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지배인은 고개를 돌려 신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태훈 씨 말이 정말 사실인가요?”지배인은 CCTV를 돌려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기에 CCTV를 돌려본다면 다른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 인간이 내 손목을 잡고 방으로 가자고 끌었어요. 그리고 내 친구에게 폭력을 휘둘렀고요. 저기 직원들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지배인이 두 직원에게 시선을 돌리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사건의 자초지종은 대략 짐작한 대로였지만 지배인은 신분을 봐가며 일을 해결하는 부류였다. 예전에 신연지가 이곳에 출입하는 걸 본 적도 없고 옷차림을 봐도 그냥 평범해 보였다. 반면 마태훈은 이곳 단골손님이였다. 비록 최근 회사가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는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그는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가기로 결론을 내렸다.“신연지 씨, 친구분께서 많이 다치신 건 같지 않은데 그냥 이대로 마무리할까요? 물론 의료비는 마 대표가 지불할 겁니다.”신분을 봐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이런 상황을 신연지는 수도 없이 많이 바왔다.“내가 그렇게 못하겠다면요? 지금 엔조이 측에서는 추행범을 감싸고 도는 겁니까?”“물론 그건 아니죠. 손님들 사이의 분쟁은 손님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게 우리 원칙입니다. 단지 싸우려면 내부에서 싸우지 마시고 밖에 나가서 해결하시죠.”여긴 동사무소도 아니고 유흥업소였다. 클럽 내부에서 발생한 분쟁이 아니면 나가서 어떻게 해결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그럼 복도 CCTV를 좀 확인하고 싶습니다.”지배인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우리가 접대하는 VIP 손님들은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십니다. 카운터와 엘리베이터를 제외한 다른 구역에는 CCTV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술판이 벌어지는 곳에 CCTV가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멀지 않은 곳에서 강 건너
신연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차마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가 말이 없어지자 박태준은 얼굴을 더 가까이 밀착시켰다. 그의 두 눈에서는 거대한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말투는 평소보다 부드러웠다.“마태훈이 어떤 인간인데 외부인한테 도움을 요청해? 재경의 안주인 신분이면 충분하잖아? 그렇게 그 신분이 들통나는 게 싫었어?”“박태준, 아파. 이거 놔!”신연지가 몸부림치면서 얼굴에 새빨간 자국이 생겨났다.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차갑게 대꾸했다.“이미 이혼할 사이에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하든 그게 왜 궁금해?”“이혼? 정말 이혼이 하고 싶었어? 불과 2주 전만 해도 내 앞에서 옷도 안 입고 유혹하던 여자가? 그때 당신이 뭐라고 했더라? 이혼하지 말고 평생 같이 살자고 하지 않았어?”신연지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은 치욕스러운 과거였다.그녀의 하얗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남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그녀는 오히려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3년 동안 누가 내 앞에만 서면 수도승 행세를 해서 말이지. 평생 그러고 살 수는 없으니까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검증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났고 그래서 이혼을 결심한 거지.”박태준은 잡고 있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결혼하기 전에 이미 보여줬잖아.”“그땐 술에 약을 탔었잖아? 그때 사용한 용량이 적지 않았으니까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약을 안 먹으면 기능장애가 있는 게 맞는 것 같은데?”신연지는 점점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졌다.말도 생각나는 대로 술술 나왔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반면 박태준은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신연지, 정말 잘났어.”그는 차 문을 벌컥 열고 신연지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잡아끌고 엔조이 최상층에 있는 호텔로 올라갔다.엔조이의 베일에 가려진 사장은 박태준이었다.그리고 최상층에는 그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스위트룸이
공기 중에 시큼한 알코올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박태준은 고개를 숙이고 엉망이 된 셔츠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서야 조금 전 그녀가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였는지 알 것 같았다.“박태준, 나 토할 것 같아.”“젠장!”박태준이 더 화가 나 우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았다.그렇게 잠깐이 지나고 결국 그는 그녀에게 물 한잔을 가져다준 뒤, 욕실로 들어갔다.10분이 지나 박태준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신연지는 이미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그는 머리에 물기를 말리고 사람을 시켜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게 했다.그리고 창가로 가서 야경을 내려다보며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고개를 돌려보니 신연지는 깊게 잠들어 있었다.‘잠드니까 그나마 온순해지네.“ 박태준은 담배를 비벼 끄고 침대에 누우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그가 침대에 앉자마자 얌전하게 자고 있던 여자가 몸을 뒤척이며 허벅지로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꺼져!”아무런 대비도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다리가 날아오자 박태준은 헉 하고 숨을 들이키며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신연지!”그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그녀의 턱을 잡았다.“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 달게 자고 있었다.그렇게 잠든 신연지는 아침에 햇살이 창문을 비쳐 들어오면서 잠에서 깼다. 멍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보고 있자니 어딘가 낯선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호텔 방이었다.신연지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했다. 어제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로 사라지고 널찍한 남성용 셔츠를 입고 있었다. 육안으로 봐도 비싼 재질이 느껴졌다.셔츠에서는 3년 동안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그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셔츠가 그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신연지는 느긋하게 씻고 방 안을 둘러봤지만 입고 온 옷이 발견되지 않자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어제 그렇게 취하고 중간에 필름이 끊겼지만 평소에 그녀를 대하는 박태
박태준은 옷만 받아서 신연지에게 건넸다.그녀가 쇼핑백을 들고 욕실로 가려는데 박태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이따가 어머니 건강검진 들어가실 건데, 그땨 나랑 같이 가.“나 좀 이따가 출근해야 해.”그녀도 강혜정이 걱정되는 건 맞지만 연속 이틀이나 작업실에 휴가를 낼 수는 없었다.“결과 나오면 나한테 알려줘.”박태준은 여자의 등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고작 청소부 일 때문에 엄마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야?”신연지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어차피 며칠 지나면 남남이 될 거잖아.”그 말을 들은 박태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매번 만날 때마다 이혼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그녀가 괘씸했다. 그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비웃듯 말했다.“우리 엄마 3년 동안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개한테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당신보다는 나았을 거야.”그 말을 들은 신연지가 고개를 돌렸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비난할 수 있는 거지?매번 강혜정이 아플 때면 3년 동안 병원에 불려다니며 보호자 사인한 사람은 신연지였다. 그녀가 그렇게 바쁠 동안 박태준은 언제 한번 나타나서 도와준 적 없었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개한테 정성을 쏟으면 꼬리는 흔든다던데 난 당신을 위해 3년 동안 도시락을 챙겨줬는데 이런 취급이나 당하고. 차라리 개한테 예쁨 줄 걸 그럤어.”박태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신연지는 당당히 룸을 나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택시를 잡았다.가는 길에 그녀는 진유라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었다.“어제 다친 건 괜찮아?”마태준이 굵직한 다리로 온 힘을 다해 걷어찼으니 괜찮을 리 만무했다.진유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 개 같은 자식, 병원에서는 뼈에 금이 가서 며칠 쉬어야 한대. 나 그 자식 고소할 거야. 그런데 엔조이에서 CCTV는 죽어도 못 제공한다는 거야. 아, 짜증 나!”“일단 병원에서 진단서 잘 챙겨. 나머지는 내가
그 한 마디에 전예은의 얼굴이 그만 파랗게 질러 버렸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그녀는 박태준의 아내이자 가족이니 초대장을 굳이 두 개나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였다. 신연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 전예은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허 원장을 의식해서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 원장에게 담담하게 말했다.“허 원장님, 실버의 행적을 좀 알아봐 주세요. 비록 소속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업계 내에서 유명하신 허 원장님이라면 프리랜서 복원사 한 명 찾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버가 이 의뢰를 맡아줄 의향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허 원장은 쌀쌀맞은 얼굴을 하고 있는 신연지를 힐끗 바라보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퇴근 후, 신연지는 작업실을 나오자마자 문 앞에 세워진 박태준의 차를 발견했다.번쩍거리는 한정판 벤틀리의 위엄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다.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타.]신연지는 그냥 무시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방향으로 걸어갔다.불필요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사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예전에 저 차 한번 잘못 탔다가 재경의 직장 동료들에게 온갖 비아냥과 시기 질투를 받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박태준은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남자의 차는 신연지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의 옆으로 간 박태준은 차 창을 내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제로 태워주길 기다리는 거야?”신연지는 인상을 확 찌푸리고 대꾸했다.“옷 갈아입어야 해.”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옷은 먼지투성이가 되었다.박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신연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걸음을 재촉했는데, 차가 갑자기 그녀의 앞을 막고 멈춰서더니 누군가의 손이 나와 그녀를 안으로 잡아당겼다.그 과정에서 신연지는 발목이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저도 모르게 욕설이 새어나왔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어리둥절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니 세면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태준이 보였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되물었다.“나왔는데 내가 있어서 실망했어? 누가 데리러 와주길 기대했던 거야?”신연지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대꾸했다.“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이상한 소리하지 마.”그녀는 다가가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요동치던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창백한 얼굴은 여전했다.박태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그까짓 시계 하나 보고 멘탈이 나가버린 거야?”신연지의 눈빛에 분노가 일렁거렸다.“일부러 그런 거였어?”박태준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평범한 장신구일 뿐이야. 나한테 일부러 그랬냐고 물어보기 전에 당신 자신한테 물어보지 그래? 아직도 나유성 잊지 못한 거냐고.”그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힘주어 말을 이었다.“재경의 안주인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신연지는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신분은 그녀에게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히려 속박과 괴로움만 줬을 뿐.그녀는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바스락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신연지, 그날 나랑 잔 거 후회해?”신연지의 입가에 진한 비웃음이 걸렸다.“그 시계 아니었으면 당신이랑 그런 일도 없었을 거야.”박태준은 냉소를 지으며 여자를 와락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뜨겁게 와닿았다.“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때 내 얼굴을 알아보고 그렇게 발광을 해댔으니. 만약 그때 내가 아닌 나유성이 거기 있었더라면 당신의 처음은 고통이 아닌 쾌락이었겠지?”“박태준,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 속 시원해?”박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싫은 사람 옆에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어. 이제 좋아하는 남자가 돌아왔으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나랑 이혼하고 나유성 찾아가려는 거잖아.
신연지는 잠시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나유성은 조금 취했는지 눈빛이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도 구겨진 상태였다.잠시 후,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3년 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신연지의 눈이 아련하게 바뀌었다.아마 고백 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그때 그녀는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돈을 빌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영상이 퍼지며 그녀의 처지는 더욱 곤란하게 되었다.그때 사람들은 그녀를 무슨 더러운 쓰레기 취급했다.3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고통스러웠다.“그거 말하는 거라면 이미 지나갔어. 어차피 그때 나도 순수한 마음이 아닌 필요에 의한 거래를 제안한 것뿐이니까.”신연지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있고 나를 속물이라고 욕할 수도 있어. 하지만 왜 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린 거야? 아무리 내가 싫었어도 그건 하지 말았어야지. 남자라면!”신연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나유성은 그 말을 듣자 실소를 터뜨렸다.“그 영상 내가 퍼뜨렸다고 생각해?”신연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날 그 장소에는 두 사람뿐이었고 장소도 나유성이 선택한 고급 커피숍이었다. 음질이 깔끔한 것으로 봤을 때 아주 근거리에서 녹음된 것이었다.그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나유성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정색해서 말했다.“나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다물었다.신연지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파티가 한창 진행 중이라 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그녀는 박태준의 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 싸인 이곳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베란다 공간이 넓었기에 신연지는 최대한 나유성과 멀리 떨어져서 핸드폰을 봤다.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다가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나유성이었다.“어떻게 지냈어?”핸드폰을 끄적이던 신연지는 멈칫하다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그냥 그랬어. 그때 당신 말 들었어야 했는데.”가장 친
“나유성은 당신한테 관심 없어. 만약 관심이 있더라도 나랑 이혼한 여자랑 결혼할 간 큰 짓은 하지 않을걸? 그건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신연지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이혼 사유가 자존심 상하면 바꿔줄 수 있어. 난 지금 당신만 보면 토가 올라오거든. 그래서 부부생활이 안 된다고 하면 되잖아!”“신연지!”박태준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신연지는 그가 이성을 잃고 또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말투를 누그러뜨렸다.“무슨 이유가 됐든 우린 언젠가는 이혼할 사이잖아. 다른 부부들 봐봐. 우리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3년 동안 남자한테 냉대받고 신경 써서 주문한 도시락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 결혼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박태준은 여자의 눈이 빨갛게 변한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그녀의 허리에 팔을 올렸다.졸지에 남자에게 안긴 신세가 된 신연지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귓가에서 그의 규칙적인 심장박동 소리와 숨결이 느껴졌다. 결혼하고 그와 침대에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피부는 시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등 돌려 누우려고 바둥거렸지만 정수리 위에서 박태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좀 자자. 뒤척이지 말고.”신연지는 더워서 이마에 땀이 났다.“안겨 있으니까 불편하다고.”다리를 들어 간격을 벌리려던 그녀의 무릎에 무언가가 닿았다.순간 그녀의 눈이 당황함으로 가득했다.“당신….”하지만 박태준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신연지, 난 당신한테 관심 없는 거지 기능 장애가 있는 거 아니야. 자꾸 움직이면 유혹의 의미로 생각하고 무슨 짓 할지 몰라. 흥미가 없지만 욕구는 가끔 해결해 줘야 하는 법이거든.”신연지는 언젠가 박태준이 시체가 되어 숲에 버려진다면 분명 저 입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의 시선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많이 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