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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성혜인의 표정이 너무도 태연한 나머지 반승제는 자신이 너무 단순해서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 싶었다.

반승제는 마치 조각상이라도 된 것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성혜인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이라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 쟁취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체면이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깟 체면에 비해 반승제가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았다.

“반승제 씨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저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돈을 받지 않고 포기할게요.”

반승제는 도대체 어떻게 이 여자를 형용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는 한참이나말문이 막혀서 가만히 있다가 겨우 한마디 했다.

“고객이라면 이미 있잖아?”

성혜인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

‘혹시 본인의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까 봐 이러는 건가?’

동시에 여러 고객의 일을 하는 디자이너도 물론 있지만 성혜인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반승제 씨를 맡게 되면 다른 고객은 받지 않을 거예요. 만약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한테 5분만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관심 없어.”

반승제는 먼저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섰다. 양한겸을 부축하고 있는 성혜인은 어찌 따라갈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양한겸을 데리고 대리 기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양한겸은 술에 취했어도 성혜인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성혜인이 문라이트 밖으로 나서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던 차 안에서 예쁜 여자한 명이 내려왔다.

여자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성혜인의 뺨을 때렸다.

“너지?! 회사에서 물어볼 게 있다며 귀찮게 굴 뿐만 아니라 집으로 ‘사랑의 커피’를 보낸 사람이 너지?! 내가 진작에 발견했어. 너 오늘은 내 남편이랑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양한겸을 부축하고 있느라 미처 피하지 못한 성혜인은 뺨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여자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눈가도 빨개졌다.

“내가 너 같은 년을 모를 것 같아? 남의 가정 파탄 내는 게 취미인가 본데, 네가 양한겸이랑 같이 있어봤자 얻는 게 없을 거야. 어차피 돈은 다 나한테 있거든!”

성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양한겸에게 꼬리 치는 직원이 확실히 있기는 했지만, 회사에 자주 가지 않는 성혜인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아내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양한겸은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재이야, 일단 진정해.”

장재이는 펄쩍 뛰면서 양한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이 년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유부남한테 꼬리 치잖아. 커피랑 벨트를 사준 건 그렇다 쳐. 근데 이제는 자기 생일에도 불러내는 거야?”

분노에 휩싸인 장재인은 성혜인의 얼굴을 확 찢어버리고 싶었다.

“넌 예쁜 얼굴을 그렇게밖에 못 써먹어?!”

양한겸은 머리가 아팠다.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성혜인에게 말했다.

“미안해, 혜인아. 오늘은 먼저 돌아가.”

성혜인은 그저 재수 없는 셈 치기로 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선배의 아내와 치고받고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멀지 않은 곳의 차 안에서 반승제가 무표정한 얼굴로 창 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길 한복판에서는 ‘바람피운 남편 잡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반승제의 시선을 따라 심인우도 시끄러운 세 사람을 발견했다.

장재이는 언성을 높이며 욕설을 날리고 있었고 양한겸은 작은 목소리로 타이르고 있었다.한쪽에 서 있는 성혜인은 얼핏 보면 구경꾼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젊은 여자가 유부남을 만나고 다니다니...’

심인우는 속으로 감탄했다.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누군가가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아주 시끄러워질 것이다.

반승제는 시선을 거두면서 심인우에게 말했다.

“이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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