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혁 중 º 단편

장순혁 중 º 단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By:  장순혁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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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들로 이뤄진 중, 단편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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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Forgotten sons 1

“푸우.”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의 시간.

데이지는 익숙하게 자기 얼굴에 올려진

릴리의 다리를 치우며 중얼거렸다.

“릴리,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 잠버릇은 너무 고약해.”

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은 채

옆으로 돌아누우며 데이지에게 말했다.

“한두 번 일이야?”

‘그래, 한두 번도 아닌데 꾸준한 너도 참 대단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오 분 정도 지났을까, 데이지는 릴리에게 말을 걸었다.

“잠이 안 와.”

“자려고.. 노력을.. 해봐..”

“너 때문이잖아.”

“...”

“자냐?”

“...”

창문 사이로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데이지는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구만. 쟤 때문에.’

평온하게 코를 고는 릴리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 던지고

데이지는 밖으로 나갔다.

닫히는 문 틈새로 릴리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

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내일 있을 축제에 쓰일 나무를 옮기는 두 명을 보며

데이지는 인사를 건넸다.

“풀, 위드. 안녕하세요?”

데이지가 부르자 풀과 위드는 나무를 잠시 내려놓고

데이지에게 말을 걸었다.

“데이지? 왜 벌써 일어났니?”

“누구 때문이겠어요.”

데이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풀이 웃으며 말했다.

“들으나 마나 릴리겠지 뭐. 걔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잖아.”

위드도 웃으며 말했다.

“그래, 누구 어렸을 때랑 똑같지.”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그럼 누구 얘기겠니?”

풀과 위드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데이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풀, 위드. 두 분은 대체 언제까지 싸우실래요?”

그러자 풀과 위드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말했다.

“얘만 조용히 하면 돼!”

“네, 네.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죠.”

데이지의 말을 들은 풀과 위드가 나무를 다시 들고

계속 말싸움을 하며 멀어져갔다.

점차 작아지는 둘의 투닥거림을 들으며

‘저 둘은 평생을 가도 철들지 못할 거야.’

데이지는 하품과 함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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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1
“푸우.”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의 시간.데이지는 익숙하게 자기 얼굴에 올려진릴리의 다리를 치우며 중얼거렸다.“릴리, 몇 번이고 말하지만 너 잠버릇은 너무 고약해.”릴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도 뜨지 않은 채옆으로 돌아누우며 데이지에게 말했다.“한두 번 일이야?”‘그래, 한두 번도 아닌데 꾸준한 너도 참 대단하다.’그렇게 생각하며 데이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오 분 정도 지났을까, 데이지는 릴리에게 말을 걸었다.“잠이 안 와.”“자려고.. 노력을.. 해봐..”“너 때문이잖아.”“...”“자냐?”“...”창문 사이로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데이지는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구만. 쟤 때문에.’평온하게 코를 고는 릴리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 던지고데이지는 밖으로 나갔다.닫히는 문 틈새로 릴리의 욕지거리가 들려왔다.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하늘을 바라보다가내일 있을 축제에 쓰일 나무를 옮기는 두 명을 보며데이지는 인사를 건넸다.“풀, 위드. 안녕하세요?”데이지가 부르자 풀과 위드는 나무를 잠시 내려놓고데이지에게 말을 걸었다.“데이지? 왜 벌써 일어났니?”“누구 때문이겠어요.”데이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풀이 웃으며 말했다.“들으나 마나 릴리겠지 뭐. 걔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잖아.”위드도 웃으며 말했다.“그래, 누구 어렸을 때랑 똑같지.”“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그럼 누구 얘기겠니?”풀과 위드가 또 투닥거리기 시작했다.데이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풀, 위드. 두 분은 대체 언제까지 싸우실래요?”그러자 풀과 위드가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말했다.“얘만 조용히 하면 돼!”“네, 네.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죠.”데이지의 말을 들은 풀과 위드가 나무를 다시 들고계속 말싸움을 하며 멀어져갔다.점차 작아지는 둘의 투닥거림을 들으며‘저 둘은 평생을 가도 철들지 못할 거야.’데이지는 하품과 함께 생각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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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2
“데이지, 데이지, 데이지!”릴리가 손가락으로 데이지의 옆구리를콕콕 찌르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아, 좀! 릴리! 또 혼난다고!”데이지 역시 작은 목소리로 릴리에게 짜증을 냈다.“하지만 심심한걸..”릴리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데이지는 단호하게 말했다.“나중에 놀아줄게. 지금은..”데이지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우드가 말을 걸었다.“데이지! 내일이 무슨 날이라고?”데이지가 당황하며 느릿느릿 일어서면서 말했다.“어, 저요? 음, 네, 어.. 내일은 축제죠. 네, 축제. 하하.”어색한 데이지의 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우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축제지. 축제 때만큼은 지금보다는 더집중할 수 있도록 해라. 중요한 날이잖니. 안 그래?”“그렇죠. 중요하죠. 축제니까요..”데이지가 릴리를 째려보며 말했다.릴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드의 말에집중하는 척했다.우드가 그런 데이지를 지적하며 말했다.“릴리는 또 왜 째려보니? 이왕 일어난 김에 축제에 대해 설명해보렴.나는 적어도 너가 나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일부라도 기억하기를 바란단다.”그러자 우드의 바로 앞자리를 늘 차지하는 자스민이어김없이 손을 들었다.“우드! 저요! 제가 말할래요!”우드는 부드럽게 말했다.“자스민? 나는 데이지한테 물어봤단다. 데이지, 대답해.”자스민이 아쉽다는 듯이 손을 내렸고릴리는 데이지한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쟤는 한결같이 재수 없다는 말이지..”‘적어도 자스민은 나한테 피해는 안 주잖아, 이 자식아.’데이지는 마음속으로 이 시간이 끝나면 릴리를두들겨 패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말하기 시작했다.“음.. 그러니까.. 축제가 시작되면 열 분의선택받은 사제님들이 아기를 품에 안고 나타나죠.그리고.. 교주님이 아기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면서기도를 해주시고...선택받은 사제님들 중 한 분을 다음 교주로 정하시고..사제들 중에서 열 분의 사제들을 선택하시고.. 그분들이 새로운 선택받은 사제님들이 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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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3
이리저리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다들 내일 있을 축제 때문에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건 데이지 역시 마찬가지였고, 뒤척이는 소리를 들으며데이지는 까만 천장을 바라봤다.“데이지.”릴리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데이지를 불렀다.“왜, 잠이 안 와? 뭔 일이래?”데이지가 놀리는 말투로 대답했다.릴리는 조그맣게 웃으며 말했다.“어. 너 얼굴에 다리 올려놓으면 잠 잘 올 것 같은데.”데이지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자지 마.”릴리가 우스꽝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이 상상 되서데이지도 따라 미소 지었다.“데이지.”“응.”“내일.. 있잖아..”“내일 왜?”“내일.. 우리..”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릴리에게 데이지가 말했다.“그래, 내일 우리 둘 다 선택받든, 선택받지 못하든,둘 중 하나만 선택받든, 우리는 계속 친구일 거야.”데이지의 말을 들은 릴리가 조용히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데이지가 당황하며 물었다.“릴리, 너 울어?”릴리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내일.. 우리..”데이지가 다정하게 말을 받았다.“그래, 내일 우리 왜?”“내일 우리 고기 많이 먹기 시합할래?”릴리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데이지는 당황하며 릴리에게 물었다.“어? 뭐라고?”“내일 고기 누가 더 많이 먹냐 시합하자고.”“...”데이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릴리는 그제야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하하! 데이지! 도대체 뭔 생각을 한 거야?우륀 계숵 췬구윌궈야..! 푸하하하! 아 진짜 웃기다.데이지, 너 진짜 오그라들었던 거 알지? 너도 알지?푸흡.. 큽! 푸하하!"데이지는 빨개진 얼굴로 중얼거렸다.“그래.. 내가 미쳤지.. 너한테 진지함을 바라다니..”릴리는 계속 웃어댔고 데이지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그때 저 멀리 구석에서 자스민이 소리쳤다.“릴리! 데이지! 조용히 좀 해! 시끄러워서 못 자겠잖아!”릴리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래. 미안하다, 자스민! 이제 조용히 할게! 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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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4
“왜 이런 옷을 입어야 하는 거야?”릴리가 투덜댔다.“오, 릴리. 우리의 전통 의상의 의미를 묻는 거니?이 복장은 우리가 드디어 축제에 주인공이 됨을의미함과 동시에 과거로부터 내려오는..“자스민의 말을 끊으며 릴리가 말했다.“자스민,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넌 잠시라도 그 주둥이 좀 다물어 줄 수 없냐?”자스민의 구겨지는 얼굴을 보며 데이지가 황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자스민, 너 말이 무슨 뜻인지는릴리도 알 거야. 그리고 릴리,자스민한테 시비 그만 걸어.”릴리가 데이지에게 조그맣게 말했다.“신께서 자스민에게 입 좀 다물라고전해주시면 좋을 텐데.”데이지 역시 릴리에게 조그맣게 말했다.“그건 나도 동감하기는 해.”흰 색 천막 뒤에서 데이지, 릴리와자스민을 포함한 아이들은 전통 의상으로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이제 교주님 말씀 끝났고, 아기들에게 기도도 드렸고,곧 나갈 차례구만. 만약 내가 선택받은 사제님들이 되고교주님도 된다면 축제 시간부터 줄일 거야.”릴리가 말했다.“하! 꿈도 크네.” 자스민이 비꼬며 말했다.“자스민, 내 주먹이 니 얼굴에 닿기 전에우리가 나갈 시간이 오기를 바라야 할 거야.”릴리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나는 그때까지 퍽이나 가만있겠다. 어?”자스민 역시 지지 않고 받아쳤고데이지는 그 둘 사이에 서서 중재하느라 진땀을 뺐다.그때 우드가 천막을 들추며 말했다.“이제 나갈 시간이란다, 얘들아!세상에, 다들 너무 예쁘구나!”데이지는 아직도 서로를 노려보는릴리와 자스민에게 말했다.“자자, 나갈 시간이야. 가자고, 어서! 노려보기 멈추고,주먹 내리고, 릴리, 자스민, 빨리 내 손 잡아. 가자!”릴리와 자스민은 데이지의 양쪽에서 마지못해데이지의 손을 잡고 분을 못 이기고 계속 중얼거렸다.“그래, 그래. 아이고 착하다.”데이지가 어린아이들을 어르듯이 말했다.“자! 올해로 열일곱이 된 사제들을 소개합니다!”밖에서 사회를 맡은 풀의 말이 들렸고 아이들은다 같이 나란히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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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5
“후와, 배불러. 당분간은 고기 소리만 들어도바로 토할 것 같아.” 릴리가 말했다.데이지도 동감하며 말했다.“나도..”이윽고 찾아온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릴리가 침묵을 깨며 말했다.“당분간은 작별이구만?”데이지가 말했다.“그렇지..”“데이지, 이제 너 늦잠자면 깨울 사람이짜증나는 자스민밖에 없어서 어떡해?”“일찍 일어나는 것보다는 늦잠자서혼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은데?”릴리가 큰 소리로 웃었다.데이지는 따라 웃을까, 하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데이지가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릴리, 음.. 그게..”릴리가 말했다.“데이지, 우드가 그랬잖아. 모든 일은 누군가 해야만 해.농사를 짓거나, 동물을 기르거나, 건물을 짓거나,그 외 기타 등등. 난 상관없어.서운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긴 한데,난 너가 선택받은 사제님이 된 게 너무 행복해.괜히 나 때문에 죄책감 느끼지 마, 알았지?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니까.”데이지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릴리가 마저 말했다.“감동적이야? 그렇다고 울지는 마.넌 웃는 게 그나마 덜 못생겼거든. 아, 그렇다고 웃는 게예쁘다는 소리는 아닌 거 알지?”데이지는 그제야 마음 놓고 웃었다.데이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릴리가 말했다.“근데 데이지. 하나만 약속해 줘.”데이지가 말했다.“당연하지, 그게 뭐든.”“나중에 너가 교주님이 된다면, 신께 하나만 여쭤 봐줘.나를 알기는 하시느냐고.”데이지가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의 친구, 릴리야. 신께 맹세하마.신께서 너를 모르신다면 너에 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신께 다 알려 드리리라고.”릴리가 말했다.“너무 많은 건 알려 드리지 마. 좋은 것만 말씀드려.”데이지가 말했다.“신이시여, 제 친구 릴리는 잘 때 다리를제 얼굴에 올려놓고 잔답니다, 이런 거는 빼?”“그렇지.”릴리와 데이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데이지, 사랑해.”“릴리, 나도.”서로의 손을 꼭 잡고 릴리와 데이지는 눈을 감았다.“잘 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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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6
누군가 데이지를 흔들며 깨웠다.“릴리, 혼자 놀아..”데이지가 잠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고자스민이 어이없다는 듯이 릴리에게 말했다.“뭐래. 데이지, 빨리 일어나. 아침 기도 시간이야.”데이지는 그제야 눈을 뜨며 일어났다.아직 낯선 천장이 릴리를 반겼다.선택받은 사제로 선정된 후 일주일이 지났다.데이지와 자스민, 또 다른 선택받은 사제들은축제 다음 날 선택받은 사제들이 거주하는 곳으로짐을 챙겨 이동했다.그날부터는 교주님이 직접 선택받은 사제들을교육하셨다. 아침에 기도를 하고, 수업을 들은 후,다시 기도, 수업을 듣고, 다시 기도,그 후 잠을 자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마워, 자스민.”“별말씀을, 너 때문에 다들 기다리잖아. 빨리 일어나.”‘자스민은 꼭 한 마디를 덧붙인다는 말이지.’유독 자스민을 싫어하던 릴리의 마음을데이지는 요즘 들어 절실히 동감하고 있었다.데이지의 손을 잡아끌며 자스민은 기도실로 향했고,교주님과 아이들이 데이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데리고 왔어요!” 자스민이 자랑스레 말했다.“잘했다, 자스민. 데이지도 빨리 자리에 앉으렴.”교주님은 너그럽게 웃으며 말씀하셨다.자스민은 교주님 바로 앞의 자리에 앉았고데이지도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교주님이 입을 열었다.“자, 신께 기도를 드립시다.”아이들이 다 같이 눈을 감았다.“오늘도 무사히 일어나게 해주심에 감사하고,오늘도 태양을 바라보게 해주심에 감사하고,오늘도 다 함께 기도를 드리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신이시여,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이 몸이 신께 다시 돌아갈 때까지영원히 기도하겠습니다.”기도를 마치고 수업이 시작되었다.교주님은 말했다.“어제 했던 말을 이어서 말하자면우리는 모두 신의 자식들입니다. 신께서는 우리를 이곳에만드시고 우리로 하여금 신께 기도하며행복하게 살아가게끔 하십니다.여러분은 선택받은 사제들입니다. 여러분 중에 한 분은제 다음을 이어서 교주가 되어, 신의 뜻을 빌어서다음 세대의 선택받은 사제들을 정할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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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7
‘발바닥에 물집 잡힌 것 같은데.. 아 쓰라려.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는 거야?’데이지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속으로 삼키며활기차게 발걸음을 옮기는 자스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삼 년 정도의 교육이 끝나고 교주님은 때가 왔다며 데이지를 포함한 선택받은 사제들을 데리고제대로 닦이지도 않은 산길을 올랐다.교주님은 이 또한 기도의 일종이라며 일체의 쉬는 시간도허용해주지 않으시며 맨 앞에서 나아가셨고데이지는 억지로 보폭을 맞췄다.‘한 시간은 걸은 것 같은데. 설마 정상까지 올라가나?’저 멀리 아스라이 구름에 닿을 듯한 산꼭대기를 보며데이지는 한숨을 뱉었다.다행히 데이지의 생각이 틀렸다.수풀이 우거진 산 중턱에서 교주님은 발을 멈추셨다.“자, 도착했다!” 교주님이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씀하셨다.“음.. 교주님?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데요?”데이지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주변에는 온통 나무, 풀, 웬 바위 하나,그리고 또 나무밖에는 보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이 바위가 보이니, 데이지?”교주님이 가리키신 바위는 알 수 없는 글자가희미하게 쓰인 데이지의 몸만 한 크기의 바위였다.“네.” 데이지가 말했다.“이 바위가 우리가 기도를 드리는 곳이라는 표식이란다.”교주님이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편, 신기한 눈으로 바위의 이곳저곳을 바라보던자스민이 교주님께 물었다.“교주님? 이 글자는 뭐에요?”교주님이 자스민을 보며 설명해주셨다.“먼 옛날, 신께서 적어주신 글자란다.이안의 동굴이라는 뜻이지.”“이안이 뭐에요?” 데이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교주님은 잠시 눈을 감으신 뒤, 천천히 말씀하셨다.“이제 곧 알게 될 거란다.”교주님은 바위를 주먹으로 세 번 두들기시며“선택받은 사제들이 왔습니다!”라고 소리치셨다.그러자 바위가 굉음을 내며 천천히 옆으로 이동했고,먼지가 걷힌 뒤, 바위가 온전히 옆으로 옮겨지자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가자.” 교주님은 한마디 말과 함께먼저 계단을 내려가셨고,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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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8
보고싶은 릴리에게.릴리, 이곳에 온 지도 어느새 삼 년이 지났네.너를 못 본 지는 한 육 년은 된 것 같아.잘 지내? 잘 지냈으면 좋겠네. 늘 너 생각을 해.너도 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내가 널 생각하는 것의 반이라도 좋으니까.오늘도 신께 기도를 드렸어.첫 아기는 이안이었지.얼굴도 보지 못했어. 사제님들이 데리고 나가셨거든.두 번째 아기는 우리와 같은 아기였어.두 번째 아기는 나와 함께 있게 해주시더라.아기가 칭얼거리네, 잠시만.됐다. 잠이 든 것 같아. 마저 쓸게.오늘 이안을 죽였어. 내 손으로.이안을 이미 낳았으니 그 이안은 필요 없대.내가 낳은 이안이 그 이안의 자리를 대신할 거래.죽은 이안의 발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줬어.멍이 들어있더라.우리 어렸을 때 위험하게 놀다가 멍 많이 들었었잖아.그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멍이.이안은 우리가 아니야.이안은 우리가 아니야.이안은 우리가 아니야.그래, 이안은 우리가 아니야.신께서 우리를 위해 주신 거지.내가 죽인 이안은 어디로 가는 걸까.다시 이안으로 태어나는 걸까?자스민은 잘 지내. 다른 아이들도.처음에는 다들 당황스러워하다가 곧 적응했어.나도 그렇고.내가 마지막으로 우리의 아기를 낳았어.이제 곧 산에서 내려갈 거야.곧 너를 볼 수 있겠지.꿈속의 너가 아니라 진짜 너를.사랑해.데이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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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9
“자, 다들 준비됐죠?”각자 아기를 품에 안은 아이들을 보며 교주님이 물었다.“네.”아이들은 대답했다.밖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제가 먼저 나가서 연설을 할 겁니다.제가 부르면 나오시면 돼요. 미소 잊지 마세요!”교주님이 밖으로 나가셨다.커다란 환호성이 들려왔다.데이지는 시끄러운 와중에도새근새근 잘도 자는 품속의 아기를 바라봤다.어느새 부턴가 아이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게 됐다.각자 자기의 아기들을 바라볼 뿐이었다.“..자, 이제 선택받은 사제들을 소개합니다!”아이들은 말없이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갔다.무대 위에 나란히 섰다.무대 아래에서는 사제들이 박수를 치며 그들을 환영했다.아이들은 미소를 지었다.데이지는 억지로 웃으며 찬찬히 무대 아래를 살폈다.“데이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여기야! 여기!” 릴리가 손을 흔들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데이지는 당장에라도 아기를 내려놓고릴리에게 뛰어가 안기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릴리는 키가 더 커진 것 같았다.이제 나란히 서면 데이지가 작아 보일 정도로.“자! 올해로 열일곱이 된 사제들을 소개합니다!”앳된 아이들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무대 위에 섰다.데이지는 예전 저 때의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한없이 순수한, 어린 자기를.“이제 교주님이 새로운선택받은 사제님들을 선정하시겠습니다!”교주님이 아이들 열 명을 골라 화관을 머리에 얹어주었다.“새로운 선택받은 사제님들에게 박수를!”사제들이 다 같이 박수를 보냈다.이제 교주님이 데이지와 아이들 중 한 명을 골라다음 교주로 선정해야 할 시간이 왔다.교주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데이지에게 다가와데이지를 꽉 끌어안고는 귓속말을 건넸다.“잘 부탁한다. 데이지.”무대 아래의 사제들이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데이지! 너가 될 줄 알았어!” 릴리의 새된 목소리가사람들의 환호를 뚫고 데이지에게 들려왔다.아기를 기르는 사제님들에게 아기를 보내고,전 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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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otten sons 10 [完]
“이곳입니다.”교주의 잡무를 도와주는 사제가 알려줬다.“오직 교주님만 신께서 대화를 허락해주시죠.이곳의 소리는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습니다.마음 놓고 신께 말씀드리시면 됩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 주세요.”축제가 끝난 후 데이지는 교주의 건물로 향했다.입구에서 데이지를 기다리던 사제가 데이지에게 인사했다.건물의 이곳저곳을 알려주다가마지막으로 교주의 방을 안내해줬다.사제가 방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던 데이지가교주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온통 하얀 방 한가운데에나무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한 손에 릴리를 위해 적은 일기를 든 채로,데이지는 의자에 앉았다.얼른 신께 말을 전하고, 말씀을 듣고 릴리를 보고 싶었다.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를 말해주고 싶었다.데이지는 입을 열었다.“저기.. 신님?”“...”“안녕하세요? 저는 데이지에요. 물론 알고 계시겠지만..”“...”데이지는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둘러봤다.온통 하얀색뿐이었다.“혹시 주무세요? 다음에 다시 올까요?”기다리던 데이지가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자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데이지.”데이지는 당황하며 말했다.“네? 음, 네. 어.. 안녕하세요..?”“하하. 그래요. 안녕해요.”데이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어.. 신이시여? 왜 제게 존댓말을.. 하시는지..여쭤 봐도 될까요..?”잠시 웃음소리가 들렸다.데이지를 비웃는 소리가 아닌,아이를 보는 어른의 웃음 같았다.“당연히 존댓말을 해야죠.”데이지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그게 편하시다면.. 네..”“데이지,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네.. 노력은 해볼게요..”데이지가 일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데이지, 저는 새미 캘린 교수에요.”“네?”“이름이 새미, 성이 캘린, 교수는 직업이에요.편하게 새미라고 부르시면 돼요.”‘성이 뭐지? 교수는 또 뭐고?’데이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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