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때로는 미스터리, 때로는 로맨스, 또 때로는 판타지. 다양한 장르들로 이뤄진 중•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View More어두운 방.한가운데에는 정사각형의 탁자.그 위에는 자그마한 전등.그 옆에는 의자 세 개.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남자는 탁자를 향해 조심스레 걸어온다.의자를 모두 뒤로 한걸음 정도씩 빼놓는 남자.그러곤 그중 한 의자에 앉는다.눈을 감는 남자.심호흡을 하고 눈을 뜨면,나머지 의자에,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앉아있다.남자는 그들에게 간단히 목례를 한다.같이 목례를 하는 여자와 대충 손을 흔드는 늙은 남자.여자가 입을 연다.“..시작하시죠.”늙은 남자는 여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걸걸한 목소리로 시끄럽게 말하기 시작한다.“이 짓거리도 벌써 몇 번째야, 안 지치냐?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내가 먼저 미치겠어. 어?”남자가 여자를 본다.여자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입을 열지 않겠다는 무언의 뜻이 느껴진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늙은 남자를 바라본다.어렵사리 입을 뗀다.“그.. 아시다시피, 저희로서는 이런 방법밖에는 떠올리지 못해서..죄송합니다. 그러나 저희 쪽 입장도 조금은 헤아려주십시오.”“조금은 헤아려주십시오? 이게 너네 입에서 나올 말이냐, 지금?내가 지금까지 준 기회만 수천 번이 넘어, 수천 번이! 까먹었어?벌써 까먹을 정도로, 그렇게 멍청하게 만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내가 잘못 만들었나? 내 잘못이야? 그래, 내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너네같이 멍청한 놈들을 만들어버린 것도 잘못이고,너네같이 멍청한 놈들한테 기회를 줬던 것도 잘못이고.너네같이 멍청한 놈들이랑 대화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도 잘못이지.”“...”“아니, 왜 니들은 니들 필요할 때만 나한테 찾아와서 이래라 저래라냐?평소에 잘하든가, 느닷없이 찾아와서 제 말 좀 들어주세요~ 하고 찡찡거리면내가 들어주고 싶겠냐?”“..그래도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기도도 드리고, 헌금도 바치고, 뭐.. 그렇게 하잖습니까?”“그게 나한테 들어오냐? 니들 대가리한테 들어가지.내가 뭐 대단한 거 바라는 거야? 아니잖아.그냥
아버지, 당신께 벌써 몇 번이나 적었는지도 모를 편지를 적습니다.오늘도 몸 성히 잘 지내시는지요.저는 잘.. 저는..음..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합니다.아버지께 보낼 편지를 적으며 새벽을 보냈던 날들이 늘어날수록제 마음은 편해졌었지만이젠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에는,현실이 너무나 커다랗게 저를 덮쳐오고 있습니다.차가운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웃돈다는 것을저는 이곳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누군가는 평생 모를 이 감정을,몰라야만 할 이 감정을 저는 너무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아니, 탓할 수도 없는 지금이 스스로를 탓하게끔 하는 듯도 합니다.어제의 악몽은 오늘의 현실이 되어가니,오늘의 악몽은 내일의 현실이 되겠지요.어쩌면 저는 낮 동안 큰 악몽 속을 헤매이다가 밤이 되어,잠에 들고 나서야 작은 악몽 속에서 숨을 돌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이렇게 편지를 적는 것도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어제 잡아온 그들 중 하나가 털어놓았습니다.내일, 즉 오늘,이 새벽이 지나면 그들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하더군요.그자를 묶어 놓으려고 했지만주변 이들의 불안감 어린 눈빛을 보고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되뇌었습니다.총에 튄 핏방울은 아직도 닦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이라 생각하려 합니다.그렇게나마 제 주위 이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지라 하더라도요.탄약고와 주변 건물들, 시체들의 품까지 뒤져저희에게 남은 총알들을 모조리 모아 세어보았습니다.한 명당 서른 발 정도의 총알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턱없이 부족한 수입니다.한 발에 한 명을 쏴 죽인다고 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다행히 죽는다고 해도 지옥에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이미 저는 지옥에 있으니까요.이곳만 벗어날 수 있다면..아니, 아닙니다.이런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모두를 쓰러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이백명에서 백오십명으로,백
#6시간이 꽤 많이 흐른다.여의 형은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죽는다.여의 아빠와 엄마는 장례식장을 큰 곳을 빌린다.관도 좋은 것을 쓰고, 음식도 잘하는 곳을 부른다.여의 통장 속 돈으로.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오히려 기쁘다.애초에 가족을 위해 쓰려고 받은 돈이었으니까.그러나 여에게 문제는그 돈을 죽은 가족을 위해 쓰려고받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여에게 형은 죽었다.그건 여의 아빠나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만,여에게는 그 의미가 달랐다.커다란 장례식장.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텅 빈 조문실.육개장과 전들은 차갑게 식는다.여의 아빠와 엄마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운다.여는 그것이 불만이었다.여는 형의 영정사진 앞에서도 슬프거나 아픈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여의 아빠와 엄마가 울다 혼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여는 그 둘에게 물을 한잔씩 떠다주며 말한다."형은 어차피 죽을 거였어.아빠도, 엄마도 알고 있었잖아.왜 호들갑이야?그리고 이런 장례식 할 돈 있으면그 돈 아껴서 차라리산 사람들끼리 밥이나 먹는 게 맞지 않아?이런다고 형이 살아 돌아와?살아 돌아온대도 병신마냥 링겔 달고 숨만 쉬고 있을 텐데?"여의 아빠가 손에 쥔 종이컵이 찌그러진다.종이컵의 물이 넘쳐흐른다."하긴 정상적인 게 아니지.애미, 애비는 일부러 차에 치여서 합의금을 뜯어내는데그 아들은 차에 치여 식물인간이 된 게.차라리 형한테 차에 안 아프게 치이는 법을알려주지 그랬어?부모 자격 실격이야. 여러모로.그래놓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척 하고 있네?뭘 잘했다고 질질 짜는 건지.."여의 아빠는 분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여의 멱살을 잡는다."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해!""아니.."여는 말을 하려다가 만다.여의 엄마가 여와 아빠를 말리며 울고 있는 얼굴이여에게는 참을 수 없이 웃겼기 때문이다.그래서 여는 웃는다."푸흡, 푸하하!"여의 아빠는 주먹으로 여를 후려치고,발로 걷어차며
#1"안녕하세요.당신의 감정 중 하나를 사고 싶은데..무엇을 파시겠습니까?"이 미친놈은 또 뭐야.사채업자한테 쥐어터지다 도망쳐간신히 숨을 곳을 찾다가,인적 드문 공원에 있었는데여기도 미친놈이 있는 곳이었나 보다."아저씨. 저도 돈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남자는 여의 팔에 감긴 붕대와 얼굴의 상처,살갗이 드러난 부위마다 빠짐없이 어린 멍 자국을 본다.여는 괜히 옷 끝단을 잡아당겨 몸을 가리려한다.뭐, 어차피 너덜거리다 찢어져버릴 낡은 옷이지만,그냥, 괜한 관심은 꺼려지니까.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여의 옆에 앉는다.여는 짜증스러운 눈으로 남자 얼굴을 본다.남자는 여를 보고 빙긋, 웃는다.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본다.남자는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한다."예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닥치고 있으면 질려서 가겠지."...""예술이란 말이죠."아예 본격적으로 주둥이를 놀리려나보다.그냥 딴 데로 갈걸 그랬어."감정을 사용하는 겁니다.음.. 알기 쉽게 말하자면..감정은 물감입니다.예술가들은 붓에 감정을 묻히고무언가에 덧칠을 하는 것이죠.무언가를 칠하던가.그렇게 되면 그 무언가는,더 이상 무언가에 머물지 않는답니다.아름다워진다는 심미적인 관점에서도,비싸진다는 세속적인 관점에서도,사실은 모든 관점에서 한 차원 더 높아지죠.그런데.."남자는 난처한 듯 웃는다."저는 너무 오랜 시간 예술에 심취해예술품들을 만들어내다 보니..제 안의 감정들을 전부 써버렸습니다.이젠 어떻게 해도 감정이 생기지 않더군요."방금 웃지 않았나?여는 남자 얼굴을 흘겨본다.남자는 여와 눈을 맞추며 크게 미소 짓는다.올라가는 자신의 입 꼬리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그래서 그 다음부터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사곤 한답니다.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감정은 분에 맞지 않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남자는 아예 본격적으로 여를 향해 몸을 돌려 앉고는"희, 노, 애, 락, 그 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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