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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Author: 장순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17 11:05:28

아버지, 당신께 벌써 몇 번이나 적었는지도 모를 편지를 적습니다.

오늘도 몸 성히 잘 지내시는지요.

저는 잘..

저는..

음..

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합니다.

아버지께 보낼 편지를 적으며 새벽을 보냈던 날들이 늘어날수록

제 마음은 편해졌었지만

이젠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커다랗게 저를 덮쳐오고 있습니다.

차가운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웃돈다는 것을

저는 이곳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 모를 이 감정을,

몰라야만 할 이 감정을 저는 너무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아니, 탓할 수도 없는 지금이 스스로를 탓하게끔 하는 듯도 합니다.

어제의 악몽은 오늘의 현실이 되어가니,

오늘의 악몽은 내일의 현실이 되겠지요.

어쩌면 저는 낮 동안 큰 악몽 속을 헤매이다가 밤이 되어,

잠에 들고 나서야 작은 악몽 속에서 숨을 돌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편지를 적는 것도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잡아온 그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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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순혁 중 º 단편   아버지께

    아버지, 당신께 벌써 몇 번이나 적었는지도 모를 편지를 적습니다.오늘도 몸 성히 잘 지내시는지요.저는 잘.. 저는..음..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합니다.아버지께 보낼 편지를 적으며 새벽을 보냈던 날들이 늘어날수록제 마음은 편해졌었지만이젠 그렇게 현실을 직시하지 않기에는,현실이 너무나 커다랗게 저를 덮쳐오고 있습니다.차가운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웃돈다는 것을저는 이곳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누군가는 평생 모를 이 감정을,몰라야만 할 이 감정을 저는 너무나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아니, 탓할 수도 없는 지금이 스스로를 탓하게끔 하는 듯도 합니다.어제의 악몽은 오늘의 현실이 되어가니,오늘의 악몽은 내일의 현실이 되겠지요.어쩌면 저는 낮 동안 큰 악몽 속을 헤매이다가 밤이 되어,잠에 들고 나서야 작은 악몽 속에서 숨을 돌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이렇게 편지를 적는 것도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어제 잡아온 그들 중 하나가 털어놓았습니다.내일, 즉 오늘,이 새벽이 지나면 그들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하더군요.그자를 묶어 놓으려고 했지만주변 이들의 불안감 어린 눈빛을 보고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옳은 선택이었는지는 몰라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되뇌었습니다.총에 튄 핏방울은 아직도 닦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이라 생각하려 합니다.그렇게나마 제 주위 이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지라 하더라도요.탄약고와 주변 건물들, 시체들의 품까지 뒤져저희에게 남은 총알들을 모조리 모아 세어보았습니다.한 명당 서른 발 정도의 총알이 돌아갈 것 같습니다.턱없이 부족한 수입니다.한 발에 한 명을 쏴 죽인다고 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다행히 죽는다고 해도 지옥에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이미 저는 지옥에 있으니까요.이곳만 벗어날 수 있다면..아니, 아닙니다.이런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모두를 쓰러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이백명에서 백오십명으로,백

  • 장순혁 중 º 단편   슬픔과 고통을 팔다 2 [完]

    #6시간이 꽤 많이 흐른다.여의 형은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죽는다.여의 아빠와 엄마는 장례식장을 큰 곳을 빌린다.관도 좋은 것을 쓰고, 음식도 잘하는 곳을 부른다.여의 통장 속 돈으로.여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오히려 기쁘다.애초에 가족을 위해 쓰려고 받은 돈이었으니까.그러나 여에게 문제는그 돈을 죽은 가족을 위해 쓰려고받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여에게 형은 죽었다.그건 여의 아빠나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만,여에게는 그 의미가 달랐다.커다란 장례식장.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텅 빈 조문실.육개장과 전들은 차갑게 식는다.여의 아빠와 엄마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운다.여는 그것이 불만이었다.여는 형의 영정사진 앞에서도 슬프거나 아픈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여의 아빠와 엄마가 울다 혼절하고 다시 깨어났을 때,여는 그 둘에게 물을 한잔씩 떠다주며 말한다."형은 어차피 죽을 거였어.아빠도, 엄마도 알고 있었잖아.왜 호들갑이야?그리고 이런 장례식 할 돈 있으면그 돈 아껴서 차라리산 사람들끼리 밥이나 먹는 게 맞지 않아?이런다고 형이 살아 돌아와?살아 돌아온대도 병신마냥 링겔 달고 숨만 쉬고 있을 텐데?"여의 아빠가 손에 쥔 종이컵이 찌그러진다.종이컵의 물이 넘쳐흐른다."하긴 정상적인 게 아니지.애미, 애비는 일부러 차에 치여서 합의금을 뜯어내는데그 아들은 차에 치여 식물인간이 된 게.차라리 형한테 차에 안 아프게 치이는 법을알려주지 그랬어?부모 자격 실격이야. 여러모로.그래놓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척 하고 있네?뭘 잘했다고 질질 짜는 건지.."여의 아빠는 분개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여의 멱살을 잡는다."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해!""아니.."여는 말을 하려다가 만다.여의 엄마가 여와 아빠를 말리며 울고 있는 얼굴이여에게는 참을 수 없이 웃겼기 때문이다.그래서 여는 웃는다."푸흡, 푸하하!"여의 아빠는 주먹으로 여를 후려치고,발로 걷어차며

  • 장순혁 중 º 단편   슬픔과 고통을 팔다 1

    #1"안녕하세요.당신의 감정 중 하나를 사고 싶은데..무엇을 파시겠습니까?"이 미친놈은 또 뭐야.사채업자한테 쥐어터지다 도망쳐간신히 숨을 곳을 찾다가,인적 드문 공원에 있었는데여기도 미친놈이 있는 곳이었나 보다."아저씨. 저도 돈 없으니까, 그냥 가세요."남자는 여의 팔에 감긴 붕대와 얼굴의 상처,살갗이 드러난 부위마다 빠짐없이 어린 멍 자국을 본다.여는 괜히 옷 끝단을 잡아당겨 몸을 가리려한다.뭐, 어차피 너덜거리다 찢어져버릴 낡은 옷이지만,그냥, 괜한 관심은 꺼려지니까.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여의 옆에 앉는다.여는 짜증스러운 눈으로 남자 얼굴을 본다.남자는 여를 보고 빙긋, 웃는다.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본다.남자는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한다."예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닥치고 있으면 질려서 가겠지."...""예술이란 말이죠."아예 본격적으로 주둥이를 놀리려나보다.그냥 딴 데로 갈걸 그랬어."감정을 사용하는 겁니다.음.. 알기 쉽게 말하자면..감정은 물감입니다.예술가들은 붓에 감정을 묻히고무언가에 덧칠을 하는 것이죠.무언가를 칠하던가.그렇게 되면 그 무언가는,더 이상 무언가에 머물지 않는답니다.아름다워진다는 심미적인 관점에서도,비싸진다는 세속적인 관점에서도,사실은 모든 관점에서 한 차원 더 높아지죠.그런데.."남자는 난처한 듯 웃는다."저는 너무 오랜 시간 예술에 심취해예술품들을 만들어내다 보니..제 안의 감정들을 전부 써버렸습니다.이젠 어떻게 해도 감정이 생기지 않더군요."방금 웃지 않았나?여는 남자 얼굴을 흘겨본다.남자는 여와 눈을 맞추며 크게 미소 짓는다.올라가는 자신의 입 꼬리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그래서 그 다음부터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사곤 한답니다.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감정은 분에 맞지 않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으니까요."남자는 아예 본격적으로 여를 향해 몸을 돌려 앉고는"희, 노, 애, 락, 그 외 무엇

  • 장순혁 중 º 단편   유령

    1그는 언제나 있었다.할아버지의 말씀을 빌려서 설명하자면,옛날, 할아버지의 젊었을 적부터 있었다고 한다.사실, 할아버지께서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라고 하셨었다.해가 지고, 저녁이 되고,밤 12시가 되면집에 장작을 쌓아놓고서는벽난로에 불을 피우기만 하면그 앞 흔들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불을 들여다봤다고 한다.할아버지께서는 그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주었다고 하셨다.하얀 천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검은 눈구멍 두 개만 뚫어놓은 그에게서는흔들의자가 앞뒤로 흔들리며 내는 소리인끼익끼익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마치 유령처럼 말이다.2그의 눈구멍 안으로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그저 검은 칠이 되어있을 뿐.누구에게는 당연한 말이겠고,또, 다른 누구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말이겠지만.어렸을 때의 나는 그 사실에 개의치 않았다.유령에게 눈이 있든, 없든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가.벽난로가 타고 있는, 바로 앞의 흔들의자.그가 흔들의자에 앉아 다시끼익끼익소리를 낼 때면나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옆 마룻바닥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과자를 먹을 때는 그에게 과자를 건넸고,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그에게 장난감을 건넸다.하지만 그는 언제나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돌릴 뿐,나와 함께 과자를 먹는다거나,나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다거나,나와 어울려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그 정도만 해도 나에게는 충분했다.적어도 또래 친구들처럼 나를 피하거나,내 얼굴의 화상 흉터를 보고 나를 무서워하거나,아니면 돌을 던지며 나를 놀리지 않았으니까.저녁이 될 때까지 나는 언제나 내 방에서 그를 기다렸다.저녁이 되고,괘종시계가 밤 12시를 알리는 종을 치면나는 가지고 놀던 것들을 손에 쥐고부리나케 흔들의자를 향해 달려갔다.유령은 늘 그랬듯, 언제나 그 흔들의자에 앉아있었고나는 그 옆이 원래 내 자리라는 듯 당연하게 앉아혼자 재잘거리며 놀았었다.유령은 언제나 그랬듯이아무런 말도 하지

  • 장순혁 중 º 단편   춘배

    1."인쟈 얼마 안남았댜.""..얼마나 남았는디요.""몰르지. 아마.. 닷새 정도?""..알것슈."의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춘배."남은 시간 동안 어메한테 잘혀.난중에 후회하지 말고.""죽는 건 난디, 왜.."춘배는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암튼 감사혀요. 갑니다.남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시구.""..그려."2."아가, 옷 추르렴. 고뿔 걸릴라.""인쟈 한여름이요, 엄니.안 그라도 더븐디 그런 말 마소.""뭔 여름이 이리 춥다니?봄 올람 멀었다. 얼른 저고리 챙겨입그라.고뿔 걸리면 눈물, 콧물 다 뺄 거인디..여 뒷산에서 산수유 알멩이나 따와야 쓰겄네.""아, 좀!엄니. 길 만든다고 거 다 볏던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디 자꾸 뭔 소릴 하는겨!"마루에 걸터앉아연신 손부채질을 해대는 춘배에게건넛방에 앉아, 그의 어메는 같은 말들만 늘어놓는다."그려? 그럼 산수유는 어디 가서 구한담?아가, 고뿔 걸린다니까는.옷 추르려, 어서."질린다는 눈으로 제 어메를 보던 춘배는한숨을 푸욱, 내쉬고는마루 구석에 벗어던져 놓은땀으로 범벅이 된 저고리를 가져다 대충 걸친다.그 모습이 자못, 만족스러운 듯 슬며시 미소를 짓는 그의 어메.너덜너덜한 여닫이창을 끼익, 하고 닫는다.창이 닫히자마자 저고리를 대충 벗어 던지는 춘배.다시 손부채질을 시작하지만올여름은 왜 이렇게도 더운 것인지,춘배는 서늘한 마루에 아무렇게나 드러눕는다.하늘을 보면, 해가 구름에 가리어진다.잠시나마 식은 바람이 분다.뜨거운 열기가 한결 가신다.3."총각. 우리 아들 본 적 없는감?""또 뭔 소릴 하는겨.엄니 앞에 있는 나가 엄니 아들인디?""에이, 울 아들냄은 총각보다 더 신수가 훤히 생겼는걸.우리 아들 못봤는감?""에휴. 그려, 그 아들내미는 얼마나 더 그, 신수란 게 생겼나?""지 애비 안 닮고 나랑 똑 닮았으니,아주 어, 그래, 미남이지, 미남.눈도 크다랗고, 코도 오똑허니 잘 생겼지.""아이고

  • 장순혁 중 º 단편   행성 2 [完]

    "...이나 되나요, 씨X. 결국 우-."무전기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으음.. 머리가 아팠다.몽롱한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며 눈을 떴다.어두웠다. 밤인가?횃불이 타닥이며 불타고 있었다.누군가 무전기를 손에 들고 있다.내 소리를 들은 걸까. 그게 뒤돌아보았다.분명히 사람이다. 사람인데, 왜 옷을 안 입고 있지?가슴이 불룩한 걸 보니 여자다."저기요.." 힘없이 불렀다.그녀가 웃었다.뭐가 웃긴 거야.정신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내 뒤통수는 멀쩡한가?팔을 들어 만져보려 했는데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덩굴같은 걸로 말뚝에 묶여있다.다리도 마찬가지다."저기요? 당신도 생존자예요? 우주선에서?아니 그 전에 이것 좀 풀어줘 봐요. 뭐 하는 거예요? 당신 누구예요?"그녀가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그러자 밖에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나를 둘러싸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이들 앞에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저기요? 누구 한국말 할 줄 아는 사람 없어요?아니면 영어라도? 헬로? 아니면 봉쥬르? 니하오? 또.. 아이 씨X 모르겠다.당신들 누구냐고!"내가 소리를 크게 지를수록 이 사람들은 더 크게 웃어댔다."그래, 씨X. 마음껏 웃어대라. 개X끼들.."그때,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아까 그 꼬마가나무를 깎아낸 그릇에 열매를 짓이긴 것 같은 것을 들고 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뭐? 먹으라고? 내가 미쳤냐?"그 꼬마아이는 말을 듣지도 않고 뒤돌아 가버렸다."야 이 씨X. 말하면 좀 들어!"내 주변을 둘러쌓던 사람들은 한두 명씩 동굴 밖으로 가더니이제는 남자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내가 도망칠까 봐 경비를 서는 걸까."아주 멍청하지는 않네. 당신들 식인종이야? 나 먹으려고?이런 씨X. 내가 얌전히 먹힐 것 같아? 니들 후회할 거야, 이 개X끼들아!"남자들은 내 말을 무시하며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문제는 내가 그 말을 이해 못 한다는 것뿐이었다.얼마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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