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누군가 데이지를 흔들며 깨웠다.
“릴리, 혼자 놀아..”
데이지가 잠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고
자스민이 어이없다는 듯이 릴리에게 말했다.“뭐래. 데이지, 빨리 일어나. 아침 기도 시간이야.”
데이지는 그제야 눈을 뜨며 일어났다.
아직 낯선 천장이 릴리를 반겼다. 선택받은 사제로 선정된 후 일주일이 지났다. 데이지와 자스민, 또 다른 선택받은 사제들은 축제 다음 날 선택받은 사제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짐을 챙겨 이동했다. 그날부터는 교주님이 직접 선택받은 사제들을 교육하셨다. 아침에 기도를 하고, 수업을 들은 후, 다시 기도, 수업을 듣고, 다시 기도, 그 후 잠을 자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마워, 자스민.”
“별말씀을, 너 때문에 다들 기다리잖아. 빨리 일어나.”
‘자스민은 꼭 한 마디를 덧붙인다는 말이지.’
유독 자스민을 싫어하던 릴리의 마음을
데이지는 요즘 들어 절실히 동감하고 있었다. 데이지의 손을 잡아끌며 자스민은 기도실로 향했고, 교주님과 아이들이 데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데리고 왔어요!”
자스민이 자랑스레 말했다.
“잘했다, 자스민. 데이지도 빨리 자리에 앉으렴.”
교주님은 너그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스민은 교주님 바로 앞의 자리에 앉았고 데이지도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교주님이 입을 열었다.“자, 신께 기도를 드립시다.”
아이들이 다 같이 눈을 감았다.
“오늘도 무사히 일어나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오늘도 태양을 바라보게 해주심에 감사하고, 오늘도 다 함께 기도를 드리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 몸이 신께 다시 돌아갈 때까지 영원히 기도하겠습니다.”기도를 마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주님은 말했다.“어제 했던 말을 이어서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신의 자식들입니다. 신께서는 우리를 이곳에 만드시고 우리로 하여금 신께 기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게끔 하십니다. 여러분은 선택받은 사제들입니다. 여러분 중에 한 분은 제 다음을 이어서 교주가 되어, 신의 뜻을 빌어서 다음 세대의 선택받은 사제들을 정할 것입니다.”데이지가 교주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교주님?”
교주님이 데이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왜 그러니, 데이지?”
“음.. 궁금한 게 있어서요. 교주님은 신께서 정하신 대로 저희를 선택하셨다고 하셨죠?”
“그렇지.”
“왜 하필 저희인가요? 나쁜 의미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저희처럼 열심히 기도를 드렸잖아요. 왜 그 아이들은 선택되지 않은 건가요?”교주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데이지를 바라봤다.
그때 자스민이 말했다.“데이지, 우리는 특별한 거야.
우리가 제일 열심히 기도를 드렸기 때문에 우리가 뽑힌 거라고. 신께서 우리를 제일 좋아하신다는 거지.”데이지가 말했다.
“하지만 신께서는 모두를 사랑하신다고 하셨는데..”
자스민이 그 말에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교주님이 조용히 입을 여셨다.“우리는 신께서 하신 선택의 의미를 짐작할 수 없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를 드리고,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다. 신께서는 나에게 너희를 선택하라고 하셨고, 나는 그 말에 따른 것뿐이란다. 신께서는 나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신단다. 예를 들면, 너가 릴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이곳의 생활을 담은 일기를 쓴다는 것도.”데이지는 적잖이 놀랐다.
나중에 릴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쓰던 일기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모두가 잠든 밤에만 썼고, 자기의 베개 밑에 꼭꼭 숨겨놨기 때문이다. 데이지가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교주님은 말했다.“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신단다. 또, 모든 것을 행하시지.”
자스민은 감명을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신께서는 전지전능하시군요..”
교주님이 자스민을 보며 말했다.
“그렇지.”
‘교주님의 말씀은 왜 우리가 선택된 지에 대한 말에
신께서 정확한 답을 주지 않으셨다고 하신 건데.. 왜일까? 신께서 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으신 걸까? 아니면 교주님이 일부러 숨기시는 걸까?’데이지는 떠오른 생각을 흩었다.
신께서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면, 데이지의 생각도 알고 계실 테니, 언젠가는 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주님이 말했다.“자, 궁금증이 해결 됐니, 데이지?
마저 수업을 이어가도 될까?”데이지가 확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교주님이 수업을 이어갔다.
“여러분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수업을 모두 끝마치고 나면
축복의 기간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때가 오면 그 장소로 제가 여러분을 데리고 가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여러분은 진실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기도를 드리고, 정결히 몸과 마음을 닦으세요. 축복의 기간은 짧게는 일 년이 될 수도, 길게는 십 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마다 다르죠. 그 기간에 여러분은 각자 개인 기도를 드리게 될 거예요. 그럼 신께서 아기를 내려주실 것입니다. 그 아기들은 자라 우리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죠.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 신께서 직접 선택하신 여러분. 의심하지 마세요. 묻지 마세요. 그저 기도드리세요.”아이들은 다들 교주님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데이지는 복잡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김 선장 : “딸꾹, 안으로 들어와. 밖에 춥잖아.”나 :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 내게 김 선장이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한다.나는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김 선장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이것저것 내게 묻는다.김 선장 : “추우면 담요, 딸꾹, 담요 줄까?아니면 뭐, 커피라도 마실래?그것도 아니면, 딸꾹, 차라도?”나 : “...”김 선장 : “아 필요 없구나, 그러면, 딸꾹, 쉬어.”한동안 말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나는 김 선장에게 묻는다.나 : “왜 이렇게 잘해주려고 하지?”김 선장 : “왜긴.. 딸꾹, 너 이현우 동생이라매. 그래서 그렇지, 뭐..”나 : “..이현우가 뭐라도 해줬어?”김 선장은 배를 자동운전으로 걸어놓고는내 앞에 마주 앉는다.자기 안대를 벗는다.안대 속에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눈조차도.다시 안대를 쓰는 김 선장.히히거리며 웃더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김 선장 : “이현우를 태웠을 때, 그때, 딸꾹, 네 명이 더 있었거든?지금은 이유도 생각 안 나는데, 아무튼 그 네 명이랑 시비가 붙은 거야, 나랑.내가 옛날 같았으면 다 줘패버리는 건데, 히히, 너무 늙었나 봐, 딸꾹.그 새끼들 중 하나한테 맞아서 눈이 터져버렸어.그렇게 쓰러진 채 한참을 처맞고 있었는데, 니네 형이 빠루를 잡더니, 네 명을 진짜 개 패듯이 패버리더라고.딸꾹, 나야 뭐, 헤롱헤롱 거리고 있었는데, 니 형이 그 네 명을 다 죽여버리고 바다로 던져버렸어. 히히. 그리고 나를 보살펴줬지. 딸꾹, 니네 형 싸움 졸라 잘하더라, 딸꾹.”나 : “..형, 아니, 이현우가 싸움을 잘했다고?..사람들도 죽이고?”그럴 리가 없는데.형이 누구랑 싸웠다는 건,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데.그리고, 형이 사람을 죽였다고?김 선장 : “어, 그렇다니까. 응급조치도 해줘서 과다출혈로 죽진 않았지.이 안대는 말이야, 너네 형을 기억한다는 의미야. 딸꾹, 날 살
- 김 선장남자 : “김 선장, 나야. 문 열어.”밤, 남자는 부둣가에 메인 작은 생선잡이 배에 들어가 조타실 문을 두드린다.나는 남자의 뒤에 선다.조타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남자 : “또 술이나 대판 퍼마셨나. 이봐! 김 선장! 김 선장!”정적남자 : “야이 씨발 삐꾸 새끼야! 문 열어!”문이 벌컥 열리며김 선장 : “누가.. 딸꾹, 누가 삐, 삐꾸새끼래! 뒤질래? 이 잡놈의 새..”술 냄새를 잔뜩 풍기며 나온 한쪽 눈에 안대를 쓰고 있는 남자.문밖의 남자를 바라보더니,김 선장 : “어.. 어! 자네 잘 지냈나? 오랜만이구먼. 웬일이야?”남자 : “김 선장, 오랜만에 일해야지.”김 선장 : “일? 뭔 일? 나 이제 생선잡이는 안 하는데?”남자 : “그거 말고, 전의 일 말이야.”김 선장은 딸꾹대며 남자 뒤의 나를 바라본다.그러곤 다시 남자에게 눈을 돌리며김 선장 : “..끝난 거 아니었어?”남자 : “원래 그게 맞긴 한데.. 아무튼 이 친구 좀 그 섬으로 데려다줘,”김 선장 : “싫어! 딸꾹, 나도 할 만큼 했어. 조사도 받고, 감옥에도 있다가 나왔다고! 딸꾹.에휴 시팔, 돈이 웬수지.. 그, 딸꾹, 그 돈 때문에 염병할 일 다 겪었어. 딸꾹.이제 몰라!”남자는 김 선장의 어깨를 두드린다.남자 : “나도 알아, 아는데.. 이 친구, 이현우 동생이야. 섬에서 건 전화도 받았대.”김 선장 : “뭐?”김 선장은 남자를 밀치고 내 얼굴에 두 손을 올려 자기 얼굴에 가까이 댄다.김 선장 : “이현우 동생? 어.. 딸꾹, 닮았네. 어, 닮았어. 근데 섬에서 직접 전화를 했다고? 딸꾹, 얘한테?”남자 : “어.”“그러면 데려다줘야지. 섬. 딸꾹, 오케이.”김 선장은 다시 조타실로 들어가 시동을 켜려고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한다.곧이어 배에 시동이 걸리며 조명이 밝게 켜진다.남자는 배 밖, 부둣가를 향해 뛰어가며남자 : “에이 씨발,
- 생선 창고 III남자 : “이거..”나 : “이거 뭐?”남자 : “이거.. 섬 전화야.”나 : “..뭔 소리야?”남자 : “섬에서 너한테 직접 연락을 한 거라고.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나는 책상을 손가락 끝으로 두드린다.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정적이 자리할 무렵, 남자에게 말한다.나 : “일단 다 집어치우고,그러면 너가 아는, 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참가자들 태운 배의 김 선장 정도라는 거지.”남자 : “..어.”나 : “그 등대가 있다는 섬에서 아마, 팔까 말까를 정해서 중국 배로 실어서 보내는 거고.”남자 : “그렇지.”나 : “..그러면 간단하네. 그 김 선장이랑 날 연결해줘.”남자 : “뭐 하려고.”나 : “뭘 하긴 뭘 해.”나는 팔짱을 끼며 남자에게 말한다.나 :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봐야지.그리고 끝까지 가지 않으면, 네 선에서 내가 정리될 것 같거든.”남자는 책상 밑에서 쥐고 있던 사시미 칼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둔다.남자 : “알고 있었냐?”나 : “모르는 게 더 이상하잖아.그렇게 한쪽 손만 계속 책상 밑에 두고 있으면.”남자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남자 : “..형이랑 비슷하네.”나 : “내가?”남자 : “어. 니네 형도 나한테 그 말 똑같이 했거든. 더 젠틀하게 말하긴 했지만.”나 : “젠틀은 니미.. 그냥 가식적인 거지.”남자 : “뭐,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고. 어쨌든 섬에서 너한테 직접 연락을 했다는 건..”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남자 : “따라와.”나 : “어디로 가는데.”남자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며남자 : “김 선장이랑 연결해 달라매.”남자는 일어나 반대쪽 문을 열고 나간다.나도 남자를 따라나선다.나 : "..근데 사업 빠그라졌다면서, 그러면 왜 나한테 말을 건 거야?"남자 : "그 부둣가에서 그러고 멍청히 서 있는 연놈들은 다 똑같아서.혹시나 한 거지."나 : "내가 경찰이었
- 생선 창고 II스마트폰은 동영상이 틀어져 있다.뉴스의 장면 중 하나다.여자 아나운서가 말한다.아나운서 : [..등대지기를 구한다는 광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텐데요.높은 급여와 까다롭지 않은 대상 조건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던 그 광고가 사실은 참여자들을 중국으로 가져다 파는 인신매매 수단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우리나라의 동해를 지키는 해경이 지난 12일, 서해상 등록되지 않은 수상한 배를 수색한 결과, 한국에서 중국으로 사람들을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 모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한국인들과 세 명의 중국인 선원들을 체포했습니다. 검경은 합동 조사를 시작했으며,팔려간 사람들의 신원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 피의자들로부터참여자들의 신원을 말소시키는 전문 업자가 있다는 점 등을 알아냈다고 밝혔습니다.수십 명이 넘는 피해자의 가족들은 미적지근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남자는 자기 스마트폰을 도로 가져간다.나는 남자에게 묻는다.나 : “..그러면 형, 아니, 이현우도 팔려간 거야?”남자 : “아니, 아마도.”나 : “그러면 뭔데. 앞뒤가 안 맞잖아.”남자 : “에이, 씨발..”나 : “뭐냐고.”남자 : “내가 알고 있는 건 딱 이 정도야. 참여자들을 만나고, 인원을 체크 한 다음에, 그 새끼들을 교육장이 있는 섬으로, 김 선장 배에 태워 보낸다.이게 내 역할이야. 그 이상은 몰라.뉴스에 뜨고, 이 사업은 빠그라졌어. 나한테도 연락 한 번 안 온다고.”나 : “그러면 내 신상정보는 여기 왜 있는 거야.이현우가 안 팔려갔다는 건 또 어떻게 아는 거고.나한테 전화는 그럼 누가 한 거야, 대체.”남자는 다시 담배를 꺼내 피운다.남자 : “이현우는 그 계획 핵심 간부였어. 참여자가 어떻게 간부까지 된 건지는 나도 몰라.아무튼, 팔아버릴 연놈들 정하는 것도간부들 회의에 따라 정하는 거니까, 팔려가진 않았겠지.이
- 생선 창고 I남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부둣가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한 생선 창고.남자는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다.나도 남자를 따라 들어간다.창고 안에 들어서면,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한쪽 벽은 상자째 쌓여있는 생선.그 반대 벽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들.남자가 문을 다시 닫는다.남자 : “이쪽으로.”남자는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나는 책상 앞 의자에, 남자를 마주 보고 앉는다.남자는 책상 위의 공책을 들어 한참을 이리저리 넘겨본다.그러다 마침내 찾은 듯, 책상에 공책을 펼쳐 내려놓는다.내가 볼 수 있게 공책을 돌려준다.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남자.담배와 라이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동시에 말한다.남자 : “이연우.. 이현우 동생, 맞지?”나는 공책을 보며 대강 답한다.나 : “예.”공책에 적혀있는 건 내 신상정보다.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학력, 그리고 가족관계서.아버지, 사망.어머니, 사망....이상하다.가족관계서에 나는 외동으로 적혀있다.형이 적혀있지 않다.나 : “이거..”내 말을 끊고 남자는 묻는다.남자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지?”나 : “..여기로 오라던데요?”남자 : “누가?”나 : “전화 걸어보니까요.”나는 품속에서 너절한 서류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준다.남자는 서류를 읽는다.난 책상 위의 담배를 집고 남자를 따라 담배를 피운다.남자는 그런 나를 흘깃, 바라봤다가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린다.곧이어 서류를 내려놓고는남자 : “이상하네.”나 : “이상하긴 하지.그나저나 너는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뼛속까지 스며든 내 반골 기질.남자 : “꼬우면 너도 반말하고.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나 : “그렇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왜 내가 외동으로 적혀 있느냐야, 이 가족관계서에.”남자는 나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남자 : “형한테 아무 얘기도 못 들었냐?”나 : “그렇게 친하진 않았거든.”
- 오천항오천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하긴, 생선잡이 배들은 모두 새벽이 되자마자 나갈 테니까.오후 한시인 지금은생선을 잡으러 나갈 시간도생선을 잡으러 나갔던 배가 돌아올 시간도 아닌 것은 분명했다.부둣가에는 나가지 못한 배들, 쌓인 생선들을 손질 중인 아줌마들, 손수레에 얼음을 옮기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남자뿐이었다.그 와중에 홀로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오천항 끄트머리에멀거니 선 나.이곳저곳 고개를 돌려 둘러본다.그러나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등대지기 면접을 보러온 것 같은사람들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나 (생각) : ‘언제 온다는 거야?’그때 얼음을 옮기던 남자가 내 앞에서 넘어진다.수레에서 얼음이 요란스럽게 쏟아진다.남자는 중얼거린다.남자 : “에이씨, 진짜..”남자는 바닥의 얼음들을하나하나 줍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보던 나는남자를 도와 얼음을 수레에 담아준다.남자가 가늘게 웃으며 말한다.남자 : “아이고, 감사합니다.”나 : “별말씀을요.”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고 얼음을 집으려 할 때 남자가 내게 조용히 묻는다.남자 : “이름.”나 : “..예?”남자가 나를 보지도 않은 채얼음을 모으며 다시 묻는다.남자 : “이름.”나는 그런 남자를 바라본다.겉으로 보기에는 쓰러진 얼음을 요란스레 다시 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나는 이내 대답한다.나 : “..이연우요.”남자는 내 이름을 듣고잠시 동작을 멈춘다.이내 주변을 살펴보던 남자.수레에 도로 담은 얼음을 옆 바닷물에 쏟아버린다.바닥의 얼음들도 발로 쓸어 넣는다.나도 손에 쥐고 있던 얼음들을남자를 따라 바다에 집어 던진다.남자는 다시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남자 : “따라와.”남자는 조용히 말하고는, 뛰어가듯이 걷는다.나도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남자의 장화 모양을 따라오천항 바닥에 발자국들이 새겨지고그 발자국들을나는 말없이 바라보며남자를 따라 간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다들 내일 있을 축제 때문에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건 데이지 역시 마찬가지였고, 뒤척이는 소리를 들으며데이지는 까만 천장을 바라봤다.“데이지.”릴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데이지를 불렀다.“왜, 잠이 안 와? 뭔 일이래?”데이지가 놀리는 말투로 대답했다.릴리는 조그맣게 웃으며 말했다.“어. 너 얼굴에 다리 올려놓으면 잠 잘 올 것 같은데.”데이지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자지 마.”릴리가 우스꽝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이 상상 되서데이지도 따라 미소 지었다.“데이지.
“데이지, 데이지, 데이지!”릴리가 손가락으로 데이지의 옆구리를콕콕 찌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아, 좀! 릴리! 또 혼난다고!”데이지 역시 작은 목소리로 릴리에게 짜증을 냈다.“하지만 심심한걸..”릴리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데이지는 단호하게 말했다.“나중에 놀아줄게. 지금은..”데이지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우드가 말을 걸었다.“데이지! 내일이 무슨 날이라고?”데이지가 당황하며 느릿느릿 일어서면서 말했다.“어, 저요? 음, 네, 어.. 내일은 축제죠. 네, 축제. 하하.”어색한 데이지의 말에 아이들의
“푸우.”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의 시간.데이지는 익숙하게 자기 얼굴에 올려진릴리의 다리를 치우며 중얼거렸다.“릴리,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 잠버릇은 너무 고약해.”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은 채옆으로 돌아누우며 데이지에게 말했다.“한두 번 일이야?”‘그래, 한두 번도 아닌데 꾸준한 너도 참 대단하다.’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오 분 정도 지났을까, 데이지는 릴리에게 말을 걸었다.“잠이 안 와.”“자려고.. 노력을.. 해봐..”“너 때문이잖아.”“...”“자냐?”“...”창문
프레드가 사는 곳에서그롬이 사는 곳까지는말을 타고 달려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그간 프레드는 몇 번이고그롬의 집으로 들이닥칠까,당장 그롬의 집으로 갈까,괴로워하며 일주일간 그롬의 답장을 기다렸다.상자를 다시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 프레드.꽉 상자를 닫은 채 서랍장 맨 위에 넣어놓았다.조지에게 편지를 부탁한 지딱 일주일 후,누군가 프레드의 집 문을 두드렸다.프레드는 지체 없이 문을 열었고,문 앞에는 조지가 웃으며 서 있었다.또 하나의 상자를 들고."선생님, 좋은 아침입니.."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