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씨X, 이게 어떻게 된 거지?분명히 떠났잖아, 떠났다고.저 망할 놈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왜 씨X 우리지?이미 늦었었나?최선이었다고, 제일 빠른 거였어.개X발놈의 우주 담당자 새끼들.걔네 눈은 다 X박았나?지구만한 놈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걸어떻게 못 볼 수가 있지?씨X놈의 신이시여. 이게 말이나 되나요, 씨X.결국 우-."금이 간 녹음기의 유일한 내용이었다.녹음기를 대충 뒷주머니에 찔러 놓고다른 것들 중 쓸만한 것들이 있나 뒤져보았다.통조림? 괜찮지. 음식은 많을수록 좋으니까.칼? 이미 있잖아. 패스.시체? ..음.옆에 있던 구부러진 철판을 (아마 우주선에 덧대어졌던 것일 거다.) 시체의 얼굴에 덮어줬다.천 같은 건 다 타버렸으니 이게 최선이다.지구에 있을 때는 천국이나 지옥에 갈 줄 알았는데,여기서 죽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나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아니다.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일단 생존에 필요한 걸 찾아야 한다.우는 소리는 그다음에 해도 충분하다.*혹시 몰라 박살 난 우주선 안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아직 밖에서 잠을 청하기에는 이곳의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다행히 춥지는 않다. 비도 내리지 않는다.가방에 머리를 대고 생각에 잠긴다.삼촌은 죽었다. 머리가 박살 나 그 조각이 튀는 걸 직접 보았으니.머리가 박살 난다면 죽기밖에 더하겠는가.왜 씨X 우리지? 왜 씨X 우리지?무전기에서 들려온 말이 계속 맴돈다.그러게. 왜.. 씨X.. 우리일까..아니다, 이런 생각은 아직까지는 하지 말자.먼저 잠 푹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 주변을 살펴보자.지구랑 비슷한 대기인 것이 천만다행이다.이곳은 어디일까? 머나먼 행성?지구는 당연히 아니다.우주선 창문으로 지구가 깨물리는 모습을 봤다.그놈은, 아니 놈인지 년인지도 모르니,그것은 단 두 번의 입 벌림으로 지구를 모조리 씹어 삼켰다.삼촌의 도움으로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었다.조금만 늦었으면 우리도 지구와 지구에 남은 사람들과
퇴근 후 집에 돌아왔다.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냄새와 아빠를 부르며 현관으로 달려오는 사랑스러운 내 딸이 나를 반긴다. 이윽고 아내도 내게 와 오늘도 고생했다고 안아준다. 평범하지만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 이게 나의 평범한 현실이었다. 아름답고, 달콤한 현실. 나는 밥을 먹고, 씻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와 잠시 놀아준 뒤, 내일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침대에 누워 그렇게 얼마나 잠에 들었을까? 어렴풋이 잠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며 깨어난다. 왠지 모르게 두 눈이 따가울 정도로 시리다. 잠시 눈을 감고, 시린 눈이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한결 편해진 느낌에 눈을 다시 떠보면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 그러나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럽다. 구역질이 밀려온다. 잠시 게워낼 것 없는 헛구역질을 해댄다. 짙은 기침이 쏟아져나온다. 늘 자기 전에 둔, 침대 옆 자그마한 탁자 위의 물컵을 찾는다. 한번에 들이켠다. 어지러운 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침대에 다시 눕는다.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머리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밀려온다. 속이 좋지 않다. 평소와 무언가가 다르다. 그런데 그 다른 게 과연 뭐지? 감히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그간 보내왔던, 어제가 되어버린 오늘들과는 생판 다른, 전혀 다르게 새로운 오늘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알람 소리와 함께 나는 개운하게 침대에서 햇살의 온기를 느끼며 일어나 아내가 깨지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이고 아내의 숨소리를 들으며 침대 밖으로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나는 어딘가 불편함에 억지로 잠에서 깨어나버렸고 비치지 않는 햇살에 의아함을 품으며 옆에 누워있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내를 보았다. 조심스레 아내를 향해 뻗은 손은 이내 아내를 향해 닿았고, 차디차게 식은 그녀의 몸은 더는 따스한 온기를 내게 주지 못했다.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아내의 얼굴과 몸, 아내의 겁에 질린 표정. 목에는 벌겋게 부어버린 손자국이 보인다. 아내가 이런 표정을 짓던 걸 내가 본 적이
#1한 사내가 새까만 검정 속을 걷고 있다.사내의 앞모습을 비추다가 사내의 시선으로 돌려지는 카메라.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사내가 걸어가는 길의 옆에.점점 가까워진다.자그맣게 목소리가 들린다.사내가 걸어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진다.어린 아기 엄마의 목소리다.아기 엄마는 아기를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고 있다.점점 아기와 엄마가 선명해지며 사내에게 가까워진다.사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 아기 엄마의 곁을 지나갈 때,아기 엄마는 아기에게 말한다.아기 엄마 (힘들지만 사랑에 가득 찬 목소리로)“사랑해, 우리 아가. 언제나 엄마가 지켜줄게.”사내는 떨리는 숨을 들이마신다.#2사내가 계속 새까만 검정 속을 걷고 있다.사내의 앞모습을 비추다가 사내의 시선으로 돌려지는 카메라.두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사내가 걸어가는 길의 옆에.점점 가까워진다.자그맣게 목소리가 들린다.세월이 조금 지나간 듯, 약간의 주름이 엄마에게 새겨져있다.엄마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손을 잡고 있다.아이는 엄마에게 무언가가 그려진 종이를 건네준다.엄마는 그 종이를 보며 밝게 웃으며 말한다.유치원생 엄마 (기쁨에 찬 목소리로)“이거 엄마 그린 거야? 우리 딸 천재인 가봐, 어떡해!고마워, 평생 간직할게, 사랑해 우리 딸!”아이는 대답한다.유치원생 아이 (당당하고, 맑은 목소리로)“나도! 사랑해, 엄마!”사내는 주먹을 힘주어 세게 쥐고 그 모습을 스쳐지나간다.#3사내는 계속해서 새까만 검정 속을 걸어간다.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아주머니가 보인다.사내가 그 옆을 지나갈 때에여자 아이는 학교에서 상을 받았다며 아주머니에게 자랑한다.아주머니는 말한다.아주머니 (세월이 조금 지나간 목소리로)“우리 딸, 너무 기특해서 어떡해? 너무너무 사랑해.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 딸!”사내는 이를 앙다물고 그 옆을 지나간다.#4사내는 계속 까만 검정 속을 걸어가고 있다.대학교 졸업복을 입은 젊은 여자와 그 앞에 꽃다발을 든 아주머니가 보
"자, 적셔."아이고, 또 어디서 그런 아저씨같은 말을 배워왔냐?"왜, 마음에 안들어? 그러면 또 내가 직접 생각해낸 멋들어진 건배사가 있지.자, 청춘은 바로.."언제적 청바지 건배사야. 그거 표절이다, 알아?"거참, 알면 좀 대충 넘어가지?꼬우면 니가 건배사하던가.하여튼 무슨 일을 하던 대안은 안 내고 불만만 잔뜩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니까.너 회사는 어떻게 다니냐?사회 생활은 어떻게 해?자, 내가 처음부터 천천히 알려줄게.먼저 건배사가 처음 시작된 역사부터 말하자면.."음..다시 생각해보니까 그 건배사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거짓말이야. 그딴 건배사 들을 바에 술 입에도 안대고 만다."에헤이. 굳이 고달프게 살아가려고 하네."술잔을 부딪치는 지솔과 다윤은평소 자주 오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과묵한 사장님과,잔잔히 들려오는 클래식한 재즈 음악,빔 프로젝터로 채워진 한쪽 벽에선 프리미어리그 축구가 틀어져 있는 곳.둘이 좋아하는 것들로만 한가득인 이곳.지솔과 다윤은 저녁이 되면 거의 매일 이 술집에서 술을 들이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오늘도 역시 둘은 과묵한 사장님과, 재즈 음악과, 프리미어리그 축구와 함께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고,벌써 텅 빈 소주병은 다섯 병을 넘어가고 있다."됐고, 쓸데없이 시끄럽게 굴지말고 이 언니 잔에 술이나 따라봐라.별자리는 처녀자리에,혈액형은 B형, MBTI는 INFP인 이 몸께서는술잔이 텅 비면 마음도 텅 빈 것같이 공허함을 느끼는 다분히 감상적인 사람이라서 말이지.벌써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는 게 체감이 되고있어.어서 내게 알코올을 수혈해줘..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도와줘!"보통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걸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른단다...근데 이거 다 먹었는데?"사장님! 여기 소주 한 병 더요!"닦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묵묵히 초록빛 소주병을 테이블에 두
- 에필로그지하실.듀크가 수술대 위의 규리를 내려다보며담배를 피운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듀크에게 다가온다.남자 : 누님, 진행할까요?듀크는 무감정한 얼굴로,듀크 : 어, 상하기 전에 가져다 줘야지.돈은 그 계좌로 받는다고 그래.남자와 같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의료 장비와 함께 들어온다.듀크는 말없이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밖으로 나간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그 뒤를 따른다.다른 방으로 들어온 듀크와 남자.듀크는 의자에 앉아, 다른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남자는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준다.남자가 말을 꺼낸다.남자 : 사람들도 참..그 누님 대용으로 가져온 시체,시간이 없어서 이번엔 제대로 성형 시키지도 않았는데,대충 비슷하면 믿어버리네요.듀크는 담배를 피우며,듀크 : ..뭐, 늘 그랬지.자살하는 새끼들 중에 정상이 있겠어?그런 새끼들 모아다가 죽이는 건, 뭐..쉽지. 듀크는 담배를 바닥에 다시 버리고는,듀크 :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남자 : 저.. 근데, 누님.듀크 : 왜.남자 : 그.. 손님 중에 한 분이.. 손가락을 좀 달라는 데요?듀크 : 손가락?남자 : 네. 듀크 : 왜?남자 : 뭐라더라.. 자기 손가락이 아프다 그랬나..?그래서 먹을 거라고요..듀크 : 근데 왜 남의 손가락을 먹어?아니다, 됐다. 우리 고객 중에 제정신인 새끼가 있겠냐.남의 장기 떼다가 지 가족들 몸에 갈아 끼우는 거 자체가제정신인 새끼들이 할 짓은 아니지.그냥 돈 들어오면 잘라서 바로 보내줘.남자 : 네.남자가 방을 나가고,듀크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듀크 : ...장면이 끝이 난다.
- 규리일리야가 그런 오카를 바라보며 말한다.일리야 : 자살할 거라는 새끼들 모아다가,납치해서 장기 떼서 파는 게 흔한 일이 아닌 것 같아?존나 흔해, 씨발련아!나도 그런 적 존나 많고, 어!내가 씨발 니들 장기 팔려고 일부러 모아 놨잖아?정확히 이렇게 했을 거야, 알아?저 새끼들처럼 이렇게 우릴 가둬 놓고,천천히 한 명씩 데리고 내려와서 팔았을 거라고!여기 걸린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없어. 없다고!이렇게 발버둥치면 우리는 더 옭아매이는 거야, 밧줄에.우린 이미 올가미에 걸린 거라고!지금 이 상태의 우리를 밖에 있는 새끼들은 뭐라고 부르게?묘목이라고 불러.왜냐고? 곧 있으면 장기 다 털려서 통나무가 될 거니까!그러니까 지랄 멈추고 니가 믿는 신한테 빌기나 해.우린 좆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어!오카 : 이 씨발새끼가!오카가 규리를 뿌리치고 다시 일리야에게 달려든다.일리야도 지지 않고 오카에게 맞선다.서로의 목을 조르는 오카와 일리야.규리의 절규만 방안에 맴돈다.규리 : 그만.. 그만하세요.. 제발!그때,사아아소리와 함께 하얀 가스가 조명 속에서 나온다.가스가 방 안을 뒤덮고,일리야와 오카, 규리가 모두 쓰러진다.의식을 잃은 규리의 저편으로문이 열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어쩌면..규리 : 으음..규리가 눈을 뜬다.간신히 일어나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아무도 없다.일리야도, 오카도.이 방 안엔 규리 혼자만 남았다.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는 규리.마치 아무 일도, 아무 것도 없던 것처럼깨끗하게 정돈된 방 안.군터가 부숴버린 의자들도,일리야가 베고 자던 의자 조각도,오카가 뒤집어 엎은 장롱도 모두,원래대로 돌아와 있다.그 누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규리는 머리를 감싸안는다.이젠 아무도 없다, 규리를 제외하고는.아무도.무거운 정적을 뚫고 규리가 혼잣말을 시작한다.규리 : 나는요..왜 여기 왔냐면..규리의 얼굴에 말없이 눈물 방울들이 흐른다.규리 : 아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