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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사실 별 거 아니야, 그냥 좋은 일이 하나 있는데 자네가 성사시킬 수 있으면 좋겠네.” 흥섭은 미소를 머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친절한 노인 같았다. 하지만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흥섭은 선인과 같은 품격을 지녔지만, 이런 늙은 여우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현도 순간 흥섭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잠시 생각한 후, 하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어르신의 모든 부탁에 곧바로 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평소에 신중하게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사람 구실을 하는 원칙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흥섭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한 성격 하는 군, 아주 좋아. 젊은이가 한 성격 한다는 건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오히려 평범한 사람이 하자는 대로 다 하지. 이런 사람은 자존심도 없는데 언제 일어서겠나?”

“자네가 이렇게 단도직입으로 말하니 나도 돌려서 말하지 않겠네. 우리 안씨 집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남 안씨 집안은 골동품 사업을 주로 운영하고 있고 인맥도 넓죠. 평상시에는 내색하지 않지만, 자산이 막대하고 발도 넓어 강남에서 안씨 집안을 짓누를 수 있는 집안 두세 군데가 안 넘죠. 게다가 안씨 집안은 어르신의 손으로 2류 집안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강남의 명문 집안들을 환히 꿰뚫고 있었는데 어찌 모르겠나? 강남 하씨 집안은 강남 최고의 가문으로 알려져 있었고, 가문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자들에게는 평소에도 주의를 기울였었다.

“하하하, 자네의 이런 식견에도 머저리 데릴사위라고 욕하는 사람이 지금 아직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그의 뺨을 때릴 거야.”

“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왜 이런 조그마한 설씨 집안에서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알 거야. 설씨 집안 같이 얕은 물은 자네 같은 숨겨진 잠룡을 붙잡아 둘 수 없어. 그리고 용이 하늘을 나는데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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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재벌 사위면 될까?   202장

    “저는 설씨 집안에 관심 없지만, 제 아내의 성씨가 설씨입니다.” 하현은 태연해 보였다. “부부가 되면 관계가 깊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게 제일 간단한 논리입니다.”“만약 어르신께서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제 아내가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수정에게 은은하게 웃어 보인 후 뒤돌아서 가버렸다.흥섭은 그를 막아서지 않았고, 그저 수시로 바뀌는 표정으로 하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그것도 이렇게나 젊은 남자가 돈, 권력과 미녀의 유혹 앞에서 이정도로 덤덤할 수 있다니. 이런 남자의 자신감은 얼마나 충만하고 마음은 얼마나 견고할까?그가 원한다면 돈이든 권력이든 모두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지금 그가 이것들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단순히 그가 원하지 않아서였다.이건 자신감인가? 아님 지나치게 자만하는 건가?흥섭은 지금 이 남자를 조금 알지 못했다. 비록 그도 젊은 시절에 무서운 남자였지만, 자신에게 되물어봤을 때 그는 이렇게 기세등등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데릴사위가, 남에게 머저리라고 불리는 이 남자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짱을 얻은 건가?무예가 뛰어나고, 골동품을 감정하는 안목도 훌륭하다고 해도, 명문 집안 사람 눈에는 별 것 아니었다.그렇다면 이 남자에게는 아직 몇 개의 비밀이 있는 건가?잠시 후, 흥섭이 담담하게 웃으며 수정에게 말하는 것도 같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도 같게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어디서 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신감이 가득하니 나도 지켜보겠구나, 어디까지 가는지. 그렇지만 자네도 언젠가 백년 묵은 가문이 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거라고 나는 믿어. 그때 되면 자네도 나를 찾아와서 빌겠지.”흥섭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수정을 바라보았다. “착한 우리 손녀, 자신감을 가져야 해. 어떤 일은 낚시하는 것과 같이, 할수록 재미있어져. 물고기가 낚인 순간, 제일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 재벌 사위면 될까?   203장

    “민혁이의 말이 맞아, 쇼핑몰은 우리 설씨 집안의 중요한 일이야. 우리 설씨 집안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돼!”“문제를 일으킨 자들이 은아가 여자인 걸 알고 괴롭히려고 한 걸 수도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를 남자로 바꾸면 문제가 안 생길지도 몰라요.”“은아야, 설마 겁먹은 건 아니지? 겁먹은 거면 말해, 우리가 도와줄게.”설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심 쓰는 척을 했다. 본인이 쇼핑몰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고 싶어 모두 안달 났다. 하지만 아무도 직면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지 않았다.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문제는 은아가 일으킨 것이니 그녀가 자리에서 물러난다 해도 그녀가 해결해야 했다.설 씨 어르신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본래 은아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체면 때문에, 그리고 투자 안건이 또 무산되어 설씨 집안이 파산할까 봐 두려워 은아를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에 앉혔다.그런데 은아가 첫날부터 이런 사소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어르신은 매우 실망했다.“설은아, 네가 우리 설씨 집안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상관 안 해.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버텨야 해. 네가 지금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니까, 네가 모든 일을 잘 처리해야 하고 모든 문제를 반드시 빠르게 해결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에 너를 앉혔으니 너를 해고할 수도 있어.” 설 씨 어르신이 냉랭하게 말했다.은아는 이 말을 듣고 매우 초조해졌다. 그녀는 겨우겨우 투자를 성사시키고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를 얻은 다음, 이제 막 실력 발휘를 하려고 했다. 은아는 첫날에 이런 뜬금없는 사소한 일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기 싫었다.“할아버지, 제가 얼른 처리하겠습니다.” 얇은 입술을 물어뜯으며 은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때, 민혁이 풉 웃었다. 그가 일어서더니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누나가 이런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사람을 불러 조사해

  • 재벌 사위면 될까?   204장

    하현은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왔다.어젯밤에도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하현이 한량 같아서 은아는 화가 나 하현을 노려보더니 뒤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장모님, 무슨 일이에요?” 하현은 어리둥절했다. 은아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말이다.“아내 걱정을 할 줄도 알아? 말해봐, 이틀 동안 저녁에 어디 간 거야? 옷빨래도 안 하고 화장실 청소도 안 하고 요리도 안 해, 나더러 뭘 먹으라는 거야?” 희정이 때마침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하현이 왔다는 소리를 듣자 그를 째려보았다.하현이 만 원으로 은아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다시 받도록 도와준 이후로, 희정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많이 나아지지도 않았다.“일하느라 바빴어요.” 하현이 설명했다.“네가 뭘 바빠! 썩을 중고차를 몰면서 남의 운전기사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우리 딸이랑 걸맞은 줄 알아? 우리 딸이 봐 달라고 빌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일찌감치 너를 쫓아냈을 거야!” 희정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우리 딸이 요즘 미쳐서 왜 너한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 눈에 너는 그저 쓰잘데기 없는 놈일 뿐이야!”하현은 황당했다. 어째서 포르쉐가 썩을 중고차가 된 건가. 그래도 하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장모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너한테 말해서 뭐하게? 네가 해결할 수 있어?” 희정이 꾸짖었지만 그래도 말은 했다. “어제 은아가 담당하는 쇼핑몰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행된 거 알고 있지?’“알고 있습니다.”“퍽이나 알겠네! 그럼 어젯밤부터 끊임없이 방해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아? 건축자재를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인부들을 때리고 방화까지 해서 은아는 이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부탁했는데도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내지 못했어.” 여기까지 말하고 희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쩜 이리 쓸모없는 사위가 있을까? 이런 일은 보통 남자들이 해결하는 거

  • 재벌 사위면 될까?   205장

    “괜찮을까?” 하현은 겉으로 덤덤해 보였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엉망이 되어있었다. 설마 오늘 밤 3년 전 신혼 첫날 밤에 내딛지 못한 그 한 발자국을 내딛는 건가? 매우 흥분되었다.“먼… 먼저 씻어. 밑에 욕실은 고장 났는데 아직 안 고쳤어.” 은아는 재빨리 핑계를 댔다.하현도 군말없이 얼른 샤워하러 갔다. 은아가 옷을 껴안고 욕실로 들어간 걸 보자, 그는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름 준비운동이었다.30분도 안 돼서 은아가 욕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곰이 그려져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있었고 피부 위에 송골송골 맺힌 투명한 물방울이 보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연꽃과 같았다.하현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잠시동안 은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귀엽다!”“뭐라고?’ 은아는 머리카락을 털며 말했다.“아니야, 잠옷이 귀엽다고.” 하현이 멋쩍게 웃었다. 그는 염치없이 물었다. “여보, 그럼 나 오늘 밤에 안에서 자, 밖에서 자?”“안이랑 밖은 무슨?” 은아가 구석을 가리켰다. “오늘 밤은 저기에 매트리스 깔아!”하현은 눈을 뒤집어보일 뻔했다. 아까 샤워를 하고 나온 뒤, 은아가 적지 않게 차분해진 듯하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절대 그녀가 씻지 못하게 해야겠다.한숨을 내쉰 후, 하현은 억지로 은아의 다리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화제를 바꿨다. “솔직히, 이번에 쇼핑몰에 문제가 생긴 게 민혁이랑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들어.”조금 전에 하현이 백범에게 전화했지만, 자세히 알아봐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백범조차 쓸모있는 정보를 얻지 못했는데 민혁이 알고 있다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힌트였다.하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큰 가능성은 민혁이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가 어떻게 배후가 누군지 알고 있겠나?“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한테 불만을 품은 건 맞지만, 쇼핑몰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설씨 집안이 위약금을 아주 많이 물어야 해서 곧바로 파산할 수도 있는데

  • 재벌 사위면 될까?   206장

    “하하하, 좋은 형제는 의리를 중시하지!” 규천이 손을 뻗어 민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건 아주 좋은 일이야. 얼른 모두에게 알리고 싶네, 그때 그 서울 여신을 내가 차지하게 됐다고! 그리고 그 데릴사위한테도 알릴 거야, 자신이 손도 못 잡아본 여자가 내 앞에서는 꼼짝도 못한다는 것을!”“걱정하지 마, 설은아가 명예를 잃어야 나를 고분고분 따를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설은아를 차지할 수가 없어!” 규천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내일이 지나면 수많은 남자들이 형님을 부러워할 겁니다. 어쨌거나 우리 누나는 서울에서 제일 예쁜 여신이거든요! 여기서 형님을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매형의 신혼을 미리 축하드려요! 즐거운 시간 보내셔야 해요?”민혁이 매형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규천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지금 그의 얼굴에는 변태 같은 웃음이 가득했고, 그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기대했다.이튿날 아침, 민혁은 은아의 사무실에 일찍 도착했다.“시간과 장소는 이미 잡아놨어요.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 연락할 수 있었던 거니까, 절대 내가 곤란해지게 뒷걸음질 치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다음 번에는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민혁이 팔짱 끼며 거만하게 굴었다.출근 복장을 입고 있는 은아를 보자, 민혁은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는 미친듯이 웃고 싶었지만 미친듯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 어쨌든 간에 민혁의 계획은 은아의 명예를 실추시킨 후 설씨 집안에서 내쫓는 거였으니, 그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었다.은아는 민혁의 갑작스러운 관심을 일찌감치 경계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젯밤에 하현이 이 일은 민혁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은아는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쇼핑몰은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야, 아무도 내 손에서 빼앗아갈 수 없어. 나는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이 일이 나의 웃음거리로 보인다면 미안

  • 재벌 사위면 될까?   207장

    “아빠는 정말 내가 진심으로 누나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민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 말은, 이건 함정이라는 거야?” 동수가 물었다.민혁은 아빠 앞에서 감출 것도 없어 그저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나에게 깨달음을 준 사람도 아빠니까 내가 진실을 말해줄게. 설씨 집안을 괴롭힌 사람은 내가 지시한 거야.”동수는 얼굴을 찌푸리며 민혁을 쳐다보고 말했다. “외부인을 이용해서 은아를 괴롭히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면 너도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되는 거 아니야? 왜 은아를 도와주는 건데?”“아빠, 잘못을 바로잡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데? 설은아 그 여자가 계속해서 쇼핑몰 프로젝트를 손에 쥐고 있는 게 우리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 내가 하려는 건 이 여자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거야. 그래야 내가 나중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장애물이 없어!”민혁은 의기양양했다. 이 일을 외부인에게 말할 수 없어 자랑할 곳이 없었는데, 지금 자신의 아빠 앞에서 말하니 속이 뻥 뚫렸다.은아를 처리한 다음, 민혁은 순조롭게 쇼핑몰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그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일석삼조였다!이 순간, 민혁은 자신이 제갈량의 환생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했다.“도대체 무슨 술수를 준비한 거야?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동수가 추궁했다.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면 그는 정말 안심할 수가 없었다.“아빠, 조규천이라는 사람 들어봤지?”“조규천은 서울 길바닥 출신 아니야?”“맞아, 그 사람이야. 내가 부탁한 거물이 바로 그 사람이야. 원래 쇼핑몰 프로젝트만 조금 방해해서 누나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 우연히 조규천이 누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갖고 싶어하는 걸 알게 되었어.”“그래서 오늘 밤에 누나가 약속된 장소에 가기만 하면, 조규천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야. 게다가 나는 이미 조규천이랑 약속을 했어. 오늘 밤에

  • 재벌 사위면 될까?   208장

    그날 오후, 하현은 약속대로 포르쉐를 몰고 은아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본래 그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지만, 협상 자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겠나?은아를 태운 후, 하현은 네비게이션의 동선을 따라 교외에 있는 농촌 민박집으로 향했다.은아는 조금 걱정이 돼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은아가 말했다. “하현, 오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일이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민혁이가 일부러 나를 욕먹이려는 거 아니야? 이따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하현이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든 내 시체 위를 걸어가야지만 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야.”말을 하던 하현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든 은아를 때리려는 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하현의 말을 듣자, 이런 상황일지라도 은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마치 하현이 있으면, 모든 불안정한 요소들이 사라지거나 분해될 것만 같았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조용했다. 곧이어 차가 농촌 민박집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쪽에는 두 줄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들 모두 대머리에 민소매 런닝을 입고 있었고, 온몸에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문신으로 가득해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다.포르쉐가 들어오는 걸 보자, 그들은 차가 마당으로 들어오도록 손짓했다.......“규천 형님, 도착했습니다.” 부하 한 명이 식당 안에서 규천 옆으로 달려갔다.규천은 소주를 찔끔찔끔 삼키고 있었는데, 은아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자 눈앞이 반짝였다. 그는 잔 안에 있던 술을 단번에 삼키고 박수 치며 말했다. “너희들 형수님이 오셨다. 내가 직접 마중을 나가지, 오늘 저녁은 신혼 첫날밤이니까, 하하하!”“규천 형님, 형수님 옆에 남자 한 명이 같이 왔습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남자? 혼자 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규천이 살며시

  • 재벌 사위면 될까?   209장

    “제 남편 하현입니다.” 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이 말이 흘러나오자, 규천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이 폭소를 터뜨렸다. 부인할 수 없이, 하현 이 머저리 데릴사위가 워낙 유명해 서울에서는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쯧쯧쯧, 그래도 격에 맞지 않게 기생오라비 같이 생겨가지고는, 어째서 데릴사위나 돼서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버리는 거야? 이 자식이, 설마 내시는 아니겠지?” 규천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규천 형님, 이놈이 너무 역겨워서 한 대 때리고 싶네요!”“내가 할게, 너는 힘이 너무 세서 한 방에 훅 갈 것 같아. 내가 좀 더 부드러우니까 내가 할게!”“부드럽기는 개뿔, 여자도 아닌데 뭐가 부드럽다는 거야? 이런 약골은 내가 맡을게.”주위에서 난리 난 동생들을 보자, 규천이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 “그만해, 뭐하는 짓들이야? 상대가 어린 놈인 거 안 보이니, 간도 조그만 것이? 이놈을 놀래켜서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면, 얼마나 역겹고 꼴보기 싫겠니?”“하하하…”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은아는 어금니를 부셔질 것처럼 악물며 규천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나서 그녀가 말했다. “저는 오늘 일 애기 하러 왔어요, 내 남편을 조롱하는 걸 들으러 온 게 아니라.”“네, 네, 일 얘기하시죠, 그게 급한 것이니. 모두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규천이 제자리에 앉았으며, 하현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의 눈에 이런 데릴사위는 개만도 못해서 존중 받을 가치가 없었다.“어떻게 해야 우리 설씨 집안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건가요?” 은아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규천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길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서 돈이 필요할 뿐이에요. 돈만 있으면 우리는 누구든지 위해서 일을 하죠. 당신들 설씨 집안은 이번에 제대로 복 터졌더라고요. 돈이 있으면 다같이 써야죠. 당신들도 돈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내 말 이해했죠?”“얼마를 원하는데요?” 은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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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9장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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