돈 벌기 쉽지 않으니 함부로 차를 남에게 주지 말아요.”이연우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서환희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그런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갑자기 두 사람의 뒤에서 들려왔다.“이연우 씨, 누가 차를 줬다는 거죠?”목소리에는 묘한 위압감이 감돌아 순식간에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를 깨뜨렸다.서환희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마치 한 줄기 바람에 흩날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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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어. 그의 첫사랑이 나에게 그들의 많은 침대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어. 나는 모두 저장해서 이혼 증거로 쓸 거야.”이연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휴대폰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도 이런 것들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그녀와 심형빈은 어쨌든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으니, 정말로 법정까지 가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모두 볼품없이 만들 테니까.“젠장, 개자식.”남지혜는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은 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당장 나한테 와. 그 자식이 이혼 안 해주면, 내가 심형빈이 어떤 놈인지 해성 전체에 까발려 놓을 테니까.”“어떻게든 좋게 설득해서 이혼 합의서에 도장 찍게 할 거야. 좋게좋게 끝내는 게 최고잖아.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전화를 끊은 후, 이연우는 신속하게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그녀는 포장해 둔 장신구와 가방들을 문 앞에 두고 택배를 불렀다.이 물건들을 처분하면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정리한 이연우는 미리 작성해 둔 이혼 합의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미련 없이 집을 나섰다....밤이 되자 심형빈은 진수혁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일부러 진양에 가서 방현준에게 사과했고 한바탕 설득한 끝에 비록 이익의 10%를 손해 봤지만 다행히 협력 관계는 유지할 수 있었다.그의 얼굴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풀려 있었으며 발걸음은 비틀거렸고 온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진수혁은 심형빈을 꽉 붙잡고 힘겹게 소파에 앉혔다.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이마의 땀을 닦고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둘러보며 사모님 이연우를 찾았다.하지만 거실은 텅 비어 있고 조용했으며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구들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지만 묘한 냉기가 감돌았다.“연우야, 물 한 잔만 줘...”심형빈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반쯤 감은 채 웅얼거리며 이연우의 이름을 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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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연우도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문 쪽을 바라봤다.심형빈이 수염이 덥수룩하고 얼굴은 핼쑥한 채 문 앞에 서 있었다.그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눈에는 피로와 초조함이 가득했으며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는데 영락없는 귀신 꼴이었다.“여긴 왜 왔어요!”남지혜는 새끼를 지키는 어미 짐승처럼 맹렬하게 앞으로 나서며 온몸으로 문을 막고 두 손을 허리에 얹었다.그녀의 눈에는 경계심과 혐오감이 가득했고 심형빈을 들여보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내 아내 데리러 왔어요.”심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짜증을 드러냈다.그는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남지혜의 단호한 모습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누가 그쪽 아내예요? 연우는 이미 그쪽이랑 이혼하기로 결정했잖아요.”남지혜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며 손가락으로 심형빈의 코를 가리키며 분노에 찬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녀는 이 남자를 보기만 해도 이연우를 배신한 그의 추악한 모습이 떠올라 당장 달려들어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연우야, 계약 문제는 이제 해결됐어. 회사에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와. 하지만 이혼은 안 돼.”심형빈은 살짝 고개를 치켜들며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그는 단지 이연우에게 책임을 좀 지게 했을 뿐인데 어린애처럼 떼를 쓰며 이혼하려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이번 일도 그저 사소한 해프닝일 뿐이라고 여겼다. 다만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해줘서 버릇이 없어졌나 싶었다.예전에는 순종적이고 얌전해서 절대 이렇게 제멋대로 굴지 않았으니까.이런 생각에 그는 순종적이던 이연우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흥, 당신 회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연우는 그쪽 회사 아니어도 모셔가려는 사람이 줄을 섰거든요.”남지혜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얼굴에 경멸감을 가득 드러냈다.그녀는 심형빈을 흘겨보며 마치 분수를 모르는 어릿광대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연우야, 이제 그만 억지 부려!”심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을 드러냈다.그는 남지혜를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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