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그가 백진수의 양아버지라고?아니, 아니, 아니, 그가 지금 남원에 나타날 거라고 말한 거야?게다가 특별히 백진수를 밀어주려고!?지금 이 순간 하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백진수를 쳐다보았다! 정말 대단하다!백진수는 소항 백가 둘째 도련님답다. 그의 인맥은 그야말로 무적이다! 만약 용문의 지회장이 나타난다면 하현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계급의 인물은 관청과 길바닥의 절대 권력의 상징하기 때문이다!관청이라든가 길바닥, 상업계에서 누가 용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는가?변백범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비록 강남 길바닥의 왕이었지만 그도 강남은 역사적인 이유로 용문이 이곳에 지회를 두지 못한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변백범이 길바닥의 왕이라 불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길바닥에서 가장 강한 건 단연 용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용문 지회장이 어떤 자리인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일이 좀 커질 것 같다. 물론 변백범이 보기엔 일이 조금 커질 뿐이었다. 이때 그는 사람을 부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었다. 백진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고 이런 반응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참, 우리 양아버지가 강남에 일하러 오셨는데 방금 전화가 왔어. 바로 오실 거래!”현장은 순간 모두 놀라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네 양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해?”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백진수 앞으로 왔다. “네가 믿든 말든 네가 나를 건드렸으니 네 양아버지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거야.”“하하하하, 아버지도 너한테 무릎을 꿇게 할 거라고!?”백진수는 미친 듯이 웃으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씨, 너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왕?”“우리 아버지한테 무릎을 꿇게 할거라니? 너 너무 오래 살았구나!”“너 같은 사람은 아버지한테
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자료를 찾으며 조충천의 신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난 후 모두들 숨을 헐떡거렸다. 백진수 너무 대단한데?용문 지회장까지 부르다니, 보아하니 정말 부자지간의 정이 깊은가 보다!공지명은 얼굴빛이 약간 변했고, 조금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오늘 밤 너무 빨리 줄을 서서 어쩌면 재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백진수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쳐다볼 때 간절히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눈빛이었다. 백 도련님은 정말 너무 멋지다! 조중천이 오면 어떤 사람이라도 옆에 서야 한다! 강남 전체에서 이준태와 병부 1인자 원경천이라도 조중천 앞에서는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강남 1인자라 불리는 하 세자라고 하더라도 조충천 앞에서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것이다. 어쨌든 조충천은 용문 대구 지회의 지회장이다. 방금 날뛰던 하현은 오늘 밤 죽지는 않더라도 가죽은 벗겨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흥분한 얼굴이었다. 그들은 하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씨 이놈아, 내가 좀 잘못 본 거는 인정할게!”“공지명을 무릎 꿇게 하다니 확실히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러면 또 뭐 어때서?”“설마 그가 조 회장님의 상대가 되겠어!?”“결국 위신이 서지 않는 사람일 뿐이야!”“그는 곧 자신과 조 회장님 같은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알게 될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측은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강자가 약자를 동정하고, 지혜로운 자가 바보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 일인가!이런 재수없는 사람이 판을 뒤집어 역전을 하려고 하다니? 무슨 소리야? 진정한 권세 앞에서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버지!”“조 선생님!”“조 회장님!”이때 백진수는 억울한 표정으로 맞으러 나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이 놈아, 무슨 일이야?”“여기까지 부르다니?”조중천은 지금 뒷짐을 지고 걸어 나왔다. 그는 마침 일이 있
1분이 지나자 조중천은 그제서야 손을 흔들며 부하들을 멈추게 한 뒤 냉담한 시선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진수를 건드렸어?”“응!”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아주 좋아. 너 정말 멋지다!”하현이 이렇게 날뛰는 것을 보고 조중천은 냉소했다. “너 내 아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내가 왜 그를 건드렸는지 궁금하지 않아?”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이럴 때 도리를 따지고 법을 따지겠다고?머리에 물이 찼구나! “물어볼 필요도 없고, 물어보고 싶지도 않아!”조중천은 뒷짐을 진 채 음산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 “나는 네가 내 아들을 건드렸다는 것만 알면 됐어!”백진수는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 방금 이 녀석이 아버지가 그를 만나더라도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건방지게 말했어요!” 주정과 사람들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렇게 말했어요!”“나보고 무릎을 꿇으라고!?”“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구나!”조중천은 노발대발하며 웃었다. “이 녀석아, 네가 용문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를 알아?”“용문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아냐고?”“오늘 어르신이 너를 손봐주지 않으면 너는 자기가 어떤 놈인지 모를 거 같네!”하현은 반문했다. “그럼 조 회장은 법를 따질 준비가 안 된 거야?”“법?”조중천은 냉소를 연발했다. “여기서는 주먹이 법이야! 강자가 법이라고!”“용문 두 글자는 절대적인 진리야!”“내가 배신자의 손발을 부러뜨렸어. 너한테 한 번 물어 보자. 치루 공씨 집안이 감히 나한테 와서 법을 따지겠어?”말을 하는 동안 조충천은 공지명을 가리켰다. 거만하고 무서운 기세였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너 정말 나를 건드릴 작정이구나. 법을 따지지 않는 구나!”“법을 따져야지!”“무릎 꿇고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해. 스스로 사
온 장내가 경악을 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지켜보는 가운데 두피가 쭈뼛쭈뼛 섰다.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조중천이 그 자리에 있고 그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데 하현이 감히 백진수를 건드리다니?그는 자신이 죽지 못할 까봐 무서운가?조중천은 더욱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가 보기에 조금이라도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 굴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용문 대구 지회장이라 지위가 높고 권세가 대단했다. 게다가 실력도 강했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놈 하나 밟아 죽이는 것은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만큼 간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현이 그의 존재를 무시한 채 백진수의 뺨을 때리고 직접 밟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은 조중천의 체면을 구긴 것뿐만이 아니라 용문의 체면을 구긴 것이다! “그를 죽여! 나를 때려 죽인 셈이야!”조중천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36명의 경호원들이 좌우에서 포위공격을 했다. 하현이 백진수를 밟은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하현을 죽이려고 했다. 바로 이때 하현은 차분하고 느긋하게 핸드폰을 꺼낸 후 전화를 걸었고 스피커 폰을 눌렀다. “뚜______늦은 밤, 텅 빈 주차장에서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전화로 사람을 부르려고? 무서운 게 뭔지 알겠어?”조중천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 “네 뒤에 누가 있는 지 좀 보자! 한방에 해치워 버리겠어!”“여보세요? 누구세요!?”잠시 후 맞은편에서 늙었지만 위엄을 잃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조중천은 잠시 어리둥절해졌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그가 어떻게 익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문제는 하현이 어떻게 이 번호로 전화를 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조중천이 충격을 받을 새도 없이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용 어르신, 저에요. 하현.”전화 맞은
하현은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용 어르신, 제가 어르신께 감히 무슨 지시를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처음 용문을 창립했을 때의 초심은 뭐였습니까?”맞은 편에서 용인서는 벌써 뭔가를 눈치를 채고 이때 웃으며 말했다. “천자를 위해 국문을 지키는 거였죠!”하현이 가볍게 웃었다. “수하에 있는 지회장이 제멋대로 날뛰고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그게 천자를 위해 국문을 지키는 겁니까?”“만약 이렇게 할 거면 나는 이 용문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용인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하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 늙은이에게 설명을 해주세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큰 일은 아니고 당신들 용문 대구 지회장 조중천이 나를 죽이려고 하네요.”“내가 직접 손을 쓸 생각이긴 한데 어르신도 그를 두둔하고 있는 건지 먼저 물어보려고요.”“만약에 그런 거라면 나는 연경에 가서 한 바탕 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겁니다!”용인서는 재빨리 말했다. “동생, 괜찮다면 조중천에게 전화기를 좀 전해주세요. 제가 반드시 해명을 하겠습니다.”“좋아요!”하현이 웃으며 조중천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 “너희들 주인이 너보고 전화 받으래.”조중천은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받고 귓가에 갖다 댔다.잠시 후 맞은편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중천은 먼저 온몸을 떨다가 잠시 후 얼굴이 창백해졌고 결국 그가 전화를 끊었을 때 온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비록 용인서가 하현의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마디를 남겼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고 그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조중천은 돌아와 장례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이 순간 더없이 강한 조중천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잠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하는 가운데 하현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몸을 돌리고는 허리를 굽혔다. “하 도련님,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그곳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고 무서워했다!용문 대구 지회장은 한 소인 앞에 무릎을 꿇었고 양쪽 뺨을 얻어 맞았다. 이 일을 발설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현에게 무슨 배경이 있든, 그가 누구에게 전화를 했든 상관없다. 눈앞의 승부는 이미 명백해졌다. 조중천이 무릎을 꿇는 순간 그의 자존심과 오만한 태도는 이미 모두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그의 36명의 부하들은 이때 무릎을 꿇고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방금까지 그렇게 허풍을 떨더니 지금 얼마나 처참한 꼴이 되었는가?백진수를 응원하러 왔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라 하나같이 식은 땀을 흘리며 소리 없이 뒤로 물러났다. 다들 비록 떠날 엄두를 내진 못했지만 백진수하고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백진수와 주정 두 사람은 울화가 치밀었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 하현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어떻게 데릴사위 같이 작은 사람 하나 밟아 죽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지?하지만 곧 그들의 눈동자엔 광기의 빛이 떠올랐다. 하현이 누구에게 전화를 했든 상관없다. 백진수는 자기 아버지의 스타일로 볼 때 오늘 일이 끝나면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현, 죽기를 기다려라. 너만 죽을 뿐 아니라 너의 가족 전체가 죽게 될 것이다! “내가 용인서의 이름으로 너를 압박하는데도 굴복하지 않는 거야?”하현은 뺨을 때리며 이때 손가락을 닦으면서 냉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중천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고 원망스러웠지만 이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굴복합니다!”청산은 변하지 않고 푸른 물은 계속 흐르니 청산이 남아 있는 한 나무를 재 놓지 않아도 된다. 그는 오늘 졌지만 청산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이럴 때는 찌질함을 인정해야 한다. 어차피 조중천은 진작에 체면이 구겨졌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근데 왜 나는 우리 조 회장이 굴복하지
스마트 밸리. 하현은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가 씻으려고 욕실로 향하고 있었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거실이 순간 밝아졌다. 소파에서 설은아와 설유아 두 자매는 모두 잠옷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하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방금 용문 지회장을 불구로 만든 하 도련님은 지금 두피가 간간이 저릴 뿐이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은아야, 유아야, 너희들 아직 안 잤구나!?”“너 도대체 어디 가서 뭐 한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은아는 눈썹을 잔뜩 찡그렸다. 하현이 말했다. “아무 것도 안 했어. 나는 백진수하고 그 아버지랑 따질 게 있어서 갔던 거야.” “그리고 나서는?”“그리고 나서 그 부자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하면서 다시는 남원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갔지.” 하현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아와 유아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은 보기에 멀쩡했기에 싸우러 간 것 같지는 않았다. 하현은 이어서 말했다. “참, 앞으로는 낯선 사람하고 식사하지 마. 그런 식사 자리가 있으면 나를 꼭 불러줘.”“그리고 요즘은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특히 너 자꾸 밖에 나가서 시비 걸지 말고!”하현은 설유아를 노려보았다. “내가 언제 그랬어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하현은 은아에게 유아를 수습하라는 손짓을 한 뒤 발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 백진수와 조중천이 나타나자 하현은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 온 사방에 비 냄새를 풍기는 듯한 느낌을 감지했다. 이 일은 그렇게 쉽게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남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연경은 대하의 정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 대하에서 가장 강력하고 최정상급의 사람들만이 이 곳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연경의 오래된 사합원 안에 지금 흰 도포를 입고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한 사람이 기대어 있었
다음 날. 하현은 아침 일찍 조중천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위원용에게 전화를 건 후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조중천의 신분이 너무 특별해 장례식장에는 위원용 외에 양정국도 있었다.장례식 영안실에는 지금 창백한 시체가 누워있었다. 조중천의 미간에 붉은 점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다. 하현은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위원용은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어젯밤 조중천은 주자창을 빠져나간 뒤 에드워드 병원에 가서 간단히 치료를 받고 차를 몰고 남원국제공항으로 향했습니다.”“공항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서 시내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조중천이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총으로 한 방 맞았습니다.”“미간에 정확히 명중 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전장에서 지내온 오래된 병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이 일 이후 우리 경찰서 인근 아파트 건물에서 의문의 사격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현장의 정황을 살펴봤을 때 상대방은 기존 화기가 아닌 자체 조립식 화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의심되는 사람 있어?”“네. 여러 명이 있습니다.”위원용은 쓴웃음을 지었다. 조중천은 아무래도 거물이었다. 강남에는 용문 지회가 없었지만 사고가 난 순간 제일 먼저 다른 지역의 지회장들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남원은 물론 강남의 상류층에서도 조중천은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에게 전화가 걸려와 가능한 한 빨리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위원용은 비록 남원 경찰서 1인자였지만 이런 거물들 앞에서는 매우 수동적이었다. “이 중에서 누가 가장 혐의가 많아?” 하현은 이어서 말했다. 위원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양정국이 말을 받아 말했다. “회장님이요!”“밖에서는 회장님의 정체를 모르지만 회장님은 주자창에 있었고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