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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작가: 이한나

제1화

작가: 이한나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

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

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

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

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

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

“지금 안전하지?”

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

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

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

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

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동안 그의 곁에는 다른 여자가 없었으며 그 어떤 스캔들도 없었다.

이준혁은 조금 차갑고 냉정한 성격만 빼면 완벽한 남편이었다!

윤혜인은 손에 든 임신 보고서를 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이준혁에게 얘기하려고 마음먹었다!

또한 그들의 첫만남은 2년 전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녀가 그를 10년 동안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얘기해주고 싶었다.

어느새 욕실에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준혁이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샤워 가운만 걸친 채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윤혜인은 저녁 열두시가 넘은 시간을 확인했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 늦은 시간에 대체 누구한테서 전화가 온거지?

통화가 끝나고 돌아온 이준혁은 스스럼없이 샤워 가운을 벗어 던졌다. 건장한 몸매의 이준혁은 온몸에 근육들로 가득했으며 길게 뻗은 두 다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섹시했다.

그가 벗은 모습을 수도 없이 봤지만 윤혜인은 아직도 너무 부끄러웠으며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이준혁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서 셔츠와 정장 바지를 챙겨 입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넥타이까지 정갈하게 묶었다. 턱선이 살아있는 그의 수려한 외모와 고귀한 기품이 느껴지는 전체적 분위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일찍 쉬어.”

지금 이 시간에 나간다는 건가?

살짝 실망한 윤혜인은 손에 쥐고 있는 임신 보고서를 몰래 숨기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그녀의 말에 넥타이를 매고 있던 이준혁의 손이 멈칫거렸다가 이내 윤혜인의 귓볼을 살짝 만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밤에 진짜 안 자고 싶은 거야?”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심장도 쿵쾅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려고 하던 그때, 이준혁이 그녀에게서 손을 떼며 말을 이어갔다.

“아직 볼일이 좀 남았으니깐 나 이제 기다리지 마.”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윤혜인이 그의 뒤를 쫓아가며 그를 불렀다.

“준혁 씨.”

“왜?”

고개를 돌린 이준혁이 윤혜인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살짝 차가웠기에 순간 말문이 막힌 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내일 시간 되면 저랑 제 할머니 보러 갈래요?”

그녀의 할머니는 요즘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많이 우울해하고 계셨기에 윤혜인은 이준혁과 함께 할머니 병문안을 가서 할머니를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다.

“내일 다시 얘기해.”

동의하지도 않고 거절하지도 않은 이준혁은 그렇게 떠나버리고 말았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윤혜인은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기에 침대에서 일어나 따듯한 우유를 한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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