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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거래도 인연을 따져요

“무슨 얘기?”

반승제의 말투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앞으로 네 마음대로 이상한 여자 소개해 주지 마.”

자신의 사촌 동생이 고객 중 한 명이라니, 반승제는 도저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더 즐기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금욕적인 생활을하는 반승제는 당연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임경헌이 밖에서 이상한 것을 배워왔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만간 잔소리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형, 진짜 안 올 거예요? 제가 형이랑 맞는 사람을 찾느라 한참 헤맸단 말이에요.”

인테리어가 필요한 집이라면 임경헌에게도 몇 채 있었기에 그는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형이 싫으면 제가 냉큼 데려갈 거예요. 저는 아주 마음에 들거든요.”

반승제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너 이제 이상한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BH그룹으로 와서 인턴부터 시작해. 네 어머니가 이미 나한테 다 얘기했어. 그러니 넌 내일부터 출근해,”

반승제는 임경헌에게 반발할 시간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경헌은 난감한 표정으로 성혜인을 바라봤다.

성혜인은 바로 자신이 거절당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했다.

“괜찮아요. 반승제 씨가 따로 마음에 드는 디자이너가 있나 보죠.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펜션이라면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임경헌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는 아직도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성혜인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래도 인연을 따져요. 저랑 반승제 씨는 인연이 아닌가 보죠.”

“제가 후에라도 다시 물어볼게요. 만약 형이 싫다고 하면 제집을 디자인해 줘요. 저는 혜인 씨의 스타일이 엄청 마음에 들었거든요.”

성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알아봐 주셔서 고마워요.”

임경헌은 또 전화 한 통을 받더니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제가 낼게요.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줄 수 있어요? 저희는 다음 날에 다시 만나요.”

성혜인은 주저 없이 자신의 번호를 적어 임경헌에게 건네줬다. 임경헌은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한 다음에야 밖으로 나갔다.

고요한 룸 안에는 성혜인과 양한겸만 남았다. 양한겸은 2차까지 달리느라 약간 취한 모습이었다. 임경헌이 나가자마자 그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았다.

“제가 대리 불러줄게요.”

양한겸이 자신을 위해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성혜인은 그에게 꽤 고마웠다. 게다가 그녀는 양한겸 덕에 아주 편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고마워, 혜인아.”

시름을 놓은 양한겸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성혜인은 그를 직접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었지만, 아직 신혼인 아내가 질투심이 많아 그냥 안전하게 대리를 부르기로 했다.

성혜인은 양한겸을 부축하며 룸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방금 올라온 곳과는 다른 방향의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쪽이 출구와 더 가깝기 때문이다.

양한겸은 헤롱헤롱해서 뭐라 중얼거렸다.

“그런 게 아니라니까. 나도 피곤해... 나한테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다고...”

양한겸은 아무래도 꿈에서 아내와 싸우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성혜인은 힘이 더 들더라도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부축해 줬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성혜인은 양한겸을 부축한 채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길고 힘 있는 손이 곧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줬다.

손을 따라 머리를 드니 돌연 반승제의 얼굴이 보였다. 고맙다는 말은 성혜인의 목에 막힌 채 도무지 나가지 않았다.

3년 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을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마주쳤는데, 이걸 인연이 있다고 할지 없다고 할지 참 애매했다.

반승제는 성혜인과 양한겸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몇 층?”

반승제는 편안한 자태로 셔츠 단추 두 개를 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성혜인은 그의 눈빛 속에서 스쳐 지나간 무시와 비웃음을 보아냈다. 그렇게 이상한 분위기 속에 그녀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1층이요. 감사합니다.”

이때 양한겸이 또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돈돈돈, 넌 항상 돈 얘기밖에 모르지. 넌 나를 좋아하기나 해?”

성혜인은 회사에서 양한겸의 아내가 사치를 즐긴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양한겸이 뼈빠지게 일해서 번 돈도 전부 아내에게 준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성혜인은 어딘가에서 찬 바람이 부는 것만 같아서 몸을 흠칫 떨었다.

반승제가 돌연 말을 걸어왔다.

“이쪽도 고객?”

성혜인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지금은 양한겸을 그에게 소개해 줄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반승제가, 사장이라는 사람이 문라이트에서 이정도로 취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예 블랙 리스트에 넣어버릴지도 몰랐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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