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때로는 미스터리, 때로는 로맨스, 또 때로는 판타지. 다양한 장르들로 이뤄진 중•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View More“푸우.”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의 시간.
데이지는 익숙하게 자기 얼굴에 올려진 릴리의 다리를 치우며 중얼거렸다.“릴리,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 잠버릇은 너무 고약해.”
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은 채
옆으로 돌아누우며 데이지에게 말했다.“한두 번 일이야?”
‘그래, 한두 번도 아닌데 꾸준한 너도 참 대단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오 분 정도 지났을까, 데이지는 릴리에게 말을 걸었다.“잠이 안 와.”
“자려고.. 노력을.. 해봐..”
“너 때문이잖아.”
“...”
“자냐?”
“...”
창문 사이로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데이지는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구만. 쟤 때문에.’
평온하게 코를 고는 릴리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 던지고
데이지는 밖으로 나갔다. 닫히는 문 틈새로 릴리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내일 있을 축제에 쓰일 나무를 옮기는 두 명을 보며 데이지는 인사를 건넸다.“풀, 위드. 안녕하세요?”
데이지가 부르자 풀과 위드는 나무를 잠시 내려놓고
데이지에게 말을 걸었다.“데이지? 왜 벌써 일어났니?”
“누구 때문이겠어요.”
데이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풀이 웃으며 말했다.“들으나 마나 릴리겠지 뭐. 걔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잖아.”
위드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누구 어렸을 때랑 똑같지.”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그럼 누구 얘기겠니?”
풀과 위드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데이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풀, 위드. 두 분은 대체 언제까지 싸우실래요?”
그러자 풀과 위드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말했다.
“얘만 조용히 하면 돼!”
“네, 네.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죠.”
데이지의 말을 들은 풀과 위드가 나무를 다시 들고
계속 말싸움을 하며 멀어져갔다. 점차 작아지는 둘의 투닥거림을 들으며‘저 둘은 평생을 가도 철들지 못할 거야.’
데이지는 하품과 함께 생각했다.
- 생선 창고 III남자 : “이거..”나 : “이거 뭐?”남자 : “이거.. 섬 전화야.”나 : “..뭔 소리야?”남자 : “섬에서 너한테 직접 연락을 한 거라고.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나는 책상을 손가락 끝으로 두드린다.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정적이 자리할 무렵, 남자에게 말한다.나 : “일단 다 집어치우고,그러면 너가 아는, 너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참가자들 태운 배의 김 선장 정도라는 거지.”남자 : “..어.”나 : “그 등대가 있다는 섬에서 아마, 팔까 말까를 정해서 중국 배로 실어서 보내는 거고.”남자 : “그렇지.”나 : “..그러면 간단하네. 그 김 선장이랑 날 연결해줘.”남자 : “뭐 하려고.”나 : “뭘 하긴 뭘 해.”나는 팔짱을 끼며 남자에게 말한다.나 :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봐야지.그리고 끝까지 가지 않으면, 네 선에서 내가 정리될 것 같거든.”남자는 책상 밑에서 쥐고 있던 사시미 칼을 들어 책상 위에 올려둔다.남자 : “알고 있었냐?”나 : “모르는 게 더 이상하잖아.그렇게 한쪽 손만 계속 책상 밑에 두고 있으면.”남자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남자 : “..형이랑 비슷하네.”나 : “내가?”남자 : “어. 니네 형도 나한테 그 말 똑같이 했거든. 더 젠틀하게 말하긴 했지만.”나 : “젠틀은 니미.. 그냥 가식적인 거지.”남자 : “뭐,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고. 어쨌든 섬에서 너한테 직접 연락을 했다는 건..”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남자 : “따라와.”나 : “어디로 가는데.”남자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며남자 : “김 선장이랑 연결해 달라매.”남자는 일어나 반대쪽 문을 열고 나간다.나도 남자를 따라나선다.나 : "..근데 사업 빠그라졌다면서, 그러면 왜 나한테 말을 건 거야?"남자 : "그 부둣가에서 그러고 멍청히 서 있는 연놈들은 다 똑같아서.혹시나 한 거지."나 : "내가 경찰이었
- 생선 창고 II스마트폰은 동영상이 틀어져 있다.뉴스의 장면 중 하나다.여자 아나운서가 말한다.아나운서 : [..등대지기를 구한다는 광고에 대해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텐데요.높은 급여와 까다롭지 않은 대상 조건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던 그 광고가 사실은 참여자들을 중국으로 가져다 파는 인신매매 수단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우리나라의 동해를 지키는 해경이 지난 12일, 서해상 등록되지 않은 수상한 배를 수색한 결과, 한국에서 중국으로 사람들을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 모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한국인들과 세 명의 중국인 선원들을 체포했습니다. 검경은 합동 조사를 시작했으며,팔려간 사람들의 신원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 피의자들로부터참여자들의 신원을 말소시키는 전문 업자가 있다는 점 등을 알아냈다고 밝혔습니다.수십 명이 넘는 피해자의 가족들은 미적지근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남자는 자기 스마트폰을 도로 가져간다.나는 남자에게 묻는다.나 : “..그러면 형, 아니, 이현우도 팔려간 거야?”남자 : “아니, 아마도.”나 : “그러면 뭔데. 앞뒤가 안 맞잖아.”남자 : “에이, 씨발..”나 : “뭐냐고.”남자 : “내가 알고 있는 건 딱 이 정도야. 참여자들을 만나고, 인원을 체크 한 다음에, 그 새끼들을 교육장이 있는 섬으로, 김 선장 배에 태워 보낸다.이게 내 역할이야. 그 이상은 몰라.뉴스에 뜨고, 이 사업은 빠그라졌어. 나한테도 연락 한 번 안 온다고.”나 : “그러면 내 신상정보는 여기 왜 있는 거야.이현우가 안 팔려갔다는 건 또 어떻게 아는 거고.나한테 전화는 그럼 누가 한 거야, 대체.”남자는 다시 담배를 꺼내 피운다.남자 : “이현우는 그 계획 핵심 간부였어. 참여자가 어떻게 간부까지 된 건지는 나도 몰라.아무튼, 팔아버릴 연놈들 정하는 것도간부들 회의에 따라 정하는 거니까, 팔려가진 않았겠지.이
- 생선 창고 I남자를 따라 도착한 곳은 부둣가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한 생선 창고.남자는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다.나도 남자를 따라 들어간다.창고 안에 들어서면,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한쪽 벽은 상자째 쌓여있는 생선.그 반대 벽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들.남자가 문을 다시 닫는다.남자 : “이쪽으로.”남자는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나는 책상 앞 의자에, 남자를 마주 보고 앉는다.남자는 책상 위의 공책을 들어 한참을 이리저리 넘겨본다.그러다 마침내 찾은 듯, 책상에 공책을 펼쳐 내려놓는다.내가 볼 수 있게 공책을 돌려준다.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 남자.담배와 라이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동시에 말한다.남자 : “이연우.. 이현우 동생, 맞지?”나는 공책을 보며 대강 답한다.나 : “예.”공책에 적혀있는 건 내 신상정보다.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학력, 그리고 가족관계서.아버지, 사망.어머니, 사망....이상하다.가족관계서에 나는 외동으로 적혀있다.형이 적혀있지 않다.나 : “이거..”내 말을 끊고 남자는 묻는다.남자 : “여긴 어떻게 알고 왔지?”나 : “..여기로 오라던데요?”남자 : “누가?”나 : “전화 걸어보니까요.”나는 품속에서 너절한 서류를 꺼내 남자에게 건네준다.남자는 서류를 읽는다.난 책상 위의 담배를 집고 남자를 따라 담배를 피운다.남자는 그런 나를 흘깃, 바라봤다가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린다.곧이어 서류를 내려놓고는남자 : “이상하네.”나 : “이상하긴 하지.그나저나 너는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뼛속까지 스며든 내 반골 기질.남자 : “꼬우면 너도 반말하고.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나 : “그렇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왜 내가 외동으로 적혀 있느냐야, 이 가족관계서에.”남자는 나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남자 : “형한테 아무 얘기도 못 들었냐?”나 : “그렇게 친하진 않았거든.”
- 오천항오천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하긴, 생선잡이 배들은 모두 새벽이 되자마자 나갈 테니까.오후 한시인 지금은생선을 잡으러 나갈 시간도생선을 잡으러 나갔던 배가 돌아올 시간도 아닌 것은 분명했다.부둣가에는 나가지 못한 배들, 쌓인 생선들을 손질 중인 아줌마들, 손수레에 얼음을 옮기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남자뿐이었다.그 와중에 홀로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오천항 끄트머리에멀거니 선 나.이곳저곳 고개를 돌려 둘러본다.그러나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등대지기 면접을 보러온 것 같은사람들도 하나 보이지 않는다.나 (생각) : ‘언제 온다는 거야?’그때 얼음을 옮기던 남자가 내 앞에서 넘어진다.수레에서 얼음이 요란스럽게 쏟아진다.남자는 중얼거린다.남자 : “에이씨, 진짜..”남자는 바닥의 얼음들을하나하나 줍기 시작하고,그 모습을 보던 나는남자를 도와 얼음을 수레에 담아준다.남자가 가늘게 웃으며 말한다.남자 : “아이고, 감사합니다.”나 : “별말씀을요.”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고 얼음을 집으려 할 때 남자가 내게 조용히 묻는다.남자 : “이름.”나 : “..예?”남자가 나를 보지도 않은 채얼음을 모으며 다시 묻는다.남자 : “이름.”나는 그런 남자를 바라본다.겉으로 보기에는 쓰러진 얼음을 요란스레 다시 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나는 이내 대답한다.나 : “..이연우요.”남자는 내 이름을 듣고잠시 동작을 멈춘다.이내 주변을 살펴보던 남자.수레에 도로 담은 얼음을 옆 바닷물에 쏟아버린다.바닥의 얼음들도 발로 쓸어 넣는다.나도 손에 쥐고 있던 얼음들을남자를 따라 바다에 집어 던진다.남자는 다시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남자 : “따라와.”남자는 조용히 말하고는, 뛰어가듯이 걷는다.나도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남자의 장화 모양을 따라오천항 바닥에 발자국들이 새겨지고그 발자국들을나는 말없이 바라보며남자를 따라 간다.
프레드가 사는 곳에서그롬이 사는 곳까지는말을 타고 달려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그간 프레드는 몇 번이고그롬의 집으로 들이닥칠까,당장 그롬의 집으로 갈까,괴로워하며 일주일간 그롬의 답장을 기다렸다.상자를 다시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 프레드.꽉 상자를 닫은 채 서랍장 맨 위에 넣어놓았다.조지에게 편지를 부탁한 지딱 일주일 후,누군가 프레드의 집 문을 두드렸다.프레드는 지체 없이 문을 열었고,문 앞에는 조지가 웃으며 서 있었다.또 하나의 상자를 들고."선생님, 좋은 아침입니.."조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프레드는 심호흡을 하며상자를 다시 열었다."윽.."상자 속에서 악취가 나고 있었다.집을 뒤덮은 모닥불의 훈훈한 온기 때문에차갑게 배송되어 얼어있던 손가락이 녹아,손가락으로부터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상자 바닥에 조금 고여있었다.프레드는 인상을 찡그리며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그러곤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옆의 탁자에 올려두고프레드는 손가락을 자세히 살펴봤다.손가락은 벌써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물론 아니겠지만,혹시 그롬이 보낸 것이라면그롬의 가족 중 한 명의 손가락일 거야."프레드는 손가락을 이
쾅쾅쾅!쾅쾅쾅!벌컥!"누구십니.."잠을 자던 중이었던 듯잔뜩 짜증과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내밀던 조지가프레드를 발견하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아니, 프레드 선생님.이 밤중엔 어쩐 일이십니까?"프레드는 정신없이 대답했다."아, 미안하네. 자고 있었나?물론 자고 있었겠지. 시간이 시간이니까.미안하구만. 그래도 말이야,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늦춰졌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아니지, 어쩌면 벌어졌는지도..아니, 아니야.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조지는 횡설수설하는 프레드를걱정어린 눈으
끼이익.갈색 나무 문이 요란스레바닥에 쌓인 흰 눈을 밀어내며 열렸다.집 안에 서 있는 이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프레드다.집을 떠나가던 우편배달부 조지가문이 열리자 프레드를 향해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참 열심히 사는 젊은이란 말이야."조지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문 앞에 놓인 상자와 편지를 바라보는 프레드.하얀 편지에는 익숙한 글씨체로'프레드에게'한 문장만 간결하게 쓰여있었다.딱 봐도 그롬이 보낸 것이 분명했다.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는 반지가 끼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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