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우도 안타까운 마음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 비서, 계속 찾아요. 모든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찾아요.”반승제가 명령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옆에 구겨진 채로 아무렇게나 놓인 외투를 집어 들었다.“저도 찾으러 갈 테니.”네이처 빌리지에 사람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는다. 반승제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성혜인을 찾도록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절대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반승제는 초조했다.그는 심인우를 따라 차에 올라타 등을 뒤로 기댄 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네이처 빌리지 내부는 여전히 으리으리했지만 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거의 팔리지 않는 빈집 같았다.또 꼬박 하루를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여전히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이제 반승제는 차를 어디로 몰아야 할지조차 몰랐다. 제원 전체가 자신의 땅이라 생각했는데, 혜인이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자신은 항상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다.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연히 운전대에 엎드렸다. 그는 심지어 전에 성혜인이 없었을 때 자신이 어떻게 살아갔는지조차 생각 나지 않았다.그는 정말 무기력함의 극치에 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실종되었고, 그랬음에도 얻은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이때 장미가 전화를 걸어왔다.“승제야, 내가 보낸 메일 못 봤어?”반승제는 지하 격투장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의 God 신분을 숨기기 위해.이 사이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장미 누나가 보낸 메일은 줄곧 확인하지 못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이 말을 남기고 반승제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마치 살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다시 힘겹게 운전대에 엎드렸다.장미는 놀라며 통화가 끊긴 휴대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왠지 반승제의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았다.적어도 설인아가 설씨 가문의 친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엇이라도 말했어야 했다.그러나 그는 전혀 관심 없는 듯 굴었다.장미는 더 이상 반승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가 먼저 연락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칸막이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누군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말을 들었다.그가 천천히 칸막이로 다가가 문을 발로 차버리니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임경헌이 보였다.임경헌은 자신이 이곳에서 사촌 형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요즘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전에 친구와 자동차 경주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한 뒤 어머니가 모든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었다.비록 반승제가 준 카드에 돈이 많이 있긴 했지만, 그는 왠지 사촌 형의 돈을 더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본래 그에게 있는 돈으로 스카이웨어에는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파트너가 이곳에서 접대하기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왔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차량 행렬도 그들이 함께 산 것이었기에 술도 함께 마셔야 했다.그런데 칸막이 안에서 사촌 형의 미친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밖에는 분명 아무도 없는데 그는 흉악한 눈빛으로 누군가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하여 깜짝 놀라 숨어버렸는데 사촌 형이 화장실 문을 발로 차 열어젖힐 줄은 몰랐다.그가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어설프게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형, 이런 데서 다 보네요.”배현우의 안색이 일순간 굳어졌다. 계속 온화한 사람인 척 연기하려 했지만 임경헌이 자신의 말을 모두 들은 것 같았다.아예 죽여버릴까?끔찍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마자 누군가 화장실 문을 똑똑 노크하더니 건들거리며 물었다.“경헌아, 화장실에 빠졌어?”임경헌 역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는 데는 영 취미가 없었다. 결국엔 비즈니스 협력뿐인데.누군가 들어오자 배현우의 미간이 다시 살짝 펴졌다. 그는 임경헌을 훑어보곤 자리를 떠났다.임경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문 앞에 있던 사람이 배현우가 자신을 스쳐 지나갈 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곧이어 잔뜩 겁을 먹은 채 걸어 나오는 임경헌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겁이 참 많네.”그가 임경헌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씩 웃었다.최근 두 사람은 가까이 지냈다. 그들은 술도 함
임경헌은 거리에서 물건을 사 들고 포레스트로 반승제를 보러 갈 심산이었다.그에게는 아직 직접 벌었던 60만 원이 있었다. 전에 밥만 축내며 떠돌이 생활했기에했기에 이것이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돈이었다.그는 40만 원을 들여 반승제에게 줄 술 한 병을 샀다. 반승제에게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건인 걸 알았지만 지금 그에게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전부였다.이때 친한 형이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그거 월세방 세 들려고 모으던 돈 아냐? 남은 돈으로 이제 어쩌려고. 이미 60만 원으로도 외진 곳이라야 세 들 수 있는 건데.”임경헌이 술을 소중히 안고 차에 올라탔다.“그래도 써야죠. 사촌 형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승제 형은 저한테 제일 좋은 사람이에요.”남성이 그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검은 가죽옷에 귀에 여러 개 피어싱을 단 모습이 보기에 차갑고 시크해보였다.“네 사촌 형이 그런 성격일 줄은 몰랐네. 다들 미친 사람이라 하던데.”임경헌이 또 그를 흘겨보았다.“형이랑 친한 사람들만 착하다는 걸 알아요.”차는 포레스트에 와서 멈췄고 그는 서둘러 내려 대문 앞으로 갔다.온 이유를 설명하자 경호원이 들여보내 주었다.별장 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는 반승제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티브이에서는 영문으로 된 흑백 영화가 틀어져 있었는데 뒤돌아보지도 않는 거로 보아 누군가 포레스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 못한 것 같았다.그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피고 있었고,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는 이미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있었다.“형.”임경헌이 가져온 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선물 가져왔어요. 형이 요새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서.”반승제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술을 힐끗 보고 그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네가 직접 벌어서 산 거야?”임경헌이 멈칫했다. 그는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반승제가 등을 뒤로 젖혔다. 초췌해진 얼굴에 그간의 피로가 드러났다. 여태 밖을 샅샅이 돌아다
성혜인이 두 번째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주위는 여전히 어두컴컴했다.그녀가 벽을 더듬으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옆에서 여성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 씨, 화장실에 가고 싶으세요?”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화장실로 향했다.화장실 주변에는 모서리마다 부딪힘 방지 스펀지가 섬세하게 붙여져 있었다.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모두 준비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세면대에서 더듬거리다 수도꼭지를 틀었고 찬물 세수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느낌적으로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혜인 씨, 필요한 게 있으면 모두 말씀해 주세요.”“여기가 어디예요?”전 언제 돌아갈 수 있어요?도우미가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요.”성혜인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설기웅의 별장에서 탈출하고 땅에 떨어졌을 때 그녀는 자신의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그 남자는 검은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키가 매우 컸기에 그녀의 각도에서 바라보면 마치 신의 강림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성혜인은 불안했다.부축을 받고 침대로 돌아온 성혜인은 음식을 먹은 후 창가에 섰다.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꽃향기를 머금고 있다. 주위가 조용한 것으로부터 미루어 볼 때 이곳은 아마 독립된 별장일 것이다.설마 이미 제원을 벗어난 건가?그녀가 다른 질문을 하려는데 방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여성 도우미가 그를 보며 인사했다.“K 씨.”“내려가요.”“네.”도우미가 자리를 뜨자 남성은 문을 살며시 닫고 성혜인에게로 다가왔다.“몸은 좀 나아졌어요?”“당신, 누구예요?”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성혜인은 그저 초점 없이 눈을 멍하게 뜨고 있었다.남성의 시야 속 그녀는 얇은 잠옷을 입은 채 얼굴은 방금 세수한 흔적인지 물방울이 방울방울 묻어 있다. 그 창백하고 초췌한 모습은 못내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게 했다.“눈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제가 누군지 자연스레 알게 될
성혜인의 방에서 나간 남성은 곧바로 다른 방으로 향했다.이미 여러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아 그가 이 무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K 씨, 세 군데 세력이 수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 오래 버티긴 힘들 겁니다.”2주 동안 버틴 것도 모두가 최선을 다하며 수색을 방해했기에 이루어낸 결과였다.남성이 천천히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럼 반승우한테 언질 줘요. 이 기회에 반승제를 죽이지 못하면 이제 그 몸 통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그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몸을 통제한다고?가볍게 웃는 남성의 눈이 사악하게 빛났다.“그냥 그렇게 전해주면 돼요. 그리고 이거, 반승우한테 꼭 전해줘요.”그가 건네는 물건은 어르신이 성혜인에게 선물한 팔찌였다. 그녀가 종래로 착용하지 않은.공교로운 것은 반승제와 사이가 좋았던 그 며칠간, 성혜인이 마침 그 팔찌를 착용하고 그에게 어르신한테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었다는 것이다.지금 이 남성이 그 팔찌를 반승우에게 준다는것은 반승우더러 시나리오를 쓰라고 명령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사람들 뒤에 숨어서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그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었다.부하는 빠르게 팔찌를 들고 시야에서 사라졌다.남성은 먼 곳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반승우가 상자를 받을 때 그는 회사 꼭대기 층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다.프런트 데스크에서 누군가 상자를 가져다주며 말을 보탰다.“대표님, 배달원이 말하길 성혜인 씨 물건이랍니다.”배현우가 놀라며 즉시 상자를 열었고, 눈에 띈 것은 팔찌였다.성혜인에게서 본 적이 있는 팔찌였다. 성혜인을 데려간 사람이 팔찌를 보내온 것이다.배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일순간 냉소했다.곧이어 그의 휴대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대표님은 이 기간을 틈타 몸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야 합니다.]이 메시지에 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대표 사무실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어두운 빛이 빠르게
그의 옆에 앉은 반승제는 몰골은 초췌했지만 기세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고작 팔찌 하나 들고 있으면서 모든 주식을 내놓으라니.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배현우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설마 팔찌겠어? 사인만 하면 혜인이를 데려와 네 곁에 있게 하겠다고.”“좋아요.”반승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그럼 우리가 계약하는 날, 전 반드시 혜인이 봐야겠어요. 혜인이가 눈에 보이게 되면 사인해 드리죠. 형, 자꾸 저 가지고 놀지 마세요. 저 미치면 반씨 가문 전체가 뒤집힐 수도 있어요.”이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이 담담하게 고택 내부를 훑었다. 그곳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는 것처럼.배현우는 반승제가 말하는 바는 꼭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반승제가 회사 대표가 아니게 되는 날엔 반씨 가문의 세력조차 쓸 수 없을 텐데.그때가 되면 그는 직접 반승제를 찾아 반승우가 똑똑히 두 눈 뜨고 보고 있을 때 죽여버릴 것이다. 그럼 이 지겨운 두 형제를 드디어 완전히 해결해 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엔 전체 반씨 가문에 제 것이 되겠지.그렇다면 기꺼이.“그래. 그럼 소식 기다리고 있어.”배후에서 이 모든 것들을 계획한 사람이 팔찌를 자신에게 보냈다는 것은 제 편에 서겠다는 말과 같다.배후의 사람은 반승제가 모든 것을 잃기를 원한다.아직 배후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목적은 확실히 안다.적의 적은 친구라고 하지 않던가?설령 지금 이 순간 성혜인이 그의 손에 없다 하더라도, 반승제가 주식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기만 하면 배후의 사람은 잠깐만이라도 성혜인을 보내줄 것이다.반승제가 금방 고택에서 나올 때, 집으로 들어오는 반기훈을 발견했다.둘째 아들을 본 반기훈의 눈이 일순간 일렁였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면서도 반승제는 그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이에 일순간 화해하고 싶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과연, 이 둘째 아들은 영원히 길들지 않는 야생 늑대 같았다.역시 반승우
반승제가 회사 지분을 내놓을 거라 약속했다는 소문에 파다하게 퍼졌다.업계에서는 너도나도 토론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성혜인 쪽은 마치 금지된 시간처럼 바깥소식은 전혀 모르고 있다. 그저 이 ‘K 씨’라는 남성이 알려주는 소문들을 귀동냥하며 반승제가 최근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볼 뿐이었다.K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방으로 왔다. 성혜인은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청력이 전보다 예민해졌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그의 발걸음 소리는 비교적 특이했다. 그는 다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여유로움을 장착하고 있다.성혜인이 있는 방에서는 항상 마음을 안정시키는 향이 났고 맡기에 거북하지도 않았다.남성이 그녀를 부축하여 창가에 앉도록 했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성혜인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렸다. 그가 성혜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넘겨주려 하다가, 뺨에 손이 닿을 것 같아 무심코 거두어들였다.“어제 업계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승우 씨가 당신을 데려다주기만 하면 회사의 모든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혜인 씨가 생각하기에 반승제의 행동이 어떤 것 같아요? 함께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고생해 온 상류층 사람들에게 떳떳하지 못할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여자 하나 때문에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에겐 인생을 맡기긴 어렵죠.”성혜인은 이 며칠 동안 차분하고 조용히 지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어두워지는 낯빛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심지어 벌떡 일어섰다. 가슴이 심하게 쿵쾅댔다.“이러면 안 돼요. 전 승제 씨가 이러기를 원하지 않아요.”남성이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입꼬리를 쓱 올렸다.“나중에 회사 대표 자리를 정말 포기하게 되면 살아서 제원을 떠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네요. 확실히 반씨 가문의 사람들은 반승제를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고 있고, 외부 사람들은 반승제를 쓰러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당신이 그의 곁으로 돌아간다면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닐까요?”성혜인은 머릿속이
성혜인은 머리가 어지럽고 초조했다. 두통에 관자놀이까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토할 것 같았다.그녀는 방 안에 피운 향초가 자신의 정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남성이 일어나 성혜인을 조심스레 부축했다.“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바깥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요.”성혜인은 남성에게 부축되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침대에 누우니 두통이 더 심해졌다.남성이 그녀의 입속에 약 한 알을 넣어주었다.“이 상태라면 제대로 쉴 수도 없을 테니 수면제라도 먹어요.”성혜인은 꼭두각시처럼 천천히 입을 벌리고 음식을 먹었다.남성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응시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귓가에 있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그러나 이미 잠에 든 성혜인은 그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남성은 침대 옆에서 조용히 10분 동안이나 앉아 있었는데, 그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 타오르는 향초로 향했다.성혜인의 생각을 충분히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양의 향초였지만, 성혜인의 의지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확고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만약 이곳에 계속 머무른다면 반승제 쪽 사람이 곧 찾아올 것이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가 향초의 양을 늘려 불을 붙였는데 바로 이때 다른 한 사람이 방에 들어오며 발견했다.“K 씨, 이미 최대로 쓴 건데 용량을 더 늘리면 혜인 씨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그러나 남성은 망설임 없이 하던 행동을 계속했다.“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 향초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복구할 수 있는 거예요. 짧은 시간 내에 뇌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나중에 서서히 다 회복될 거예요.”문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성혜인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정신은 한결 맑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향초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물건인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이 향초는 다른 사람이 몇 마디 말로 자극을 주었을 때 혼란스럽게 했고, 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