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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Author: 도도보
HF그룹.

채연서는 오늘도 대표실에 있었다.

비록 이제는 자신의 회사를 차렸지만, 여전히 매일 유시진의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진아, 이 지폐 있잖아. 뭐가 특별해?”

채연서는 유시진 옆에 서서, 가느다란 손을 남자의 어깨 위에 올리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도착했을 때부터 유시진은 손에 지폐 두장을 들고 계속 살피고 있었다.

평범한 지폐였고 새것도 아니고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낙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위조처럼 보이지도 않은 게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채연서는 이런 평범한 지폐를 유시진이 왜 아침부터 한참 동안 들여다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별거 아니야.”

유시진의 목소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담담했다.

하지만 채연서는 유시진의 입가에 떠오른 미묘한 미소, 그 의미심장한 입꼬리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이렇게 물어보는데도 유시진은 지폐의 내력을 설명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넣어두지도 않았다.

그 시각, 지나윤은 회사에 가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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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8화

    이렇게 빨리 이안영과 마주치게 될 줄은 지나윤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놀랐다.하지만 지나윤은 곧 눈치챘다.이안영은 자기처럼 이미 죽은 사람을 봤는데도 생각보다 놀란 기색이 크지 않았다.다만 눈 밑으로 아주 미세한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이에 지나윤은 이안영이 지금 여기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직감했다.애초에 자기를 막으러 온 것이다.그리고 이안영이 자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유 역시, 최근 지나윤이 D시 안에서 자주 움직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C국은 원래부터 이씨 집안 영향력이 강한 곳이고, 특히 수도 D시는 더했다.이안영은 곳곳에 사람을 심어두고 있었다.그러니 지나윤이 살아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병원까지 왔다는 것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지나윤 씨가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이안영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죽은 지 2년이나 된 할아버지께 이제야 효도라도 하러 오신 건가요?”말 속에는 뼈가 있자 지나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뒤 웃었다.“이안영 씨도 알잖아요. 난 이미 지씨 집안 사람이라는 걸요. 그럼 당연히 본인이 말하는 그 할아버지랑도 아무런 관계도 없겠죠.”“그리고 내가 여기 왜 왔는지는 더더욱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고요.”말을 끝낸 지나윤은 그대로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손경우 경호원들이 곧바로 앞을 막아섰다.“지나윤 씨는 아무래도 이안영 씨 친구분이시잖아요.”손경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죽었다 살아 돌아온 경사인데 축하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제가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할 테니 두 분 다 꼭 체면 좀 세워주시죠.”손경우는 이 기회를 이용해 자기와 유시진을 붙잡아두려는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지금 손씨 집안과 LY그룹은 사실상 한패였기에, 지나윤은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게 이안영 뜻일 거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정말 이경성을 죽인 사람이 이안영이라면, 이 병원은 바로 범행 현장이었다.그리고 지금 지나윤이 여기 나타났다는 건, 이안영 역시 지나윤이 이경성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7화

    유시진은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얼굴에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음 날.유시진은 먼저 지우와 한참 놀아준 뒤 지나윤과 함께 이경성이 죽었던 병원으로 향했다.벌써 2년이 넘게 지난 일이었기에,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거의 없었다.다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하나, 바로 이경성은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병원 기록에도 전부 남아 있어요.”이경성 당시 주치의가 지나윤에게 설명했다.“이경성 어르신은 확실히 심장 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셨고 결국 끝내 회복하지 못하셨어요.”“원래부터 심장이 좋지 않으셨던 분이라 저희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요.”옆에 서 있던 유시진 손이 천천히 주먹 쥐어졌다.당시 이경성 심장 발작 원인 중 하나는 자기였다.이경성은 유시진을 붙잡아두고, 온갖 회유와 압박으로 이안영과 결혼시키려 했다.그때 유시진이 일부러 비꼬는 말들을 던졌고, 그 직후 이경성이 쓰러졌었다.지나윤은 곁눈질로 유시진을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주치의를 향해 물었다.“근데 처음 입원했을 때는 상태가 안정됐었다고 들었는데요?”“그건 맞아요.”의사는 조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입원해서 치료받는 동안에는 계속 상태 괜찮았죠?”“네, 그랬죠.”“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악화된 거죠?”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주치의 얼굴에도 점점 짜증이 비쳤다.이경성이 죽은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과거 일을 다시 캐묻는 게 무슨 의미냐는 표정이었다.“심장 발작이라는 게 원래 예측이 안 되는 거예요.”의사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 발작이 오면 원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병이고요. 살릴 수 있을지도 그때그때 달라져요.”“상태가 안정됐더라도 어떤 유발 요인이 생기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은 충분해요.”“유발 요인...”지나윤은 작게 중얼거렸다.그 순간 머릿속에는 이안영이 이경성에게 가져다줬던 초콜릿 케이크가 떠올랐다.“만약 그 초콜릿 케이크가 유발 요인이었다면요?”지나윤 혼잣말 같은 질문을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6화

    그게 바로 유시진이 의문을 품고 있던 부분이었다.“다른 사람이었으면 차를 바꿨을 수도 있겠지. 근데 이안영은 안 바꿨을 거라고 생각해.”지나윤은 차분하게 말했다.물론 지나윤 역시 자기가 이안영을 얼마나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이안영은 원래부터 자신감 넘치고 과시욕 강한 스타일이었다.또한 CCTV 시간대들을 종합해 보면 흐름이 꽤 명확했다.이안영이 먼저 차를 몰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 오현준을 기다렸다.그리고 얼마 뒤 오현준이 몰래 주변 눈치를 보며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현준이 먼저 골목 밖으로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안영 빨간 포드 차량이 골목에서 빠져나왔다.게다가 확보한 CCTV는 그 근처만이 아니었고. 몇몇 호텔 입구 CCTV에도 이안영과 오현준 모습이 찍혀 있었다.물론 둘이 동시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시간차를 두고 같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이 정도면 거의 확실하네.”유시진 말에 지나윤은 오히려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건 증거라고 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해.”유시진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지나윤 말이 맞다는 걸 깨달았다.“내가 너무 성급했네.”지나윤은 그런 유시진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근데 너 왜 갑자기 이렇게 조급해졌어? 원래 이런 일은 나보다 네가 더 냉정할 줄 알았는데.”“나는...”유시진은 말하려다 멈췄다.확실히 정말 조급했고 당장이라도 이안영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내고 싶었다.그리고 지나윤에게 원래 돌아가야 할 자리, 이씨 집안의 후계자 위치를 되찾아주고 싶었다.지나윤은 그런 유시진 눈을 바라봤다.밝고 깊은 눈동자 안에 담긴 마음을 지나윤도 어렴풋이 읽어냈다.“지금은 아직 급하게 움직이면 안 돼.”지나윤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이 CCTV들은 우리가 원래 세웠던 추측을 더 확신하게 만들어줄 뿐이야.”“근데 이것만으로는 이안영이 오현준이랑 손잡고 어르신을 죽이고 유언장을 조작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어.”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5화

    유시진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지나윤은 마치 한 살짜리 아이처럼 의외로 아주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이었다.문득 유시진은 지나윤과 결혼했던 시절을 떠올렸다.명절이나 기념일만 되면 그는 늘 장우영에게 지나윤 선물을 준비하라고 시켰지만 이유는 단 하나였다.지나윤이 자기 아내였기 때문이었다.그때 유시진은 지나윤 취향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그저 예전에 채연서가 좋아하던 스타일을 기준으로 준비했을 뿐이었다.비싼 보석, 예쁜 옷과 구두, 여자라면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유시진에게 가장 많은 건 돈이었다.예전 유시진은 지나윤 역시 다른 여자들과 다르지 않게 전부 물질적인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정작 가장 얄팍했던 건 자기 자신이었다.자신은 단 한 번도 진짜 지나윤을 알려고 한 적이 없었다.지나윤에게는 비싼 보석이나 명품보다 작은 스파클러 한 상자가 훨씬 더 기쁜 선물이었다.“무슨 생각 해?”유시진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드물다 보니 지나윤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아무것도 아니야.”유시진은 고개를 저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근데 너랑 지우가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앞으로 매년 설날마다 사줄게.”매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지나윤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간 굳었다.유시진 말은 아무렇지 않은 척 들렸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의미와 계산이 숨어 있었다.지나윤은 지우 이불을 덮어주며 조용히 말했다.“안 그래도 돼.”“나중에는 신고혁이 지우랑 같이 불꽃놀이해줄 수도 있잖아.”유시진 깊은 눈동자 안으로 불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유시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장우영이었다.“어, 장 비서.”유시진 목소리가 낮아졌다.“뭐 좀 나온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나윤 귀도 바로 쫑긋 세워졌다.혹여나 지우 깨울까 봐 유시진은 침실 밖으로 나가 전화받았다.원래 지나윤은 그대로 방 안에 남아 지우 곁을 지킬 생각이었다.하지만 이 늦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4화

    지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시에 우와 우와 소리를 냈다.지나윤은 지우 역시 유시진의 제안에 완전히 찬성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사실 지나윤은 한 살짜리 아이가 불꽃놀이를 하는 건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유시진 품에 안긴 상태라면 그래도 안전할 것 같았다.잠시 고민하던 지나윤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한쪽에서는 유시진이 지우를 안고 스파클러를 들었다.반대편에서는 지나윤이 휴대폰을 들어 지우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이번이 지우 인생 첫 불꽃놀이였기에 아무래도 영상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불꽃 빛까지 제대로 담으려면 당연히 화면 안에는 유시진 모습도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지나윤은 휴대폰 화면 속 지우와 유시진 모습을 바라봤다.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천천히 피어올랐다.잠시 촬영하던 지나윤은 결국 휴대폰을 내렸다.그때 유시진이 스파클러 하나를 건넸다.“같이 하자.”지나윤은 웃으며 스파클러를 받아들었다.문득 지나윤은 예전에 유시진이 자기에게 불꽃놀이를 보여준 일이 생각났다.C국 하늘 위에서, 유시진은 예전에 백이천이 준비했던 것과 비슷한 드론 라이트 쇼와 불꽃 쇼를 직접 준비해 줬었다.그때 장면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스파클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화려하고 웅장했다.하지만 그 당시 지나윤은 전혀 감동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스파클러에 불이 붙자 황금빛 불꽃이 반짝이며 쏟아졌는데 그 안에는 가끔 붉은빛과 초록빛도 섞여 반짝였다.지나윤은 원래 자기가 이런 걸 좋아할 줄 몰랐다.이제는 어른이었고 아이 엄마이기까지 했다.그런데도 지나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스파클러를 흔들었다.황금빛 불꽃이 허공 위에서 동그랗게 궤적을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순간, 지나윤 기분도 이상할 정도로 좋아졌다.처음에는 유시진 역시 지우와 불꽃놀이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선은 자꾸만 지나윤 쪽으로 향했다.지나윤이 웃고 있었다.예의상 짓는 옅은 미소도 아니었고 억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73화

    “대충은 정리됐어. 아무튼 누구부터 건드려야 할지는 알겠네.”“누군데?”지나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휴대폰을 꺼내 웹페이지 하나를 띄운 뒤 화면을 유시진에게 보여줬다.유시진의 표정과 눈빛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으나 남자 역시 이미 같은 인물을 떠올리고 있었다는 걸 지나윤은 알 수 있었다.“당분간 괜히 자극하지 말고 며칠만 사람 붙여서 지켜봐.”지나윤의 말이 끝나자 유시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었다.“왜?”“아니...”지나윤이 묻자 유시진의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갔다.“이제는 날 부려먹는 게 꽤 익숙해진 것 같아서.”그 말을 듣고 나서야 지나윤도 문득 깨달았다.생각해 보면 이씨 집안 일은 원래 유시진과 아무 상관도 없었다.그런데 지나윤이 쓰고 있는 모든 인맥과 자원은 전부 유시진이 제공한 것들이었다.순간 지나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흔들리더니 길고 짙은 속눈썹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앉았다.잠시 뒤 지나윤은 다시 유시진을 바라봤다.“그럼 뭘로 갚아주면 되는데?”“몸으로 갚아.”“어림도 없어.”지나윤이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자 유시진은 웃음이 터질 듯한 얼굴이 됐다.“그러면 오늘 밤 지우랑 스파클러 할 때 나도 같이 끼워줘. 그 정도 조건이면 되잖아?”지나윤은 잠시 멍해졌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로 조건을 내거는 유시진 모습이 이상하게 귀엽게 느껴졌다.저녁을 먹고 나자 하늘도 서서히 어두워졌다.이원호와 채윤화는 하루 종일 지우와 놀아주느라 완전히 녹초가 됐지만, 그래도 두 사람 얼굴에는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지우가 지나윤의 아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즉, 자기들 외손자라는 뜻이었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지나윤은 지우 앞에서 유시진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다.그 때문에 두 사람은 지우 친아빠가 정말 누구인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하지만 지금 자기들 처지나 지나윤과의 미묘한 관계를 생각하면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었다.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폭죽놀이가 금지돼 있었기에 유시진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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