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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Author: 도도보
이현철이 난감해하는 얼굴을 보자, 지나윤은 이현철과 그 윗선도 깊게 고민하거나 논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즉흥적인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

“그럼 중간 지점으로 HF그룹 본사에서 하면 어떨까요?”

유시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제안이라기보다는 거의 결정에 가깝게 들렸다.

이현철은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 유시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다음 한 달 동안, 지나윤은 거의 매일 HF그룹을 오가게 됐다.

HF그룹 직원들은 채연서를 보는 데 아무런 의아함이 없었다.

원래도 채연서는 자주 회사에 드나들었으니까.

또한 채연서가 정식 배우자인지, 아니면 내연녀인지 따지는 이는 없었다.

그저 그냥 유시진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첫날, 회사 사람들이 지나윤을 봤을 때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지나윤은 HF그룹 곳곳에서 직원들이 뒷말하는 걸 수시로 듣게 됐다.

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진짜 내연녀인지 혹은 누가 진짜 아내인지, 몸담아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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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94화

    꼬치집에서 오현준과 신고혁은 이미 두 시간 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시간은 오래 흘렀지만 실제로 마신 맥주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두 사람은 대부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신고혁 기억 속 오현준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신고혁이 먼저 자기 이야기부터 털어놓기 시작했다.특히 여자 문제 때문에 고객을 건드려 곤란해졌던 이야기까지 나오자, 그제야 오현준에게서 공감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오현준은 신고혁처럼 막 사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본질적으로는 훨씬 절제하는 사람이었다.물론 유명 변호사가 된 뒤에는 뒤로 더러운 일도 조금씩 하긴 했지만, 어느 업계든 완전히 흑과 백으로만 나뉘지는 않는 법이었다.그래서 오현준 역시 신고혁 잘못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그래서 결국 A국 떠나서 W섬으로 갔고 지나윤 밑으로 들어간 거네?”오현준 입에서 지나윤 이름이 나오자 신고혁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었다.“그러게 말이야. 지나윤 아니었으면 나 진작 인생 끝났지.”“그래서 은혜 갚겠다고 일부러 나 불러내 정보 캐내려는 거야?”오현준 말에 신고혁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쓴웃음을 지었다.“와,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좀 민망하지 않냐?”오현준 역시 웃었다.“너한테 지나윤이 은인인 것처럼 나한테도 이씨 집안은 은인이야. 난 배신하지 않을 거야.”오현준은 진지하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신고혁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오히려 웃으며 맥주병을 들어 오현준 것과 가볍게 부딪쳤다.“왜 그렇게 분위기 무겁게 잡고 그래? 일단 술이나 마셔.”신고혁이 굳이 더 캐묻지 않자 오현준도 다시 술잔을 들었다.사실 오늘 이 자리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쌓여 있는 일만 봐도 그랬고, 자기와 신고혁 현재 위치를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이안영은 지나윤을 극도로 질투하고 증오하고 있었다.2년 전 지나윤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비서에게 폭죽까지 사 오게 해 회사 앞에서 하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93화

    특히 최근 들어 D시에서는 시위와 항의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새로 LY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몇 번이나 판단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신고혁은 지나윤과 유시진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직감적으로 느껴졌다.두 사람이 굳이 C국에 남아 있는 이유는 바로 이씨 집안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는 걸.“일단 하나만 물어볼게. 이거 야근 수당 들어가는 거지?”신고혁 질문에 지나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야근 맞지. 두 배로 쳐줄까?”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유시진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그 수당은 제가 드리죠.”지나윤은 고개를 돌려 유시진을 바라봤다.원래는 거절하려 했지만, 유시진이 먼저 검지를 들어 지나윤 입술 위를 가볍게 눌렀다.이에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고, 지나윤이 유시진 손을 밀어내기도 전에 먼저 신고혁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수당 이야기는 끝난 것 같고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두 사람이 정해서 나중에 알려주세요. 나는 먼저 나가볼 테니까.”신고혁은 오현준 자료가 들어 있는 파일을 안고 그대로 서재를 빠져나갔다.더 있다가는 서재 안 달달한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다.그렇게 서재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유시진은 손을 거뒀지만 지나윤 미간은 여전히 좁혀져 있었다.“왜 그래? 내가 네 입술 만진 거 싫었어?”유시진이 너무 대놓고 물어보는 바람에 지나윤은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다.지금도 입술 위에는 유시진 손끝 감촉과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입술은 점점 뜨거워졌고 목까지 바짝 말라왔다.지나윤은 물이라도 마시려 했지만. 유시진이 먼저 컵을 집어 한 모금 마신 뒤 그대로 여자에게 건넸다.유시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웃음기 어린 눈빛은 일부러 같은 컵으로 간접 키스를 유도했다고 분명 말하고 있었다.그런 생각이 든 지나윤은 괜히 짜증이 치밀었고, 동시에 얼굴도 점점 달아올랐다.결국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밖으로 나가버렸다.유시진은 지나윤이 결국 마시지 못한 물컵을 내려다보며 아쉬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92화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이제 본격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해서인지, 서재 분위기는 아까 지우와 영상 통화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신고혁은 괜히 침을 한번 삼켰다.눈앞에 앉아 있는 지나윤과 유시진을 보니 꼭 회사 대표 부부 앞에서 평가받는 기분이었다.“내가 왜 고혁 씨를 굳이 여기까지 부른 줄 알아?”지나윤이 곧장 본론을 꺼내자 신고혁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는데?”자신은 변호사였고 W섬에서 지나윤이 운영하던 자선재단 법무 담당이기도 했다.지나윤이 자신을 부른 걸 보면 분명 법률 관련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그때 지나윤이 한 파일을 자기 앞으로 밀어놓았다.“이 사람 고혁 씨랑 같은 학교 출신이지?”신고혁은 파일을 열어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오현준?”“응, 맞아.”지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오현준은 이경성이 가장 신뢰했던 변호사였다.지금 이안영이 어떻게 이경성을 죽였는지와는 별개로 이미 2년이나 지난 상태였다.당시 초콜릿 케이크 잔해 같은 증거는 이제 와서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그러니 유일하게 파고들 수 있는 실마리는 바로 오현준이었다.신고혁은 지나윤과 유시진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그 말은 곧 이 오현준이라는 사람이 지금 C국에서 두 사람이 처리하려는 일의 핵심이라는 뜻이었다.“오현준이라... 나랑 같은 한성대 법대 박사 과정 출신이긴 해.”“근데 졸업하고는 각자 갈 길 갔어. 나는 A시에 남았고, 오현준은 다른 지역으로 갔어.”“몇 년 전에 동창회에서 C국에서 꽤 잘나간다는 이야기 정도만 듣고 다른 건 못 들었어.”지나윤은 신고혁과 오현준은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신고혁은 자기 직원이었고 굳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었다.“그럼 고혁 씨가 보기엔 오현준 어떤 사람이야?”“어떤 사람이냐고?”신고혁은 턱을 만지며 기억을 더듬는 듯 중얼거렸다.“사실 우리 예전에는 다 정의감 하나로 법 공부했거든. 세상의 악을 다 없애고 억울한 사람들 구해주겠다는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91화

    지나윤은 유시진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그 큰 등이 이상할 만큼 쓸쓸해 보였다.사실 조금 전 지우가 외친 ‘아빠’는 신고혁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그동안 영상통화 때마다 화면 속에 나타났던 사람은 늘 유시진이었다.그래서 지우는 이번에도 당연히 유시진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화면 속에 나타난 건 신고혁 얼굴이었고, 지나윤은 지우 표정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처음에는 신고혁도 지우가 자기한테 아빠라고 부르는 줄 알고 꽤 민망해했지만, 곧 지우 표정을 보자 깨달았다.지우는 사람을 착각한 것이었다.그리고 지금도 계속 끊임없이 아빠를 부르고 있었다.하지만 그 대상은 신고혁이 아니라 자기 진짜 아빠, 그러니까 유시진이 얼른 나타나 신고혁 대신 화면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신고혁 입꼬리가 계속 씰룩거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지나윤에게 속삭였다.“애가 진짜 유시진 닮았네요. 성격 장난 아니에요. 완전 모시기 힘든 스타일이에요.”“저 표정 좀 봐요. 당장이라도 나 잡아먹을 것 같잖아요.”“대표님한테 말해두는 건데 이런 건 밤에 악몽 꾸는 수준이라 산재 처리해 줘야 해요.”지나윤은 어이없다는 듯 신고혁을 흘겨봤다.예전의 신고혁은 그야말로 여자 밝히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A국에서 쫓겨난 뒤로는 완전히 사람이 바뀌었다.이제는 연애나 여자 쪽에는 전혀 관심 없어 보였고, 온 신경이 돈에만 꽂혀 있었다.“연말 성과급 더 챙겨줄게요.”“고마워요, 대표님. 대표님 아드님은 나중에 분명 크게 될 거예요.”지나윤은 신고혁 아부를 더 듣고 싶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바라봤다.그런데 유시진은 아직 나오지 않자 지나윤은 직접 주방으로 향했다.막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유시진이 커피잔을 떨어뜨린 것이었다.남자는 지나윤을 보자마자 바로 사과했다.“미안. 손이 미끄러졌어.”“지금 그게 중요해?”지나윤은 참지 못하고 유시진에게 소리쳤다.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90화

    유시진은 지나윤 묘비에 새로운 글자를 새겨 넣었다.[유시진의 아내.]죽어서까지도 유시진은 지나윤을 자기 아내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그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지나윤 가슴속은 끓는 물처럼 뜨거워졌다.“얼굴 왜 이렇게 빨개? 설마 열나는 거 아니지?”유시진이 손을 뻗어 지나윤 이마를 만지려 하자 지나윤은 거의 반사적으로 남자의 손을 세게 쳐냈다.유시진도 순간 멈칫했고 지나윤 역시 굳어버렸다.유시진 깊고 검은 눈동자 안에는 애써 감추려는 상처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지나윤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당장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아라와 백이천은 지나윤 쪽에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괜히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래도 기왕 C국까지 왔으니, 두 사람은 D시 근처를 여행하며 실컷 놀기로 했다.“그럼 오늘 저녁은 같이 먹자.”지나윤은 고아라와 백이천에게 그렇게 말했다.사실 가능하다면 지나윤 역시 두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었다.고아라와 백이천을 배웅한 뒤 지나윤은 신고혁에게 전화받았는데, 막 비행기에서 내렸다는 연락이었다.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밖에서 만나지는 않기로 했다.대신 신고혁이 직접 유시진 집으로 오기로 했고, 문을 열고 들어온 신고혁 반응 역시 고아라와 비슷했다.집 안을 둘러보더니 거의 키즈카페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지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지우는?”신고혁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유시진이 A시로 보냈어.”지나윤 말이 끝나자 신고혁은 곧바로 눈짓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유시진이 이미 지우 정체를 알아챈 거냐고 묻는 눈빛이었다.지나윤이 티 나지 않게 아주 살짝 고개를 젓자 신고혁은 입술을 삐죽였다.솔직히 신고혁은 유시진과 지나윤이 C국에서 이렇게 오래 함께 있었으니, 지우 출생 비밀도 이미 들통났을 거라고 생각했다.역시 몇 배로 오른 월급에 쉽게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신고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신고혁은 적당히 눈치 보며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789화

    “그러니까 죽은 척한 건 목적이 아니었던 거야. 오히려 수단에 가까웠지.”“네 진짜 목적은 죽은 사람처럼 숨어 있는 동안 아무도 모르게 지우를 낳는 거였고.”“그렇게 보면 임신은 가짜 죽음 이전에 이미 된 상태였다는 뜻이지. 신고혁은 그냥 연막이자 방패막이였던 거고.”백이천 말이 끝난 뒤에도 지나윤은 인정하지도,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또한 백이천은 아직 지우를 직접 본 적조차 없었다.그런데도 지우는 유시진 아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유시진이 아닌 다른 남자아이를 지나윤이 낳아 키운다는 건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백이천 입술이 잠시 움직였지만 결국 끝내 뱉지 못한 말이 있었다.‘아직도 유시진을 사랑하고 있잖아.’그 말만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어차피 지나윤은 인정하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었다.설령 인정한다 해도 다시 유시진과 돌아갈 사람도 아니었다.그러나 이상하게 백이천 마음 한구석은 답답하고 거칠게 뒤엉켰다.“근데 너 그렇게 하는 건 유시진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지나윤은 눈을 크게 떴다.“언제부터 유시진 편 들었다고 그래?”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나윤을 보며 백이천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숨을 쉬었다.“아마 네가 죽은 뒤 2년 동안 유시진이 매일 네 묘지에 갔기 때문이겠지.”“뭐?”지나윤은 그대로 굳어버렸지만 그런 반응은 백이천 예상안이었다.유시진이라면 당연히 지나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원래 난 내가 엄청 순애보 타입이라고 생각했어.”갑자기 자기 자랑 비슷한 말을 꺼낸 백이천 때문에 지나윤은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백이천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나윤을 좋아했고, 계속 좋아했다.식물인간이 되었을 때도, 지나윤이 결혼하고 이혼했을 때도, 백이천은 자기 감정이 평생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런데 2년 전 지나윤이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결국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죽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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