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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파티가 무르익고 사람들의 술잔이 이리저리 오갔다.

강하랑의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 덕에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서로 무리를 지어 강하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논하기 시작했다.

생일 파티는 그렇게 점차 북적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이미 강세미에게 얼른 케이크 초를 불고 소원을 빌라고 했다.

강세미는 연유성의 앞으로 다가갔다.

“유성아, 나랑 같이 초를 불고 케이크 잘라줘.”

연유성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난 강하랑을 찾아볼게. 넌 먼저 아주머니랑 같이 자르고 있어.”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강하랑을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이 연유성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강세미의 얼굴에 음험한 감정이 순간 일렁거렸다.

그녀는 원래 케이크를 자르고 나서야 그 여자를 찾으러 갈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시간을 보니 그녀는 강하랑이 지금쯤이면 이미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짐작했고 그녀를 찾으러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참, 언니가 귀국했다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되네. 그럼 나도 같이 가. 어쩌면 아까 드레스 일로 속상해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내가 너랑 같이 가서 언니를 잘 달래볼게.”

연유성은 원래 그녀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대충 대꾸하고는 긴 다리를 뻗어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별장으로 들어가는 연유성의 뒷모습을 보던 강세미의 얼굴엔 미소가 순간 사라져버렸고 증오 가득한 감정만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뒤에 있던 친구들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짓 한 번으로 친구들은 바로 연유성의 뒤를 따라붙었다.

사람도 불렀으니 그냥 따라가 재밌는 구경만 하면 되었다.

이내 그들은 2층 끝방으로 오게 되었다.

문을 여는 순간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헙'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연유성의 머리 위로 고개를 돌렸다.

방바닥에는 옷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그중에는 남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겉옷과 바지, 그리고 셔츠가 있었으며 심지어 사람들이 쑥덕대며 비웃던 헐렁한 강하랑의 드레스도 대충 병풍에 걸려 있어 마침 안에 상황을 가려주는 것 같았다.

방 안의 난잡한 광경만으로도 이미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놀라웠다.

“와, 정말 대단해요! 그래, 그거! 바로 그거예요!”

“다음은 내 차례야, 그만 뺏어!”

“급해 하지 마. 하나씩 천천히 해.”

“...”

사람들의 안색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그들은 이미 속으로 그녀를 폄하하기 시작했다.

‘강씨 집안의 양녀라면서 간도 크네. 감히 동생 생일 파티에서 이런 망측한 짓을 하다니! 소리를 들어보니 한둘도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연유성 대표가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람이 강세미라는 걸 알고 내연남과 불륜을 저지르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니지. 내연남이 둘이었지? 어이구, 연 대표 배신감 두 배로 느끼겠네!'

‘대박, 정말 간도 커!'

한창 충격에 빠져있을 때, 안에서 어떤 남자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왜 또 나예요! 난 정말 더는 안 된다고요!”

그들의 분위기는 다시 싸늘해졌다.

‘대박, 강하랑 정말 대단하네. 남자 둘로는 부족했던 거야?'

사람들은 일제히 시선을 연유성에게 돌렸다. 그들은 다소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적당한 시기임을 확인한 강세미가 입을 열었다.

“언니가 아마도... 우리가 자리라도 피해 줄까요?”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연유성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병풍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는 마치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분노에 휩싸인 채 병풍을 확 젖혀버렸고 위에 대충 걸려 있던 드레스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쿵!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정적이 흘렀다.

문밖에서 상황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침묵하게 되었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들어온 그들은 심지어 영상 녹화하려던 목적까지 잊고 있었다.

강세미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나오려 했고 질타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언니,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야? 지금 방에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언니는...”

그녀의 말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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