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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작가: 비유
“내가 뭘?”

강하랑은 소파에 앉아 캐주얼한 옷을 대충 걸치고 있었지만, 속살이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화투를 든 남자들은 비록 양아치 같은 착장이었지만 옷을 제대로 입고 있었다. 이게 어딜 봐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예상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광경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강하랑은 미소를 지은 채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다시 시선을 옮겨 강세미를 보았다.

“말해 봐, 내가 뭘 했다고?!”

강세미는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대체 언제부터 저 촌년이 저런 매서운 눈빛을 하게 된 거지?'

‘분명 예전에는 가문에서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행여라도 말실수할까 봐 한마디도 못 하더니! 심지어 아까 정원에서 우물쭈물하던 모습과 전혀 다르잖아!'

‘그리고. 저 두 양아치 새끼들은 왜 강하랑이랑 평온하게 앉아 있는 거지?'

‘심지어... 심지어 강하랑이랑 고스톱까지 치고 있잖아!'

그녀는 분노 가득한 눈길로 눈앞에 있는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현실이었고 강하랑은 병풍 뒤에서 망측한 짓을 하지 않았다. 강하랑의 손에 든 화투를 보니 더욱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강세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강세미의 엄마인 임서화가 사람들 사이로 나왔다.

“세상에, 하랑아. 왜 드레스룸을 이 꼴로 만든 거니? 그리고 이런 근본도 모르는 사람들과 방에서 지금 고스톱을 쳐?! 아무리 세미 생일 파티에 오고 싶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사람들까지 데리고 와서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잖니!”

강세미는 바로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언니. 아까는 내가 마음이 급해서 말이 헛나왔나 봐. 옷을 너무 오랫동안 갈아입길래 와본 건데, 게다가 아까 방문을 열었을 때 어질러진 방과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그만... 언니는 어쨌든 유성이랑 아직 이혼 안 했잖아...”

두 모녀는 악의가 가득한 말을 꺼내며 사람들의 주의력을 다시 강하랑에 옮겨가게 했다.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어떻겠는가?

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동안 남자 여럿과 여자 혼자 한 방에 있었으니, 방에선 이미 벌어져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강세미는 마치 그녀에게 해명이라도 하듯 조급하게 말했다.

“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 너무 오랫동안 방에 있었으니까 걱정되어서...”

사람들이 쑥덕대는 소리가 점차 켜졌다. 그러자 강세미는 얼른 연유성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유성아, 분명 네가 언니 사이즈를 잘못 맞춰서 언니가 화난 걸 거야. 그래서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거고. 그러니까 네가 얼른 언니 좀 달래줘. 어쨌든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 아니에요!”

연유성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는 얼굴로 그녀에게 잡힌 팔을 빼냈고 화난 눈길로 강하랑을 보았다.

그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잔뜩 어두워진 그의 안색을 보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경멸의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구경꾼들과는 달리 강하랑은 아주 느긋했다.

그녀는 화투를 섞더니 대충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소파에 기대 다리를 꼰 채 눈웃음을 지으며 강세미를 보았다.

“그러니까 네 뜻은, 내가 이 방에서 이 사람들과 무슨 짓이라도 했다는 거야?”

너무나도 직설적인 말에 강하랑의 심드렁한 태도가 더해지니 사람들은 순간 오해일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정말로 강하랑이 방에서 고스톱을 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강세미는 이번엔 정말로 다급해졌다.

“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난 지금 언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난 그저 언니가 걱정되어서, 혹시라도 무슨 사고라도 났을까 봐 그런 거야.”

“내가 걱정되었다고...”

강하랑은 건성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숙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번엔 내가 궁금한 거 물어볼게. 대체 왜 나한테 옷을 갈아입으라는 말로 꼬드겨서 이 방에 낯선 사람들이랑 함께 가둬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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