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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Auteur: 도도보
피터는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오션 글로벌 홀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시간을 보며 속도를 계산하다가,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그대로 밀고 나갈 뻔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피터는 거의 달리다시피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밀어 들어섰을 때, 무대 위에서 지나윤이 막 모델의 머리에서 작품을 조심스레 떼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피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나윤이 이겼네.’

아직 점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피터는 이미 확신했다.

두건처럼 보였던 그 작품은 사실 비대칭 구조였다.

지나윤이 양쪽 레이스 메탈 스트랩을 맞물리게 고정하자, 평면 같던 그것이 단숨에 입체적 오브제로 변했다.

곧 관객석에서는 폭발적인 박수가 터졌다.

화장실에서 전력 질주로 돌아온 우원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 뒤쪽에서 고도겸도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아연함에 가까웠다.

지나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작품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기만 했다.

그것으로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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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7화

    채연서는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원래도 지나윤이 변명하며 부인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렇게 나와 주니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유시진, 지나윤이 내 주얼리 협회 회원 자격을 취소했어. 그래서 공장에서 물건을 안 주겠대.”“나 지금 엄청난 위약금이랑 신용 문제까지 한꺼번에 떠안게 생겼어. 난 그냥 한 번만 봐 달라고, 살길 좀 열어 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뿐이었어.”“그런데 지나윤은 나를 욕하고 손까지 댔어.”채연서는 말할수록 더 억울한 얼굴이 되었고, 눈물은 비 오듯 쏟아졌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옆에 있던 고아라가 참다못해 소리를 질렀다.“진짜 연기도 적당히 해요! 처음에 욕한 것도 당신이고 먼저 나윤이 때리려고 한 것도 당신이잖아요.”고아라가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지나윤이 손을 들어 말렸다.지나윤은 이런 반박이 유시진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유시진은 어차피 채연서의 말을 믿을 사람이었고, 더구나 실제로 맞고 울고 있었다.“유시진, 내 말 믿어. 나 이렇게까지 됐잖아. 네가 안 왔으면, 내가 지나윤한테 어느 정도로 맞았을지 몰라.”채연서는 유시진의 팔을 꽉 붙잡은 채, 눈물로 젖은 두 눈을 올려다보았다.그 눈빛은 의심하기 어려울 만큼 간절해 보였다.“그래, 믿어.”유시진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그 말을 들은 고아라는 참지 못하고 작게 욕을 내뱉었다.유시진은 고아라를 신경 쓰지 않고 지나윤을 바라보았다.유시진은 지나윤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지나윤은 유시진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은 그림처럼 고요했다.아주 고요했다.그 순간, 유시진의 마음은 도저히 고요해질 수 없었다.미간이 깊게 찌푸려졌고 눈빛에는 분명한 분노가 떠올랐다.지나윤은 그 눈빛을 보는 순간 알았다.유시진은 역시 고아라의 말은 믿지 않았고, 채연서의 말을 믿었다.“나랑 잠깐만 따로 얘기할 수 있어?”유시진의 요청에 지나윤은 예상했던 것처럼 차갑거나 분노에 찬 목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6화

    지나윤과 채연서는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지나윤은 정말로 채연서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까지 유시진을 들먹이며 자신을 자극하려는 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채연서는 그렇게 말하고 나면, 적어도 지나윤의 눈빛 속에서 억눌린 고통과 참아내는 괴로움 정도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지나윤이 자신의 돈줄을 끊어 버렸으니, 채연서 역시 지나윤을 편하게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지나윤의 눈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아픔은커녕 오히려 미소까지 떠올랐다.“유시진이 정말 그렇게까지 너를 사랑한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그 자격을 취소할 수 있었을 것 같아?”지나윤이 이 말을 꺼낸 것은 그저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유시진이 이 일을 아직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나서지 않은 것인지는 지나윤 역시 알지 못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채연서는 갑자기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욕설을 퍼부었다.“다 너 때문이야, 미친년. 너 아니었으면 시진이 나를 이렇게 냉대할 리가 없잖아.”채연서는 손을 들어 지나윤의 뺨을 때리려 했으나 되레 뺨을 맞았다.그 한 대는 꽤 셌다.원래도 힘이 센 편이었고, 그대로 한 대를 날리자 채연서의 반쪽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채연서는 그대로 멍해졌다.귀에서는 이명소리가 들렸고, 얼굴은 화끈거리듯 아팠다.채연서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쥔 채 통곡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보였다.병원에서는 유시진은 이미 진작에 퇴원해야 했지만 일부러 퇴원을 미루고 있었다.지나윤이 병문안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처음에는 지나윤이 자신이 입원한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장우영에게 시켜 자신이 위병으로 입원했다는 소문을 일부러 크게 퍼뜨렸다.병원에 며칠만 더 머무르면 결국 사람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러다 어느 날, 우원재가 실수로 말을 흘리는 바람에, 지나윤이 이미 자신이 입원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는 알면서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처음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5화

    지나윤의 말은 진심이었다.고아라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았다.예전에는 능력도 인맥도 없었지만, 지금은 업계에서 어느 정도 평판과 영향력이 생겼다. 그래서 지나윤은 고아라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고아라는 손을 내저었다.“됐어.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상류층이잖아. 누가 나 같은 사람을 보겠어? 그리고 재벌 2세 같은 사람들한테도 관심 없어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거울 속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고아라의 눈빛에는 어쩐지 설렘이 스쳤다.이 모습이라면 정말로 잘생긴 사람 한두 명쯤은 시선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고아라는 이를 악물고 은빛 스팽글 드레스를 사기로 했다. 하지만 끝까지 지나윤이 사 주는 것은 거절했다.“너랑 친구 하는 게 돈 때문은 아니야. 그리고 너 지금 회사도 운영하잖아. 돈도 아무 데나 쓰면 안 돼.”지나윤은 고아라의 마음을 이해했고 조세희를 향해 살짝 눈짓했다.조세희는 곧바로 뜻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고아라에게는 원래 정가의 일부만 받고, 입으로는 마침 세일 중이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기분 좋게 쇼핑을 마치고 나가려 했지만, 매장 입구도 나서기 전에 누군가에게 길이 막혔다.“지나윤...”채연서는 숨을 헐떡이며 두 눈을 부릅뜨고 지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한겨울이었고 채연서에게도 차가 있었지만, 온몸이 땀에 젖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꽤 오래 달려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고아라는 상대가 채연서인 것을 보자 얼굴빛이 변했고 곧바로 앞으로 나서서 지나윤 앞을 막아섰다. 괜히 채연서가 지나윤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해서였다.“괜찮아, 아라야.”지나윤은 고아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아라 뒤에서 앞으로 나왔다.채연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고아라를 방패로 세울 수는 없었다.채연서의 눈빛에는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모욕감이 뒤섞여 있었다.“지나윤, 넌 무슨 자격으로 내 주얼리 협회 회원 자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4화

    지나윤은 지금 ZM 매장에서 드레스를 입어 보고 있었다.조세희가 최근에 새로 디자인한 신작 몇 벌이 나와, 직접 입어 보라며 지나윤을 불러낸 것이었다.“고아라, 이것도 한 번 입어 봐.”지나윤은 다른 드레스 한 벌을 집어 고아라에게 대 보았다.“나윤아, 나 오늘 네 드레스 고르러 같이 온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내 옷만 골라 주는 거야?”그 물음에 지나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업계 협회 만찬에 참석해야 해서 새 드레스가 필요했고, 고아라에게 옷을 사 주는 것은 그저 요즘 기분이 좋고, 또 형편도 괜찮아졌기 때문이었다.“미리 말해 두는데, 네가 지금 돈 좀 번다고 해서 내가 아무 이유 없이 선물 받지는 않아. 아니면 뭐야? 설마 나한테 관심 있는 거야?”눈썹을 치켜올리는 고아라의 말에 지나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뒤로 젖혔다.조세희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조세희는 이채영이 지나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 뒤 생활이 힘들어지지는 않을지 늘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씨 집안을 떠난 선택이 오히려 옳았던 것 같았다.이씨 집안을 떠난 뒤 오히려 더 행복해 보였다.그리고 이씨 집안을 떠올리자, 조세희의 입가가 다시 가라앉았다.이채영이 스스로 이씨 집안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씨 집안에게 버려졌다.조세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채, 두 팔을 끌어안았다.그쪽에서 지나윤은 여전히 고아라와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조세희의 표정이 무겁게 굳어 있는 것을 보았다.“언니, 무슨 일이에요?”지나윤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고아라는 평소에는 털털했지만 눈치가 전혀 없는 편은 아니었다.조세희가 지나윤과 단둘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아라는, 일부러 지나윤이 골라 준 드레스들을 모두 안고 탈의실로 들어가 천천히 갈아입기 시작했다.“이채영...”조세희가 그 이름으로 부르자, 지나윤은 조세희가 이씨 집안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3화

    우원재는 속으로 백이천을 그렇게 평가했다.‘잘생긴 척만 하는 얼굴이네.’백이천은 우원재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고도,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우원재 씨도 지나윤을 좋아하는 건가요?”백이천의 말투는 오늘 날씨가 어떤지 묻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았다.우원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누, 누가 좋아해요? 저랑 지나윤은 그냥, 그냥 보통 친구예요.”우원재는 말을 더듬으며 겨우 한 문장을 마쳤고,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막 쪄낸 고구마처럼 뜨거워졌다.그리고 가슴도 괜히 쿵쾅거렸다.이에 백이천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러면 다행이에요.”“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좀 똑바로 하세요.”우원재는 백이천을 노려보았다.백이천의 얼굴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목소리 또한 바닥에 내려앉은 눈처럼 맑고 차분했다.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우원재를 단숨에 굳게 만들었다.“지나윤은 결국 제 사람이 될 거예요. 괜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백이천이 우원재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는 순간, 공원 깊숙한 곳에서는 지나윤이 전화받고 있었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조승헌이었다.[전에 주신 휴대폰 번호랑 입금 계좌는 전부 해외 가상 번호야. 서버 뒤에 있는 사람은 아직 추적 중이고.][상대가 꽤 교묘하게 움직이더라고. 현재로서는 M국 쪽인 것만 확인됐어. 다만 지나윤 씨를 노린 게 아니라, 단순히 가상 번호를 유통하는 조직일 가능성도 있어.][그리고 그 깡패들을 고용한 가상 계좌를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확인했어.]지나윤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머릿속에는 이미 이름이 떠올라 있었고, 남은 것은 확실한 증거뿐이었다.“박씨 집안의 박시현이에요.”병실 안에서, 장우영은 유시진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다.그러자 유시진의 꽉 조여 있던 미간이 조금 풀어졌다.“알았으니까 나가 봐.”“네.”장우영이 병실을 나가자, 유시진의 미간은 다시 깊게 찌푸려졌다.잠시 괜찮아졌던 위도 다시 은근히 아파 오기 시작했다.장우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392화

    우원재는 차창을 내리고 두 눈을 크게 뜬 채 공원 안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뒤쪽에 있던 몇 대의 차가 길이 막히자,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렸고 그제야 우원재는 천천히 차를 길가에 세웠다.우원재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지나윤이 어떤 남자와 함께 있었는데 그 남자는 지나윤의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추정됐다.그 고등학교 동창에 대해서는 우원재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상대가 지나윤과 각별한 사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대놓고 자신의 목도리를 지나윤의 목에 둘러 주는 모습은 우원재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불편했다.우원재는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지나윤, 진짜 우연이네.”우원재의 목소리를 듣자 지나윤은 꽤 놀랐다.“어떻게 여기서 만나지?”지나윤의 기억 속에서 이 작은 공원은 꽤 외진 곳이었다.근처는 아직 개발 중이었고 이런 폭설이 내리는 날은 물론, 한여름에도 사람을 보기 힘든 곳이었다.우원재는 태연하게 말했다.“지나가다가 봤어, 두 사람이 눈싸움하는 것 같아서. 나도 같이 해도 돼?”지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눈싸움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운동이었나 싶었다.지나윤은 무의식적으로 백이천을 바라보았다.우원재를 끼워 주는 게야 상관없었지만, 백이천과 우원재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우원재는 백이천 앞으로 다가가 미간을 찌푸리고 턱을 살짝 치켜들었는데, 어떻게 봐도 노골적인 견제처럼 보였다.지나윤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리둥절해졌다.처음 만난 백이천에게 우원재가 왜 이렇게까지 적대감을 드러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쪽은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백이천이라고 해.”지나윤은 먼저 두 사람을 소개했다.“그리고 이쪽은 우원재라고 유시진의 친구야.”“그리고 네 친구이기도 하지.”우원재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정정하자 지나윤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당겼다.자신과 우원재가 과연 친구라고 할 수 있는지, 지나윤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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